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7 변화하는 올림포스 (2)
광란의 여신 랜덤 디펜스 이후.
나는 모두에게 변화한 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중년인 모습도 좋지만, 역시 젊은 남자 모습이 더 좋아요."
"맞아요. 젊은 모습으로 박히는 게 더 뭐랄까, 살아있다는 느낌이…."
"솔직히 지금 그 모습으로 섹스하니까 어떤 느낌인 줄 알아요? 늙은 왕에게 강제로 시집을 보내진 여자 같아요."
"부활, K-유피테르!"
나는 젊은 유피테르가 되었다.
나의 섹스도 중요하지만, 여신들이 나를 바라보는 관점도 몹시 중요했다.
나를 바라보면서 설레지 않고 성감이 떨어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두들 잘 돌아왔다. 지금부터 올림포스 12인 회의를 진행하겠다."
나는 다시금 돌아온 올림포스 12인을 쭉 살폈다.
나의 부탁대로 모두들 티폰을 피해 잘 도망을 간 뒤 누구도 다른 남자를 거치지 않고 깨끗한 몸 그대로 내게 돌아와 안겼다.
만약 누군가가 나의 몰락을 예상하고 다른 남자와 했다면,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타르타로스 끝자락에 처박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다행히 없었다.
문제는 오늘의 안건.
"올림포스를 구한 헤르메스에게 그 공적을 치하하고자 올림포스 12신, 대신의 자리를 하사하고자 한다."
헤르메스는 신전의 중앙에 섰다.
그녀는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얼굴로 나의 말을 기다렸다.
"헤르메스는 나를 구했다. 티폰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에 능한 인간 영웅을 보내어 티폰을 밖으로 빼돌렸고, 그 사이에 내게 힘을 건네주어 내가 다시 힘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에 나는 헤르메스게 소원을 말하라고 했고, 그녀는 올림포스의 대신이 되기를 바랐다. 헤르메스, 말하라."
"저는."
헤르메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자세로 소리쳤다.
"결코 선배 여신님들의 자리를 빼앗고 싶은 게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일을 하고 싶습니다!"
헤르메스는 당당히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설령 상황이 헤르메스가 다른 여신의 자리를 빼앗는 상황처럼 보일지라도, 최소한 헤르메스의 본심은 여신들에게 전해졌다.
누가 물러나도 헤르메스를 원망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만약 물러난다고 한다면, 올림포스에서 지내기 힘들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질렀거나 아니면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 뿐.
전자는 아직 그런 일이 없다.
그리고 후자는….
"제우스 님,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유일하게 여신이 아니지만 아무도 모르는 자, 페르세포네가 앞으로 나와 헤르메스의 옆에 섰다.
그녀는, 아니 그는 이복여동생을 위해 나선 것이다.
"말하라."
"저는 봄의 신입니다. 화려한 꽃을 피워 일 년의 시작을 알리지요. 그러나 봄은 새로운 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알아야 알 수 있을 뿐. 많은 이들이 봄을 그저 어련히 다가오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제가 헤르메스에게 부탁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뭐지?"
"봄이 올 때마다, 사방에 알려줬으면 해요."
페르세포네의 제안에 헤르메스는 눈을 빛내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전령의 신으로서, 봄이 왔음을 올림포스와 세계 곳곳에 알려줬으면 합니다."
"그, 그건…."
"허락해주셔요."
"음."
나는 뒤를 슬쩍 살폈다.
페르세포네는 아주 옛날부터 올림포스 12신의 자리를 부담스러워했고, 이미 오래전부터 나에게 12신의 자리에서 빠질 수 있겠느냐 몇 번이고 물어왔다.
하지만 그런 의사를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내비칠 때마다 항상 어떤 여인의 반발로 실패했다.
"데메테르. 어떻게 생각하지?"
"주신께서 제게 의견을 물으십니까?"
"주신이기 이전에 우리는 페르세포네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다."
"...그렇다면."
데메테르는 앞으로 나서 내게 허리를 숙였다.
"어머니로서는 딸이 누구보다도 위대한 자리에 있기를 바라지만, 헤르메스 또한 제 배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제우스 님의 자식. 제 배 아파 낳은 자식만 편애할 수 없고, 헤르메스의 공을 무시할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제 아이의 의사를 무시할 수도 없지요."
"그건…!"
"저는 페르세포네의 의사를 존중하고 제우스 님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
"좋다."
땅, 땅, 땅.
나는 책상을 의사봉처럼 만든 아스트라페를 휘둘러 결정을 내렸다.
"오늘부로 헤르메스를 전령과 도둑의 신이자 올림포스 12대신으로 임명한다. 페르세포네의 뜻에 따라 지상에 봄이 왔음을 매 년 알리는 것을 잊지 말도록. 알겠느냐?"
"네, 네…!"
헤르메스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고마워요! 페르세포네!"
그리고 나조차도, 당사자인 페르세포네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기쁨의 포옹을 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나와 데메테르는 앞으로 벌떡 뛰쳐나갈 뻔 했으나-
"...언니."
헤르메스는 담담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안도하며 상황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헤르메스.
그녀는 거짓말의 신이다.
* * *
"큰일날 뻔 했네요, 오빠."
"그러게. 하마터면 애들 다 눈 돌아갈 뻔 했다."
나는 데메테르와 함께 손을 잡고 들판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화제는 당연히 며칠 전 있었던 페르세포네의 건이었다.
"남자애가 있었다는 걸 알면 애들 전부 눈이 돌아가서 내 정액 내놓으라고 할 걸? 아들 임신하겠다고."
"분명해요. 특히 헤라는 매일매일 착정할 걸요?"
"그거, 지금도 다를 바가 없는데?"
"플레이야스 인형들을 총동원해서 박아달라고 할 거예요. 인형들 중에 아무나 남자가 나와라! 하는 거죠. 흐흐."
"진짜로 그럴 것 같아서 무섭네."
헤라라면 진짜로 그럴 것이다.
나는 괜한 두려움에 등골이 오싹했다.
"진짜 페르세포네가 남자인 게 안 들켜서 다행이지...어휴."
페르세포네가 여장을 하고 있지만 자지는 달려있다.
페르세포네가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나. 데메테르. 레아.
그리고 아프로디테.
그녀는 사랑과 섹스의 신인 만큼, 섹스를 할 수 있는 대상인 물건이 달린 페르세포네를 직접 눈으로 보지도 않고 기척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하더라.
물론 눈치좋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비밀유지조건으로 그녀를 위해 찐한 섹스를 한 번 해주는 것으로 대가를 치뤘다.
그래서 비밀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페르세포네는?"
"방에서 꽃꽂이를 하고 있어요. 재미들렸나봐요."
"가르쳐 준 게 보람이 있군. 흐흐."
"짠. 이거 봐요. 이 화관도 페르세포네가 제게 만들어준 거랍니다? 후후."
페르세포네는 봄의 신 답게 꽃을 좋아했다.
미래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강남에서 숱한 이들이 찾았을 플라워리스트가 되었을 것이다.
어쩔 때는 페르세포네가 꽃의 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꽃이 식물의 생식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내 아들 답다고 해야 할까.
"혹시 요즘 페르세포네가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 있나?"
"...뭐라고요?"
갑자기, 데메테르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아, 아니. 그냥 내 아들도 여자에 관심이 있나 싶어서."
"제 아들은 여자에 관심이 없어요. 꽃에 관심이 있지."
"그럼 다행이고."
아쉽다.
내 아들답게 페르세포네의 아래도 보급형 쥬피터 급인데, 그걸 써먹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많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어찌하랴.
이토록 아들을 아끼는 데메테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마 데메테르의 눈을 뚫고 페르세포네와 접촉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데메테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관계를 맺는다거나.
"정말, 누구 아들인지 너무 사랑스러워 죽겠어요. 후후."
"페르세포네가 부럽군. 마음껏 여기에 응석을 부릴 수 있으니."
"어머, 오빠라고 못할 건 없죠."
데메테르는 자신의 가슴을 슬쩍 건드리며 내게 눈짓을 보냈다.
"여기, 주변에 아무도 없어요."
"호오…."
하늘에는 태양이 걸려있지만, 헬리오스는 이번 티폰 때의 일을 계기로 기계처럼 철저하게 일만 하는 자가 되었다.
주변에는 님프도 없고, 오직 따스한 햇살과 들판 뿐.
여기서 섹스를 한다고 해서 누가 볼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모습으로 응석을 부리라고? 그건 좀 아닌데."
데메테르의 눈동자에 비치는 나는 중년의 제우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부부를 연출하기 위해, 그리고 세상에 이런 제우스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수염을 기르고 걷는 중이었다.
이런 내가 데메테르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에반데.'
심미적으로 좋지 못하다.
그렇다면….
"데메테르."
"네."
"아들이 엄마에게 어떻게 응석거리는 지 알고 있나?"
나는 스스로의 몸에 전격의 힘을 불어넣었다.
나를 구성하고 있던 육체가 순식간에 변하기 시작했고, 내 몸은 순식간에 작아지기 시작했다.
"마망."
"!!"
나는 페르세포네보다 더 작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여전히 얼굴은 페르세포네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아래에 달린 나의 아들은 여전히 확고한 자기 주장을 하고 있었다.
"땅에 누워봐. 내가 예전에 아말테아에게 하던 그대로 해줄게."
"오빠…."
아말테아.
이름을 언급하기에 불편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아니다.
"누나라고 해줄까, 마망이라고 해줄까?"
"...둘 다요."
"뭐?"
"지금은 누나라고 해주시고…."
데메테르는 나의 손짓에 맞춰 땅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는 바닥에 누워 두 팔을 내게 뻗었다.
"페르세포네 동생 또 낳으면, 그 때는 마망이라고…."
"흐흐."
나는 제우스를….
"분명 아무도 안 본다고 한 건 누나다?"
자지를 가볍게 튕기며,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 * *
지하.
"하아."
티폰 사태 이후.
하데스는 나날이 늘어나는 괴수들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옥에 들어오는 사람만으로도 일손이 적었는데, 이제는 괴수들까지 마구잡이로 날뛰고 있으니 답답해 미쳐 날뛸 지경이었다.
"어디서든 제우스를 더 달라고 할까."
티폰이 죽기 전에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괴수들은 대부분 암컷이었다.
그리고 암컷은 제우스의 형상에 아주 쉽게 제압되었고, 대부분의 괴수들은 제우스 정조대에 구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정조대가 구속하는 수보다 지옥에 떨어지는 수가 더 늘어날 지경.
"어디계시지."
하데스는 지상으로 눈을 돌렸다.
지하에서 바라보는 지상의 관점은 정말 다채로웠고, 제우스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에는-
"어우야…."
하데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하아, 하아, 데메테르 누나….]
[하으응, 누나, 계속 누나로 해줘…! 누나 소리 들을 때마다, 나 미치겠어…! 아말테아랑, 흐끗, 이렇게 했었어…?]
[매일매일.]
"와, 나쁜년…."
하데스는 쇼타 제우스와 섹스를 하는 데메테르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도 하고 싶은데…."
순간.
하데스는 두 남녀가 뒹구는 곳 근처에서 지옥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누나 할 수 있는데."
하데스의 눈이 깊게 가라앉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