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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엑스 마키나-177화 (177/235)

〈 177화 〉 (전)처녀신 아르테미스 ­ 악타이온 (5)

* * *

악타이온은 죽었다.

사인은 남녀가 섹스 중에 난입하고자 했기 때문.

그 대상이 아르테미스와 아제우스인 건 차치하고, 그냥 딱 봐도 남녀가 서로 애널섹스로 사랑을 나누고 있는 걸 보고도 '앞이 비었으니 나도 좀'이라고 말하는 그 입방정과 욕망 때문에 죽었다.

"불쾌하네요."

파바박.

아르테미스는 악타이온의 몸에 화살을 한 번 더 박아넣었다.

이미 죽었지만, 죽어서 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지만, 아르테미스는 계속 화살을 쏘며 몇 차례 확인사살을 했다.

푸욱.

화살이 악타이온의 뒤에 꽂혔다.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으나, 섹스에 난입하려고 했던 그의 행보를 생각하면 죽어도 싼 놈이기는 했다.

"잘 죽였군. 잘 죽었고."

"세상에. 그 카드모스의 자손이 저런 놈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그리스 인간들의 평균 인성이 다 그렇지."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아무리 티폰으로부터 나를 구해줬던 카드모스의 후손이라고 한들, 주신의 똥꼬를 노리던 인간 놈들의 후손이라는 게 어디 멀리 가겠는가.

"좆간이 원래 그렇지. 문제는 저걸 어떻게 수습하냐 하는 거다."

그냥 인간이면 죽이고 냅두면 그만이다.

물고기가 와서 시체를 뜯어먹든, 아니면 바닥에 가라앉아 백골이 되든 우리가 알 바 아니다.

하지만 카드모스의 후손이라는 건 곧 왕실의 피가 흐르는 놈이라는 것.

왕가의 후손이 어디선가 실종되고 죽었다.

분명 왕실에서는 악타이온을 찾아나설 것이고, 행여나 신들에게 악타이온의 행방에 대해 물으면 큰일 난다.

­멀리 보시는 여신이시여! 제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 지 알려주십시오.

­오냐. 스틱스 강에 맹세코 네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주지. 네 아들은, 네 아들은...커헉?!

­왜 그러십니까? 찾으셨습니까?

­네 아들은, 네 아들은.... 아르테미스랑 애널섹스하는 닮은 남자의 위에 엎어져서 자지를 박으려다 죽었다!

­엣.

­아르테미스가 애널 섹스를 하다가 네 아들을 죽였다!!

"젠장."

왕가의 후손.

거지같지만, 아르테미스의 명예를 위해 사건을 조작해야 한다.

"일단 낙인부터 찍고."

나는 아르테미스에게 화살을 빌려, 악타이온의 시체에 번개 모양의 상처를 만들었다.

파지직.

악타이온의 이마에는 내 표식이 박혔다.

이제 그의 영혼은 스틱스 강에 오르자마자 바로 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지옥행 급행열차에 올라 게이지옥의 밑바닥에 빠질 것이다.

"악타이온의 영혼은 하데스가 잘 알아서 처리할 거야. 이걸로 지져놓은 덕분에 영혼의 기억에도 문제가 생길테니, 이제 큰 부담은 없다. 문제는...."

"현생. 지상이군요."

"그래."

아르테미스 또한 상황이 좆됐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안 되는데.... 아직 파파랑 애널섹스 한 거 걸리면 안 되는데...."

"그게 걱정이야?"

"당연하죠. 저 말고 다른 언니동생들이 파파를 잡으러 올 거 아녜요."

"네가 처녀신의 명예를 잃는 건?"

"그런 건 상관없어요. 보지로 섹스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 뒷구멍으로 섹스하지 않겠다고 한 건 아니었으니까!"

안녕.

원래의 역사.

처녀신 아르테미스는 이렇게 처녀막의 신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알았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인간을 상대로 애널섹스를 한 여신'이라는 칭호를 받는 게 싫구나."

"그러면 어떻게 하죠? 협박을 할까요? 악타이온의 부모들을 찾아서? 카드모스의 후손들이니까 말이 통할 것 같은데."

"아니. 자식잃은 부모에게 협박은 통하지 않아."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두고 울분을 삼키지 않을 수 있을까.

­애널섹스하던 아르테미스 여신을 봤으니 내 아들이 죽는 건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을 한다고?

천만에.

세상 그 어떤 부모도 자식의 죽음에 대해­

"...좋은 생각이 났다."

"어떤 생각이요?"

"조작하자."

나는 내 얼굴을 가리켰다.

"마침 저 악타이온이랑 악타이온 아제우스가 닮았으니, 그걸 이용하는 거야. 잘 들어, 아르테미스."

나는 내 계획을 아르테미스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아르테미스는 순식간에 눈이 뒤집어졌다.

"싫어요!"

"진정해."

"네."

아르테미스는 바로 진정했다.

엉덩이를 만져주면서 다독이니, 아르테미스는 금방 화를 삭였다.

"아제우스는 계속 만들어낼 수 있어. 여기서 사라지더라도, 다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정말이죠?"

"그래. 애초에 아제우스는 하나가 아닌 걸."

그리스 전역에 아제우스가 존재한다.

"아르테미스의 아제우스는 악타이온이 아니었던 거야. 이번에는 조금 난감한 상황이 생겼지만, 교훈을 얻었지. 함부로 아무 이름이나 쓰면 안 된다는 걸."

"그러면...."

"너를 위한 다음 아제우스를 준비하겠어. 그리고 다음 아제우스가 준비되는대로 너를 찾아가마."

"파파...."

아르테미스는 울상을 짓다가 내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럼 계획대로 하기 전에, 한 번 더 해요."

"...응?"

"어서요. 당장. 아니, 한 번이 아니라 계속!"

"......."

결국 아르테미스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나는 허리를 흔들었다.

* * *

"으아아악!!"

동굴 밖으로 비명이 울려퍼진다.

금발의 청년은 사색이 된 채 동굴을 빠져나왔고, 곧 주변을 훑었다.

"사, 살려줘...!!"

새애액!

청년의 옆으로 화살이 날아들었다.

평범한 화살과는 다른, 달빛으로 벼린 것 같은 날카로운 화살이 청년의 귓불을 스치며 날아갔다.

"뭐야, 뭐야?"

"몰라. 인간이 동굴 속에서 도망쳐나오는데?"

"뭐 훔치려다 걸린 거 아니야?"

유독,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던 동굴의 입구에서 소란이 일어나자, 주변에 있던 님프들은 하나둘 동굴 근처로 모였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이 파렴치한 놈!!"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신의 분노가 담긴 목소리에 님프들은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고 몸을 숨겼다.

첨벙.

물 위를 걸어오는 여인은 드레스를 급히 걸친 채, 전신이 잔뜩 붉어진 채로 부들부들 활을 잡고 떨고 있었다.

"그래! 어디 한 번 가서 말해봐라!"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닥쳐라! 몰랐다는 말로 끝나면 될 일이더냐!"

촤륵.

아르테미스는 샘물에 손을 뻗어, 남자를 향해 물을 뿌렸다.

"가라! 가서 어디 한 번 마음껏 말해봐라! 네가 '오우야, 존나게 따먹고 싶네. 씨발련.'이라고 말한 여자의 알몸이 아르테미스라는 여자의 몸이라고!"

"!!"

님프들은 기겁을 했다.

저 인간, 미친 걸까.

아무리 몰랐다고 하지만, 모르는 것도 불경이다.

"나 아르테미스의 알몸을 그대로 봤다고 어디 한 번 말해보란 말이다!"

"아닙니다!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뭐?! 보, 보지?!"

"아닙니다!!"

순간, 청년의 머리 위로 뿔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사슴의 뿔과 같은 형태였고, 청년은 바로 사슴이 되었다.

"키히익...!"

이제는 완연한 짐승이 되어버린 청년.

아르테미스는 수사슴이 된 청년을 향해 떨리는 손으로 활을 겨눴다.

"이 변태새끼!!"

새애액!

떨리는 손으로 쏜 화살이라서 그런 걸까.

그 아르테미스가 표적을 맞추지 못했다.

그것은 곧 아르테미스의 화가 끝까지 치밀었다는 뜻.

다그닥!

수사슴은 황급히 자리를 떠나 도망쳤다.

아르테미스는 활을 챙기며 쫓으려고 했지만, 황급히 챙겨입었던 옷이 흘러내리는 바람에 미처 앞으로 뛰지 못했다.

"운 좋은 놈...!"

아르테미스는 씩씩거리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한 차례 소란이 잦아든 뒤.

"웬일이니, 웬일이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담!"

님프들은 삼삼오오 모였다.

"세상에. 아르테미스 여신님의 '진짜 모습'을 본 것도 영광인데, 저 인간은 그 알몸을 본 거야?!"

"미쳤어. 미쳤어."

"쯧. 인간이 잘못했네."

님프들은 결론을 내렸다.

"아르테미스 여신님이고 자시고 간에, 남자가 그런 소리를 했으면 죽어도 싸지. 흥."

님프들은.

모두 여자다.

그리고.

"얘들아!! 아까 그 인간, 이름이 악타이온이래!"

"뭐? 그걸 어떻게 알았어?"

"저기 사냥개들이 있던데?"

"앗."

* * *

며칠 뒤.

저승.

절그럭.

죄수의 복장으로 명계에 들어온 악타이온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이 어쩌다 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고, 마지막에 뭔가가 몸에 파고드는 끔찍한 고통이 가득했다는 것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오직 흐릿한 여인의 알몸 뿐.

"젠장...."

기억이라도 또렷하면 좋으련만, 여인의 몸은 마치 안개 속의 실루엣을 본 것처럼 흐릿했다.

"다음."

명계의 간수들에 의해 인도된 악타이온은 명계의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악타이온. 강간마에 준하는 죄를 지은 자. 제우스 님의 표식이 있군."

"예?!"

악타이온은 기겁했다.

명계 사람들이 자신을 꺼려하는 이유가 제우스의 표식 때문이었다는 건가?

"아, 아닙니다! 저는 강간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제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네 사인은 간단하다. 네가 기르던 개들에 물려 죽었다. 개들은 너를 잡아먹었지."

"그, 그런...? 어째서?"

"신성모독."

명계의 신 하데스가 손을 뻗자, 허공에 화상이 드러났다.

동굴 속.

악타이온은 동굴 안으로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보았다.

"아, 아아...."

여신의 뒷태를.

엉덩이는 물속에 잠긴 채, 달빛에 반짝이는 매끈한 여신의 등에 악타이온은 넋을 잃었다.

그리고 그것이 '여신'이라고 생각한 순간.

"그래. 너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목욕 장면을 목격했다."

"......진짜로요?"

"그래."

"아, 아니. 잠깐만요. 내가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크윽, 머리가...!"

반짝.

악타이온의 영체 이마에 찍힌 제우스의 표식이 반짝였다.

"...정말로,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여신의 뒷태를 본 것. 불경하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삑.

화상 속 악타이온은.

[어우야. 존나 예쁘네, 씨발년. 야. 앞 구멍 비었지? 내가 존나게 쑤셔줄게.]

"아, 아앗...! 저, 저는 저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지옥으로."

"으아아악!!"

악타이온은 지옥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보게, 총각. 조심하게. 여기서 악타이온이라는 자가 죽었다고 하니."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래. 그런데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

"저는."

또 한 명의 남자가.

"오리온 아제우스라고 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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