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39화 (139/235)

EP.139 겨울의 시작 (2)

땅의 님프들은 한 자리에 모였다.그들은 서로가 함께 봤던 것을 누구도 모르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읊기 시작했다.

"맞지?"

"맞는 것입니닷...!"

"너는 누구야?"

"얼마전에 태어난 가이아노이라고 하는 것입니닷...!"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랑 이야기하려고 하면 그건 그만둬."

"네. 그런데 혹시 보셨습니까? 역시 보셨죠?"

가이아노이는 님프들에게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하데스 님이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것 말입니다!"

"응. 나도 봤어. 데메테르 님이랑 서로 안고 있는데, 하데스 님이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지하로 내려가는 거!"

"데메테르 님이 엄청 화가 나셨잖아. 그게 그것 때문이었어?"

"맞습니다. 하데스 님이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생긴 일입니다!"

님프들은 서로 자신이 보고 들은 정황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하나. 페르세포네로 추정되는 여신이 하데스에게 납치당했다.

둘. 데메테르는 몹시 분노했다.

셋. 페르세포네는 아직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넷. 하데스 또한 마찬가지.

"하데스 님이 페르세포네를 납치할 이유가 뭐겠어?"

"설마...!"

님프들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가이아노이는 지금이 때라는 것을 깨닫고 은밀히 속삭였다.

"그렇습니다. 이건 올림포스의-"

"님프들의 은밀한 조개 놀이!!"

꺄아아앗!!!

"누가 리드할까? 역시 하데스 님이겠지? 납치도 했잖아?"

"혹시 알아? 페르세포네 님이 우리도 모르는 공격성을 가지고 있을 지. 그분, 은근히 야성적이잖아."

"흐흥, 그렇지? 데메테르 님이 어떨 지는 몰라도...."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가이아노이는 손발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떻게 님프와 님프가 서로 그렇고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깟!"

"뭐래. 우리가 남자도 아니고."

"제우스 님이 남자끼리 하는 건 극도로 혐오하시지만, 여자끼리 하는 건 허용하신다고."

"말도 안 됩니다!"

"시험해볼래?"

가이아노이는 님프들의 손을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가이아노이, 결코 그럴 수 없습...그건 뭡니까?"

"짜잔. 이건 바로 [주신의 은총]이라고 하는 거야."

"아무리 봐도 제우스 님의 그것입니다만."

"그래. 그걸 이렇게 착용하면 되는 거지."

님프는 자신의 치마를 슬쩍 들어올렸다.

님프의 아래에서 우뚝 솟은 제우스의 물건을 보며, 가이아노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건...."

"오직 이걸 사용할 때만이 님프와 님프 사이를 허락받을 수 있어. 한 번 해볼래?"

"...시, 싫습니다! 이런 것에 박힐 바에는-"

"무슨 소리야. 우리가 박히는 거야."

님프들은 가이아노이의 아래로 강제로 주신의 은총을 밀어넣었다.

"흐흥, 역시 여신 분들도 이런 걸 하는 거겠지? 누가 쓰실까?"

"그러게. 페르세포네 님이 쓸 것 같지 않아? 그분은 따님이잖아. 꺄하하!"

"......."

가이아노이는 묵묵히 주신의 은총을 착용하고 허리를 흔들었다.

곁에 있던 님프들은 모두 눈을 까뒤집으며 가버렸고, 곧 가이아노이는 땅속에 숨어들며 모습을 바꿨다.

"...예상 외의 상황인데."

가이아노이, 아니 가이아는 주신의 은총을 쥔 채 고뇌에 잠겼다.

"하데스는 도대체 왜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거지?"

* * *

좆됐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봐도 우리가 좆됐다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하데스가 미쳤다고 페르세포네를 납치하겠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런데 그 상황이 벌어졌잖아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

데메테르는 하데스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그러길래 왜 내가 즐기고 있는데 오빠를 납치해서!"

"미안. 못 참았어."

"못 참는 건 인정이지. 나도 너희가 은근슬젖 유혹하면 꼴려서 덮치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깡.

한 대 주먹으로 머리를 맞았다.

아직까지 데메테르 눈나 모드라서, 내가 페르세포네와 똑같은 모습을 한 형태라서 나는 찍 소리도 하지 못했다.

"이대로 사실을 밝히자. 내가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데메테르랑 했다고 하면 될 거야. 페르세포네가 내 어린 시절을 닮은 거니까."

"안 돼요!"

"왜? 혹시 우리의 관계가 그래서?"

"그러면 다른 자매들이 자기도 눈나해달라고 할 거니까. 아니야, 모든 여신들이 눈나나 마망해달라고 할 겁니다. 그러면 주신의 명예가 실추됩니다."

"음...."

데메테르가 먼저 주신의 명예를 걸고 넘어지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이대로 하시죠?"

가만히 넥타르를 마시던 페르세포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데스 님이 지옥에 사람이 없어서 페르세포네를 납치했다고. 마침 올림포스 12신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때와 비슷하게 맞물리니까 딱 좋네요."

"그래도 되겠느냐?"

"네. 적어도...."

페르세포네를 나를 향해 짜증어린 시선을 보였다. 잠시 건방졌지만-

"하데스 님에게 아버지 좆 모양 딜도로 제 엉덩이가 박히고 있다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미안하다. 아들아."

페르세포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이 그리스 놈들은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것을 두고 인력 자원의 활용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하데스 님이랑 페르세포네 님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래!

과거 인간이 멸망했던 시기처럼, 예전에는 인간들이 장미를 피워 한 번 멸망으로 갔다면 이번에는 서로 백합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여자끼리 한다고 오해를 받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만약 제가 남자임이 밝혀진다면 어찌되겠습니까? 이모님께서는 아버지를 탐하다 결국 아들까지 탐한 파렴치한이 되고 맙니다. 저는 그걸 두고볼 수 없습니다."

"페르세포네...! 미안해...!"

"괜찮습니다, 이모님."

하데스는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용서해주는 페르세포네의 선함에 명계의 신은 감화된 것이다.

"저는 그냥 제가 추후에라도 좆게이라고 듣기 싫을 뿐입니다. 아버지도 싫으시죠? 아들이 아버지 좆 모양 딜도에 엉덩이가 박힌다는 소문이 도는 게."

"좆 같지."

페르세포네의 말은 몹시 타당했다.

이번 일의 최대 피해자는 페르세포네다.

그리고 이번 일의 명백한 책임자는 하데스다.

그리고 나와 데메테르는 또다른 피해자일 뿐.

"방법을 생각해보자. 어떤 방법이 좋을까?"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아버지."

"좋은 생각?"

"예. 하데스 님께서 저를 납치한 것에 대해, 모두가 생각하기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건 그렇지."

그래야 페르세포네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

"저를 명계 소속의 신으로 만들어주십시오."

"뭐...?"

데메테르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하지만 페르세포네는 일부러 데메테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저를 명계의 신으로 만들어주신다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하데스 님은 올림포스 12주신 중 한 명이었던 자를 명계로 데려와 일을 시키려고 했다고 할 수 있고, 저는 하데스 님의 제안을 들어 명계의 왕이 되면 됩니다. 물론 하데스 님이 저를 납치했다는 건 어떻게 다른 이들을 속일 여지가 아무것도 없지만...."

"그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네가 납치한 사람은 나인데?'

"...제가 납치 자체를 안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겠죠. 제우스 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면, 저는 동생으로부터 조카를 납치해 일꾼으로 쓰려는 파렴치한이 되겠습니다."

하데스가 설령 나인 걸 알고 납치했다고 한들, 납치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보였다는 것은 지금 사실이다.

이미 소문이 퍼질대로 퍼진 이상, 수습하려면 최대한 빨리 다른 논리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다.

"적어도 여동생이 남자랑 즐기고 있는데 남자를 납치해다가 강탈해서 범하는 파렴치한 보다는 낫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런데....."

나는 불안감에 고개를 돌렸다.

"데메테르?"

"......."

데메테르는 여전히 페르세포네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좆됐다.

'반항기인 아들을 보는 엄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야.'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고, 내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

"너, 지금 네가 하는 말이 뭔지 아니?"

"네."

"명계에 소속된다는 건 함부로 올림포스로 못 올라올 수 있다는 거야."

"제게는 직장이 명계가 되겠지요."

"너...!!"

데메테르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명계에서 일하겠다는 건 이제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겠다는 거야?!"

"완전히 지하에 처박히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지상에 올라올 일이 거의 없어진다는 거죠. 어머니를 뵈러 나오는 게 아니면."

"싫어!!"

데메테르는 엄청난 속도로 페르세포네에게 달려가 껴안았다.

"너는 내 아가야. 내가 보호해야 해!"

"동시에 위대한 제우스 신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어머니."

페르세포네는 진지한 얼굴로 데메테르를 밀어내려 했다.

"한낱 인간인 이들도 제우스 님의 피를 이어받고 스스로 나라를 건국하는데, 제가 언제까지 어머니의 치맛자락 속에서 숨어 살아야 합니까!"

"......."

데메테르는 큰 충격을 받았다.

페르세포네는 말을 해놓고도 놀라서 어쩔 줄 몰라했고, 나는 둘의 사이로 손을 뻗었다.

"데메테르."

"오, 오빠. 어떻게 좀 해봐. 페르세포네가...!"

"올라가자."

나는 데메테르를 붙잡아 들어 올렸다.

"네 아들도 이제 어른이야."

"아, 아니야.... 아직 아가란 말이야...!"

"저는 아가가 아닙니다, 어머니."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의 옆에 서며 당당히 가슴을 두드렸다.

툭, 투둑.

그의 배 안쪽에서 뭔가 덩어리진 물건이 발등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평면이 된 페르세포네는 심지어 머리에 쓰고 있던 머리띠도 아래로 집어던졌다.

"저는, 명계의 왕이 되겠습니다."

"너...!"

"...일단은, 여왕이 되겠지만요."

페르세포네는 당당히 가슴을 펴며, 자신의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저는."

뿌우우우ㅡㅡㅡㅡㅡ

"당당한 남자입니다!!"

사랑하는 아들의 반항에, 데메테르는 그만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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