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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식자의 의미
수현의 송곳니가 정하의 목덜미에 꽂히고, 수현이 피를 빨아들였다. 정하의 몸이 부들부들 떨었다.
정하는 물기만 했을 뿐, 물리지는 않았다. 때문에 그녀가 늘 말하던 흡혈의 쾌락을 느낀 적이 없다. 무방비한 그녀의 몸은 금세 쾌락에 휩싸여 허우적거렸다. 그녀의 눈이 뒤집히며 입을 헤벌리고, 타액이 흘러내렸다.
수현이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그녀의 젖가슴을 쥐고 주물렀다. 그녀의 부풀어오른 유두는 수현이 손가락을 놀릴 때마다 걸려들었다. 수현의 손이 유두에 닿을 때마다 정하는 몸을 격렬하게 떨면서 애액을 토해냈다.
그녀의 다리 사이는 차츰 젖어들더니, 꿀물을 질질 싸기 시작했다. 온몸에 힘이 빠졌는지 수현에게 기댄 채 쾌락에 떨 뿐이었다.
슬레이브들은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자신들의 마스터로서 폭군처럼 굴던 정하가, 자신이 하던 그대로 물린 채 쾌락에 취한 모습으로 엉망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애액을 싸는 그 음탕한 모습이 믿기지 않아보였다.
수현이 피를 쭉 빨아들이자, 눈이 몽롱해진 정하의 다리 사이에서 소변이 새어나왔다. 이윽고 세연이 그랬던 것처럼 오줌을 싸버렸다.
"으하아…… 으흐, 하아아……."
정하가 허공에 손을 저으며 몸을 파들거린다. 수현은 멈추지 않고 더욱 강하게 목을 물었다. 정하는 절정에 달한 와중에, 더욱 큰 쾌락이 밀려들자, 이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쾌락만이 남았다.
머리가 이상해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정하가 스스로 양 젖꼭지를 쥐고 비틀며 더 큰 쾌락을 좇았다. 정하는 수현이 물어줄 때마다 척추를, 온몸을 휘감는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쾌락이 정말 존재하는 걸까, 쾌락에 짓눌려 육체가 산산히 조각날 것만 같다.
수현이 송곳니를 빼냈다. 정하는 갑작스레 허공을 날다가 바닥에 떨어진 것처럼 처참한 기분이 되었다. 아직도 몸은 쾌락을 잊지 못해 부들부들 떨린다. 정하가 수현에게 뒤돌아 그의 목을 감고 매달렸다.
"더, 더어…… 흐, 제발, 흐읏……."
수현이 송곳니를 세우더니, 정하의 유방을 물었다. 그녀의 젖꼭지가 더욱 부풀어오른다. 수현은 왼쪽 가슴을 문 채, 오른손으로 그녀의 오른쪽 가슴 젖꼭지를 비틀었다. 정하의 신음소리가 높아졌다.
"흐윽…… 하앙……!"
이젠 아예 다리가 풀려, 수현에게 매달린 채 몸을 떨었다. 오줌인지 애액인지 모를 액체는 이제 하체에서 홍수처럼 질질 흐른다. 몸도 마음도 쾌락에 휩싸여 너덜너덜하다. 수현이 송곳니를 뗐다.
정하의 가슴 위에는 수현에 대한 종속이 낙인이 떠올라 있다.
"이제 내가 마스터인가?"
"아아……."
몽롱한 눈으로, 정하는 수현을 올려다보았다.
반쯤 안겨 주저 앉은 정하의 어깨 너머로, 수현이 슬레이브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는다.
"풀어다오. 우리도 피해자다."
덩치 큰 남자가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정하의 악행들을 원치 않던 자였다. 아이가 있다며 비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도 세연과 다를 바 없는 자들이였다. 그저 그녀가 필요로 하는 힘을 가졌다는 이유로, 습격당하고 노예가 되었다. 수현이 약했더면 그와 세연도 같은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수현이 말했다.
"착하게 사세요."
거한이 수현의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휘둘렀다. 기운이 일제히 내려앉았다.
모든 슬레이브가 압사당해 온몸이 부서져 죽는다.
"다음 생에서."
수현은 미소짓고 있다.
승자와 패자가, 죽음으로서 결정되었다. 그늘에서부터 정글의 청소부, 스캐빈저들이 냄새를 맡고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들의 속삭임 같은 울음소리가 바닥을 타고 새어든다. 형체도 희미한 어두운 잡귀들은 포식의 예감에 적막 같은 울음을 떨친다.
수현은 그들을 헤치고, 정신을 잃은 정하와 세연을 거두어 저택을 나섰다.
스캐빈저들이 시체를 씹어 삼키는 가운데, 누군가의 몸이 꿈틀거린다.
간신히 고개를 쳐든 것은, 중학생 정도로 되어보이는 예쁘장한 소년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킨다. 문득 나타난 산 자의 기운에 스캐빈저들이 몸을 숨긴다. 그는 바닥에 주저 앉아 목을 더듬었다. 정하가 새긴 낙인은 이제 없다. 침묵 속에서, 소년은 창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키득거린다.
*
문이 열리고, 딸칵, 스위치를 누르자 오피스텔에 불이 켜졌다.
세 명의 남녀가 들어선다.
소년 하나와, 큰 키의 모델 같은 여인, 그리고 여인의 품에는 한 소녀가 안겨 있었다. 정신을 잃었는지 축 늘어져 있다.
수현과 정하, 그리고 세연이었다.
"침대에 눕혀놔요."
"……."
정하는 말없이 세연을 침대에 내던졌다. 정신을 잃은 세연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정하가 흘끗 눈을 돌리자, 수현이 미간을 찌푸린 채 쳐다보고 있었다.
"세연 선배 거칠게 다루지 말아요."
"……마스터 뜻대로."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고……."
"……."
정하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수현을 쳐다보았다. 문득 수현은 정하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내에서 신발은 벗어야죠!"
"예, 마스터."
정하가 힐을 벗어 현관에 두고는 수현에게 돌아왔다. 이제야 눈높이가 비슷하다. 비슷한 고도에서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는 거, 의외로 두근두근하다. 수현이 애써 시선을 돌렸다.
수현의 오피스텔은 넓은 편이지만 가구가 적어 휑한 느낌이다. 수현이 거실의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눈을 감는다.
소파 아래로 몸이 꺼질 것 같다.
오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니 정말 꿈처럼 느껴졌다.
세연과 정하를 만나, 이상한 술집에 가고, 정하에게 잡혀가, 사람을 죽이고, 정하를 굴복시켰다. 현실감이 없다. 자신의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사람을 죽이면서도 아무렇지 않았는지, 마음에서 샘솟던 악의의 기원을 알 수가 없다. 특히 마지막에 풀어달라던 무저항의 수많은 슬레이브들을 쳐죽이고 왔다. 게다가 지금도 죄책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나 명백한 증거가 여기, 눈앞에 서 있다. 정하는 말없이 서 있었다.
수현은 이후 정신을 잃은 세연과, 자신의 노예가 된 정하를 데리고 오피스텔로 데려왔는데, 이제 어떻게 일을 수습해야할지 난감하다. 그 전엔 죽이고 싶은 적이였는데, 이제는 알 수 없는 가엾은 마음도 들고, 해치고 싶지가 않았다.
게다가 정하는 엄청난 미녀다.
일단, 수현이 정하를 훑어보고 말했다.
"옷 갈아입어요."
정하는 다 찢겨진 형편없는 옷차림이다. 찢어진 틈새로 흰 속살이 비쳤다. 자신이 강제로 뜯어 벗기기는 했다.
"마스터. 옷이 없습니다."
"제 옷이라도 입어요."
수현이 옷장에서 주섬주섬 티셔츠와 반바지를 꺼냈다.
정하는 수현의 눈앞에서 찢어진 옷을 벗었다. 제법 크면서도 모양새 좋은 가슴과 발그레한 유두가 수현 눈에 환히 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자와 관련이라곤 없던 동정소년 수현의 가슴이 쿵쿵 뛰는 장면이다.
수현의 티셔츠는 정하에게 딱 맞았다. 키가 비슷한데다 실은 정하가 약간 더 크기 때문이다. 어깨마저 그리 크지 않은 것을 보고 수현은 상심했다.
"잠깐……."
정하가 그 자리에서 하의도 벗었다.
수현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눈을 돌리지는 않았다. 눈앞에 여인의 음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남자 고등학생으로서 차마 눈뗄 수가 없다.
"마스터."
"미, 미안해요."
"저를 취하지 않으십니까?"
정하가 말했다. 수현이 입을 벌렸다.
"네?"
"저는 마스터의 노예입니다."
"아, 그……."
"그리고……."
정하가 손가락질했다. 수현의 눈이 정하의 손끝을 따라갔다. 자신의 다리 사이다.
바지가 불룩하게 솟아서, 얼핏 보기에도 꼴불견이다. 새삼 의식하자 한껏 발기해버린 양물에서 초조감이 올라왔다. 수현이 몸을 비틀어 돌려 그 흉한 모습을 가렸다.
"아, 아니, 이건……."
"원한다면 언제든 절 취하십시오."
정하가 티셔츠만 걸친 모습으로 수현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쇼파에 앉아 수현에게 몸을 돌렸다. 그녀가 슬며시 한쪽 다리를 들어올려, 자신의 꽃잎을 수현에게 내보였다. 수현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저, 저기……."
수현이 몸을 살짝 뒤로 물렸다.
"전 당신의 물건입니다. 마음껏, 뜻대로."
수현의 물건이 한껏 부풀어올랐다. 여태 느껴본 최대치의 발기였다. 욕망도 커졌다. 하의와 팬티에 억눌려 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불끈거리는 하물에서,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아까의 알 수 없는 악랄한 기분이 사라졌다 뿐이지, 자신이 가진 그 힘은 여전히 명확히 느낄 수 있다.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 자신의 종속의 힘도 수족과 같이 분명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때문에 수현은 인식했다.
이 섹시한 누나를 멋대로 해도 된다.
이 정글에서 그것은 당연한 권리일 뿐 아니라, 이제 정하는 그의 노예이다.
수현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
"옷 입어요."
"마스터?"
"저야 기쁘지만, 제 능력인지 뭔지, 그걸로 당신을 취할 순 없어요. 그건……."
수현이 말을 끝맺으려는 찰나, 정하가 불쑥 말했다.
"너 고자냐?"
"……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