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5화 (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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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서진 세계

입구에서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정하와 수현이 서 있었다. 수현도 작지는 않은데, 정하가 키가 큰 데다 힐까지 신어서 수현보다도 머리가 높았다. 세연은 정하의 마력이 수현을 꽁꽁 휘감은 것을 보았다. 거미에게 잡힌 나비 같다고 생각하며, 자신은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한 걸음 내딛었다.

그녀가 마지막이었다. 주점 입구의 오래된 나무문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녹 슨 철문이 자리했다. 이제 저곳은 평범한 폐허다. 뒤에 누구도 없다. 정하와 수현, 그리고 세연, 인적 드문 폐허에 셋만 남게 되었다.

세연은 그 순간, 발작처럼 마력을 끌어냈다.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반응했다. 그녀의 몸에서 뇌전의 기운이 지지직 방전하더니 허공에 커다란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녀가 수인을 맺어 마력을 얹고, 마법진을 향해 휘저었다. 그녀의 마력에 반응한 진식이 붉게 타오르며 하나의 술식을 구성했다.

"이수현! 떨어져!"

수현이 몸을 비틀었지만 정하에게 옷깃을 붙잡혀 떨어질 수 없었다.

마법진에서 한줄기 벼락이 정하를 향해 내리꽂혔다. 그녀에게 닿으려는 그 순간까지 정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세연의 몸짓에 힘이 붙었다. 그녀는 후속타를 준비하며 주문을 읊으려는 참이었다.

정하에게 맞기 직전,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전기가 사방으로 방전하더니 스러져버렸다.

"괜찮으십니까, 마스터."

이제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미소년이다. 예쁘장한 얼굴에 몸도 다 자라지 않아 여렸지만 힘은 강력했다. 소년이 펼친 두 손바닥에서 이어진 기운이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의 목덜미에는 선명한 종속의 낙인이 떠올라 있다.

"나 혼자일 줄 알았어?"

"치잇……."

세연이 뒤로 물러나는데 무엇에 부딪쳤다. 황급히 뒤돌아보니 거대한 덩치의 남자가 서 있었다. 동시에 그의 목에 맺힌 종속의 낙인이 눈에 들어온다. 사나이는 세연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급히 방어진을 구성했지만 그의 주먹은 보호를 깨어내며 세연의 배를 때렸다. 세연이 얻어맞고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아흐윽…… 우욱……."

그녀가 배를 부여잡고 헛구역질을 했다.

"저년 갈비뼈 두어개 부러뜨려."

"잠깐만요!"

수현이 정하에게 무어라 하려 했지만, 수현의 뒤에서도 한 여인이 나타나더니 수현의 입을 막고 제압했다. 수현이 버둥거렸으나 억압당해 움직일 수 없다.

명령받은 사나이 또한 굳은 얼굴로 정하를 쳐다보았다. 침중하게 입을 열었다.

"마스터. 그녀는 이미 저항할 수 없는 상태다."

"닥쳐. 내가 명령했어."

"……명령대로."

그녀의 눈에 붉은 기운이 어리자, 남자가 낮게 신음했다. 그의 낙인이 발그레 달아오른다. 그 거한은 성큼성큼 세연에게 걸어가더니, 엎드려 배를 부여잡고 있는 그녀의 명치께를 발로 걷어찼다.

세연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붕 떴다가 바닥에 부닥쳐 뒹굴었다. 그녀가 몸을 떨며 핏물을 토했다.

"선배!"

수현이 정하의 슬레이브를 뿌리치고 달려갔지만, 따라온 슬레이브에게 얻어맞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만! 그 남자애는 살살 다루도록 해. 제압해두기만 하고."

"예, 마스터."

그녀가 수현의 팔을 등 뒤로 돌려, 양 팔목을 한 손으로 제압했다. 여인인데도 완력으로 당해낼 수가 없다. 수현은 꼴사납게 제압당한 채 질질 끌려갔다.

정하가 세연에게 걸어가 세연의 손등을 힐로 짓밟는 것을 보며 수현은 눈물이 났다.

자신이 안이했다. 정하가 친근하게 군 것은 그저 겉보기였을 뿐, 세연의 말대로 이곳은 정글이었다. 힘이 있다면 무엇을 해도 좋다. 어떻게 저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경찰도 법도, 이 세계에 그런 규칙은 애초에 없었다. 단 하나, 힘의 논리 뿐이다. 그리고 자신은 힘이 없었다. 세연도 자신도 무력한 사냥감이다.

"건방진 손가락하고는."

처음의 중학생 정도로 보이던 미소년이 다가가서는 세연을 내려다보며 휘파람을 불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가락 하나를 쥐고 꺾었다. 세연의 중지가 부러져 반대쪽으로 접혔다. 그녀가 손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세연은 고통 때문에 짐승 같이 울부짖었다. 소년은 소리 높여 웃으면서 웅크린 세연을 발로 걷어찼다.

"그만. 마스터의 명령이다."

거한이 소년을 저지하고는 세연을 들어올려 짊어졌다.

수현 또한 여인에게 이끌려 어딘가로 이동했다. 점점 의식이 흐려진다.

눈을 감는다.

암흑이다.

눈꺼풀 너머의 어둠 위로 다시금 암흑이 떠오른다.

가물해지는 정신 속에서 수현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ㅡ 너는, …………구나.

잘 안들려.

*

수현이 눈을 떴다. 흰 천장이었다. 시야 전체가 새하얀 천장으로 가득한 것을 보니 실내가 몹시 넓을 터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모던한 인테리어의 실내가 보였다. 커다란 텔레비전이 벽을 메우고 있고, 그 앞에는 검은 쇼파가 배치되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엔 탁자, 다시 쇼파, 빈 침대, 같은 것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침실도 아니고 거실도 아닌 공간이었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벽을 메우는 너른 창에 새까만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한 것 같다. 밤하늘이 창에 가득하다. 그리고, 달빛이 쏟아져 내린다. 차분한 밤이었다. 구름 하나 없이 그저 새까만 하늘에 초승달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수현이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팔이 걸렸다. 양팔이 수갑에 구속당한 채 침대 기둥 양쪽에 매달려 있었다. 몇 번 당겨보다가 포기했다.

"일어났니?"

정하가 걸어왔다. 그녀는 여전히 고혹적인 미니 드레스 차림이다. 그녀가 수현을 보며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선배는요?"

"오고 있어."

정하의 뒤에서, 그 때 만난 거한과 소년,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낯선 이들도 뒤따라왔지만 정하가 손짓하자 그대로 물러났다.

거한이 세연을 짊어지고 다가와 빈 침대에 눕혔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가 상처와 멍으로 가득한 것을 발견하고, 수현의 눈이 흔들렸다.

"내 슬레이브가 되면 너무 고분고분해서 재미 없잖아. 마지막으로 괴롭혀봤어."

정하가 웃었다. 세연은 의식이 없었다.

"이제 결말이야. 수현아. 기대되지?"

정하가 침대로 올라가 세연의 목덜미를 붙잡고 들어올렸다. 세연의 교복은 여기저기가 찢어진 채 학대당한 흔적이 남아서, 맨 살과 상처가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수현은 생각했다. 상처 입은 소녀와, 고혹적인 여인이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모습, 그들 뒤에 떠오른 가느다란 달이 비현실적이다. 정하가 세연의 뺨을 건드리자, 그녀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잘 봐."

정하가 세연의 옷을, 벗겼다.

그녀와 나신과, 알몸에 깃든 붉은 상처가 드러났다. 아름다운 흡혈귀는 붙잡은 마녀를 희롱한다. 세연의 앞모습이 수현을 향하게 하고는, 뒤에서 세연의 아랫배를 끌어안아 고정시켰다. 그리고 혀끝으로 세연의 목덜미 상처를 핥는다.

"하지 마……."

세연이 희미하게 말했다. 정하가 키득거리며 세연의 유두를 손끝으로 건드린다. 세연의 몸이 움찔, 흔들렸다.

세연은 축 늘어진 채 정하의 손길을 감내했다.

정하가 세연의 팬티마저 벗기자, 완전한 알몸이었다. 그녀의 흰 나체를 정하가 훑을 때마다 세연은 몸을 희미하게 떨었다. 관능적인 손길이었다. 필사적으로 감각을 떨쳐내려 하지만, 무방비의 몸을 자극하는 정하의 손은 너무나 섬세하고 색정적이어서, 세연은 사로잡힌 새처럼 신음한다.

정하의 손끝이 세연의 유두를 건드리고, 갈비뼈를 타고 흘러내리더니, 배꼽에 머물렀다. 천천히,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한 마디씩, 세연의 가랑이를 향해 손이 떨어져 내린다.

세연은 무릎을 굽힌 채 주저앉혀진 모양새라 다리를 오므릴 수도 없다. 세연의 어깨에 턱을 걸친 정하가 나른하게 웃으면서 세연의 음부에 손끝을 얹었다.

순간, 정하의 입에서 송곳니가 튀어나왔다.

날카롭고, 길었다.

달을 배경으로, 뱀파이어가 소녀를 희롱하는 모습은 처참하고, 또 소름끼치게 아름답다.

그 잔혹한 미소조차 요요하게 빛난다.

"하지 마……."

세연의 힘 없는 속삭임은 허공으로 스러진다.

정하의 말이 기억났다.

흡혈귀한테 물리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르지?

정하의 송곳니가 세연의 살갛을 꿰뚫고 파고드는 것을 수현은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하읏……!"

세연이 신음했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세연의 표정이, 목소리가 변하는 것을 수현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정하의 송곳니가 세연의 목덜미에 파묻히고,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리는 동안, 차츰 세연의 입이 벌어졌다.

세연이 입술을 바들바들 떨었다. 희미한 경련은 몸 전체로 퍼진다.

"흐, 흐으아…… 아흐응……."

귀가 녹아내릴 것 같은 목소리였다. 정하가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는 듯 살짝 고개를 젖힐 때마다 세연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명백한 쾌락의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녀의 유두가 부풀어오른 채 파르르 떨린다.

"하으, 으흐으으…… 응앗……."

세연에게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헤벌어진 입에서는 타액이 흘러내린다. 녹아내리는 듯한 얼굴이었다. 수현의 눈은 이윽고 세연의 다리 사이에 붙박인다.

그녀의 순결한 음부가, 울컥거리며 액을 토해냈다. 세연이 싸는 애액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떨어져, 침대시트를 적셨다. 세연이 허리를 경련시키며 파들파들 떨었다. 그녀의 꽃잎이 열렸다 닫히며 음탕한 열기를 토해냈다.

정하는 그저, 세연을 뒤에서 끌어안고 목을 물었을 뿐이었다.

마치 정하에게 물린 목으로부터 독이 번져나가 온몸이 녹아들듯이, 쾌감에 젖어들며 육체는 액체를 쏟아낸다.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 시트를 적시는 가운데, 오줌을 지리기 시작한다.

세연의 목덜미에 희미한 낙인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언니가 그만 할까?"

정하가 세연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은 채 속삭였다. 세연의 동공은 초점이 흐려져 있다. 그녀는 지금 어떤 쾌락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당당하게 정하와 맞서던 세연은 이제 쾌락에 젖어 이지를 상실한 채 입을 헤벌리고 흐늘거렸다. 땀에서부터 눈물이, 침이, 애액이, 소변이 흘러내렸고 부위마다 계속해서 경련했다.

"그만 할까?"

정하가 다시금 묻는다. 그녀의 송곳니가 차츰 떠오르며 흰 이가 살짝 뽑혀나왔다.

"계속…… 계속 해줘요…… 으흥…… 흐읏…… 더 물어줘어, 흐응……."

세연이 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문 정하의 목덜미를 휘감아 당기며 말했다. 정하가 낮게 웃으면서 다시 그녀의 목을 짓씹어 물었다. 그러자 세연의 꽃잎에서 애액이 한껏 쏟아져내렸다. 세연은 혀를 내밀고 짐승처럼 비음을 내지르며, 스스로 몸을 애무했다.

세연이 스스로의 젖꼭지를 쥐고 비틀어 더 큰 자극을 구하고, 다른 손은 이미 스스로의 꽃잎을 파고들어 애액을 튀기며 자신의 다리 사이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정하가 주는 쾌감이 절정에 가까운지 그녀의 몸짓이 점점 격렬해졌다.

"하아앙! 아흐…… 아흐, 흐응! 하앙…… 으으응……!"

"더 큰 쾌락을 원한다면, 더 깊이 넣어."

정하의 말에 세연의 손가락이 자신의 꽃잎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스스로 자신의 꽃잎을 쑤시기 시작했다.

피가 흘러내렸다.

정하의 흡혈이 주는 쾌락은, 한 소녀가 스스로의 처녀를 깨뜨리며 자위할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지, 세연은 피와 애액이 뒤섞인 액체를 잔뜩 흘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정하의 눈에 잔인한 미소가 어렸다.

이제 세연의 목에는 저들과 같은 종속의 낙인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슬레이브들은 무덤덤한 눈으로 세연을 지켜보았다. 자신들 또한 저렇게 짐승처럼 쾌락에 취해 울부짖었던 것이다. 목을 물리는 와중에, 정하가 세연의 입가에 손끝을 얹자 그녀는 혀를 내밀어 빨아댔다. 어딘지 망가진 것처럼 쾌락에 정복당한다.

결국 세연은 절정에 이르렀다.

흡혈의 끝에 이르자 스스로를 위로할 힘조차 사라졌는지 온 몸이 축 늘어지더니, 번개라도 맞은 듯 파르르 경련하며 쾌감의 온통 휘말렸다. 세연은 절정의 쾌감과 함께 하체에서 액체가 끊임 없이 토해져나왔다.

정하가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이빨을 뽑아냈다. 세연의 목덜미에는 두 개의 잇자국과, 하나의 낙인이 떠올라 있었다. 잇자국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내가 누구지?"

"마스터……."

흡혈의 여운에서 깨지 못했는지, 세연이 몽롱한 얼굴로 대답했다. 세연은 정하에게 매달리며 그녀의 키스를 구했다. 정하는 애완동물을 다루듯 세연과 혀를 얽어주었다. 둘 사이에 끈적한 키스가 이어졌다. 세연이 계속해서 매달렸고, 가랑이를 정하의 허벅지에 비벼댔다. 정하가 적당히 받아주고는 떨어졌다.

"아직도 이러는 거 보니 제대로 가버렸나봐?"

정하가 침대에서 나와 깔깔 웃었다.

슬레이브들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 다만 마스터를 해할 수 없고, 마스터의 명령은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될 뿐이다. 때문에 슬레이브들은 마스터를 증오하면서도 명령에는 절대 복종한다.

지금의 세연은 흡혈의 여운에 취한 채라 몽롱한 정신으로 정하에게 매달리는 것이었다.

정하가 싱긋, 웃으며 자신의 슬레이브들을 바라보았다.

"이 계집애를 범해. 밤새도록.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몇몇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으나, 또 다른 이들은 히죽거리며 그녀의 명령을 반겼다. 그녀의 명이 떨어지면, 그대로 실행한다. 아까까지 보이지 않던 슬레이브들도 하나 둘 나타나더니 세연을 둘러쌌다.

"뭐하는 거야!"

수현이 소리를 지르자, 정하가 사뿐사뿐 수현에게 다가왔다.

"재촉하지 않아도 돼. 이 누나가 너도 천국에서 허우적거리게 해줄게."

"선배를 놔줘!"

"화내는 얼굴도 귀엽네."

정하가 다가와 수현의 배 위에 올라탔다. 수현은 양팔이 구속당한 채라 몸을 뒤틀며 반항했지만, 완력에서도 그녀를 당해낼 수 없는 처지다. 그녀가 수현의 교복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내렸다. 단추를 풀면서 그 틈으로 맨살에 닿는 정하의 손길에, 수현은 몸을 뒤틀었다. 이내 수현의 상체가 드러난다. 정하가 야릇하게 웃었다.

그녀의 손끝이 가슴을 훑자, 정직한 육체는 그대로 반응한다. 수현이 고개를 비틀며 입술을 깨물었다.

"흐응. 여기는 어떨까."

수현의 바지 버클을 풀자, 팬티를 꿰뚫을 듯 발기한 그의 물건이 비쳤다. 정하가 팬티 위로 수현의 물건을 문질렀다. 그 관능적인 손길에 수현은 여자처럼 신음소리를 낼 것만 같았다. 남근이 흘린 쿠퍼액에 팬티가 질척해져서는, 미끌미끌하게 물건에 감겨들었다.

손에 묻은 투명한 액을 할짝이며 정하가 킥킥거렸다.

"못참겠다. 누나가 확 물어줄게. 지금."

정하가 수현의 팬티를 찢어버렸다. 수현의 물건이 튀어올랐다.

예쁘장하고 호리호리한 미소년의 외모와는 다르게, 물건은 의아할 정도로 크고, 힘차게 솟아 있었다. 정하가 감탄하며 손끝을 귀두에 얹는다. 그 접촉에 수현은 전율하며 허리를 비틀었다. 그 반응에 정하가 킥킥 웃으면서 물건의 첨단을 손끝으로 빙글빙글 문지른다. 수현이 젖은 숨을 토해냈다.

"어머, 저기 좀 봐."

정하가 수현의 상체에 안기며 몸을 겹치더니 수현의 귀에 속삭이고, 세연을 가리켰다.

세연은 그들에 의해 엎드려진 채, 둔부를 치켜올려진 자세였다. 남자 슬레이브들은 모두 자신의 양물을 드러낸 채 세연을 향해 있었다. 세연이 반항하며 몸을 뒤틀었지만 곧바로 양팔을 제압당했다.

정하와 함께 그들을 습격했던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던 소년이, 세연의 뒤에서 자신의 물건을 겨냥하는 중이었다. 수현은 그 모습에 머리에 피가 올랐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곁에서 정하의 숨결이 목덜미를 간지른다.

소년의 양물이 세연의 꽃잎을 파고들자, 세연이 비명처럼 신음했다. 소년은 히죽거리며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댔다. 세연은 고개를 파묻고 억눌렀지만 흡혈의 여운에 취한데다 몸이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흐으, 흐응, 흐윽……! 흐아, 아하앙……!"

소년은 크흐흐 웃으면서, 세연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갈겨대며 앞뒤로 푹푹 쑤셔넣었다. 제대로 조이라는 등의 음탕한 소리를 지껄이며 그녀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세연은 그때마다 울음 섞인 비음을 흘리면서 몸을 떨었다.

소년은 뒤에서 세연을 껴안고 가슴을 주무르면서 허리를 더 빠르게 놀렸다. 소년의 피스톤질을 따라 세연의 몸이 흔들렸다.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애액이 흘러내린다. 비참한 광경이었다. 세연은 이내 절정에 올라 몸을 경련했고, 소년은 아직 멀었다는 듯 다시금 허리를 흔들었다.

"흐응…… 응핫, 하아앗! 흐응, 하아앙……!"

계속되는 능욕에, 세연의 엉덩이 또한 소년의 피스톤질에 호응하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둘의 살이 부딪치며 철썩거리는 소리가 났다. 소년이 세연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허리를 쳐올렸다.

다른 남자가 세연의 입에 자신의 물건을 쑤셔넣는다.

수현은 더 볼 수가 없어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순간, 정하의 송곳니가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

수현은 흡혈귀에게 물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몸에서 체액이란 체액은 하나도 가둘 수가 없다. 눈에서, 입에서 눈물과 타액이 흘러내렸다.

전신이 성감대가 된 것처럼 찌릿찌릿하고, 누군가 건드리지 않아도 쾌락이 자꾸만 쏟아져내려서 머리가 이상해져버릴 것 같다. 미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일었다. 그러다가 그것조차 삼켜버리는 쾌락의 폭풍에 수현은 몸을 파들파들 떨었다.

정하에 의해 드러난 남근은 이미 흰 정액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다. 그녀가 수현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채 몸을 훑을 때마다 전류에 감전된 듯 몸에서 경련이 일며 쾌락에 잠겼다. 그녀의 부드러운 육체가 문어처럼 수현의 몸을 얽매고 있었다.

이미 초점이 흐려진 눈에는 세연이 남자들에게 깔려 짐승처럼 당하는 모습이 희미하게 비친다. 그조차도 쾌락과 흥분을 이끌어서, 정액을 쏟아내면서도 남근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하가 주는 쾌락에는 저항이 불가능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분노가 치민다.

육체는 분노를 따르지 않고 쾌락을 좇아 반응한다.

육체에 이르지 못한 마음의 분노가, 불길처럼 번진다. 암세포처럼 몸을 불리고 전이했다. 수현은 쾌락에 젖은 가운데, 머리만은 피처럼 붉은 분노로 물들어간다. 머리 어딘가, 먼 곳에서 수현을 부르고 있었다.

반면 정하는 약간 초조해졌다.

계속해서 수현의 목을 물어뜯고 피를 취했는데도 좀처럼 낙인이 떠오를 기미가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강한 능력을 지닌 것 같다. 정하는 한층 강하게 수현의 목을 물어뜯었다.

그러다가, 정하의 턱에 수현의 목걸이가 걸렸다.

정하는 귀찬다는 듯 손가락으로 걷어내어, 목걸이를 끊어버리려 했다.

까맣고 가느다란 목줄이, 새빨간 돌멩이를 그물처럼 얽은 모양새다. 줄이 제법 질겨 끊어지지 않았다. 정하는 짜증이 치밀어 손톱을 길게 뽑아내서는 강제로 끊어냈다.

목걸이는 수현의 몸을 타고 침대 아래로 떨어져, 탕, 탕, 자신의 질량을 넘어서는 소리를 내며 튕기더니, 가루처럼 스러져 사라져버렸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수현은 문득, 어둠 이외의 다른 것을 보았다.

어느새 수현은 어둠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

어릴 때 우리에 갇힌 동물을 본 적이 있다. 사나워진 맹수들은 조련사들조차 위협해 철로 둘러싼 우리에 가두어버린 것이다. 맹수들은 그 안에서 튀어나오려 몇 번이고 우리를 물고 할퀴었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수현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런 쇠창살이었다.

쇠창살은 너무나 크고 두꺼워서, 케이지의 전체 크기를 짐작할 수도 없다. 그리고 케이지 에는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둠으로 가득해서, 대체 무엇을 가두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수현은 멍하니 어둠을 응시했다.

그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두 개, 떠오른다.

피보다도 붉다.

이제야 만났군.

짐승이 말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

"너는 누구야?"

그건 네가 대답해야 할 것이다.

어둠 속에 무언가가 보일 듯 말 듯, 그러나 어둠에 잠긴 몸뚱이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붉은 눈만이 수현을 응시하며 불길처럼 이따금 흔들렸다.

너는 나이며, 나는 곧 너다.

그럼 이곳은 나의 무의식 세계의 발현이고, 이 녀석은 내 무의식 같은 것일까, 하고 수현은 생각하며 손을 뻗어 창살을 잡았다. 한 손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억센 창살이었다.

"왜 갇혀 있어?"

갇혀 있는 게 아니다.

짐승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전신으로 느껴지는 짐승의 사악한 기운에 수현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기다리는 것이다.

짐승의 눈동자가 다가왔다. 손 뻗으면 닿을 듯, 케이지에 가까이 들이닥쳤다. 짐승의 동공이 수현을 향해 열렸다.

너는 이미 알고 있다.

"넌 뭔데 갑자기 나타난 거야?"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네가 자신을 기억해낸 것뿐, 나는 너이다.

수현이 그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분노하는가?

화난다면, 화를 내도 좋다. 넌 언제나 승리하고, 승자의 분노는 언제나 정당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꿈인 것 같다. 수현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흔들며 철창을 건드렸다.

철창은 마치 기둥처럼 두꺼워서 결코 부술 수 없을 것 같다.

철창은 수현의 한 아름으로도 재지 못할 만큼 두꺼웠다. 쇠로 만든 것 같은데 자동차로 박아도 멀쩡하지 않을까. 난 왜 이 안에 있지. 수현은 하품하며 창살을 두드렸다. 아, 생각이 났다. 난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무얼 기다리고 있어지. 수현이 멍하게 손을 뻗었다. 그저 스스로 기다리는 것뿐.

철창은 건드리면 휘어질 듯 약하디 약하다.

수현은, 철창 안에 있었다.

입을 벌렸다. 자신은 우리에 갇혀 있었다. 그 표현은 적절치 않다. 그저 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부탁이었고 나는 동의하여 이 안에 잠들어 있었다. 스스로 기억해내 스스로가 스스로를 깨울 때까지. 나는 나를 잊고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였다. 나는 수현이고, 우리 속 짐승이었다. 또한 짐승을 잊은 인간이었다.

창살 밖의 수현, 자신이 보인다.

아니, 창살은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었다.

결국 둘 다 나다.

이제 짐승을 눈을 뜨고, 스스로는 짐승을 기억해넀다. 모두 자신이었다.

그리고 나를 깨운 것은.

짐승의 잠을 깨운 것을 정당한 분노였다.

짐승의 눈에 흡혈귀의 송곳니가 보였다. 유린당하는 암컷이 보였다. 그리고 으스대는 벌레들을 보았다. 모두가 그의 존재를 잊고 신이 나 날뛰었다. 이 기이한 상황에 웃음이 날 것만 같았다.

그는 창살을 건드렸다. 창살은 너무나 쉽게 부서졌다. 사실이었다. 그는 갇혀 있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기다렸을 뿐이다. 기억해주기를.

─ 너는 포식자구나.

그는 수현이고, 포식자였다. 그것은 그의 이름이며 역할이었다. 정글을 씹어삼키기 위해 존재하는 자다. 포식자가 눈을…….

……수현이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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