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30화 (3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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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달콤한 독

예브게냐가 눈을 뜬 것은 눈꺼풀을 찌르는 햇살 때문에, 또한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때문이기도 했다. 처음 보는 낮은 천장이었다. 꿈결을 헤매던 감각이 현실로 돌아오지 않아 처음에는 곁의 소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읏…… 하앙……."

여자의 신음소리였다. 교태에 젖어 늘어지는 비음이, 실은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와 닮았다는 걸 깨닫는다. 예브게냐가 몹시 싫어하는 인물이었다. 말하자면 짓밟아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은 여자다.

"으으, 으응……! 아핫……!"

예브게냐가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누운 침대 옆 바닥에 엎드린 여인의 매끄러운 몸이 보였다. 긴 흑발이 땀에 젖어 흐트러진 채 흔들렸다. 그녀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한껏 엉덩이를 치켜올려 농염하게 흔들었다.

예브게냐가 증오하는 뱀파이어, 정하였다.

원수가 성행위 중인 모습을 보는 건 묘한 기분이다. 예브게냐가 몸을 움찔, 떨며 슬쩍 시선을 올렸다. 정하의 엉덩이 위를 왕복하는 거대한 육봉이 순간 눈에 들어왔다. 너무 커서 정하의 속으로 다 들어가지도 않는 것 같다. 예브게냐가 침을 꿀꺽 삼켰다.

한껏 들어갔던 육봉이, 뒤로 빠져나올 때에는 얼마나 깊숙이 찔렀는지 짐작가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뽑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온전히 드러난 거대한 육봉은, 길이와 굵기 모두 엄청났다. 예브게냐의 아랫배가 달콤하게 아려올 정도였다.

단숨에 정하의 엉덩이 속으로 사라진다.

"아하아앙……!"

정하의 얼굴은 쾌락에 진탕된 암컷의 얼굴이었다. 남자가 박아넣을 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밀려나, 육체는 엉망으로 구겨져 바닥에 엎드려진 채 남자의 육봉을 받아냈다. 육변기라는 말이 어울렸다.

예브게냐는 남자를 본다.

정하의 애인, 그 막강한 정력으로 자신을 실신시키고 도망쳤던 동양인 소년, 이수현이다. 얼굴 뿐 아니라, 발가벗은 몸 또한 여자애처럼 아름다운 선을 그렸다. 다만 다리 사이에 매달린 물건만큼은 진짜 수컷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수현 또한 쾌락에 젖은 얼굴로 허리를 율동하고 있었다.

살짝 상기해서, 쾌감에 흐트러진 모양새,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흰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그리고 새까만 눈동자에는, 자신이 품은 정하에 대한 애정마저도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예브게냐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둘이 자세를 바꾸었다. 엎드린 정하의 몸뚱이를 수현이 가뿐하게 들어올려 다시 뒤집었다. 정하를 아이 다루듯 하는 수현의 근력에 예브게냐는 조금 놀랐다. 정하가 키가 큰 데다 수현도 말라서 체구가 비슷했다.

서로 마주보게 된 남녀는, 보고 있는 예브게냐가 민망해질 정도로 끈적하게, 다정하게 키스를 나누었다. 정하의 늘씬한 다리가 수현의 허리를 휘감았다. 키스를 나누던 정하가 결국 수현의 피스톤질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수현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머리가 곤죽이 될 것 같은 쾌감을 감내하느라 다른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정하는 수현의 품안에서 절정에 이르고 몸을 경련시켰다. 히끅거리며 몸을 파르르 떠는 그 모습을 보며, 예브게냐는 같은 여성으로서 정하가 부러울 정도였다. 저런 쾌감은 평생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그녀조차 정신을 잃지 않았는가. 한참을 오르가즘 속에서 몸을 떨던 정하가 이내 축 늘어졌다.

수현은 여전히 정하의 속에 삽입해넣은 채, 붉어진 얼굴로 미소짓는 정하의 뺨을 할짝였다. 정하의 양팔이 수현의 목을 감는다. 다시, 키스가 이어졌다.

보는 예브게냐가 짜증날 정도로, 둘은 한참이나 여운 속에서 서로의 혀를 얽어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치밀어 올라서 예브게냐는 툭 내뱉었다.

"아침부터 뭐하는 거야?"

수현이 엣,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예브게냐를 쳐다보았다. 우, 귀엽다. 예브게냐가 움찔한다. 정하가 고개 돌린 수현의 뺨을 잡고 다시 돌리더니 키스를 이었다. 수현이 당황하며 눈동자를 굴려 예브게냐 눈치를 살폈지만 이내 농염한 키스에 접어들었다.

"그만!"

예브게냐가 빽 소리질렀다. 수현이 정하를 밀어냈다. 정하가 더 매달렸지만 수현의 거부에 결국 한숨을 내쉬고 예브게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자빠져 잠이나 잘 것이지. 멍청한 계집."

"너야말로 발정난 암퇘지처럼 다리 벌리는 것만 머리에 가득하지? 흡혈귀."

둘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해보자는 거야?"

정하가 벌떡 일어났다. 마네킹처럼 늘씬한 그녀의 알몸이 아침 햇살 아래에 빛난다. 그녀의 꽃잎에서 허연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려 허벅지를 타고 떨어졌다. 수현의 것이다. 그럼에도 정하는 당당하다.

예브게냐도 지지 않고 침대 아래로 한 발 내딛고 나섰다.

"좋ㅈ…… 어?"

예브게냐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알몸이다. 백인 특유의 흰 피부와 금색 터럭이 배어있는 다리 사이 비처까지, 하나도 걸치지 않은 차림새였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다가 수현을 쳐다보았다.

한 방에, 알몸으로 마주보는 세 명의 남녀. 하나같이 끝내주는 미인.

"하하, 이미 다 본 사이인데 어때요."

"이게……!"

"니 상대는 나야."

다시 정하와 예브게냐의 눈이 마주치며 불꽃이 튀었다.

순간 예브게냐의 정신지배가 뿜어져나왔다. 멘탈마스터로 이름난 그녀의 강력한 권능이 정하의 머리를 공격했다. 정하가 예브게냐의 공격을 막았지만 완벽하게 방어할 수는 없다. 둘이 한참동안 끙끙대며 마주보았다.

정하가 먼저 달려들었다.

한 걸음 내딛어 예브게냐를 밀친다. 귀족급 흡혈귀의 힘을 가졌다고는 믿기 어려운 졸렬한 공격이다.

예브게냐의 정신지배에 의해 뇌의 일부를 잠식당한 정하는, 예브게냐가 뿜어대는 방해에 능력들 대부분이 봉인당했다. 하지만 지배에 이른 수준은 아니기에 몸은 자유로웠다. 정하가 지금 가능한 최선의 공격인 것이다.

즉, 서로의 권능들이 부닥쳐 힘겨루기를 하느라 동원 가능한 건 서로의 맨몸뚱이뿐이다.

막싸움. 개싸움이 시작되었다.

예브게냐가 침대 위로 넘어지자 그 위로 정하가 올라탔다. 따귀를 때리려 손을 휘둘렀지만 예쁘게냐가 웅크리며 반항하는 바람에 허공을 가른다. 예브게냐가 정하의 머리채를 쥐고 잡아당겨 자세를 반전시켰다. 정하가 깔렸다. 예브게냐가 조소하며 정하를 쥐어박았다. 낮게 신음한 정하가 이를 악물더니, 긴 다리를 들어 예브게냐의 뒤통수를 걷어찼다.

"꺄악!"

둘은 몇 차례 엎치락뒤치락하며 어린애 수준의 싸움을 계속했다.

수현은 내심 재미있어서 구경했다. 예브게냐야 몸치임을 알았지만, 그래도 싸움 좀 한다는 정하까지 같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게다가 아름다운 여인 둘이 알몸으로 뒹구는 모습이 제법 에로틱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저럴 수는 없기에 수현이 나서서 말렸다.

"그만 하세요. 어른들이 애처럼."

수현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떨어뜨렸다.

예브게냐는 한창 싸우는데 수현이 끼어들어 정하와 자신을 밀어내자 일단 숨을 골랐다. 부끄러운 꼴을 보였지만 정하를 어떻게 조져야 속이 시원할 텐데.

자신을 막아내는 수현의 손이 예브게냐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수현의 손가락이 유두를 자꾸만 건드린다. 고의는 아닌 것 같은데 자꾸 의식이 되어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보다, 이깟 꼬마가 감히 날 막아?

"꼬마. 넌 뭔데 껴들어?"

예브게냐가 수현을 째려봤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난 멘탈마스터, 퀸즈 네스트 클랜의 마스터인 예브게냐. 그리고 니 애인 정하. 건방지지만 강력한 흡혈귀고."

예브게냐가 손끝으로 수현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그런데 넌 뭐야? 정하의 애인? 애인이 맞기는 해?"

수현과 정하가 동시에 대답했다.

"네." -수현

"아냐." -정하

순간 수현이 경악하며 정하를 쳐다보았다. 정하도 당황했다.

"누, 누나 속으론 나 싫었어요!?"

"아니!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상처 입은 표정의 수현을 정하가 껴안고 달랬다. 그런 둘을 바라보며 예브게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둘 다 패버리고 싶다.

"나도 좋아하는데!(정하는 부끄러워했다.) 그 이전에 내 주인님이니까 그렇게 말 한 거야!"

순간 예브게냐가 정하를 쳐다보았다. 저 여자가 뭐라고 한 거지?

그 순간 정하의 가슴과 쇄골 사이에 자리한 낙인이 보였다. 예브게냐가 입을 다물었다. 저건 정하의 노예들이 부여받는 낙인이다. 그게 정하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정하가 방금 말한 것, 예브게냐가 그 짓푸른 눈동자로 수현을 돌아보았다.

그런 예브게냐를 향해, 정하가 씨익 웃으며 수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내 주인님이라고. 난 주인님의 노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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