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6/6)

다섯 번째 이야기

서권주의 장남 서정무가 죽었다.

그의 동생이 그랬듯이 그도 대들보에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서씨 집안에 저주가 내린 거라고 다들 수군거렸다.

그보다 더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셋째 서정우의 죽은 지 오래된 시신이 그의 처소에서 발견된 사건이었다.

셋째 서정우는 병약해서 처소 밖 출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처도 없어서 하녀들이 그의 처소에 음식을 들여다 주고 수발을 들어주었다.

한데 하녀들도 최근에는 그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유인즉, 목매달아 죽은 서정무가 직접 동생을 돌보겠다며 삼시 세끼를 직접 동생에게 가져다주고 챙긴 탓에 셋째 서정우의 처소에는 서정무 외에 누구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것이 약 한 달 전 일이었다.

그리고 서정우의 시신을 살펴본 의원도 서정우가 대략 한 달 정도 전에 죽었을 것이라 말했다.

서권주가 죽기도 전에 서정우는 이미 죽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그의 죽음을 모른 채 그의 시신이 방에서 썩어가고 있었고, 그곳에 들락거린 것은 서정무뿐이었다.

죽은 서정무의 처소에서 독약이 나왔다.

그리고 그 독약의 증상이 서권주가 죽은 증상과 똑같아서, 사람들은 서정무가 그 아비인 서권주를 독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서정무가 동생 서정우를 죽이고 그 아비를 독살한 다음 스스로 대들보에 목을 맨 것이다.

둘째 서정주의 죽음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서정주가 남긴 장부에서 서정주의 필체로 서정무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그 의혹도 해소되었다.

애당초 모든 것은 서정무와 서정주가 짠 것이었다.

서권주는 벼슬을 하다가 잠시 요양을 하러 내려온 막내아들에게 전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서정무와 서정주 두 형제가 아비를 죽일 계획을 꾸미고 기회를 노렸지만 그사이에 서권주가 소예와 혼인을 했다.

그 이전에 먼저 서정우를 죽이고 그의 죽음을 숨긴 두 사람은 서권주가 마실 합환주에 독을 섞어 초야에 서권주를 죽이는 것에 성공했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재산을 나눌 생각이 전혀 없었던 두 사람 중에서 서정무가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동생 서정주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시켰지만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에는 스스로 목을 매어 진짜 자살한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결국 두 형제의 욕심에 서씨 집안 사내들의 씨가 마른 것이다.

서씨 삼 형제와 서권주가 죽은 서씨 집안에 남은 것은 갓 들어온 젊은 마님인 소예뿐이었다.

그리하여 소예가 서씨 집안의 전 재산을 물려받았다.

봉산 황주 땅에서 가장 많은 땅과 재산을 가진 서권주의 유산을 전부 물려받은 과부 소예는 고작 스무 살이었다.

그리고 서정무가 죽은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 젊은 과부 소예가 아이를 가진 것이 알려졌다.

달거리가 없어서 의원을 불러 진맥을 했는데, 의원이 경사가 났다고 축하의 말을 전한 것이다.

사람들은 서씨 집안에 있던 안 좋은 일이 끝났다고 여겼다 젊은 마님이 아이를 가진 것으로 서씨 집안의 악운도 끝난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딱 하루, 초야에 서권주와 동침을 했을 뿐인데 그 한 번으로 아이가 들어섰으니 어찌 그것이 하늘이 준 선물이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서 소예는 죽은 서권주의 아이를 가진 서씨 집안의 안주인이 되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완벽한 안주인이었다.

* * *

“마님, 청지기가 호산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하녀가 고하는 말에 방 안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던 소예가 살짝 방문을 열어 눈웃음을 지었다.

“아버님께서는 잘 계신다고 하더냐?”

“네, 마님. 눈이 그치면 한 번 오시겠다는 말을 전해 달라 하였답니다.”

“알았다. 청지기에게 고생했다 치하하고 싶으니 내 방으로 오라고 하거라.”

그 말을 하고 소예가 방문을 닫았다.

찬바람이 들어 고뿔이라도 걸리면 아이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소예의 배는 조금 불러왔다.

요즘 소예는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감쌀 강보를 직접 뜨고 있었다.

잘 먹고 잘 자며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는 소예의 얼굴은 무척이나 행복한 여운을 머금고 있었다.

청지기를 시켜 고향 마을인 호산에 다녀오게 한 것은 집에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챙겨 주기 위함이었다.

친정집에는 수백 마지기의 논을 주었다.

그리고 하인들과 하녀들을 고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소예의 베풂은 친정집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소예는 조금도 인색하지 않아서, 모든 이들에게 넉넉하게 베풀었다.

서권주가 쌓아 놓은 재산은 그 양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인지라, 몇 대가 돈을 물 쓰듯이 펑펑 써대도 다 쓰지 못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것을 혼자 움켜쥐고 살 생각은 전혀 없는 소예였다.

자신 또한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도 가난 때문에 고통받는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았다.

집안 재산을 전부 상속받은 후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소작농들의 소작료를 감면해 주는 것이었다.

그동안 내지 못했던 소작료뿐 아니라 빌리고 갚지 못한 돈들까지 전부 탕감해 주었다.

그리고 소작료를 낮춘 뒤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이들에게는 창고를 열어 구휼미를 내주었다.

그동안 서권주가 꽁꽁 움켜쥐고 있었던 돈을 소예는 마음껏 풀었다.

아무리 풀어도 그 돈은 쓴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마님, 소인 서주이옵니다.”

방문 밖에서, 조금 전 호산에서 돌아온 청지기 서주가 고해 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거라.”

소예가 뜨고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

방문을 열고 서주가 들어섰다.

소예가 재산을 물려받은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서주를 청지기로 앉히는 것이었다.

집안일을 전부 총괄하는 청지기의 일을 동향 사내에게 맡겼다.

그리고 서주는 청지기의 일을 아주 잘 해내었다.

서주는 충성스러울뿐더러 소예가 원하는 것은 그녀의 표정만 봐도 알아차렸다.

“먼 길 다녀오느라 고생했다.”

소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춥지 않느냐?”

“괜찮습니다.”

참 우직한 사내다.

이럴 때는 좀 춥다고 하는 것이 뭐가 어떠하다고.

소예는 이 사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러나 저가 이 사내를 좋아하는 것보다 이 사내가 저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이 사내를 모르던 시절부터 이 사내는 저를 알고 계속 좋아해 왔다는 것을 소예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고향집에 살 때 종종 이상한 일이 있었더랬다.

부모님이 남의 집 품을 팔기 위해 집을 비울 때면 그녀를 욕보이려는 사내들이 그녀 혼자 남은 집 문을 강제로 열려고 하곤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문고리를 잡고 애써 버텼는데, 얼마 후면 그 소리가 사라지고 다음 날 아침 문을 열어보면 문밖에 핏자국이 흩어져 있던 그런 이상한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전부 이 사내 서주가 한 짓이었다.

서주가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려는 사내를 끌어내고 사지를 밟아 준 흔적이었던 것이다.

이 사내 서주는 계속 소예를 지켜봤다고 했다.

그녀가 그가 사는 집 앞을 지나 우물가에 갈 때에도, 빨래터에 갈 때에도 사내는 계속 소예를 봤다고 했다.

다리를 저는 사내는 소예의 앞에 나설 자신이 없어서 그저 몰래 지켜보기만 했다고 했다.

사내가 다리를 저는 이유도 소예 때문이었다.

소예를 노리던 어떤 화적 같은 놈과 다투다가 비탈길에서 굴러 다리가 부러졌는데, 그것을 치료하지 못해서 다리를 절게 되었다고 했다.

소예를 노리던 수많은 사내들이 있었지만 그동안 소예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전부 이 사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예를 지켜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에 소예가 이곳 서씨 집안으로 소작료 대신 끌려오자 사내도 이 집에 하인을 자처해서 들어온 것이다.

소예가 이 집에서 험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해, 새경도 받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이 집에 하인으로 들어와 계속 소예를 지켜봤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서권주가 소예를 부인으로 맞이한다는 말에 사내는 차라리 안심했다고 말했다.

서권주의 아내가 되면 적어도 소예의 고생길은 끝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는 자신이 소예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고 소예가 혼인만 하고 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노모를 모실 생각이었는데 혼인날에 그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서권주가 죽은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이 사내는 제일 먼저 소예의 입장을 생각했다고 했다.

앞으로 소예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집의 욕심 많은 서씨 형제들이 소예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소예가 이 집의 재산을 문제없이 물려받으려면 이 집에서의 자리가 굳건해야 했다.

서씨 형제가 무슨 짓을 꾸며도 소예가 든든하게 그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아이가 필요했다.

아이만 들어서면 소예를 밀어낼 수는 없다는 것을 서주는 잘 알았다.

하지만 씨를 뿌려줄 서권주는 죽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서주가 그녀의 방으로 몰래 어둠을 틈타 들어와 그녀를 범했다.

그것이 겁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설명하면 소예가 그것을 받아들였겠는가.

누구의 씨라도 좋으니 씨만 받아서 아이를 가지면 그녀의 남은 생이 평탄해진다.

서주가 생각한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매일 밤 소예를 안고 그녀의 안에 씨를 뿌리며 바란 것은 그녀의 행복뿐이었다.

그녀가 아이를 가진 뒤 이 집안에서 바라고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면 자신은 떠날 작정이었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도 그녀가 모르게 그렇게 사라질 작정이었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다.

서주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소예가 행복해지는 것.

소예가 항상 웃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녀가 떠나라면 떠날 수 있고, 여기에 머물러 있으라면 머물러 있을 수 있다.

소예의 태중의 아이는 자신의 아이다.

하지만 일생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드러내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의 아이지만 서씨의 아이로 자랄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서주가 바라던 것은 다 이루어졌다.

소예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는데, 그녀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이제는 그녀의 곁에 이렇게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다른 것은 더 필요가 없다.

바라지도 않았던 행복이다.

소예가 자신을 좋아해 준다.

서주는 자신이 내세울 것 없는 처지라고 늘 생각해 왔다.

가진 것이라고는 타고난 이 몸밖에는 없다.

남들보다 더 힘이 세고, 덩치가 큰 것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소예는 이런 자신에게 다른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만 좋아해 주고, 나만 지켜 주면 나는 다른 것은 더 바라지 않아요.]

소예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그런 것이라면 서주는 얼마든지 그것을 줄 수 있었다.

죽을 때까지 그것을 줄 수 있다.

“추우면 내가 너를 따뜻하게 녹여 줄 수가 있다.”

소예가 살며시 웃으며 옷고름을 풀었다.

서주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서주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이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소예의 가랑이 사이가 축축하게 젖고 있었다.

소예에게 있어서 서주는 따뜻하고 듬직한 사내인 동시에 저를 젖게 만드는 사내였다.

이 사내가 곁에 있으면 소예는 항상 젖어 든다.

이 사내가 호산에 다녀오느라 이틀 이곳을 비운 동안 소예는 몸이 달아올랐다.

아이를 가지고 소예는 더 사내를 원하게 되었다.

이상하리만큼 몸이 사내를 더 원하고 있다.

마치 먹어도 먹어도 목마른 것처럼 자꾸만 이 사내를 갈구하게 되어 버렸다.

“제 손이 찹니다, 마님.”

서주가 얼어붙은 밖에서 들어온 제 손을 허벅지에 문질렀다.

조금이라도 손을 데우기 위함이었다.

“어서 만져 보렴, 어서.”

그러나 소예가 서주를 재촉했다.

그녀는 그의 투박한 손이 얼른 제 젖가슴을 만져 주기를 원했다.

그녀의 재촉에 서주가 그녀의 벌어진 옷섶 사이로 드러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온 분홍빛 젖꼭지가 서주를 유혹했다.

제 손가락 사이로 반들거리는 젖꼭지에 서주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원래 풍만했던 젖가슴이 아이를 가지며 더 커진 것이 사실이었다.

젖꼭지도 더 도톰하게 변해서 그것을 깨물 때마다 서주는 머릿속이 달아서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처, 천천히…….”

소예가 저를 쓰러뜨리는 사내의 아래에서 작게 웃었다.

그녀를 눕힌 채 그녀의 위로 올라탄 사내가 입고 있던 저고리와 바지를 벗어 던졌다.

소예가 부르지 않으면 그녀의 안채에는 누구도 오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이 사내와 무엇을 해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다.

사내의 늠름한 몸이 드러나자 소예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사내의 가랑이 사이에는 이미 성난 음경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저것을 빨고 싶어 소예가 붉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하윽!”

사내가 소예의 가슴으로 달려들어 젖꼭지를 물고 빨았다.

사내의 입 안에서 젖꼭지가 굴려지며 소예가 신음했다.

“하윽! 아! 아아아!”

그녀의 젖꼭지를 물고 빨던 사내의 얼굴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간 사내의 혀가 제 젖은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자 소예가 무릎을 구부린 채로 다리를 벌렸다.

사내의 질척한 혀가 그녀의 질 안을 드나들었다.

그 혀가 들락거릴 때마다 제 안에서 애액이 꿀렁꿀렁 쏟아져 나오는 것을 소예는 선명하게 느꼈다.

젖고 있다.

이 사내 때문에 자신이 젖고 있다.

이 사내로 인해서 소예의 밤은 항상 젖어 들고 있었다.

축축하고 흥건하게, 소예가 사내의 아래에서 젖어 드는 몸을 흔들며 신음했다.

봉긋하게 솟은 그녀의 아랫배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꿈틀거리는 그녀의 하얀 다리 사이에서 사내의 어깨와 등이 꿈틀꿈틀 그 존재를 과시했다.

밖에는 눈이 내리는, 아직은 추운 겨울이지만 방 안은 열기로 후끈거렸다.

열기와 습기, 그리고 교성이 그들을 내리덮고 있었다.

* * *

서씨 집안의 안주인 소예가 아들을 낳은 것은 그로부터 몇 개월 후였다.

아들을 낳아 서씨 집안의 대를 이은 소예는 그 책무에서 풀려나 그로부터 반년 후에 재가를 하였는데, 그녀의 재가 상대는 다름 아닌 그 집안의 청지기 서주라는 사내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소예는 그 서주라는 사내와의 사이에서 일남 삼녀를 더 낳았다고 하니, 그 부부의 금슬이 어떠했는지는 가히 알 만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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