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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달콤한 독
예브게냐가 쇼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커피를 홀짝였다. 인스턴트라니, 최악이다. 그리고 흘끗 현관을 바라보았다. 교복을 입은 수현이(귀여워서 계속 보고 말았다.) 집을 나서고 있었다. 정하가 배웅한다. 방금 전까지도 둘은 엉켜 있었다. 신혼부부도 아니고, 예브게냐가 눈뜬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둘은 음란하게 얽혀 있다.
정하는 수현을 내보낸 후 곧바로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시작했다. 분명 모니터를 보며 헤드셋을 낀 것 뿐인데, 정하는 마치 게임용 헬멧이라도 쓰고 하는 것처럼 현실과의 벽을 형성시켰다. 엄청난 집중력이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퀸즈 네스트 클랜은 거의 궤멸했다. 러시아에 남은 클랜원들은 그다지 많지 않고, 능력도 약하다. 한국에 파견했던 클랜원들도 대부분 죽었고 남은 이들은 예브게냐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었다. 클랜따위 해체해버리던지 해야겠다.
또한 수현에 대해 생각했다.
수현이 사실은 엄청나게 강한 능력자고, 정하는 종속당한 노예였고, 다 죽어가는 자신과 정하를 구하고 그놈들을 몰살시킨 것도 수현이라고 했다. 믿기지 않았지만, 어차피 자신의 정신지배도 통하지 않았으니 측정할 방법도 없다.
게다가 정하를 몇 번이고 헤롱헤롱하게 만들어버리는 그 정력은…… 둘의 행위를 라이브로 봐야 했던 예브게냐는 자신의 다리 사이가 화끈거리는 걸 몇 번이고 억지로 잠재웠다. 예전에 예브게냐가 아무 것도 모르고 수현을 유혹했을 때, 그녀는 끝까지 하지도 못하고 실신했었다. 남자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때의 행위가 그녀에겐 생을 통틀어 가장 큰 쾌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는데 정하는 그 꼬마와 매일 뒹굴다니…….
예브게냐는 그녀의 꽃잎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녀는 멘탈마스터, 퀸즈 네스트 클랜의 수장이다. 그깟 꼬마 때문에 이럴 수는…… 흣…… 그녀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다리 사이로 파고든다.
예브게냐는 아직 알몸이었다. 둘이 준다는 옷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너희 따위가 입던 더러운 옷을 내가 입으란 말야? 하고 건방은 떨었다.
예브게냐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 게임에 열중해 주위는 보이지도 않는 정하를 살피고, 종종 걸어 침실로 간다.
침대 바닥에 들어서자마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그녀, 천하의 예브게냐가 자위를 하고 있다니. 게다가, 그 대상이 겨우 고등학생인 꼬마 남자애라니. 머리로는 굴욕적이고 말도 안되는데, 손은 멋대로 꽃잎을 건드리고 있다. 게다가 머리에는 수현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명백히, 수현을 대상으로 자위하고 있다. 바보 같은.
예브게냐는 수현이 자신을 범하는 상상을 하며 꽃잎에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몸이 움찔움찔, 쾌감이 피어올랐다. 자신이 눈떴을 때의, 정하와 수현의 행위를 상상했다. 정하는 이 자리에서 개처럼 엎드려서 그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예브게냐는 그때의 정하가 자신이라고 상상하며 똑같은 자세 그대로 엎드린 채 엉덩이를 치켜올리고, 손가락을 마구 쑤셔댔다. 이성은 지금의 추태를 비난하고 있지만, 욕망이 자꾸만 몸을 덥히고 있다. 정하는 어떤 기분이었을가. 그 거대한 물건이 박힐 때마다 몸이 점점 구겨지며 엉덩이를 치켜올린 음탕한 자세가 되었었다. 육변기. 그게 자신이었다면, 얼마나 황홀했을까.
상상이 명확하고 음탕해질수록 몸의 쾌락은 점점 커져서 척추를 치달렸다. 예브게냐는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자위에 집중하여, 턱으로 타액을 질질 흘리며 꽃잎을 위로했다.
수현의 오피스텔에는 수현이 산다.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수현은 페로몬을 풍긴다. 스스로 억제할 수는 있지만, 이곳에선 매일 정하와 뒹군다. 때문에, 페로몬이 저절로 배어나와 온집에 스며있다.
"아응, 아흣……."
예브게냐가 흐느끼며 자위했다.
*
수현이 오피스텔 현관을 열고 후다닥 들어왔다. 지갑을 두고 갔다.
흘끗 보니 정하는 평소대로 컴퓨터 앞에서 게임 삼매경이다. 옷은 좀 입지, 속옷만 걸치고 와인을 병째로 홀짝이며 게임하는 그 모습이 흔히 말하는 폐인을 닮았다. 하지만 연예인 뺨치는 미모의 섹시한 누님이 저러고 있으니 오히려 자극적이기도 하다. 아, 가기 전에 더 해버려?
지갑을 침실에 둔 것 같은데.
수현이 침실로 들어갔다가, 얼어붙었다.
알몸의 예브게냐가 자위하고 있었다. 엎드려서, 엉덩이를 치켜올린 채였다. 때문에 그녀의 엉덩이가 정면으로 보이는 각도라 그녀의 꽃잎이 환히 보였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 사이에 수현……이라는 이름마저 이따금씩 새어나온다.
가슴이 화끈거렸다. 자신의 이름을 되뇌이며 자위하는 금발벽안의 미녀라니, 수현의 심장에 직격한다.
예브게냐가 수현을 발견하고서 화들짝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흐트러진 몸을 정리하지도 못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여전히 꽃잎 사이에 파묻혀 번들거렸다. 애액이 흐른다. 예브게냐가 말했다.
"수현, 하자."
"저 지, 지각이에요."
"내가 태워줄게."
예브게냐가 애타는 듯 속삭였다.
예브게냐의 차는 람보르기니였지. 그걸 타면, 그녀와 뒹굴고 가도 지각은 면할지도 모른다.
*
"잠깐, 멈춰요!"
예브게냐의 람보르기니는 학교 운동장까지 달릴 기세였다.
"여기서 멈추면 알아서 갈게요."
"멈춰줘."
람보르기니가 멈추었다.
뒷좌석에서 수현 곁에 앉은 예브게냐는 결국 정하의 옷을 입었다. 정하도 몸치장에 열성이라 그녀의 인터넷 주문 때문에 몇 번이고 택배가 왔었다. 걔중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예브게냐가 입기로 했다. 미니스커트에 블라우스였는데, 길이가 길어서 하의를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갈게요. 고마워요."
"갈 거야?"
"네. 학교 가야죠."
수현이 람보르기니에서 내렸다. 예브게냐는 수현을 빤히 쳐다보다가, 수현이 손을 흔들고 뛰어가는 걸 보며 팔짱을 꼈다.
정하였다면 헤어지기 전에 키스했을 텐데.
예브게냐가 본 바에 의하면 수현은 키스를 좋아했다. 하지만 자신과는 섹스할 때 한 번 한 것 외에는 해주지 않았다. 수현이 녹아내릴 것 같은 키스를 해주었을 때에 예브게냐는 곧바로 절정에 오르며 헤롱헤롱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좀처럼 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하랑은 시도 때도 없이 하면서.
왜 저 꼬맹이 생각이나 하는 거야, 하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예브게냐가 말했다.
"쇼핑하러 가야지."
예브게냐가 예전에 갔던 명품 편집매장을 향했다. 그곳의 오너는 예브게냐를 보자마자 굽신거리며 맞이했다. 그녀의 신발을 핥았던 굴욕적인 기억은 지워져 있지만, 그녀의 재력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곳 외에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옷을 산더미처럼 샀더니 어느새 어둑하다. 예브게냐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직 하지 않은 일이 있다.
람보르기니가 도로를 타고 한국지부가 있는 빌딩에 이른다. 예브게냐가 빌딩을 올라가, 퀸즈 네스트 클랜 한국지부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
한국지부에 소속된 클랜원들은 대부분 사망하거나 전투불능이 되었고, 남은 건 지부장으로 임명한 올가와 프리브다의 사용자 세르게이, 그리고 별 쓸 모 없는 몇 명 뿐이었다. 정하에게 초토화된 이후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자숙하고 있으라는 명을 내렸는데.
다같이 영화를 보고 있다.
프로젝터가 벽으로 빔을 분사해 영상을 재생한다. 쇼파에 올가와 세르게이, 그리고 클랜원들이 앉아 맥주와 팝콘을 먹으며 집중한다. 바닥에 머리 박고 반성하는 건 기대 않았지만 이 꼴은 또 속이 꼬인다.
순식간에 예브게냐의 정신지배가 그들의 머리에 침투했다.
그들이 일제히 머리를 붙잡고 바닥을 뒹구는 건 순식간이다.
"마, 마스터!"
예브게냐가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정하의 힐을 빌려 신은 터라, 정하가 좋아하는 킬힐이다. 그녀의 매끈한 다리가 더 없이 유려하게 선을 그린다. 동시에, 스틸레토는 흉기와도 같다. 뒹굴고 있는, 퀸즈 네스트 클랜 한국지부장 올가를 내려다보았다.
"실패한 주제에, 지금 뭐하는 거야?"
예브게냐의 힐굽이 올가의 머리를 짓밟앗다. 상처가 터지고 피가 흘러내렸다. 올가가 용서를 구했지만 예브게냐는 진득하게 힐로 머리를 짓밟은 채 굽을 돌려댔다. 올가가 비명을 질렀다.
"시끄러우니까 닥쳐."
예브게냐가 정신지배로 올가의 머리를 짓밟았다. 몽둥이로 얻어맞는 듯한 고통 속에서 올가는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하지만 예브게냐의 눈은 서늘하다. 더 때리려는 순간이었다.
"마스터, 제 잘못입니다. 제가 보자고 했습니다."
세르게이가 나섰다. 예브게냐는 건방지게 끼어드는 부하를 좋아하지 않는다. 예브게냐가 정신지배로 세르게이를 무릎 꿇혔다. 예브게냐의 의지대로 무릎 꿇은 자세가 된 세르게이가 예브게냐를 올려다본다.
"절 처벌하십시오."
"짜증나는 녀석이네."
예브게냐가 힐로 세르게이를 걷어찼다. 세르게이가 충격에 바닥으로 넘어졌다. 예브게냐가 다가가 몇 번이고 그를 짓밟았다. 온몸에서 피가 터지고 고통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힘이 약한 예브게냐라 해도, 온힘을 다해 힐로 밟아버리면 육체는 찢겨나간다. 세르게이는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하아, 하아…… 너 때문에 땀 나잖아!"
숨을 고르던 예브게냐가 다시 세르게이를 걷어찼다. 세르게이는 기절하여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예브게냐가 나머지를 노려보았다. 다들 공포에 몸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문득 예브게냐의 휴대폰이 울렸다. 수현이다. 예브게냐가 전화를 받았다.
뭔가 못마땅하다는 듯 한국지부 클랜원들을 하나하나 쏘아본다. 다들 움찔거렸다.
"클랜은 해체다."
"……예?"
"그렇게 알아. 앞으로 눈에 띄면 죽일 거야."
그리고 예브게냐가 몸을 돌렸다.
바닥에 웅크려 덜덜 떨고 있던 올가가 훌쩍이며 세르게이를 깨웠다. 세르게이는 여전히 축 늘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