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23화 (2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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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쁜 피

예브게냐의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집사가 그들을 맞이했다. 성의 영주가 즐길 것 같은 커다란 식당으로 안내하더니, 상석에는 예브게냐가, 그 양 옆으로는 수현과 사예바가 마주보며 앉았다. 예브게냐가 손뼉을 치자 음식이 하나하나 나왔다.

"꼬마. 이름이 뭐야?"

"이수현이요."

"난 예브게냐 울야키나. 이쪽은 내 비서인 사예바 잔기예프."

이름도 모를 고급스러운 요리들이 차례로 나왔다. 예브게냐와 사예바는 자연스럽게 먹기 시작했고 수현은 눈치를 보며 그들을 흉내내 먹었다. 평소에 먹던 음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씹을 때마다, 새삼 인간이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여기까지 도달했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부탁이 있는데요."

수현이 불쑥 말했다.

예브게냐가 고기를 우물거리며 수현을 쳐다보았다.

"예브게냐 씨는 사람의 기억도 지울 수 있나요?"

"뇌로 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예브게냐가 어깨를 펴며 말했다. 사예바는 말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한 사람 기억을 좀 지워줄 수 있나요?"

"왜?"

"안좋은 기억 때문에 잠에서 깨질 않는 선배가 있는데, 그걸 다 지워주세요.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

"흐음……."

예브게냐가 상체를 수현에게 기울이며 묘한 표정을 했다. 수현이 살짝 뒤로 물러났다. 예브게냐가 생긋 웃었다.

"싫어!"

"……."

"정하 죽이기 전엔 아무것도 안해줘."

"정하 누날 꼭 죽일 거에요?"

예브게냐가 먹던 걸 다 삼키고 대답하려 음식을 오물거리다가, 문득 안색이 나빠지더니 음식을 퉤, 뱉었다. 돌이라도 들었었는지, 혀로 이를 만지작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예바가 흘끗, 곁에 선 집사를 쳐다보았다.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요리사 복장의 사나이를 끌고 왔다. 정갈한 차림새의 예의 바르던 집사가 덩치 큰 남자의 머리채를 붙잡고 질질 끌고 오자 수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주방장은 몸을 떨고 있었다. 그는 예브게냐에게 다가와선 허겁지겁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수현은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로 끊임 없이 용서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딱딱한 게 나왔어. 돌 같애."

"죄송합니다, 마스터! 조개요리는 원래……."

"원래?"

예브게냐가 미간을 찌푸린 채 찌릿, 쳐다보았다. 주방장의 동공이 끊임 없이 흔들렸다.

"아, 안돼……!"

입으로는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주방장의 몸은 스스로 쇠집게를 집더니, 자기 입안으로 그걸 집어넣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끊임 없이 흘러내렸다. 그의 제어를 벗어난 육체는, 멋대로 스스로의 이빨을 잡아 뜯어, 뽑아내고 말았다. 입에서 핏물이 줄줄 흘렀다. 고통 서린 비명이 목구멍에서 쏟아져나왔다.

"우우우! 우에아악! 우우우!"

생니가 뽑힌 채 바닥을 구른다. 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쇠집게를 입 안으로 쳐넣었다. 이빨이 하나 더 뜯기는 파열음이 울렸다.

세 번째도 뜯으려던 그의 몸이, 예브게냐가 시선을 돌리자마자 뚝, 멈추었다. 예브게냐는 다시 음식을 포크로 찍어 입에 냠, 넣었다. 주방장의 몸이 축, 늘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자신의 입을 부여잡고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집사가 손짓하자,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주방장을 질질 끌고 갔다. 몇몇은 달려와 수건으로 뜯긴 생니를 치우고 피를 닦아냈다.

수현은 예브게냐와 사예바를 따라 무어라도 입에 넣었지만 먹을 기분이 안났다. 정하가 예브게냐를 성격파탄이라며 그렇게 진저리를 치더니 사실이었다. 예브게냐는 얼굴만 예쁘지 아주 성격이 더럽다. 저 아저씨 진짜 아프겠다. 이 악녀. 음식 진짜 맛있게 잘 했는데. 이 와중에도 음식이 꼬박꼬박 잘 들어가는 건 포식자가 되어서일까.

"아, 정하를 꼭 죽일 거냐고 그랬지?"

불쑥 예브게냐가 묻자 쫄아있던 수현은 먹던 게 목에 걸렸다.

"읍, 콜록. 콜록콜록. 아, 그, 아뇨. 아니에요."

대답이 필요 없다. 당근 죽이겠지. 이 여자라면.

"안 죽여."

"네?"

"정하가 나한테 죽여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고문할 거야. 아니지. 죽여달란 말도 못하게 바보로 만들어서 이를 다 뽑아버린 후 클랜원들 노리개로 사용해버릴 거야. 머리를 뜯어 고쳐서 남자 없인 잠도 못자는 걸레로 만들어주겠어. 후후."

"……."

"정하가 죽고 나면 네 부탁도 들어줄게. 귀여운 꼬마야. 아니, 수현이랬지?"

완전한 슬라브 혈통의 백인 여성이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수현, 이라고 이름을 발음하니 기분이 묘하다. 저 능숙한 한국어도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기술일까?

식사를 대충 끝내고, 예브게냐와 사예바가 일어섰다. 수현도 엉거주춤 일어섰다.

예브게냐는, 이따 봐, 라며 뒤돌아 걸어갔고, 대신 집사가 수현에게 다가왔다. 집사가 영어로 수현을 안내했고 수현은 어설프게나마 알아들어 따라간 곳은 욕실이었다. 대중목욕탕을 연상케 할 정도로 크다.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탕에는 꽃잎을 띄워서, 좋은 냄새가 난다.

"우와. 우와."

수현은 뭐든지 초고급으로 꾸며진 예브게냐의 사치스런 취향에 감탄하며, 정하를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정하도 예전엔 큰저택에 살던 거 데려온 건데…… 정하 누나도 부자 아냐? 그 누난 왜 나한테 빌붙어서 폐인처럼 있지? 돌아가면 추궁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수현은 몸을 깊숙이 담그었다.

눈을 감은 수현의 귀에 문득 참방, 하고 소리가 들렸다. 또다시 첨벙. 그 집사 아저씨도 같이 목욕하는 건가 싶어서 눈을 살며시 떴다.

수현이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늘씬한 백인 여성 둘이 무어라 말을 하는데, 러시아어라 알아 들을 수가 없다. 그들이 웃으면서 수현을 향해 무어라 말했다.

"여기 여자목욕탕?"

수현이 혼자 아등바등하는데 그녀들이 입을 가리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녀들의 눈길을 따라가니 수현의 다리 사이 남근이 보였다. 수현이 놀라 벌떡 일어서면서 그의 물건이 노출된 것이다. 그녀들은 무언가 칭찬의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발기하지도 않았는데 크기는 크다. 수현은 새삼 자신의 크기에 자부심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물 안으로 몸을 담그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미인들이다. 그들은 목욕시중을 들기 위해 온 여인들이었다.

탕을 즐긴 후에는 물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수현의 몸은 물론 여인들의 알몸도 수현의 눈에 다 보였다. 한 여인은 머리카락이 금발이고, 한 여인은 연한 갈색이었다. 머리를 염색하지 않았단 걸 수현은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생략한다.

그들은 수현의 몸을 씻겨주었다. 거품을 내어 수현의 몸 구석구석 문질렀다. 수현은 타올을 쥔 여성의 손이 아랫배로 다가올 때 잔뜩 긴장했다. 잘못하면 설 것 같다. 게다가 그녀는 수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자세라, 그녀의 얼굴은 수현의 양물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길이 점점 고깃덩이를 향해 가까워졌다.

그녀가 타올로 수현의 다리사이를 거품내다가, 장난스레 웃으면서 손으로 툭, 건드렸다. 그녀의 장난에 수현의 양물은 금새 부풀어버렸다. 성난 육봉이 온몸으로 용트림하면서 일어나자 미녀의 얼굴을 때리고 말았다.

그 여인이 감탄했다. 뒤에서 수현의 등을 맡았던 여인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 둘이 무어라 속닥였다. 수현을 향해 눈짓하는 게 무슨 작당을 하느 것 같다. 그 중 수현의 육봉을 일으켜세웠던 여인이 수현에게 다가와 수현의 목을 감았다.

"저, 저기요?"

그 여인이 살랑살랑 손짓하더니, 스스로는 벽에 팔을 짚고는 엉덩이를 수현을 향해 내밀었다.

컴 온.

늘씬한 다리에, 발달한 골반, 그 아래의 비처. 숨막히는 뒷태였다.

그녀가 다리를 벌리자, 욕탕의 습기 때문일까, 젖어서 살짝 열린 채 남성을 기다리는 그녀의 꽃잎이 보였다. 수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발기한 양물이 저 좁은 틈을 헤집고 꿰뚫고 싶다며 몸을 뒤틀어댔다.

뒤에서는 다른 여인이 뒤에서 수현을 끌어안고, 앞으로 밀고 있었다. 그녀의 젖가슴이 수현의 등에 닿았다. 수현의 귀에, 알아들을 수 없는 유혹의 말을 속삭이며 그녀를 취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에이, 모르겠다. 수현은 발기한 양물에서 참을 수 없는 갑갑함을 느꼈다. 저 안으로 들어가 꿰뚫으면 이 갈증이 가실 것이다. 뒤에서 껴안은 여인이 수현의 손을 이끌어 그녀 자신의 꽃잎에 댔다. 물이 흐르고 있다. 그녀들도 흥분한 것이다. 수현이 달려들어 여인의 꽃잎에 양물을 찔러넣었다.

"아흐읏……!"

여인이 신음했다. 커다란 크기에 믿을 수 없는지 몸을 바르르 떨며 수현 육봉의 위용을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었다. 한 번 삽입한 것만으로도 여인은 가볍게 가버렸는지 길게 비음을 질렀다.

수현이 허리를 흔들었다. 앞뒤로 그녀의 꽃잎을 헤집을 때마다 여인이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다. 수현의 육체는 이제 보통 인간의 수준이 아니기에, 쾌락을 좇아 마구 허리를 흔들어대자 여인의 다리는 금새 풀려서 바닥으로 서서히 주저앉아갔다. 수현은 끝까지 좇아 그녀의 꽃잎을 꿰뚫었다. 서서 벽을 짚고 있던 여인의 자세는 결국, 다리가 풀려 바닥에 엎드려진 채 수현에게 마구 박히는 자세가 되었다.

뒤에 서 있던 여인도 스스로 꽃잎을 애무하며 그 광경에 자위하고 있었다. 동료가 꿰뚫리는 광경에 몸이 달았는지, 수현에게 다가와 혀를 내밀었다. 수현은 아래의 여인에게 삽입하면서 다가온 여인과 끈적하게 키스한다.

짝짝짝!

문득 박수소리에 화들짝, 셋이 동시에 그곳을 보았다.

사예바가 무표정하게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러시아어로 무어라 말하자, 여인 둘이 몸을 추스르고는 욕탕을 나섰다. 수현에게 박히던 여인은 아쉬운지 자꾸만 수현을 뒤돌아보며 스스로의 몸을 달랬다. 밖으로 나가면서도 수현의 육봉 대신 스스로의 손으로 자극할 정도로 여운이 남은 것 같았다.

"즐기는 중에 죄송합니다만, 마스터께서 기다리십니다. 마무리하고 오시지요."

그리고 휙, 돌아 나갔다. 수현은 발기한 양물을 억지로 참으며 몸을 헹구었다.

그리고 사예바의 안내를 따라 가운만 입고, 저택 복도 너머 깊숙한 곳에 위치한 문 앞에 이르렀다. 사예바가 말했다.

"들어가십시오."

"당신은요?"

"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예바는 고개 숙이더니, 몸을 돌려 가버렸다. 수현은 방문을 보며 침을 삼켰다. 이 안에 들어서자마자 클랜원들이 떼로 날 기다리는 거 아냐? 하지만 겁이 나진 않았다. 사실, 그러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포식자니까.

단련을 하지 않아도, 능력을 시험하지 않아도,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부술 수 있는지 나날이 명료해지고 있다. 아직 모르는 것은 하나다. 누구를 짓밟아야 할 것인가 뿐.

적이라면 짓이기고 찢어발겨 그 피를 마실 테니까.

수현이 문을 열었다.

저택에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방이었다. 넓은 방 가운데에는 커다란 침대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얇은 커튼이 침대를 두르고 있어, 그 안의 희미한 실루엣만 보일 뿐이었다. 혹시 고급 모기장인가, 하고 수현은 생각했다.

"수현?"

"네."

예브게냐의 목소리다.

"이리 와."

수현은 싫어요, 라고 하려다가 아까의 요리사를 생각했다. 생니 뽑아버리는 여자다. 수현은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랐다.

수현이 조금 다가가자, 커튼 안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커튼이 두 개가 맞닿는 지점에서, 천자락이 살짝 열리더니 그 안에서.

미끈한 발이 스르르 나왔다.

발에서 발목, 종아리가 서서히 드러난다. 너무나 아름답게 뻗은 다리였다. 정하 못지 않은 날씬한 각선미다. 피부는 흠이라고는 없다.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의 다리가 서서히, 무릎까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수현의 숨이 조금 거칠어진다.

저 안에 예브게냐는 혹시, 알몸인 걸까.

예브게냐가 말했다.

"내 발을 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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