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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짐승의 유년
"이수현."
"어?"
"생리하냐?"
짝 서은이 모나미 볼펜으로 수현의 손등을 쿡 찍었다.
수현이 그제서야 앞으로 기울인 상체를 폈다. 손등에 까만 점이 하나 생겼다.
저도 모르는 새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탁, 두들기고 있었다.
"그냥 하던대로 잠이나 자."
"넌 내가 맨날 잔 것처럼 이야기한다?"
"잤잖아 잠팅아."
"죽을래?"
수현이 손을 뻗어 손가락을 튕겨 서은의 뺨을 때렸다. 착, 하고 그녀의 뺨에 수현의 손끝이 파묻혔다. 서은이 눈썹을 찡그리며 모나미 볼펜으로 수현을 위협했다.
"그어줄까?"
"뺨에 구멍나고 싶어?
둘이 각자의 무기를 겨냥했다.
"둘이 뭐하냐?"
앞에서 칠판에 필기하던 교사가 몸을 돌려 둘을 쳐다보았다.
"사랑싸움 하니?"
오오오, 하고 환호 비슷한 울림이 교실 전체에 번졌다. 서은이 기분 나쁘다는 듯 수현의 팔뚝을 때리고 몸을 돌렸다. 수현도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 숙였다. 서은은 예쁘장하긴 한데 마음 편한 친구 정도다.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매일같이 절세미인들과 엮이는 수현에게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
"수현이 요새 방황하는 거 같아. 공부는 하니?"
중년의 여교사가 다가와 수현의 머리를 툭툭 건들었다.
준수하게 생긴 남자애들을 건드리며 집적대는 여자였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기던 수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묘하게 신경에 거슬렸다. 뒷머리가 살짝 내려앉은 수현의 목덜미에 그녀가 손을 올렸다.
"자꾸 떠들면……."
몸에 벌레가 기는 듯이 불쾌해졌다.
평소에도 있던 일인데, 오늘따라 지독하게 신경을 건드린다. 성대를 걸러 나오는 음성, 그 진동에서부터 울림까지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먼 자리에서 여자애들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히히. 꼬쿨이 또 성희롱 당한다, 따위의 말들.
큰 일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수현의 목을 매만지던 그녀의 손을, 수현이 쳐냈다.
"……."
교실이 조용해졌다.
여교사는 당황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짝 서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현 앞자리의 급우들이 모두 뒤돌아보고 있었다. 수현의 미간에 한 줄 선이 그어졌다. 조용한 가운데, 뒤에서는, 친 거야? 꼬쿨이 빡쳤어? 따위의 말을 자그맣게 조곤거렸다.
"그렇게 안봤는데 수현이 너, 버릇이 없네, 나아 참."
그녀가 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교탁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슬리퍼가 끌리며 착착, 바닥을 울린다.
"너희들도 조심해라. 선생님이 좋게좋게 할 때 말 들어야지. 잘해준다고 기어오르면 힘들어지는 건 너희들이야. 알아 들어? 오늘은 넘어가는데. 다음부터 건방지게 굴면 가만 안둔다."
분위기가 싸하다.
"이수현. 알겠어?"
그녀가 수현을 지정했다.
대답이 없다. 수현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곤하다. 그녀가 무어라 더 떠들었지만 수현의 귀에 닿지 않았다. 그녀가 떠드는 사이 종이 울리고, 그녀는 교과서와 노트, 출석부를 탕탕, 교탁에 두들겨 정돈하고는 성큼성큼 교실을 나갔다.
그녀가 떠나는 순간 긴 한숨이 교실에 번졌다.
점심시간이다.
"야, 아까 그년 때문에 존나 밥맛 떨어진다."
정태가 다가와 수현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수현이 희미하게 웃으면서 의자에 기대었다.
"야. 이수현."
곁에 앉아 있던 서은이 수현을 쿡쿡 찔렀다.
정태와 수현이 그녀를 돌아본다. 서은이 정태를 몰아내고는, 남들 보이지 않게 아래쪽으로, 조심스레 수현에게 무엇인가를 건네주었다. 수현의 손에 보드라운 것이 닿았다. 서은이 수현의 귓가에 속삭인다.
"흡수력 짱이야. 너 오늘 진짜 생리인 거 같은데. 크크큭."
생리대였다.
"……."
이 개년이…… 하고 수현은 생각했다.
*
급식을 제끼고 수현과 정태가 매점으로 갔다. 얼마전에 증축한 매점은 가벼운 분식류도 팔아서 입맛 까다로운 학생들로 북적였다.
"쟤가 이수현이야. 옆이 박정태."
여선배들 몇이 속삭이는 게 들렸다.
많은 눈들이 수현과 정태 둘을 향했다. 수현은 예쁘장한 외모로, 정태는 남자다운 얼굴과 싸움실력으로 유명하다. 세간에는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는 소문조차 돌았다. 정태가 킥킥거리며 수현에게 무언가 귀엣말을 속삭이고 수현이 희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애들의 수군거림이 더 잦아졌다. 정태는 모르겠지만, 능력을 각성한 수현의 귀에는 죄다 들려온다.
"어. 수현아."
뒤에서 누군가가 수현의 옷자락을 쥐고 당겼다. 뒤돌아보니 소희였다. 치마를 줄여서 들러붙어, 그녀의 가느다란 몸매가 비쳐 보였다. 소위 노는 애의 교복이었다. 소희가 어울리는 무리가 대개 그런 류이긴 하다.
소희 곁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교복상의 대신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애, 같은 반의 김성현이었다. 싸움 좀 한다고 으스대는 녀석인데, 자기가 반을 잡았다는 식으로 떠들고 다닌다. 정태는 굳이 그런 쪽에 연관되지 않고 누가 건드리지도 않기 때문에 마찰은 없지만, 언제나 정태를 경계하는 녀석이었다.
그가 수현을 흘끗 쳐다보고, 정태와 잠시 눈싸움을 하다가 말했다.
"야, 빨리 사서 가자."
소희를 향해 말했다.
소희는 계속해서 수현을 올려다보았다. 수현과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살짝 웃으면서 눈짓했고 수현도 눈꺼풀을 휘며 대답했다. 그러는 모양새를, 성현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성현을 정태가 주시했다.
"둘은 어떤 관계?"
정태가 성현과 소희를 가리키며 물었다.
"응? 그냥 친구."
소희만 대답했다. 정태가 성현을 쳐다보자 성현이 말했다.
"소희랑은 좀 있으면 사귈 거야."
"어? 야, 무슨 소리야?"
장난인 줄 알고 소희가 웃으면서 성현의 팔을 살짝 때렸다.
"전엔 카톡으로 나 같은 남자 괜찮다며?"
"그냥 한 말이지."
"영화도 같이 봤잖아."
"친구끼리 영화 안 봐? 넌 영화 보면 다 사겨?"
"그럼 그날 키ㅅ……."
"야!"
소희가 성현의 입을 막았다.
소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 개병신같은 게 진짜! 수현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자, 소희는 나름대로 다른 남자애들이라도 사귀어보려고 한 적 있었다. 일종의 어장관리였다. 같이 영화를 보고 분위기에 휩쓸려 키스를 한 번 한 적 있었다. 하지만 수현과 키스한 이후 수현에게 올인하려는 참인데 훼방을 놓는다.
흘끗 수현을 쳐다본다. 별 다른 표정변화가 없다. 그게 더 짜증난다. 다른 남자랑 키스했다는데 저 놈은 왜 동요가 없지? 진짜 짜증나. 이수현!
"흐음."
정태가 둘을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소희의 말이 빨라졌다.
"수현아. 얘가 말한 거는 있잖아……."
"얘한테 왜 변명해? 사겨?"
성현이 말했다. 소희가 눈을 치떴다. 소희는 눈이 크면서도 꼬리가 살짝 올라가 조금 여우상이었는데, 저러니까 정말 까칠해보인다.
그 넷 사이로 또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여, 김성현."
"선배님."
수현이 눈을 들었다.
낯익은 얼굴이다. 선배라는 남학생의 곁에 선 그녀를 보자 확신할 수 있었다. 수현의 눈이 가라앉았다. 자꾸만 치밀던 짜증이, 다시금 심장을 두드렸다.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매점을 향했다. 줄이 줄어들고 있다. 빨리 정태와, 여기를 빠져나가야지.
"니네 너무 시끄럽다. 여기 선배들 많은데 임마."
"죄송합니다."
남자, 바다현이 성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야. 니가 뭐 조폭이야? 그렇게 겁주게?"
당돌한 목소리. 바다현이 미안미안, 이러면서 웃는 게 들렸다. 그녀, 바다현의 연인 주세연의 목소리가 수현의 귀에 선명하다.
"그러지 말랬지. 쫌. 덩치만 커가지고."
"세연아. 다 듣는데 쪽팔리게 자꾸 그럴래?"
"그러면 뭐 어쩔 건데."
"키스해버린다."
"야!"
주세연이 얼굴을 붉히면서 바다현의 가슴을 쳤다. 행복해보인다. 수현의 눈에, 그녀의 마력이 바다현에게로 이어지며 그의 몸을 북돋는 것이 느껴졌다. 바다현은 아마 질병이나 지치는 일도 없이 기세 좋은 생활을 영위할 터였다. 연인을 위한 세연의 배려다. 서로에게 서로의 체취가 묻어 있다.
세연에게는 좋은 일이다. 자신이 저것을 깨뜨린다면 세연에게 면목 없다. 그녀가 수현을 위했고, 수현은 그 빚을 갚았다. 그녀가 바라던 삶이 저것이니 수현이 의식하던 그녀에게의 채무는 끝났다.
하지만, 마음의 문제는 어쩔 수가 없다.
"이수현."
성현이 뒤에서 수현을 불렀다. 내키지 않았지만 뒤돌아보았다. 곁에 바다현이 주세연과 시시덕거리고 있다. 바다현은 싸움패 중에서도 유명하다고 들었다. 그때문인지 김성현은 전보다도 자신에 차 있다.
"너 이소희랑 아직 안사귀지?"
"……."
"김성현."
소희가 나서려 했지만 성현이 막았다.
"소희한테 치근대면 나한테 죽는다. 기억해둬라."
소희가 곧바로 반응했다.
"야!"
이어서 정태가 반응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이 새끼가."
정태와 성현의 시선이 부닥쳤다. 험악한 분위기에, 사이에 끼어 있던 소희가 주눅이 들어 뒤로 물러났다.
이제 모두들 그들을 주목하고 있다.
수현은 그 광경 너머의 세연을 보았다. 히죽거리며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는 바다현, 그 곁에서 묘한 눈으로 함께 구경하고 있다. 마녀인 그녀에게는 이 일들이 장난 같을 것이다. 순간 세연과 수현의 눈이 마주쳤다.
또래 중에서 나름대로 힘이 있는 성현, 그리고 성현에게 모욕당한 수현. 그 반응을 살피는 듯 세연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수현을 관찰했다. 넌 여기서 어떻게 나올까, 하는 눈이다. 수현은 웃음이 나왔다.
수현은 오늘, 내내, 가만히 있었다.
무엇 하나 딱히 나서서 행한 것이 없는데, 주변은 멋대로 돌아가며 시비를 걸었다.
"나가자. 씨발아."
성현이 손짓했다. 정태가 피식 웃으며 눈에 살기가 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수현은 바다현과 그 곁의 주세연을 빤히 지켜보며 손을 뻗어, 소희의 팔을 잡았다. 가느다랗다. 소희가 순간 놀라 수현을 올려다본다. 수현은 세연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으면서, 소희의 허리를 안아당겼다. 소희의 가벼운 몸이 수현에게 안긴다.
이윽고 수현이 세연에게서 눈을 내리깔며 소희와 눈을 마주했다. 동그란 눈이 귀엽다. 수현이 소희에게 가볍게 입 맞추었다. 소희가 경직한 게 느껴진다.
"……."
성현이 입을 벌렸다. 정태도 황당한 눈이다. 성현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악문 채 말했다.
"새끼. 방금 너, 내가……."
"어쩔 건데."
"씨발년이……!"
성현이 수현에게 뛰쳐나갔다. 정태도 바다현도 순간 성현을 놓친다. 성현이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소희가 몸을 웅크리며 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수현이 더 빨랐다. 성현의 주먹이 뻗어나가는 도중에 휘두른 수현의 주먹이, 먼저 때렸다. 수현의 주먹에 성현의 얼굴이 짓뭉개지며 땅에 쳐박혔다.
실내가 조용해졌다. 성현이 콜록거리며 피를 흘렸다. 부서진 이빨조각이 땅에 떨어졌다. 코에서 피가 자꾸 흘러 숨을 쉬기 힘든지 헉헉거린다.
"니가 어쩔 거였는데."
수현이 속삭이며 다시 성현의 얼굴을 밟았다. 얼굴이 바닥에 쳐박히며 우직, 소리가 났다. 순간 비명이 실내를 울린다. 수현은 멈추지 않고 발로 성현의 배를 올려찼다. 그 각력에 성현의 몸이 순간 붕 떴다가 떨어졌다. 배를 붙잡고 우욱거렸다. 수현이 다시금 발로 짓밟자, 그제서야 정태가 수현을 말렸다.
"수현아. 야, 이수현. 그만 해."
"야. 일학년. 미쳤냐?"
바다현이 다가왔다. 정태나 성현보다도 크다. 금방이라도 수현의 뺨을 갈길 것처럼 험악했다.
수현은 바다현보다도 세연을 먼저 보았다. 세연의 눈이 커져 있었다. 수현의 정체는 몰라도, 적어도 그가 능력자라는 걸 느꼈을 테다. 웃음이 나왔다. 바다현이 성현과 같은 꼴이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녀의 몸에서 마력이 피어오르는 것도 같았다.
"너희들 뭐야!"
우르르 모인 학생들이 홍해처럼 갈라지고 그 사이로 등장한 회초리 든 사나이.
사실상 수현을 벌 세워서 정글에 빠져들게 한 가장 큰 원인제공자.
그 사나이는 성현을, 수현을, 정태를, 바다현을 차례로 쳐다보았다.
성현을 뺀 셋에게 해두산이 헤드샷을 날렸다.
*
"이수현……."
예지윤이 한숨을 쉬었다.
이수현, 이소희, 박정태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예지윤이 다리를 꼬며 엄지손가락의 살 오른 부분을 살짝 씹었다.
"얌전하던 녀석이 갑자기 왜 그랬어?"
성현은 병원에 직행했고, 당사자들은 담임에게 인계되었다. 예지윤은 셋을 빈 상담실로 데려왔다. 푹식한 쇼파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누구 하나 앉아 있지 않다. 예지윤만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심각한 분위기에서도 수현은 예지윤을 관찰했다. 평소처럼 스키니진에, 상의는 하늘색 반팔 블라우스를 입어서 편하면서도 단정한 분위기였다. 단추를 열어 쇄골을 드러내놓았고, 그 위에는 은색 십자목걸이를 걸었다. 정말로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예쁘고 섹시한 여선생님이었다.
"너무 예뻐도 문제다. 그치. 소희야."
"죄송합니다……."
"소희 네가 직접적으로 잘못한 건 없지만 앞으로는 주의해. 네가 확실하게 안하니까 애들이 싸우잖아."
"네."
"박정태 너도 잘한 거 없어. 싸움 잘한다며. 빨리 말렸어야지."
"죄송합니다."
"그리고 수현이 너는……."
지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둘은 교실로 가 있어."
소희와 정태가 상담실을 나갔다.
수현과 지윤, 둘이 남았다. 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발치를 쳐다보다가 흘끗, 눈을 들었다. 예지윤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수현도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예지윤이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수현은 그녀를 위해 눈을 피해주었다.
"소희 많이 좋아하니? 그래서 화난 거야?"
"……."
"선생님한테 솔직히 말해줘. 그래야 이해를 하지."
"그냥 짜증나서 때렸어요."
"그게 대답이 돼?"
"사실인데요."
예지윤이 손으로 관자놀이를 툭툭 건드렸다.
"수현이 너 지금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지?"
수현이 순간 고민했다.
사실 오피스텔 놔두고 지금은 큰 저택에서 누님 둘과 여자애 하나 데리고 살긴 한다.
"네."
"가족이랑 떨어져 사니까 어때. 괜찮아?"
"익숙해요."
"그래……."
예지윤이 말했다.
"반성하고는 있어?"
"예."
"진짜?"
"네. 반성하고 있습니다."
세연 때문에 감정에 휩쓸리는 게 아니었다.
"선생님이 생각해봤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거야. 수현이 니가 그런 애가 아닌 걸 선생님도 아니까. 너 믿어. 그러니까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해. 알겠니?"
"네. 감사합니다."
"남자애니까 싸울 수도 있어. 어쩌겠니."
"……."
"한 번쯤 실수할 수도 있는 거고, 소희 일도 있었고…… 그래. 이번에 잘 배워서 다시 실수하지만 말아. 알았지?"
예지윤이 수현의 어깨를 잡았다.
"언제 한 번 너희 집에 가봐야겠다. 너 제대로 지내는지 못미더워. 이수현."
"예. 먹을 거 사들고 오세요."
"흐흥. 입만 살아가지고. 알았으니까 들어가."
지윤이 일어났다. 수현이 상담실 입구로 걸어갔다. 문 앞에서 수현이 멈추어 뒤돌아보았다. 예지윤이 쳐다보았다.
"왜? 할 말 있니?"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선생님이라 정말 다행이에요."
지윤이 심장이 쿵쾅거렸다. 얘는 왜 이렇게 생겨먹어서 교사인생의 위기를 드리우는 건지. 외롭게 혼자 살 터인 수현이 안쓰럽기도 해서 지윤은 수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