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202화 (202/235)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나는 테베에 도착했다.

"야, 쪼다."

"왜, 뇌근."

나는 테베까지 달고 온 짐덩어리, 테세우스라는 놈을 향해 중지를 세웠다.

"인간적으로 내가 테베까지 데려다줬으면 호위 비용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뭐래. 미친 놈이. 네가 나를 호위한 거냐? 네가 나를 따라온 거지."

"개소리 하지 마라. 나 없었으면 저기 오는 길에 너를 따먹으려고 한 남자들한테 지금 후장 털렸다? 인정?"

"후장이 털리는 건 너였겠지. 여자처럼 생겼다 싶으면 냅다 가서 자지 들이미는 게이 새끼가."

"뭐래, 쪼다가."

"네, 다음 뇌근."

테세우스가 개소리로 일장연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제는 저 개소리를 들을 일도 없으니, 나로서는 그저 안심하고 테베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왜냐고?

이제, 이 놈과는 안녕이니까!

"함께해서 좆같았고, 다시는 보지 말자."

"누가 할 소리."

나는 테세우스를 향해 중지를 세운 뒤, 테베성으로 들어가기 위한 성문 앞 대기줄 뒤에 섰다.

"젠장, 들어갈 때까지는 꼼짝없이 같이 있어야하다니."

"꼬우면 저기 다른 문으로 들어가든가."

"지금? 너나 그래라. 난 제일 가까운 곳으로 들어갈 생각이니."

"그럼 조용히 입 다물고 있든가."

테세우스가 내게 경고를 날렸다.

아무래도 주변의 분위기가 다들 험악한 만큼, 그리고 테베의 병사들도 지금 경계가 바짝 선 만큼 괜히 분란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테베는 내가 오려고 한 곳이지, 너는 아무 곳이나 가도 상관없잖아. 네가 좆물 싸지른 곳에 가서 애 아빠나 하란 말이다."

"지도 좆물 싸질렀으면서."

"나는 그 때 님프한테 따먹힌 거고, 너는 오는 길에 보이는 여자들 족족 따먹고 다녔잖아."

"그 옆에서 함께 여자 따먹은 쪼다는 어디로 가셨나?"

그간.

테베로 오는 길, 나와 테세우스는 어쩌다보니 둘이서 함께 행동하게 되었다.

처녀 님프 자매에게 따먹힌 뒤로 서로 시비가 붙었다.

-누가 더 남자다운가?

나는 당연히 겉모습부터 헤라클레스 그 자체인 내가 더 남자답다고 주장했고, 테세우스는 겉모습은 중요한 게 아니라면서, 자지로 승부를 보자고 했다.

그 결과.

우리는 오는 곳마다 2:2 난교 섹스를 하며 여자들에게 누가 더 남자다운가를 검증받아야만 했다.

대부분 각자의 파트너를 상대로 하며 섹스를 했고, 도중에 어쩌다보니 쌍둥이 자매를 상대로 파트너를 바꿔서 스와핑 섹스를 하기도 했다.

결론.

자지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하더라.

자지컬과 테크닉은 당연히 내가 우수하지만, 그 작은 체구와 거대한 자지의 언밸런스함에서 오는 모성애적 배덕감과 꼴림이 강하다고 하더라.

제우스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전생하기 전에도 몇 번 해보지 못했던 온갖 섹스에 나는 일단 나름 만족하면서 테베에 왔다.

나 혼자서 섹스를 했다면 분명 제우스 때와 비슷한 쾌감이었겠지만, 테세우스와 섹스 경쟁을 붙으니 그건 또 그것 나름의 쾌감이 있었다.

"야, 쪼다. 테베에 들어가면 그 때는 적이다."

"당연하지. 누가 더 명성을 많이 쌓는지 승부다."

자지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비겁하게 쇼타 플레이를 이용하는 테세우스를 상대로 확실하게 콧대를 꺾을 수 있는 건 '누가 더 유명한가'를 두고 싸우는 것 뿐.

그걸 위해 나는 굳이 테베까지 왔다.

테세우스가 테베에 오고자 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한 사냥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정지. 어디서 온 누구지?"

어딘가 익숙한 것 같은 얼굴의 경비병이 창을 들어 우리를 막았다.

카드모스가 왕일 때, 그리고 이후에도 내가 몇 번 변장한 유피테르로 들어왔을 때 봤던 경비병과 비슷한 얼굴이었다.

아마 그 경비병의 후손이 아닐까.

"본인은 아테네에서 온 테세우스라고 하오."

"아테네! 좋은 곳이지. 올리브가 유명하고, 아테나 여신께서 직접 보듬어주시는 곳! 부럽군. 그래, 아테네에서는 무슨 일로 왔소?"

"카드모스 대제전에 참가하기 위해 왔소."

"...그대가?"

경비병이 테세우스를 위아래로 훑었다.

아무래도 체격으로 보면 영락없는 소녀 그 자체라,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아이게우스 왕과 아이트라의 아들이오."

"...아들?"

"...씨바."

테세우스는 찰지게 쌍욕을 내뱉었으나, 경비병은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테세우스는 저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사용을 하는 거니까.

그냥 내가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을 그게 욕인지는 알고 따라하다가 입에 붙은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 쓰는지 눈치껏 알고 사용하는 것 뿐이다.

지금은 그냥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 같지만.

"나는 남자요. 어떻게, 바지라도 벗어서 증명이라도 하리?"

"크흠. 그렇게까지 할 건 없고.... 하지만 정말로 남자라고 보증을 할 사람이라도 있소?"

"...저 놈이 알고 있소."

테세우스가 나를 가리켰다.

"저 자가 내가 남자인 걸 알고 있소."

테세우스가 눈을 부라리며 나를 노려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자리에서 자신이 남자라는 걸 증명해주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저 새끼 꼬추 달린 놈 맞소. 왕자지."

그에 대해, 나는 적나라하게 테세우스의 실체를 밝혔다.

"생긴 건 좆같이 조그만 놈이라도, 달려있는 자지는 자기 팔보다 더 두껍고 길쭉한 놈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헉...!"

내가 테세우스의 사이즈를 까발리자, 주변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테세우스의 팔을 향했다.

"야 이...!"

"내가 뭐 없는 사실을 말한 것도 아니고."

남자들은 혀를 내두르고, 여자들은 얼굴을 붉히며 테세우스의 팔을 곁눈질하며 그의 크기를 가늠했다.

150도 되지 않는 작은 남자가 자기 몸의 1/8에 가까운, 무려 19cm에 이르는 자지를 가지고 있따면 당연히 놀랄 수밖에.

어떻게 그걸 잘 아냐고?

내가 아는 건 아니고, 저기 테세우스에게 박힌 여자가 인증해줬다.

나야 당연히 테세우스보다 더 크고.

"크흠. 알겠소. 뭐 중요한 건 아니니...넘어가지. 그대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테세우스는 별 감흥없는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알케이데스라는 이름을 아는 만큼, 굳이 내 정체에 대해 관심은 없겠지.

"미케네 왕국에서 왔소."

"...상당히 큰 곳에서 왔군."

하지만 알케이데스는 가명이다.

"내 이름은, '헤라클레스'."

"......!"

카드모스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놀란다.

내 앞에서 나에 관한 정보를 묻던 경비병도 놀란다.

내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내 이름을 듣고 놀란다.

"헤...라...?"

당연하다.

이름에 감히 대놓고 그리스 최고 여신의 이름 두 글자를 박아넣는 자는 없으니까.

아테네 도시도 아테나 여신이 있어서 그 이름인 거지, 감히 어떤 나라가 도시 이름에 신의 이름을 떡하니 박아넣겠는가.

테세우스만 하더라도 '~~우스'와 같이 최대한 변주를 넣었고, 제우스라는 존재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관대해서 그렇지, 원래 신의 이름은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조선시대에 '피휘'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지금 이 시대 또한 마찬가지.

그런데도 나는 내 이름을 당당히 밝혔다.

'헤라의 영광'이라는 이름을, 다른 이들이 처음 들었을 때 '저 새끼 헤라신의 진로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런 이름을?'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내 이름을 밝혔다.

"그, 혹시...."

"가명이 아니오. '진명'이오."

"허억...!"

차라리 가명으로 사칭한 거라면 이성적으로 이해는 할 수 있다.

헤라 여신에게 너무 심취하여, 헤라의 발닦개라는 식으로 이름을 지어 스스로를 낮춘다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진짜 이름이다?

"미케네의 왕족, 헤라클레스. 미케네 최강의 전사 암피트리온의 아들이며, 미케네의 공주 알크메네의 아들. 미케네의 왕 알카이오스가 나의 조부요."

"세, 세상에...."

만약 이것이 거짓이다?

나는 인간세상으로서는 왕족을 사칭한 것이며, 신격적으로는 신의 이름을 함부로 가져다 쓴 자가 된다.

하지만 내게는 그 어떤 벌도 내려오지 않았다.

나는 헤라클레스니까.

"문을 여시오."

"......테베에 온 것을 환영하오."

경비병이 옆으로 비켜섰다.

나는 이전보다도 더 당당하고 근엄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미친."

테세우스가 나를 향해 욕을 내뱉었다.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을 가진 놈이 하는 짓이...."

조금, 제우스 답게 행동했을 뿐.

"흐흐. 이제 이 형님의 위대함을 알겠냐?"

"......야."

테세우스는 내 옆으로 따라붙으며 이죽거렸다.

"네가 했던 행동들, 나는 다 알고 있다?"

"알리든지 말든지. 그딴 걸로 협박하는 옹졸한 놈이면, 나도 그에 맞는 대우를 하면 되니까."

"...하, 그런 이야기 아니거든?"

살짝 고민한 것 같은데, 아니라고 하니 넘어간다.

"그럼?"

"카드모스 대제전, 2인 1조인 거."

"너랑 같이 편 먹자고?"

"어때? 대신."

카드모스는 앞으로 손날을 수직으로 세워 내리그었다.

"등록만 2인 1조로 하고, 실적은 각자 알아서 내자고. 어때?"

"...좋지."

다른 이들의 도움 따위는 받을 필요 없으니.

"가자."

우리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인류 최초의 영웅 카드모스를 칭송하고 기리기 위한 사냥의 대제전으로.

* * *

"......."

많은 인파가 지나가는 테베의 거리.

머리를 하나로 묶어올린 금발의 여인은 지나가는 이들을 하나둘 살피다, 늠름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거구의 사냥꾼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후후."

"메가라 공주님?"

"아, 응. 금방 갈게."

시종의 부름에 여인, 공주 메가라는 히죽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번 대제전에 우수한 사냥꾼이 많이 왔나봐."

스르륵.

그녀가 밟은 자리.

흙이 요동치듯, 소리없이 들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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