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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엑스 마키나-235화 (235/235)

헤라클레스.

최강의 그리스 사냥꾼.

죽어서 신이 된 남자.

라고는 하지만, 나는 제우스다.

엄밀히 따지면 제우스의 분신이고, 오히려 제우스로서의 근간은 내 쪽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지금의 제우스는 '올림포스를 건국하고 난 이후의 나'라는 존재가 주를 이루고 있으니까.

제우스로부터 유피테르로서의 기질을 덜어낸 뒤, 그 인간으로서의 기질을 가지게 된 존재가 바로 나니까.

근원은 같다.

하지만 사고의 방식이 다르다.

헤라클레스의 삶은 비록 제우스의 역사에 비하면 몹시 짧았지만, 그 짧은 시간만으로 이미 헤라클레스의 자아는 확립되었다.

나는 제우스였던 존재이며, 이제는 헤라클레스라는 존재로 치환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당연히 기간토마키아를 막기 위해서였다.

기간테스의 침공으로부터 그리스를 지키고, 가이아라는 구 티탄족으로부터 올림포스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왜 기간토마키아가 일어나지 않는 거지."

기간토마키아는 없었다.

기간테스의 침공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지상의 기간테스는 죽어가고 있었다.

왜?

나 때문에.

정확히는 내가 지상에서 수없이 많이 싸질렀던 나의 아이들 때문에.

-나는 안티마커스 헤라클레손! 죽어라, 이 괴물아!

-사라져라, 이 괴물! 나는 에우리오페스 헤라클레손! 헤라클레스의 자식으로서, 너를 죽이겠다!

-나, 텔레포스 헤라클레손 테스피아이, 이 짐승을 죽여, 내 아버지에게 영광을!!

제우스답게, 나답게 나는 지상에 나의 씨를 최대한 많이 전파했다.

그 아이들은 비록 아버지 없이 자랐지만, 왕궁에서 태어난 아이들답게, 그리고 내 '유피테르'로서의 기질과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들답게 영웅으로서 그리스를 지켰다.

좆간 올리브 수컷들과는 차원이 다른, 우람한 물건과 큰 체격, 그리고 스윗한-매너 좋은 대영수컷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뭇 많은 여인들의 환심을 샀다.

지상에 기간테스가 줄어들었다.

혹시 기간테스가 총공세를 펼치기 위해 힘을 비축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니더라.

지상에 기간테스가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간테스는 오히려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유를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곳에서 발견하고 말았다.

헤라클레스의 죽음 이후.

기간테스가 더 나오지 않았다.

즉, 가이아 여신이 더 이상 기간테스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

올림포스에 여전히 불안 요소는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들이 멸족하는 것도 아니었다.

올림포스는 여전히 융성하고, 이러다가 인간보다 티탄 신이 더 많이 태어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은 늘어나고 있다.

근친을 해방한 제우스.

헤라클레스라는 존재의 확보로 불안감이 해방되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헤라클레스와 메가라의 관계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신감이 차오른 걸까.

그도 아니면 이미 이전부터 참을 수 없던 음습한 욕망을 본격적으로 해방한 걸까.

아테나도, 아폴론도, 아르테미스도, 아레스도, 헤파이스토스도, 헤르메스도, 디오니소스도 모두 제우스에게 따먹혔다.

비단 올림포스 12신 뿐만이 아니라, 제우스가 낳은 모든 딸들이 그 처음을 제우스의 자지로 남자를 깨닫게 되었다.

평생 처녀를 지키겠다고 스틱스 강에 맹세한 누군가를 제외하고, 모든 티탄 여신들이 제우스와 섹스를 했고, 일부는 딸이 아내가 되는 기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수백 년인지, 수천 년인지 모를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근친으로 시작한 그리스 신화 답게, 근친을 하면 할수록 신들의 힘은 더욱더 공고해졌다.

어딘가 인간들의 왕국은 근친을 통해 왕권을 공고히 다졌지만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전적 결함이 생겨 가문이 몰락했지만, 그건 인간의 경우라는듯 올림포스는 더욱더 세를 넓히며 여기저기에 올림포스의 깃발을 꽂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이 지구 전체가 그리스가 되는 게 아닐까.

나중에 인류가 '합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올림포스!'라고 하는 게 아닐까.

뭐, 딱히 상관없었다.

신들의 시대가 계속되는 것도 딱히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좆간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보다는 근친하는 신들이 더 낫지.'

적어도 신들은 제우스의 자지를 가지고 싶어서 뱃속에 있는 아기를 향해 칼을 겨누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그래. 그거면 된 거다.

비록 문명은 여전히 그리스 시대에 머물러 있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북유럽 신화도 아랍 신화도 저기 동양 신화도 전부 제우스가 짱을 먹을 것 같지만, 이미 그런 걸 다 신경 쓰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와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근간부터 뒤틀렸기 때문이겠지.

근친은 하지만 강간은 하지 않는 제우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하면서도 상식을 파괴하는 단어란 말인가.

'에라, 모르겠다.'

언제까지 일어나지도 않을 기간토마키아를 기다릴 수 없으니, 나는 나대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지.

단, 여신은 조금 그렇다.

여신은 전부 제우스의 자지가 들락날락거린 이들이니까.

히히힝.

"왔냐."

나는 저 멀리서 내게로 날아온 날개 달린 흰 말, 머리에 노란 뿔이 달린 말의 뿔을 쓰다듬으며 녀석을 위로했다.

"가는 곳곳마다 방사능이 펼쳐져있으니 너도 살 곳이 없겠지. 네가 고생이 많다."

푸르르.

유니콘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올림포스에는 더 이상 처녀가 존재하지 않았고, 태어나는 처녀도 곧 성인이 되고 나면 성인식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우스가 뚫어주는 곳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뭐라고 하긴 그렇다.

내가 헤라클레스가 아니라 크레토스로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니라면, 이 그리스는 그냥 이대로 가는 게 정답일지도.

"나는 조만간 인간으로 환생하여 유희를 즐기러 갈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아닌, 신이 아닌 인간 아기로 태어날 생각이다."

푸르르.

"그래, 그래. 여자로 태어난다면 네가 나를 지켜다오. 물론, 남자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겠지만. ...아니지."

저 멀리.

밤하늘의 별자리가 반짝인다.

"어느 한 처녀를 지켜다오. 내가 그 처녀를 취할 수 있게."

나는 유니콘에게 뒷 일을 부탁하며, 나의 별자리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 * *

"...전능하고 위대하신 제우스 신과 이 땅을 지키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신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림포스."

"""올림포스."""

신전에 모인 이들이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린다.

기도의 대상은 신전 가운데, 함께 나란히 선 채 사냥을 나서는 듯한 두 남녀신.

주신 제우스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서로 한쪽 손을 잡은 채, 하늘을 날아다니는 매를 노리는 듯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이보게."

뒤에서 한 노파가 다가와 나를 불렀다.

"자네는...?"

"아레스 신을 섬기는 사도입니다."

"아아, 그렇군. 멀리까지 왔구려. 어떻게, 이 도시는 처음인감?"

"그렇습니다."

"어려보이는데."

"성인식을 치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허어, 과연. 그렇군."

노파는 내게 병 하나를 건네며 씩 웃었다.

"멀리서 왔을텐데, 고생이 많네. 자, 한 모금 하시게. 아주 좋은...."

"이보세요!!"

누군가가 앙칼진 비명과 함께, 노파의 손목을 붙잡으며 병을 빼앗았다.

"지금 신성한 신전에서 뭘 하는 거죠?!"

"칫...!"

"당장 돌아가세요! 신고하기 전에!"

"썩을 년 같으니라고...."

노파는 구시렁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떠나는 모습이 여간 좆간스러운 게 아니었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요즘 외지인들을 상대로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조심하세요."

"당신은...?"

"아, 저는."

사제복을 입은 금발벽안의 여인은 손을 가슴에 다소곳이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헤르실리아, 라고 합니다."

"헤르실리아...? 상당히 특이한 이름이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여인, 헤르실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게 손을 뻗었다.

"휴식이 필요하시다면 저기 여관을 잡으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그리고 아마, 이 도시에 목적이 없다면 빨리 떠나시는 게...."

"떠나려고 했는데, 방금 목적이 생겼소."

나는 헤르실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혹시,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을 알고 있소?"

"...알다마다요. 테베 왕조의 대영웅이잖아요."

헤르실리아의 눈이 나를 위아래로 훑는다.

반쯤 감긴 눈으로, 나를 살피듯 바라보다가 씩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왜요. 당신이 그 후손이라도 되는 건가요? 헤라클레손?"

"아니.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요. 그리고 그보다도 더 위대한 영웅이 되기 위해, 지금 땅을 찾고 있는 중이지."

"어머. 짐승 사냥꾼이 되시려고요? 그건 어려울텐데."

"나는 국가를 만들 계획이오."

나의 말에 헤르실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국가?"

"그렇소. 전 세계의 모든 길이 내가 만든 나라로 통할 수 있게, 나는 적당한 땅을 찾고 있소."

"흐응.... 그래서요?"

"땅은 찾았지만, 한 가지 찾지 못한 게 있었지."

"뭐죠?"

"나의 왕비."

나는 헤르실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의 아내가 되어주시겠소?"

"...흐응."

"운명을 느꼈소."

"하, 뭐래."

헤르실리아는 가라앉은 눈으로 내 손을 맞잡았다.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요?"

"당연히 꼬시려고 하는 말이지."

"그럼 이 운명이라는 거, 믿으시나요?"

"그대와 내가 여기에서 이렇게 만난 게 운명이라면, 이 운명도 나쁘지 않겠군."

"풋. 운명따위 믿지 않으실 것 같은 관상이신데."

"뭐, 그건 적당히 넘어갑시다. 그래서, 어찌하시겠소?"

"으음...."

헤르실리아는 손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밖을 눈으로 가리켰다.

"일단 서로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어디, 한 번 그 왕국의 미래에 대해서. 얼마나 큰 왕국을 세우려는 거죠?"

"그리스와 함께, 나의 건국신화가 함께 할 정도로 거대한 왕국-아니 제국을 세울 생각이오."

"이름은 정해두셨나요?"

"물론."

로ㅡ마.

"흐음.... 그럼, 당신 이름은 뭐죠?"

"나는."

헤르실리아를 향해, 이 시대의 예법과는 전혀 맞지 않는, 귀족과도 같은 예의를 갖추며 허리를 숙였다.

"로물루스라고 하오, 레이디."

그렇게.

시대와 역사 곳곳에서, 한 여자와의 무한전생결혼 처녀섹스 질싸임신 황혼이별 죽음 환생 처녀섹스라는.

수많은 시대, 수많은 역사 속에서.

나와 그녀의, 기간토마키아-메리지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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