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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주님을 위하여
수현이 정하의 팬티를 잘랐다. 피어나는 포식자의 기운으로 그어버리자, 너무나 쉽게 두 동강 나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드러난 꽃잎에 손가락을 무작위로 밀어 넣었다. 그녀가 고통 어린 신음을 뱉었다.
"흐읏……!"
"뭐든 해도 되겠죠?"
수현이 손바닥으로 정하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정하가 반동으로 앞으로 살짝 밀려나갈 정도였다. 그녀의 흰 엉덩이에 붉은 자국이 피었다.
"아학……!"
수현은 거침 없이 세 번 더 후려갈겼다.
"흐, 아흐윽! 그만……!"
정하의 엉덩이가 새빨갛다. 수현이 정하의 엉덩이를 더 때리려고 손을 들어 올리자, 정하가 움찔, 떨며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수현이 흐응, 하고 언짢다는 듯 정하의 엉덩이를 쓰다듬다가, 살짝 꼬집어 비틀었다.
"흐으, 흐……!"
"그 잘난 승자의 권리 만끽하니까 좋네요."
수현 바지와 팬티를 벗어 던졌다. 왠만해선 받아들일 수도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육봉이 튀어올랐다. 그러자 수현의 체취가 가득 방안에 끼쳐갔다. 암컷을 들뜨게 하는 수컷의 냄새였다. 수현이 예고도 없이 정하의 꽃잎에 물건을 밀어넣었다.
"으흐응……."
정하가 억눌린 신음소리를 냈다. 수현이 물건을 박아넣은 채 살짝 몸을 뒤트니, 정하 또한 움찔하며 반응했다. 그 민감한 반응에 수현이 재미있다는 듯 몇 번 피스톤질을 하자, 정하의 입에서 교성이 터져나왔다.
"흐, 흐아, 으으응, 하앙……."
"즐기라고 안했어요."
수현이 허리를 멈추었다. 그리고 정하의 엉덩이를 다시 후려쳤다.
정하에게서 고통의 비명과 동시에, 근육이 수축하면서 질이 수현의 물건을 바짝 조여왔다. 그 감촉을 느끼면서 수현이 다시금 정하를 때렸다. 정하는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채 바들바들 떨 뿐이었다.
수현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물건은 그 존재만으로도 정하의 질의 주름을 가득 채우고 들어가서, 정하는 질주름 하나하나가 마찰하며 펴지는 쾌락에, 상체를 바닥에 의지한 채 쾌락에 떨 뿐이었다.
"하, 하으아…… 아흐, 흐윽…… 하, 하앙…… 아앙!"
정하를 복속시킨 이후로 둘은 매일,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에 관계를 맺었고, 수현도 이제 허리놀림이 능숙했다. 둘은 질리지도 않고 몸을 얽었으므로 서로의 몸도 익숙했다.
수현의 허리놀림이 빨라졌다. 그녀의 꽃잎에서 애액이 흘러내려 수현의 물건을 적셨다. 한층 미끌해진 그녀의 내부는 한치의 틈도 내주지 않고 쫄깃하게 수현의 육봉을 감싸안아왔다.
수현이 포식자의 기운을 물건에 집중했다. 정하와의 관계 중에 생각해낸 테크닉으로, 행위 중에 우연히라도 사용하면 이상할 정도로 정하가 쾌락을 느끼는데서 알게 된 기술이었다. 그녀가 너무 과하게 반응해서 잘 사용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유두를 애무할 때 정도만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수현은 정하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남근에 기운을 두른 채 그대로 삽입해들어갔다.
"아흣……!?"
정하의 몸이 경직되었다. 수현이 거침없이 앞뒤로 허리를 흔들자, 정하는 눈을 크게 뜨고 미칠 것 같은 쾌락에 몸부림쳤다.
"잠깐, 그, 그러면…… 흐, 하앙…… 아흐으, 흐앙……!"
수현의 물건이 자신의 속살을 꿰뚫고 깊은 곳에 닿을 때마다, 정하는 폭죽이 터지는 듯한 쾌감에 허리가 휘어질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이성은 희미해지고, 오로지 수현의 살덩이가 주는 쾌락만 좇게 되었다. 육봉이 한 번 꿰뚫을 때마다 필사적으로 질을 조여대며 한 줌의 쾌락이라도 더 얻으려 발버둥쳤다. 허리는 이미 수현의 리듬을 따라 교태스레 흔들리고 있었다.
점점 쾌락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조금 더 가다간 이상해져버릴 것 같다. 머리가 녹아내린다. 자신의 온몸이 수현에게 관통되는 느낌 속에서, 이대로 사라져도 좋다고 생각하는 찰나였다.
수현이 물건을 뺀 채, 다시 밀어넣지 않았다.
수현의 율동을 따라 허리를 내밀던 정하의 질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정하는 멍해졌다. 이렇게 멈춰버리면 참을 수 없는 갈망과 기갈에 몸이 말라버릴 것 같다. 애액이 질질 흐르는 그녀의 꽃잎은 어서 수현의 육봉을 달라고 움찔움찔거렸다.
"왜, 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정하가 목을 돌려 수현을 쳐다보았다. 애원하는 가엾은 얼굴이었다.
수현은 정하를 쳐다볼 뿐이었다.
"왜요?"
"계속…… 하지 않아?"
수현이 한 번, 그녀의 속살에 길게 삽입해서 조임을 만끽하곤 빼내었다. 찔걱거리며 음탕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놓지 않겠다는 듯 정하의 속살이 물고 늘어졌지만, 결국 육봉은 그녀의 속을 벗어나고 말았다. 그 이탈의 여운에도 정하는 느끼고 말았는지 몸을 움츠리고 바르르 떨었다.
"더 원해요?"
정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타는 애원이었다.
수현은 지금이라도 정신 없이 그녀에게 올라타 허리를 흔들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서 정하를 학대했지만, 그녀를 엎드리게 하고 허리를 흔들던 도중에 정신이 돌아왔다. 포식자와 수현의 인격 사이의 괴리는 차츰 줄어들고 있었다. 이젠 수현 스스로도 묘한 쾌감이 일어서 정하를 괴롭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이수현이었으므로 죄책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터질 것 같은 흥분이 머리를 잠식했다.
수현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머릿속 대사를 내뱉었다.
"그럼, 누나는 제 변기라고 선언해요."
정하가 수현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녀로서는 말할 수 없는 굴욕이리라.
수현이 손을 뻗어 정하의 새하얀 등을 쓰다듬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그녀의 등은 매끄러웠다. 수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이 아름다운 육체에, 도취감을 느끼며 수현이 말을 이었다. 인터넷으로 배운 행동이다.
"제가 오줌이 마려우면 변기에 싸듯이, 정액을 받아주는 변기라고."
여기서 야설과 망가가 한 소년의 인성을 파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는 수현이 육봉을 정하의 꽃잎에 대고 비비며 애태웠다. 정하는 몸을 파들파들 떨면서, 굴욕적인 명령에 굴복했다.
"나, 나는……."
정하의 클리토리스에 수현이 손가락을 얹었다. 슬며시 비볐다. 피어오르는 쾌감에 정하가 콧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주인님의…… 변기입니다……."
"안들려요."
"저는 주인님의 변기입니다……."
정하가 말을 마치고 입술을 깨물었다. 수현은 안쓰러워져서 정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애써 참던 욕망을 터뜨렸다. 육봉을 거세게 찔러넣었다. 삽입에 정하가 허리를 휘며 반응했다. 수현도 쾌락에 머리가 녹아내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이제, 엎드리지 않아도 돼요. 이제……."
수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하가 몸을 돌렸고 둘의 자세가 뒤엉키며 바닥에서 마주했다. 둘은 정신없이 키스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타액이 서로의 턱을 따라 흘러내리고, 둘의 애액이 질펀하게 뒤섞여 살 부딪칠 때마다 젖은 마찰음이 울렸다. 정하의 두 다리가 수현의 허리를 휘감았다.
정하는 몇 번이고 절정에 도달해 몸을 경련했지만 수현은 끝나지 않았다. 정하가 절정에 도달해 쾌락의 끝에서 노니는 도중에도, 수현의 육봉은 그녀의 꽃잎을 유린했다. 그녀를 가득 채워오는 거대한 물건은 약간의 느슨함도 용납지 않는다. 절정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치고 들어오는 열기에, 쾌감은 서로 제곱하며 몇 배로 그녀의 뇌를 휘저어댔다. 정하는 입을 벌리고 타액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쾌락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수현도 이내 한계가 다가왔다. 그녀의 자궁 깊은 곳을 찌르고, 그곳에서 멈추어서는 울컥울컥 정액을 토해냈다.
정하는 자신의 속을 채워드는 뜨끈한 정액에 아랫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수현을 끌어안고 다시금 절정을 느꼈다. 그녀의 몸은 몇 번이고 전기에 감전된 듯 경련했다. 그녀가 경련하며 꽃잎이 조여들자, 수현은 정액의 찌꺼기까지 다 토해내고 말았다.
"하아, 하아……."
정하는 살면서 처음 느끼는, 흡혈귀가 된 긴 삶 동안에도 경험한 적 없는 쾌락의 폭풍에 머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다. 시야조차 멋대로 빛이 뒤섞여, 시야가 뒤죽박죽, 눈앞이 흐릿했다.
정하가 수현에게 키스했다. 둘의 혀가 얽힌다. 그러는 와중에, 수현은 문득 바로 옆침대에서 들리는 낮은 숨소리를 들었다.
잠든 세연의 숨소리다.
그녀는 범해지고 정신이 망가져 저렇게 죽어가는데, 자신은 그녀의 곁에서 이런 짓거리나 하고 있었다. 세연에게도, 정하에게도 죄책감이 타올랐다.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수현이 입을 떼고 말했다.
"……미안해요."
그런 수현에게, 정하는 낮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가만히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니까 정하가 나른한 허밍을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듯한 가락인데, 뚜렷이 기억 속에 잡히지는 않는다. 가슴 너머로 정하의 심장 고동이 들렸다. 현실의 흡혈귀는 몸도 따뜻하고 심장도 뛰나보다…… 멍하니 생각하는데 어쩐지 그 선율이 사람의 심장 고동을 닮아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몸속에 흐르는 멜로디일까. 혹은 정하가 내 심장 고동을 느끼고 있을까.
정하가 허밍 끝에 말을 이었을 때, 너무 나른해서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다.
"저 여자애 깨우고 싶니……?"
"네."
"방법이 있기는 해."
"알려줘요."
"그녀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거야. 너와 나.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모두."
"어떻게요?"
정하는 손가락으로 수현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면서 말했다.
"정신지배 능력자, 멘탈마스터가 필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