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25화 (2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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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낙인의 주인

밤이다.

한 여인이 빌딩 꼭대기에 서서 운무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옷자락이 팔락거리며, 가느다란 각선미가 언뜻언뜻 비쳤다.

늘씬한 몸매에, 헐리우드 스타처럼 명품으로 치장한 금발벽안의 미녀, 퀸즈 네스트 클랜의 마스터이자, 정글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멘탈마스터.

예브게냐 울야키나. 그녀는 오연히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빛이 그녀의 살갛을 희게 밝힌다. 표정이라고는 없이 싸늘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비서인 사예바가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정하를 찾았다고 합니다."

예브게냐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 정하의 연인이라는 소년이 저택에서 빠져나간 이후, 예브게냐는 더욱 날이 서 있었다. 심복으로 인정받는 사예바조차 함부로 말을 걸기 어려웠다. 예브게냐의 심기를 거스른 클랜원이 벌써 몇 명이나 죽거나, 정신이 파괴되어 바보가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멘탈마스터니까. 오만함은 그녀를 위해 안배된 수식이었다.

"정하는 어디에 있지?"

"피씨방……."

"……."

"사실입니다."

예브게냐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예바가 손짓하자, 하늘에서 헬리콥터가 굉음을 울리며 다가왔다. 프로펠러가 공기를 찢으며 파공음을 냈다. 그녀들의 옷이 휘날렸다. 그 순간, 그녀들 곁으로 환영처럼 한 남자가 나타났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남자가 그녀들의 등에 손을 얹고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가 무어라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셋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간이동능력자가 그녀들을 헬리콥터로 이동시킨 것이다.

정하와 사예바는 헬리콥터에 탑승해 있었다. 헬리콥터가 다시금 고도를 높인다. 열린 문 아래로 밤의 도시가 성냥갑처럼 늘어서 있었다. 불빛들이 모여 아름다운 야경을 이룬다. 그 모습이란.

짓밟아 버리고 싶다. 예브게냐는 생각하며, 웃었다.

"가자. 사냥하러."

헬리콥터가 기우뚱, 하더니 가속하여 날아가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기약된 만남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 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문득 시선을 빗겨올리자, 달이 시리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마음이 으슬으슬 떨려서 예브게냐는 비집고 나오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

어두운 저택의 안, 희미한 전등만을 켜올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끊임 없이 작고 미세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사람의 억눌린 목소리 같기도 했다. 불빛이 흔들리며, 거대한 사나이의 윤곽이 언뜻언뜻 비친다.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하를 찾은 모양입니다."

어두운 실내에 앉아 있던 삭풍 클랜의 마스터, 김상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아래에는 한 여인이 범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엎드려진 채, 눈물을 흘리며 그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그의 육체에 그의 육봉이 삽입될 때마다, 의지와는 관계 없이 피어오르는 쾌락에 신음하고 있었다.

"다른 클랜놈들도 모여 있지?"

"준비 끝났습니다."

"하던 것만 마저 하고 가자고."

김상호가 허리놀림을 빠르게 하자, 여인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의 흉측한 물건이 소녀의 꽃잎을 헤집고 들어갈 때마다 몸은 자동적으로 애액을 토해냈다. 그의 손가락이 소녀의 항문을 쑤셨다.

여인의 질근육이 수축하며 김상호의 물건을 조였다.

그 모습에 부하가 침을 삼켰다.

"왜, 새끼. 너도 하고 싶냐?"

"아, 아닙니다. 불쌍해서……."

"불쌍?"

순간, 김상호의 손이 부하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그의 숨이 막혀든다. 김상호의 핏줄 선 눈동자가 부하를 노려보며 웃고 있었다. 그 안에 깃든 광기를 마주하자, 부하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잊었나본데."

그의 목소리는, 서늘하다.

"여기는 정글이다. 룰은 오로지 승자독식, 강자가 모든 걸 얻지."

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며 숨이 막혔다. 부하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잊지 마라. 이기면 모든 걸 얻는다. 그것 뿐이다."

이곳, 현대 도시의 정글을 헤치는 능력자들이 가슴에 품는 하나의 규칙이다.

승자독식, 승자는 패자의 모든 것을 취한다.

정글에 투신한 이들은 타인에 대한 승자의 권리를 예약 받지만, 패자의 대가 또한 가슴에 새기고 싸워간다. 얻는 만큼 잃는다. 그에 동의한 이들이 살아가는 곳, 그곳이 현대 도시의 정글, 그들이 살아가는 땅이다.

"이년은 내게 졌다. 너에게도 안을 권리를 주지."

김상호가 손을 놓자, 부하가 콜록거리며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에서 이어진 광기가 그의 가슴에 싹을 틔웠다. 부하의 마음에서 검은 불길이 일었다.

그의 말대로다. 이곳은 정글, 도덕과 양심은 시시한 농담거리다.

이미 몇번이고 범해졌는지 여인의 몸은 흰 정액으로 얼룩져 있다. 그 배덕한 광경에 부하의 양물은 이미 발기했다. 이 육체가 자신에게 줄 쾌락에 대한 예감에, 부하의 물건은 점점 크기를 키워간다.

바지를 벗자, 발기한 양물이 드러났다. 여인의 입에 그의 물건이 쳐박혔다. 둘의 육봉이 앞뒤로 소녀를 쑤셔댄다.

김상호가 품에서 알약을 꺼내어, 그녀의 항문에 밀어넣었다. 그것은 직장에서 녹아 흡수되어 온몸으로 퍼진다. 온몸에서 열꽃이 피었다. 여인은, 남자의 양물을 향해 음욕이 치밀었다.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며, 사내의 물건을 입에 물고 핥았다. 머리가 음탕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남자를, 남자의 씨를 몸으로 받아내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문득, 부하는 여인의 곁에 널부러진 진검을 발견했다. 낯익은 칼이었다. 새까만 검집에 손잡이, 칼날만이 시리다.

"이년은 설마……."

"한동안 우리를 귀찮게 한 검은 칼잡이지. 벗겨보니 계집이라 놀랐다고."

"하, 하하하! 그놈, 아니 그년을 저희가 따먹고 있는 겁니까?"

"큭큭큭."

"이 씨발년! 개같은 년!"

부하가 거칠게 허리를 놀렸다. 분풀이라도 하듯 그녀를 학대한다.

김상호가 육봉을 빼자, 여인이 엉덩이를 흔들며 더 달라고 몽롱한 눈으로 애원했다. 그녀는 안타까운 듯 스스로의 손가락으로 꽃잎을 쑤셨다. 검법으로 단련된 그녀의 육체가 욕정에 젖어 번들거렸다.

"난 늘 이겨왔어."

김상호가 소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거칠게 박아넣었다.

그녀는 명백한 쾌락의 교성을 터뜨렸다.

"예브게냐, 정하. 모두 이렇게 만들어버리자고."

김상호의 눈이 빛났다.

삭풍 클랜, 싸울아비 클랜, 용잡이 클랜이 협력하고, 그 연합에 중소규모의 클랜들이 합류했다. 퀸즈 네스트 클랜을 치기 위해 잠정적 연합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중심에는 삭풍 클랜의 마스터, 괴물 김상호가 있다.

*

수현이 학교 숙제한다고 정하에게서 컴퓨터를 빼앗았다. 정하는 수현을 유혹해보기도 하고, 티비를 보며 뒹굴거리다가, 지겨워져서 결국 수현 몰래 집을 나왔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다. 집 근처 피씨방으로 들어가 게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곁에서 자꾸 얼쩡거리는 놈이 있었다. 게임하는 척 하면서 정하를 탐색 중이다. 그 증거로 지금 CS가 적의 반이고 채팅창엔 패드립이 올라오는데 정하 눈치만 살핀다. 너무 어설퍼서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정하가 일어났다.

그녀의 기척에 그는 다시 게임하는 척 했다.

정하가 뒤에서 그의 목젖을 손으로 잡았다. 그가 흡, 하는 소리를 냈다. 동시에 모니터에선 패배 메세지가 떠오른다.

"예브게냐가 보냈니?"

정하의 물음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수현이 멘탈마스터의 힘을 얻었기에 더 얽힐 필요는 없다. 정하는 수현과 지내는 걸로도 행복하기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예브게냐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한동안 몸을 숨기고 있으면 예브게냐도 러시아로 돌아갈 것이다. 수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정하다. 예브게냐도, 어차피 한 번은 짓밟을 필요가 있었다. 살기가 올라온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이 정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인가. 그래서 이렇게 귀찮게 파리들을 풀어놓은 것인가. 예브게냐를 짓밟고 빌게 만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멘탈마스터의 피냄새를 맡고 싶다.

"연락해. 끝장내자고."

정하는 선택했다.

정하와 예브게냐가, 동시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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