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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엑스 마키나-213화 (213/235)

수컷을 죽였다.

암컷을 방치하고 어딜 싸돌아다닌 건지 모르겠지만, 수컷을 죽였다.

"하아, 하아, 하아."

전신이 쓰리다.

더럽게 쓰리고 아프다.

가죽 안의 피부 전체가 붉게 읽어난 흔적은 그냥 피부가 쓸린 게 아니라, 피부에 제대로 멍이 들어있다.

그래도, 이겼다.

엄밀히 따지면 죽인 건 아니다.

분명 다시 의지를 가지게 된다면 부활하겠지.

하지만 더 이상 부활하지 않는다.

내 앞에는 구멍이 송송 뚫린 히드라였던 덩어리만 있을 뿐, 머리가 다시 돋아나는 일은 없었다.

의지가 꺾인 거다.

나와의 싸움에서, 놈은 더 이상 저항할 의지를 상실한 채로 부활할 의지를 놓아버린 거다.

"후우우...."

나는 히드라의 몸을 붙잡았다.

괜히 여기에서 더 고통을 주면 아프다고 부활할까봐, 최대한 더 상처가 덧나지 않게 놈의 몸통을 잡고 질질 끌었다.

늪의 안쪽으로.

"히드라야. 문 열어봐."

그르르르.

다시 늪이 열리자, 땅이 일어나며 안에서 히드라가 나타났다.

"다른 머리는?"

"......."

히드라는 자신의 본체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꼬리 부분에 달린 머리는 전부 없앤 건지, 인간처럼 모습을 갖추기로 한 건지 그녀의 머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전에도 보기 좋았지만, 지금은 더 보기 좋네. 예쁘다."

"뀨응...?!"

나는 히드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막상 올려놓고보니 독과 피가 점철되어있던 손이었지만, 히드라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내게 오히려 달라붙었다.

"뀨으으응."

할짝, 할짝.

자신의 혀로 내 몸을 핥으며 독을 삼킨다.

이전에 자신의 남편이었던 놈의 것을 더러운 것인양 꼬리로 닦아내고, 사자가죽에 묻은 독과 피를 핥기 시작했다.

스르르.

점차, 수컷의 독이 히드라의 입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가죽에 가득 묻어있던 독기는 히드라의 입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히드라의 몸통을 늪 속 지하동굴에 집어던졌다.

"이거, 무너뜨릴 수 있어?"'

"뀨응...."

"네가 직접 하기는 좀 그래?"

도리도리.

혹시 수컷을 직접 늪 깊은 곳에 묻는 게 인간적으로(?) 조금 그런가 싶었더니,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러면?"

"뀨으으응."

히드라는 내 손을 잡아당기며 수컷의 몸통을 가리켰다.

"확실히 마무리 지으라고?"

"뀨으응. 자, 자지."

"...저거 보는 앞에서 따먹어달라고?"

"......."

이제야 고개를 가로젓지 않았다.

기간테스의 본능인지, 히드라가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사양할 것도 아니었다.

"나야 좋지."

눈앞에서 자기 암컷을 한 번 더 따먹는데, 그래도 부활하지 않는다?

그건 완전히 생각하기를 포기한 거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있든 다시 부활하지는 않을 터.

설령 부활한다고 해도, 히드라의 독에 대한 내성이 있는 내가 다시 히드라를 죽이러 오면 된다.

그 때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있을테니까.

"좋아. 그럼...."

어떻게 히드라를 따먹으면 좋을까.

"일단, 내 좆에 묻은 땀과 피부터 혀로 닦아주실까?"

생각은 일단 섹스를 하면서 해도 늦지 않다.

나는 사자가죽옷을 벗어던졌고, 히드라는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혀로 자지를 핥기 시작했다.

쮸와아압.

"...오우야."

히드라는 머리가 아홉개라고 했던가.

그 머리가 하나로 합쳐진다면, 혀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할짝, 할짝, 할짝.

"크으으...!"

입보지 아홉개를 모두 합친 것 같은 압력과 따스함, 그리고 끈덕진 혀놀림이 내 자지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할짝, 할짝, 할짝.

그리고 히드라는 고간 아래로 얼굴을 묻으며, 암컷이 남자에게 할 수 있는 극상의 굴복을 보여줬다.

할짝.

"...쓰읍."

뒤에서 느껴지는 간질거리면서도 끈적이는 감각에, 나는 자지가 더 빳빳해졌다.

'제우스였을 때도 이건 해본 적이 없는데.'

기간테스, 히드라에게 후빨을 받아볼 줄이야.

길쭉한 혀가 뒤로 들어와 전립선을 꾹꾹 눌러, 절로 쿠퍼액이 질질 새어나오는 것 같다.

"...후우."

그런데도, 수컷은 더는 꿈틀거리지 않았다.

* * *

레르네 늪은 무너졌다.

늪의 아래에 갇힌 히드라였던 것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그 위에 삽을 만들어 가져와 늪 위로 히드라를 위한 봉분을 만들었다.

거의 작은 언덕, 조금 과장 좀 보태어 산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두텁게 흙을 쌓았다.

주변이 전부 늪지대라, 질척거리는 진흙을 계속 산처럼 쌓고 삽으로 두드렸다.

언젠가 히드라가 안에서 부활하여 튀어나온다면, 내 키보다도 더 높은 봉분이 흔들리며 조짐을 보이겠지.

"그럼 이제...."

나는 내 옆에 딱 달라붙은 히드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히드라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고, 나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죽인다?

그건 안 된다.

막상 죽이기에는 너무 보지가 맛있고, 앞으로 수컷이 부활할 때마다 앞으로 데리고 와서 따먹어줘야 수컷은 다시 대가리를 처박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데리고 다니기에는....

"일단 언어부터 가르쳐야...응?"

구구구.

아래,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히드라를 바로 안아 당겼고, 곧 땅에서 관 같은 것이 튀어나와 주변에 어둠을 뿌렸다.

"뭐야...?"

"무엇이긴. 제우스 신께서 보낸 자다."

"...아."

조금 딱딱하지만 고운 미성.

익숙한 목소리다.

"페르세포네...?"

"일단은 '님'이라고 붙이도록."

"아, 크흠.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페르세포네 님."

갑자기, 저승의 '여왕'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왜 내게 갑자기 페르세포네를 보낸 건지, 나는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인간의 몸으로 히드라를 제압한 것은 분명 굉장한 성과다. 하지만 히드라의 처우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제우스 신께서 나를 보내셨다."

"어쩌려고...."

나는 히드라를 내 품에 안았다.

"이것은 나의 전리품이요. 내가 싸워서 얻어낸 정당한 성과요."

아무리 제우스라고 한들, 히드라를 그냥 빼앗아갈 수는 없다.

히드라 또한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도 그럴게, 이제 히드라의 남편이자 지아비는 나니까.

히드라가 낳을 수많은 새끼들의 아버지는 나니까.

"이해한다. 음, 이해하고 말고."

페르세포네는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우스 신께서는 그런 취향이 아니지만, 그런 취향인 부분이 이렇게 떨어져나온 거라면 인정이지. 음."

"꼭 그런 건 아닌데...."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해해."

그렇겠지.

내가 그간 지상을 돌아다니면서 때려잡은 기간테스를 지옥으로 보내면, 페르세포네가 그걸 따먹어서 평정하기도 했으니까.

"지하에 따로 공간을 마련하마. 히드라가 명계의 주민이 된다면, 히드라는 산 자이자 죽은 자로 명계의 일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히드라와 그 자식들은 기간테스지만 올림포스의 일원이 된 자로서 일할 수 있지."

"흐음.... 기간테스를 전력으로 삼는다?"

"더 이상 기간테스가 아닌 거지. 이미 기간테스로서 가진 본성은 억눌러진 것 같은니."

"뀨으응...."

히드라는 계속 나를 붙잡았고, 내 눈치를 봤다.

"제안을 하지. 히드라를 지옥으로 영입하겠다."

"좋은 제안인데, 한 가지 분명히 할 게 있소."

나는 히드라를 안았다.

"이 여자의 배에 깃든 생명들은 나 헤라클레스의 자식들이며, 이 보지는 내 것이오. 다른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소. 설령 명계의 지배자인 페르세포네라고 하더라도."

"그야 당연한 말을."

합의점은, 간신히 찾았다.

혹시나 히드라를 내게서 NTR 하려는 게 아닐까 살짝 걱정했지만, 다행히 페르세포네는 그럴 생각은 없....

"잠깐."

"무엇인가?"

"설마 히드라의 새끼들 중에 암컷이 있으면 그걸 따먹으려는 건 아니겠지?"

"......."

페르세포네는 침묵했다.

그저 손으로 턱을 쓸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대신 입꼬리만 쓱 비틀기만 할 뿐이었다.

"뀨이이잉...?"

"아, 그게."

혼란스러워하는 히드라의 귀에 대고 진실을 속삭이자, 히드라는 깜짝 놀라며 페르세포네를 삿대질했다.

"자, 자지?!"

"자지."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게 자지인 건가. 흠. 명계에 가면 언어부터 가르쳐야겠군. 장모님."

"자지이이이?!"

페르세포네는 입맛을 다시며 아래로 손을 뻗었다.

곧 땅에 원형의 공간이 열렸고, 나는 히드라의 어깨를 붙잡았다.

"걱정하지 마라. 명계도 좋은 곳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낳아 잘 기르고, 혹시 섹스하고 싶거든 이야기해라. 쟤가 너를 내 곁으로 보내주든, 아니면 내가 명계로 찾아가든 마음껏 안아주마."

"뀨으으응...."

아쉬워하는 히드라를 다독이며,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와 입을 맞췄다.

"자, 자지이."

"응?  마지막 송별의 섹스라도 해달라고?"

"뀨, 뀨응...."

히드라는 고개를 가로저으려다가 잠시 망설이고는, 입안에서 무언가를 뱉어내 두 손으로 내게 건넸다.

"이건...?"

"히드라의 독 같군."

"......."

이걸 이런 식으로 얻을 줄이야.

색을 봐서는 그녀가 내 몸과 사자가죽에 가득했던 수컷의 독을 핥아 빨아먹었던 것을 내단처럼 만든 것 같았고, 나는 그걸 조심스럽게 손으로 받았다.

다행히, 내 손이 독에 중독되는 일은 없었다.

"그럼, 안녕이다."

스르르.

히드라는 내게서 물러나며 지하로 향하는 입구로 향했고, 곧 땅이 엘레베이터처럼 아래로 스르르 내려가기 시작했다.

"......."

히드라는 떠났다.

원없이 섹스를 하고, 내 아이까지 가진 채 그녀는 명계로 떠났다.

"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나는 히드라의 독이 든 내단을 조심스럽게 움켜쥐며, 몸을 돌렸다.

이후.

새끼를 낳는 뱀의 임신 기간은 약 80일 가량이라는 걸 안 이후.

약 3달에 한 번 간격으로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히드라를 데려와 나와 임신교미 섹스를 하기는 했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

히드라는 쓰러졌다.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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