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45화 (145/235)

EP.145 겨울의 시작 (8)

그 시각, 엘레우시스 왕국.

"어머, 손이 많이 트셨어요. 여기 이것 좀 발라보시겠어요?"

"멀리서 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이것 좀 드셔보시겠어요?"

"......."

노파는 자신을 향한 여러 여인들의 호의가 조금은 어색했다.

자신의 아래에 있는 많은 이들은 자신을 향해 경외감을 가지고 명령을 따르거나, 혹은 '여신'이기 때문에 자신을 떠받든다.

"부담스러워하지 마셔요. 이건 저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걸요."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여신도 아니고, 여신이라고 밝히고 온 것도 아닌 평범한 노파에 불과하다.

"옷은 마음에 드시나요? 입고 오셨던 건 지금 열심히 세탁하고 수선하고 있답니다. 오늘 저녁이 되면 금방 새 것처럼 될 거예요."

"오후에는 욕조에 들어가서 몸을 한 번 담그는 건 어떠세요? 피로가 싹 풀릴 거예요."

"저희가 모셔드릴게요."

그런데 이곳의 여인들은 무어란 말인가.

자신을 향해 베풀어지는 달콤한 음식들을 비롯하여, 이들이 주는 모든 호의가 노파에게는 너무나도 어색했다.

이들이 정녕 인간들이란 말인가?

이들이 정녕 인간들 중에서도 높은 계급을 가지고 있는, 심지어 그 중 최정상에 올라있는 왕족이란 말인가?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께서 얼마나 괴로워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 충분한 마음의 휴식을 누리다 가셔요."

노파의 두 손을 직접 잡고 시선을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금발의 여인, 메타네이라는 인자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이곳, 엘레우시스에서 편안히 지내셔요. 이곳은 전쟁도 가난도 기아도 없는, 평화로운 땅이랍니다."

"맞아요. 이런 말 하기는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여기만큼 평화로운 곳이 또 없답니다."

"저 멀리 있는 이웃나라처럼 신께서 돌봐주시지는 않지만, 저희는 언제나 항상 신께서 저희를 보고계신다는 마음으로, 믿음으로 살고 있답니다."

"맞아요. 올림포스의 신들께서 저희를 굽어살펴주고 계신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후후, 사실 저희를 보살펴주시는 신께서는 저희들이 모르게 엘레우시스를 봐주고 계신 거 아닐까요?"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왕비와 공주들의 말에도 노파는 그게 왠지 싫지 않았다.

"도소 어르신. 혹시 뭔가 필요하지는 않으셔요?"

도소.

노파는 자신을 '도소'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물론 실제로는 '데메테르'라고 하는 땅의, 대지의 여신이었지만, 그녀는 지금의 자신에 대해 여신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고집이나 아집은 아니다.

단지 지금 남들의 앞에 '데메테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여신이 인간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데메테르는 지금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이유는 하나.

"...질문이, 있소."

"질문이요? 얼마든지 여쭤보세요. 저희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말씀드릴게요."

"그대들은 저 멀리서 다가온다고 하는 추위가 두렵지 않소?"

"......."

왕비와 공주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곳으로 추위가 다가올텐데."

엘레우시스 왕국을 향해, 얼어붙은 대지가 점차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책이라고 말씀하셔도."

"저희는 할 수 있는 게 없답니다."

왕비와 공주는 잠시 우울한 미소를 띄었다.

"만약 그것이 인간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저희는 모든 힘을 다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자연의 일은 저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이는 올림포스의 위대한 신의 영역이니, 저희가 감히 해결을 입에 담을 수는 없지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재해를 두고, 감히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땅의 여신께서 몹시 진노하시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신의 일이니까.

인간이 어떻게 신의 분노를 감내한단 말인가.

"올림포스에는...."

"신들께 함부로 인간의 일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오히려 신들께서 더 노하실지 몰라요."

"만약 얼어붙는 대지가 이쪽으로 온다면, 그건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겠죠."

"분명, 누군가가 신께서 화가 날 만큼 잘못을 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러니까...."

왕비와 공주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적어도, 마지막 만큼은 저희가 하고 싶었던 만큼...!"

"......."

도소는 침묵했다.

얼어붙는 대지는 분명 신의 분노가 맞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닌 데메테르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데메테르는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향해야 할 지 모를 분노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자식의 성장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의 잘못된 인식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신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누군가의 저주일지.

대지는 마치 데메테르가 가는 곳마다 얼어붙어버렸다.

데메테르의 발길이 스치는 곳마다.

그래서 데메테르는 이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만약 자신이 데메테르로서 왔다면, 이곳에 자신의 신전을 세우고 싶었을 정도로 왕국의 사람들은 선하고 심성이 올곧았다.

그것 때문에 더 자기자신에 대해 자괴감이 들었다.

여신이 제대로 힘을 제어하지 못하여, 애꿎은 인간들만 죽어나가고 있으니까.

"...미안합니다."

도소는 왕비와 공주들에게 사과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에 본인이 제일 놀랐고, 왕비와 공주는 애써 웃으며 도소의 몸을 일으켜세웠다.

"씻으러가요, 저희."

"그래요. 한 번 몸을 씻고 나면 마음도 개운해질 거예요."

도소는 왕비와 공주를 따라, 마치 인형처럼 흔들리며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 * *

"여기, 부자 왕국이 아니었어."

헤라를 잠시 쥬피터포로 기절시킨 뒤, 나는 이 엘로우시스 왕국의 실체를 깨닫게 되었다.

'멸망 전에 욜로로 즐기다 가려는 거야.'

원래는 상당히 검소하고 가난한 나라였을 것이다.

가난한데 인품이 좋을 수 있을까 나는 의문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좆간의 예를 봐왔기에 나는 오히려 선입견에 빠져있었다.

나는 깨닫고 말았다.

경제적인 부유함이 인품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을.

이 왕국에는 이상하리만큼 선한 인간들이 많이 모여있다는 것을.

내게 건네준 사탕은 주머니에 넘쳐나서 그런 게 아니라, 경비가 가족을 위해 식사 대신 당 결정을 점심 식사로 씹어삼키려다가 내게 건넨 것이라는 걸.

그리고 이렇게 선한 이들 조차도 다가오는 멸망 앞에서 절제를 잃고 재산을 탕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짜 안타깝네. 있는대로 막 쓰는 것도 너무 착하게 쓰고 있어."

"오, 오빠...! 내게 한 번 더 마마라고...!"

"너는 좀 있어봐."

"꺄아악...!"

나는 침대에 엎드린 헤라의 엉덩이를 때리며 자지를 쑤셔박았다.

아무리 헤라가 마마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들, 여전히 헤라는 다른 이들에 비해 허접보지일 뿐이었다.

그녀가 지금 코피를 흘려서 연기가 제대로 안 되는 쇼타플마저도, 데메테르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내게 직접 모유를 먹였던 플레이마저도 헤라는 지금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저,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

"후우. 그래도 네 덕분에 연습은 좀 할 수 있었다. 고맙다, 헤라."

"고, 고마우면 마마라고 한 번...!"

"사랑해, 헤라 마마."

"응기잇...!!"

헤라는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나는 그녀의 안에서 자지를 빼낸 다음, 정액이 흘러내리지 않게 헤라의 허리를 옆으로 밀었다.

털썩.

상체는 베개에 얼굴을 박고, 하반신은 옆으로 비틀린 모습에서 나는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데메테르도 이렇게 쉽게 끝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자지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데메테르를 찾아 그녀의 다리를 벌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감을 퍼뜨려도 데메테르는 찾을 수 없었다.

이곳 엘레우시스 왕국 안에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도무지 그녀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만약 변장을 한 상태라면?

'일단 원래대로 돌려놓고 박아야지.'

미스메의 아들에게 저주를 걸었다고 하는 그 마녀 노파가 데메테르라고 한다면, 그녀는 현재 노파 변장을 하고 있을 터.

...아무리 나라도 늙은이에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나이가 많다고 한들, 겉모습이 최소한 자지를 서게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렵네."

과연 나는 데메테르의 변장을 풀게 하고 자지를 박아 얼어붙는 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애초에, 데메테르를 찾을 수 있을까.

삐이익.

"응?"

하늘에서 하얀 독수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날고 있었다.

뭔가 나를 부르는 듯한 모습에 나는 손을 위로 올렸고, 독수리는 나를 향해 날아왔다.

툭.

독수리의 발톱에 묶인 건 편지였다.

편지는 밀랍으로 봉인되어 있었고, 나는 편지봉투의 겉에 묻은 붉은 입술 자국을 통해 누가 보냈는지 금방 알아냈다.

"헤스티아?"

헤스티아가 무슨 일로 내게 편지를 보냈을까.

나는 봉인을 뜯은 뒤, 안에 있는 편지를 꺼냈다.

"...아."

나는 헤스티아가 보낸 소식에 손발이 덜덜 떨렸다.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었군."

요즘 잠잠하다 싶었더니, 범인은 따로 있었다.

데메테르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저 정처없이 힘을 억누르며 발 닿는 곳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을 뿐, 땅을 얼어붙게 만드는 자는 데메테르가 아니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지도에 그려진 땅의 궤적과 얼어붙는 대지가 따라오는 궤적은 일치했다.

하지만.

'나', 제우스가 데메테르의 추적에 나선 시점부터 얼어붙은 대지는 데메테르의 발자취가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땅을 차갑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은 데메테르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가이아, 이게 진짜."

범인은 가이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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