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40화 (40/180)

0040 / 0180 ----------------------------------------------

9. 짐승의 유년

"괜찮아?"

"뭐가?"

"걔 많이 다친 거 같던데……."

"병원비 주면 돼."

"돈 많나보네."

수현과 소희가 나란히 하교하고 있었다.

운무 고등학교에서 야자는 정말로 자율이었기에 하교하는 학생도 제법 있었다. 정태는 먼저 헤어지고, 귀가길이 같은 둘만 남아 동행했다.

소희와 수현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흘끗거렸다. 특히 소희는, 하체를 환히 드러내도록 수선한 치마라, 남자들의 시선이 하나 같이 그녀의 다리에 꽂혔다. 희고 가느다란 다리선이 가파르게 떨어져내리고, 운동화를 신어서 명랑해보였다. 흔히 보이는 여고생의 차림새였다.

소희는 약간 어색한 감이 있었는데, 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소희의 손을 잡았다. 소희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왜?"

"아아니."

"손 잡는 거 싫어?"

"아니."

수현이 손을 뻗어 흐트러진 소희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소희의 가슴이 쿵쾅거린다. 스킨쉽이 너무 자연스럽다.

"우리…… 있잖아. 너는 나……."

"응?"

소희가 헛기침을 했다.

수현이 손을 뻗어 소희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소희의 가벼운 몸이 바로 끌려왔다. 둘의 몸이 닿았다. 살짝 안긴 모양새가 되어서 소희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든다. 수현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사귀는 거잖아."

"아……."

"아니야?"

"그런 소리 서로 안했으니까……."

"그럼 말할게. 사귀자."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이 소희의 손목을 잡았다.

"따라와봐."

"으응? 왜? 야아!"

수현이 소희를 끌고 방향을 틀어 번화가로 나갔다. 어둑해져서 막 네온사인이 빛을 밝히기 시작한 때였다. 둘과 같은 고등학생 커플도 제법 있었다. 수현이 소희를 이끌고 번화가를 잠깐 거닐다가, 옷가게로 들어갔다. 소희가 따라갔다.

"왜? 옷 사게?"

"입고 싶은 거 골라봐."

"응?"

"사줄게."

소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괜찮다고 했다.

"그럼 내가 고른다."

"야아."

결국 소희도 못이기며 수현의 쇼핑에 동참했다.

수현이 자신의 재력(정하와 예브게냐의 재력)을 과시하며 자신이 맘에 드는 것, 소희가 고른 것등을 계산했다. 소희는 부담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아보였다. 남자친구가 돈 많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다.

평소엔 용돈을 모으거나 부모님을 졸라 겨우 살 옷들을 몇 개나 흔쾌히 자기 카드(예브게냐 카드)로 긁는 수현 때문에, 소희는 웃음이 자꾸 비집고 나왔다. 처음엔 외모 때문에 끌렸는데 알고 보니 남자다운데다 돈도 많았다.

"그거 알아?"

"뭐?"

"남자가 옷을 선물하는 건, 그 옷을 입히고 벗기고 싶어서래."

"이수현 변태. 그래서 사주는 거야?"

"글세. 모르지?"

"야아-!"

소희의 목소리에 콧소리가 섞인다. 수현이 웃었다.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수현의 몫을 소희가 혀로 날름거리며 배어먹었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는다.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묻히고 웃는 모양새가 귀여워서, 수현이 손을 뻗어 그녀의 입술가를 닦다가 손으로 그녀의 뺨을 꼬집어 당겼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아, 깨끗한 피부가 주욱 늘어나온다.

"찐빵 같은 게."

"야. 듀글래."

둘이 시시덕거리다가 다시 집을 향했다. 소희의 집에 데려다주었다. 소희는 아파트에 살아서 어둑한 놀이터에서 잠깐 앉을 수 있었다. 막상 나란히 앉으니까 아까보다 목소리가 잦아든다.

"오늘 재밌었어. 고마워."

"……."

수현은 말없이 소희를 쳐다보았다. 소희가 어깨를 움츠렸다. 키스하려는 걸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수현이 몸을 소희쪽으로 기울여 입을 맞추었다. 소희가 눈을 감았다.

아, 수현의 혀가 소희의 아랫입술을 할짝이다가, 안으로 새어들어와 그녀의 점막에 비벼댔다. 소희가 어깨를 들썩였다. 보기와는 다르게 너무 잘해…… 소희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집요하고 끈질기게 그녀를 능욕하는 키스는 처음이었다. 몇몇 남자애들과의 키스를 해본 적 있지만, 그들은 그저 제 욕정을 채우기 위해 살을 얽어댈 뿐이었다. 그녀도 여자였기에 흥분은 되었지만, 수현처럼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오싹한 키스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수현의 팔을 꽉 잡았다.

수현이 흘려주는 타액을 순종적으로 삼킨다. 그것 외에는 할 수가 없다. 온통 수현, 수현, 수현의 혀와, 수현의 입술이, 수현의 타액이 그녀를 혼곤하게 한다. 그녀는 어느새 수현의 품안에 있었다.

뜨겁다. 뇌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생각이 이어지질 않았다. 그저, 몸이 달아올랐다. 느끼고 있어. 그녀는 아랫배가 달콤하게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어떡해. 이따금 하던 자위가 생각났다. 가랑이가 가려웠다. 만지고 싶다. 팬티가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소희의 숨이 가빠온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수현이 내민 혀를 그녀가 할짝였다. 손을 뻗어 수현의 목에 매달렸다. 수현이 좋았다. 좋아서 견딜 수가 없다. 이런 기분 처음이라서.

"아앗……."

수현의 손이 소희의 허벅지를 매만졌다. 치마가 짧아, 속으로 조금만 집어넣으면 팬티가 닿을 것 같다. 한없이 가랑이에 가까운 사타구니 안쪽의 부드러운 살을 수현이 쓰다듬자 그녀의 꽃잎이 반응하며 애액을 토해냈다. 소희는 극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밀어내고 싶지 않다. 수현에게라면 좋을 것 같았다.

애액이 분비된다는 건, 결국 육체가 남자의 몸을 기다린다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소희는 더 야한 기분이 되었다. 언제부터일까, 그녀가 자위할 때는 늘 수현을 상상하고 있었다.

"질질 싸네. 이소희."

수현이 짖궂게 말했다. 소희가 앙탈 부리듯 어깨를 흔들며 수현을 밀었다. 그녀가 수현을 올려다보았다. 깨끗한 얼굴이 곤혹스러움, 부끄러움, 쾌감, 같은 것들로 뒤섞여 울상이었다. 이런 표정을 볼 수 있는 건 수현 뿐일 테다.

"너 자위 해봤지."

수현이 속삭였다.

"안그럼 이렇게 쌀 리가 없는데."

"시끄러워. 바보. 나쁜 놈아."

"난 너 상상하면서 자위했어."

소희가 앙탈을 멈추었다. 수현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자주 그랬어. 예전부터 너 좋아했어."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가, 자신을 좋아한다. 이렇게 다시금 확인받자 소희는 가슴이 벅찼다.

"나, 나도."

"너도 나 생각하면서 자위했어?"

수현은 자위라는 말을 너무 쉽게 발음했다. 그 부끄러운 말을, 소희는 차마 할 수가 없어서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도 웃음이 나왔다.

수현이 타이트한 소희의 교복치마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녀의 축축해진 팬티에 손끝을 얹는다. 별다른 애무를 하지 않았는데도, 수현의 손끝이 올라온 것으로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예민해져서 수현을 껴안았다. 꽃잎이 움찔거리며 자꾸만 물을 토한다. 놀이터에서 남자애에게 부끄러운 부분을 만져진다는 게 흥분되었다.

수현이 손가락을 움직여 팬티 위로 그녀의 꽃잎을 비볐다. 소희가 자기 입을 막고 흐느꼈다. 자위할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았다. 타인이 만져준다는 거, 특히, 연인이 만져준다는 게 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다.

"들어가자."

"흐읏, 으응……?"

"늦었잖아."

소희가 주춤주춤 일어났다. 하체가 젖어 있었다.

수현이 얼룩을 가려주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했다. 수현이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 소희가 문자를 보냈다. 수현이 피식 웃으면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

"야! 김성현! 오늘 쳐맞았다며?"

"닥쳐. 개새끼야."

성현이 쇼파에 벌렁 앉았다. 얼굴이 아직도 부어서 반창고를 몇 개 붙이고 있었다.

실내의 형광등이 어둑하다. 거의 버려진 건물의 지하였다. 아무도 쓰지 않는 곳을 집주인에게 헐값에 빌려 쓰는 아지트였다. 주인조차 신경쓰지 않는 곳이라 불량아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탁자에서는 두엇이 앉아 돈을 올려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고 여자애 하나가 그걸 구경하고 있었다. 카드 뒤섞이는 소리가 탁탁, 울렸다.

성현이 흘끗 눈을 돌렸다. 구석에는 마치 탈의실처럼 커튼으로 대충 가려놓은 부분이 있었다. 성현이 다가가 휙 걷어내자, 그곳에는 알몸의 여자애가 무릎을 꿇고, 한 소년이 의자에 앉아 길게 기대고 있었다. 소년의 지퍼가 열리고 드러난 육봉을 여자애가 빨았다.

"야, 뭐야아."

여자애가 미간을 찌푸리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펠라치오를 받던 소년이 웃었다.

"너 얼굴이 그게 뭐야. 처맞고 다녀?"

"닥쳐. 짜증나니까 얘 좀 빌리자."

"내가 물건이야?"

성현의 발에, 여자애가 벗어놓은 교복이 걸렸다. 성현이 대충 발로 차 걷어내자 여자애가 짜증을 냈다. 성현이 여자애를 눕히고 자세를 잡는다.

카드놀이를 하던 두 소년과 소녀도 그들을 쳐다보았다.

"김성현 오늘 장난 아니네."

"수경이 거기 헐겠다."

남자애들이 시시덕거리자 곁에 다리를 꼬고 있던 여자애가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변태들."

"너도 니 남친이랑 하잖아?"

"너희 머리엔 그거 밖에 없지?"

그 와중에 입구가 열리고, 한 소녀가 우당탕, 하고 내팽개쳐졌다. 그 소녀를 뒤이어 들어온 건 건장한 소년이었다. 실내에 있던 소년소녀들이 반응했다.

"하성아 뭐야?"

"몰라 씨발. 이 년 돌려버려."

"뭔데?"

"몰라. 지 오빤지 뭔지 막 믿고 나대면서 짜증나게 굴잖아."

벌써 따귀를 몇 대 맞았는지 소녀의 뺨이 조금 부어 있었다.

예쁘장한 외모에 교복을 줄인 여학생의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겁에 질린 표정이 소년들의 가학심을 자극했다. 소녀를 데리고 온 하성이 소녀의 옷깃을 붙잡고 들어올려 실내 중앙으로 질질 끌고갔다. 그리고 옷깃을 찢어버릴 듯 잡아당기자 그녀의 단추가 다 떨어져나가며 교복 안의 캐미솔만 남았다. 하성이 그 위로 그녀의 가슴을 거칠게 주물렀다.

"하지마…… 신고할 거야……!"

"해봐 씨발년아."

남자애들이 둘러쌌다. 카드게임을 구경하던 소녀는 다리를 꼰 채 흥미 없다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두들긴다.

여자애와 즐기던 성현과 소년도 그들을 쳐다보았다.

"빨리 하고 저년이랑 해야겠다."

"흐읏…… 뭐야……?"

여자애가 신음하며 칭얼댔다.

성현이 여자애와 대충 끝내고는 남자애들한테 윤간 당하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울면서 발가벗겨져 있었다. 하성이 그녀의 양 발목을 잡고 다리를 쫘악 벌리는 참이었다. 바닥에 누워진 소녀는 발버둥을 쳤지만 하성의 힘을 당할 수 없었다. 그녀의 팬티가 환히 드러났다.

"저거 잘라."

"오오오."

소년들이 가위를 가져와 팬티를 잘랐다.

소녀의 거뭇거뭇한 털과 음부가 드러났다. 다들 휘파람을 불었다. 소녀는 울다 지쳐 목이 쉬어 끅끅거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