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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달과 독주(毒酒)
두 기운이 맞닥뜨리며 폭발했다. 그 여파로 정하가 밀려나 공장 벽에 부딪치며 입에서 선혈을 토해냈다. 세르게이 또한 양팔이 피투성이가 되어 축 늘어뜨린 채 숨을 헐떡였다.
상성이 안좋다. 세르게이의 프리브다는 뱀파이어를 상대로 효율이 너무 좋다. 정하가 날개를 팔락이며 비칠거리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흡혈귀를 쫓아가서 쳐!"
올가가 허공을 할퀴자, 정하가 눈 앞에 얼음의 손톱이 생겨나더니, 올가가 휘두른 그대로 정하를 공격했다. 정하가 날개를 펼쳐 막았지만 날개가 찢어졌다. 정하가 낮게 신음했다.
공장의 부서진 유리창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니, 석양은 침몰 직전의 홍조를 펼쳐내고 있고, 어스름이 도시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정하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녀가 날개를 펼쳐 나머지 유리창을 부수고 공장 바깥으로 날아올랐다.
올가의 공격이 몇 번 정하를 명중시켰지만 정하는 견뎌냈다. 뒤이어 세르게이의 빛줄기와 클랜원들의 화력이 집중되었지만 정하는 그들의 시야 바깥으로 날아올랐다.
"빌어먹을. 무조건 우리가 잡아야 해."
올가가 이젠 점으로 보이는 정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야 살 일말의 여지라도 있어."
올가가 클랜원들을 향했다. 그들의 얼굴이 굳어 있다. 퀸즈 네스트에서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데 적에게 농락당하고 조롱당했다. 그들은 이미 퀸즈 네스트 명부에서 사망자로 이름 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집행하러 멘탈마스터가 올 터이다. 만약에, 다시 정하를 붙잡는다면, 어쩌면은 살 수도 있을지 모른다.
"모조리 풀어서 정하를 추적해. 세르게이, 주술사들에게 연락해서 운무시에 결계 치라고 해. 정하가 벗어나면 안돼. 용병이라도 구해서 최대한 손을 늘려.
"예!"
"세르게이."
"예?"
"다시 잠그자. 지금 빛돌이 같애."
세르게이는 가만히 있어도 빛을 번쩍번쩍 뿜어내고 있다. 민간인이 본다면 비명을 지를 만한 기괴한 모양새였다. 세르게이가 순순히 머리를 내밀었고, 올가가 봉인 주문을 외우자, 세르게이가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클랜원들은 차례로 자동차에 탑승했다. 운무시를 휘젓기 위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바닥에 가라앉은 정하가 다시금 수면으로 떠오를 때까지.
문득 올가가 차창 밖의 하늘을 보았다. 어스름이 깔려오고 있었다. 불안해졌다. 곧 밤이다. 해가 떨어지면 도시에 어둠이 가득할 것이다.
*
비밀번호를 치고, 오피스텔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수현이 서 있었다.
"괜찮아요?"
정하는 지금 어디서 구했는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들에게 발가벗겨졌던 걸 수현에게 굳이 들키고 싶지 않다. 정하가 생긋 웃으면서 손바닥으로 팔락팔락 부채질을 했다.
"아, 덥다. 주인님. 샤워해야겠어."
"퀸즈 네스트 클랜은요?"
"적당히 죽였어."
"……다치진 않았어요?"
수현이 눈썹을 찌푸리며, 아몬드형 눈동자를 늘어뜨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 얼굴이 정하의 가슴을 직격했다. 정하는 참지 못하고 수현에게 달려들어 껴안고 뺨을 비볐다. 수현이 반항했지만 정하에게 깔려서 입술까지 내주고 만다.
정하는 자신이 흘려준 타액을 수현이 다 마시고서야 풀어주었다. 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노예인지.
"이제 어떻게 할 건데요?"
"멘탈마스터가 오면, 걔도 잡아야지."
"……고마워요."
"말했잖아? 주인님 아니었어도 하려던 일이었어."
세연을 종속시키려던 것도, 예브게냐와 끝을 보려고 슬레이브를 늘리던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정하는 고백했다.
"그래도……."
수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하를 올려다본다.
정하가 윙크하고는, 수현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수현이 몸을 부르르 떤다. 정하가 수현의 옷을 벗겨내면서 속삭였다.
"하고 싶어. 주인님. 해줘."
일부러 참아준 거였다지만 그들이 지분댔던 게 아직도 선연하다. 예전이었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데, 수현 때문일까, 참을 수 없이 불쾌하다. 아직도 몸에 오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 이 더러운 기분을 풀어줄 방법은 오직, 이 귀여운 주인님에게 잔뜩 사랑받는 것. 정하는 벌써부터 몸이 달아올라 할딱였다.
수현과 정하가 알몸이 되고, 거실의 침대(침실에는 세연이 있기 때문에 둘의 애정행각을 위해 새로 장만했다.)로 서로 뒤엉킨 채 걸어갔다. 정하가 유달리 적극적이라 수현은 그녀가 이끄는 대로 몸을 내어줄 뿐이었다.
정하의 혀가 수현의 물건을 휘감는다. 금새 부풀어오른 남근이 정하의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정하는 켁켁거리면서도 애정을 다해 그의 물건을 잔뜩 조이고 핥았다. 그녀의 구강 가득 진한 정액냄새가 배어든다. 수컷의, 포식자의 냄새. 농도 깊은 정자의 향. 그녀는 손대지도 않은 꽃잎에서 물이 울컥울컥 배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손으로 꽃잎을 비벼댔다.
수현이 정하의 입에서 양물을 꺼냈다. 수현의 아랫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던 정하가 수현을 말끄러미 올려다본다. 그 자극적인 모습에 수현도 참지 못하고 정하를 옆으로 내팽개치고는 달려 양물을 앞세워 달려들었다.
"주인님…… 여기 해줘."
정하가 엎드린 채 엉덩이를 치켜올린 짐승 같은 자세로, 항문을 가리켰다. 수현이 얼굴을 들이밀고 그녀의 꽃잎에서부터 항문까지, 길게 핥아올렸다. 정하가 허리를 바르르 떨었다.
"기분 좋아…… 흐으응…… 하으……!"
그놈들에게 당했을 때와는 다르다. 정하는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은 이 소년에게 종속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왜 이 소년에게 닿기만 하면 자신은 이렇게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이 쾌락에 허우적대는 것일까.
수현은 정하라는 이십사시간 가능한 최상급의 실습 상대가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숙달되고 있었다. 포식자 특유의 무제한한 정력에, 기운을 이용한 애무 능력, 거기에 능숙함까지 더해지자 정하는 차츰 수현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일이 많아졌다.
수현은 정하의 성감대에 익숙해져 있다. 중지를 정하의 항문에 길게 밀어넣자 정하가 몸을 움찔거렸다. 직장 주름이 수현의 손가락을 꼭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수현은 엎드린 정하를 뒤에서 습격하듯 그녀를 껴안아 목덜미를 깨물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성감대를 건드렸다.
"하으으응……!"
그리고 집요하리만치 그 부위를 짓누르고 긁어댔다. 정하는 허리를 뒤틀면서 몸부림쳤지만 수현의 손끝은 그 한 점을 꿰뚫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정하는 침까지 흘렸다. 척추를 달리는 쾌감에 이성이 마비되고 있었다.
"앗, 거기, 거긴, 하앙, 아하앙……!"
수현이 포식자의 기운을 손 끝에 얹어 그녀의 내부를 긁었다. 정하의 허리가 푸들푸들 경련하며 절정을 맞이했다.
머리가 새하얗게 되며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감당할 수 없는 갈증과 육욕이 샘솟고, 수현을 향한 무제한의 애정 뿐이다. 그에게 사랑받고 싶다. 그에게 음탕한 짓을 잔뜩 당해서 쓰러져버리고 싶다. 그의 정자를 받고 싶다. 절정의 전율을 육체 가득 담아내면서, 정하는 애액을 토해냈다.
그런데 정하가 절정의 여운을 벗어나기도 전에 그녀의 꽃잎을 꿰뚫었다.
너무나 굵어서, 한 번 받을 때마다 질내가 확장되며 간신히 받아내는 기분이다. 때문에 삽입 시의 마찰력은 질주름을 하나하나 다 펴버릴 듯 격렬하다. 질내에 가득한 성감대를 남김 없이 육봉으로 점령해가며, 수현은 자궁까지 닿을 듯 남근을 쑤셔박았다.
"하아아앙……!"
겨우 한 번 박혔을 뿐인데 반쯤 가버렸다. 절정의 여운 위에 더 쌓이는 쾌감에, 그녀는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과부하의 쾌락이 뇌를 진탕시켰다. 정하가 허리를 활처럼 휘며 엉덩이를 더욱 치켜들었다. 그녀가 얼굴을 파묻은 베개는 이미 눈물과 타액으로 범벅이다. 도저히 체액을 몸에 가둘 수가 없다.
수현이 육봉을 빼내자, 스스로 꽈악 조여대던 속살이 놓지 않겠다는 듯 따라가, 질 바깥까지 쭈욱 당겨졌다. 그 당겨지는 감촉에 정하의 눈가에 물기가 맺히며, 쾌락에 엉덩이를 흔들었다.
"아흐, 흐읏! 하아…… 항, 흐으앙……!"
수현이 속도를 높이자, 이 일련의 과정이 짧은 시간에 거듭되며 정하의 정신을 짓이겨댓다. 수현이 주는 쾌락에 머리가 핑 돌아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짐승처럼 엉덩이를 들이댄 채 어서 더 박아달라고 살랑살랑 흔들며 그에게 교태를 부리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
한 번 박힐 때마다 한 번의 절정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머리 가득 폭죽이 터지는 것 같다. 삽입시마다 질근육은 제 스스로 수현의 육봉을 꽉 물어댔다.
수현 또한 정하의 달콤한 육체에 몸이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강철처럼 단단해진 육봉이 그녀의 속살에 파고들 때면 그녀가 꽉 물고 삼켜버릴 듯 빨아들였다. 뒤에서 정하를 끌어안고, 허리만 미친 듯이 움직여댔다.
젖은 점막이 서로 마찰하며 철퍽거리는 소리가 방안 가득하다. 천하의 정하도, 평범한 고등학생이던 수현도 이제는 동물이 되어 서로 교접하는 일만 머리에 가득했다. 철퍽철퍽, 짐승처럼 서로의 생식기를 결합시킨다.
"가요, 누나……!"
"하으, 하앗…… 싸 줘, 가득…… 주인님 정액…… 흐응, 으흐응……!"
이미 쾌락에 몇 번이고 헤롱헤롱해진 정하는 마지막의 거센 폭풍을 느끼며 몸 전체를 경련했다. 수현 또한 꽉 조이고 빨아대는 정하의 꽃잎에, 육봉을 뿌리 끝까지 삽입하여 하나가 된 채 정액을 뿜어냈다. 뜨끈한 액체가 정하의 자궁을 몇 번이고 때렸다.
"하아아앙……!"
사정이 끝난 후에도 정하는 삐끗삐끗, 몸을 경련하며 절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둘은 마주보는 자세가 되어 끌어안고 키스를 나눈다. 아랫도리는 결합한 채다. 정하의 꽃잎은 정액 하나도 놓치지 안겠다는 듯 꽉 물어댄 채 놓아주지 않았다.
"하아, 하아…… 주인님……."
"누나, 하아……."
정하가 수현을 끌어안은 채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나 주인님 사랑하는 것 같아……."
그녀의 말에, 수현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정하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한다고까지 고백하자, 걷잡을 수 없이 설렌다. 수현이 어린아이처럼 정하의 입술을 탐했다.
"아까 힘을 많이 써서 주인님 피 필요한데."
수현을 가볍게 밀어내며 정하가 말했다.
"아까 많이 먹었잖아요."
정하가 수현의 피를 먹었을 때, 그 격렬한 힘의 소용돌이에 전율했다. 어느정도냐 하면 그 기운이 너무 강력해 정하조차 다 소화하지 못하고, 일부만 힘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샘솟았다. 수현의 피만 공급된다면, 정하의 단일 전투력은 유럽에도 몇 없는 뱀파이어 귀족급이다.
정하는 말없이 혀를 내밀어 수현의 목을 핥는다.
"알았어요."
정하가 배시시 웃으며 수현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피를 빼앗길 때의 특유의 쾌감이 다시금 수현을 휘감았다.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몸에서 체액이 새어나간다.
"우, 흐으……."
수현의 양물에서 다시금 정액이 발사되었다. 정하는 기분좋은 표정으로 수현의 목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정말로 맛잇는 피였다. 자신의 품에서 쾌락에 안겨 부들거리는 수현의 모양새가 정하를 들뜨게 했다.
그때였다. 수현 또한 정하의 목을 물어버린다.
서로의 목을 문 모양새가 되었다. 정하 또한 소량의 피를 빨리며, 흡혈의 쾌락에 빠져들었다.
"으……으읍?"
수현이 복수의 뜻으로 씩 웃으면서 정하의 목덜미를 물고 빨아들인다. 정하 또한 눈이 풀리며 쾌락에 잠식되어갔다. 한 흡혈귀와 흡혈귀의 능력을 얻은 소년이, 서로 물어주면서 쾌락을 나누었다.
동시에 수현이 허리를 움직여 피스톤운동을 시작했다. 정하의 눈이 커진다. 이렇게 흡혈의 쾌락에 몸이 노곤해져 헤롱거릴 때 이렇게 공격해버리는 건, 반칙이다…… 정하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뻗어 수현의 허리를 휘감았다. 이제, 생각따위는 불가.
둘은 짐승이 되어 서로 물고 빨고, 박고 박히며, 뇌가 망가져버릴 것 같은 쾌락에서 몸부림쳤다.
이런 거 당해버리면, 정말 주인님을 벗어날 수 없잖아…… 정하는 쾌락에 신음하다 못해 눈물로 흐느끼면서 생각했다. 정하는 몸에 새겨지는 쾌락들에 차츰 길들여져갔다.
*
둘은 샤워실에서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정하와 수현의 샤워는 행위의 연장이 되어버려서, 안에서 진하게 즐기고 나오는 것이 당연해졌다. 밖에서 잔뜩 한 데다가 안에서도 격렬하게 해버리는 바람에, 수현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으으으…… 하면서 휘청휘청거렸다. 반면에 정하는 에너지 덩어리인 수현의 피를 잔뜩 먹고, 수현의 정액도 잔뜩 받아서 상태가 아주 좋아보였다. 얼굴이 뽀얗고 몸에는 탄력이 넘친다.
수현은 어느새 샤워 후의 일과 - 물수건으로 세연의 몸을 닦아주고 나오니, 정하는 요새 잘 입지 않던 예의 미니 드레스에 킬힐 차림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스타일이다. 여전히 고혹적이고 색기가 넘친다. 스커트는 당연히 몹시 짧다. 말하자면 정하의 유니폼이다.
그녀는 베란다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피처럼 붉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입술을 타고 흐르는 붉은 액체를 혀로 내밀어 날름, 마셨다.
제법 마셨는지 와인병이 거의 비어 있었다.
"왠 술이에요?"
"달이 좋잖아. 이런 밤을 장식하는 건 피처럼 붉은 와인과……."
수현을 돌아보며 생긋 웃었따.
"적들이 흘리는 피가 적당하지."
"……도와줄까요?"
"아니. 괜찮아. 오히려 내가 하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하는 수현을 위해서나, 멘탈마스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억지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즐기는 것이다.
그녀는 극동 최강의 뱀파이어, 밤의 악몽이자 종속의 낙인의 주인인 정하다.
밤을 틈타 적을 사냥하고, 적을 찢어발기는 것은 그녀의 유희이다. 그녀가 하늘의 달에 눈을 붙박는다.
달은, 요사스러운 그믐이다.
정하의 입가에 떠오른 가느다란 미소를 닮아 있었다.
정하의 온몸에서 흐르는 요기에 파지직거리며 공기가 울릴 지경이다. 정하는 사뿐히 수현에게 다가왔다. 그녀에게서 와인 냄새가 그윽하게 퍼져들었다. 술기운에 살짝 상기한 그녀의 얼굴이 아름답다.
정하가 수현의 턱을 붙잡고 키스했다.
"다녀올게, 주인님."
그리고는 정하는 밤바람처럼 스르르, 어둠속으로 스며들었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현은 정하가 보인다는 듯이 오로지 창밖의 한 점을 바라보고 있다.
밤이 내려앉은 도시, 그믐이 뜬 하늘, 빌딩 숲 위의 허공에, 날개를 펼친 뱀파이어가 달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까마득한 밤이다.
피처럼 붉은 와인이 어울리는 밤 ─ 정하의 시간이다.
수현이 속삭였다.
"아씨, 힐 신고 돌아다니지 말라니깐……."
걸레로 정하가 서있던 자리를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