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59화 (59/235)

EP.59 미시 웨이브 (5) 테미스

테미스.

그녀는 메티스의 어머니 테티스의 여동생이자 내 어머니 레아의 언니다.

즉, 내게도 메티스에게도 '이모'에 해당하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올림포스를 공격하러왔고, 포세이돈이 응전 중이다?

"내가 직접 나간다."

나는 아스트라페를 들고 단숨에 산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내 옆으로 메티스가 내 속도에 보조를 맞추며 달려왔다.

"테미스…. 조심해요. 강해요."

"알아. 포세이돈이 고전한다고 하면 대충 감이 오지."

레아가 직접적으로 전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녀의 힘은 올림포스에서 30위권 안에 들어가는 강자다.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열 두 자식들 모두 위에서 헤아리는 게 쉬울 정도로 강자다.

테미스는 그 중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비록 크로노스 휘하 소속은 아니지만, 그녀는 메티스가 이렇게 경계심을 보일 정도로 위험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존재인만큼 도전의식이 더 활활 타오른다.

골드미스!

노처녀!

아무리 오랫동안 섹스를 안 해본 여자라고 한들, 처녀는 처녀가 아닌가!

"츄릅."

입안에 군침이 돈다.

포세이돈이 고전하는 것을 바톤터치 받아 바로 무기를 맞대면 된다.

"메티스. 테미스에 대해 주의해야하는 건 있나?"

"한 손에는 검을 들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손에는...천칭을 들고 있죠."

천칭?

그런 걸 들고 어떻게 싸운다는 거지?

"천칭이 그분의 눈이 되어주고 있어요. 그분은...눈을 닫고 사시는 분이라."

"아."

뭔가 감이 왔다.

예전에 뉴스에서 지나가다가 본 적이 있다.

사법의 여신.

지엄한 율법을 다루는 여신이 법원인가 검찰청인가 어딘가 사법기관 앞에 동상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다른 나라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는데 한국은 눈을 뜨고 있다고 한 것이 떠올랐다.

그게 테미스가 아닐까.

'오늘 심봉사 하나 만들어줘야지.'

공양미 삼백석 대신 정자 삼억 마리로 눈을 뜨게 만들 것이다.

"정말…테미스 님도 범할 거야?"

메티스는 나를 향해 헛웃음을 흘렸다.

따로 범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웃기만 했다.

"테미스 님 하고 나면, 그 때는 하데스랑 해야해."

"신경 쓰도록 하지."

"근데 왠지 모르게 계속 더 들어올 것 같으니까, 하데스한테는 내가 잘 말해둘게."

"응?"

메티스는 내 볼에 키스하며 뒤로 몸을 돌렸다.

"크로노스한테 이기는 날, 그 때 명계의 여신 처녀를 따먹겠다고 전하면 되지?"

"...그 전에 따먹는 것도 되는 거 아니냐?"

"하데스는 그런 것도 좋아할 걸? 걱정마. 그전에 하면 그거대로 좋아할 아이니까. 좋겠네, 우리 남편. 여동생들이 참 착해서."

"그래. 정말 좋지."

질투심이 심한 헤라를 제외하면 다들 나와 섹스하는 걸 보채지 않는다.

좆이 곧 권력인 만큼, 그들은 나를 채근하면 더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이번에 스틱스부터 시작하여 테미스로 이어지는 완숙한 누님들의 방문은 어느 순간부터는 적정선에서 끊어야 할 것이다.

원래 맛집은 소문나기 전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더 잘 챙겨주기 마련.

입소문 타고 난 뒤에 오는 손님들에게 못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에 온 사람들에게 더 챙겨주고 싶은 건 당연지사.

"잘해주는 건 테미스까지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테미스를 범하고 난 뒤에 오는 여자들은 상태를 보고 휴대용 제우스의 힘을 빌릴 것이다.

내가 몸이 여러 개라면 모를까, 하나뿐인 이상 내 자지는 소중히 사용해야하는 법.

카앙, 카앙!

마침 산 아래에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울린다.

"가자, 아스트라페!"

나는 두 손으로 아스트라페를 움켜쥐고 하늘을 향해 들어올렸다.

하늘에서 번쩍하는 빛과 함께 아스트라페의 위에 전격이 모이기 시작했고, 나는 포세이돈을 압박하던 테미스와 눈이 마주쳤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금발.

포세이돈과의 싸움에서 찬물샤워를 당했는지 몸에 착 달라붙은 하얀 드레스.

눈을 가리는 검은 천.

'이게 왜 노처녀?'

레아와 비슷, 아니 레아보다 더 젊어보였다.

백금발도 아닌 찬란한 금발은 위에 하얀 정액을 뿌리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일단 제압한다.'

"스매쉬!"

아스트라페, 투척.

파지지직!

바닥을 향해 떨어진 아스트라페는 테미스를 향해 전격을 뿌렸다.

"아아악!!"

내가 설마 무기를 던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녀는 아스트라페에 모인 전격을 얻어맞고 비명을 질렀다.

그래도 신이라서 죽지는 않겠지만, 짜릿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을 터.

"괜찮아, 넵튠?"

"...밖에서는 포세이돈이라고 불러주세요."

포세이돈은 비틀거리며 트라이아나를 움켜쥐며 일어났다.

피를 흘리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명백히 지쳐있었다.

"일격에 쓰러뜨리다니...역시 오빠는 대단해요."

"네가 물로 적셔놨으니까 전기가 잘 통하는 거지. 원래 물에 젖으면 전기의 힘이 더 강해져."

"...정말요?"

포세이돈은 눈을 반짝이며 싱긋 웃었다.

"그럼...오빠랑 저는 천생연분이네요. 이런 힘을 타고 나서 다행이야. 후후."

"그러게. 그나저나…."

파직, 파지직.

나는 아스트라페를 회수했다.

아직 테미스는 무기를 떨어뜨리지 않았고, 천칭을 앞으로 내민 채 헉헉거리고 있었다.

"과연, 천칭이 방패의 역할을 하는 거구나."

"...당신이 제우스인가요?"

"그렇다. 내가 제우스, 올림포스의 주인이다."

나는 당당히 아스트라페를 겨눴다.

설령 레아의 언니라고 하더라도, 올림포스를 향해 무기를 겨눈 이는 모두 적이다.

"무슨 일로 이곳에 찾아왔지?"

"......흥!"

테미스는 자세를 다시 바로잡았다.

앞은 보이지 않는 주제에 정확히 나를 향해 검을 겨눴다.

위이잉.

천칭이 좌우로 흔들리자, 천칭의 앞에 희뿌연 막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마치 에테르로 이루어진 방패처럼, 테미스는 천칭을 바탕으로 단단한 방패를 만들었다.

"시험하겠어요. 당신이 정말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

"자격? 무슨 자격인지 모르겠지만, 그쪽이야말로 나를 시험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군."

나는 테미스를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너, 나보다 약하잖아."

"...윽!"

테미스는 이를 갈며 내게로 달려왔다.

확실히 속도는 포세이돈이 고전할 법한 엄청난 속도였다.

"안 되지."

물론, 전격의 힘을 가진 내게는 한없이 느리다.

"이쪽은 빛이라고."

쾅!!

나는 단숨에 아스트라페를 휘둘러 천칭 방패를 후려쳤다.

방패의 방어막이 단숨에 흔들렸고, 천칭은 격렬하게 흔들거렸다.

"큭, 무슨…!"

"이미 내 힘은 크로노스 이상이다. 네가 크로노스보다 강한가? 그렇다면...진작에 내 어머니를 구해냈겠지!!"

"!!"

테미스, 경악.

내 매도에 안대 너머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한눈에 보였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내 어머니가 크로노스에게 고통받았을 때 너는 뭘 했냐 이거야!!"

정의는 나에게 있다.

내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테미스의 심장에 꽂히는 화살이 될 것이다.

"크, 으으…."

실제로 테미스의 전의는 꺾이기 시작했다.

나를 시험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녀는 딱히 나와 싸울 생각이 없어보였다.

쾅!

나는 전력을 담아 아스트라페로 천칭을 후려쳤다.

방패는 해제되고, 천칭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와락!

나는 테미스를 위에서 덮쳤다.

그녀가 움켜쥔 검을 아스트라페의 틈 사이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멱살을 움켜쥐듯 목을 누르며 위에 올라탔다.

"이…."

분노에 찬 연기 한 번.

"......후."

한숨 한 번.

"...젠장. 이번만 용서해준다."

나는 담담히 그녀의 위에서 일어섰다.

아마 메티스가 봤다면 '왜 옷 안 찢고 안 덮침?'이라고 의문을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여자는 다르다.

눈빛...은 아니지만 그녀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에서 나는 직감했다.

이 여자는 강간으로 얻을 수 없다.

스스로 다리를 벌리게 만들어야 한다.

"왜...나를…?"

"화풀이의 대상이 잘못되었으니까. ...후, 미안합니다. 여동생이 저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확 돌아버려서."

나는 테미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내 손을 맞잡았다.

'그냥 머리칼이 골드한 미스네.'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는 주름살 가득한 여자?

아니다.

레아가 젊은 새댁 같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듯, 테미스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튼 돌아가시오. 다시 이런 식으로 나타나면 그 때는 진짜로 붙잡아버릴테니."

"...묻고 싶은 게 있다."

테미스는 물러나지 않았다.

"레아를, 어떻게 한 거지?"

"어머니?"

"백방으로 알아봤어. 그녀의 마음을 치료할 방법을. 하지만...그 어떤 방법으로도 괴로워하는 레아를 치료할 수 없었어. 그저...가족을 구했기에? 딸들이 다 살아남았기에 그런 건가?"

"그건 아니지."

단순히 내가 여동생들을 구출한 것 만으로 레아의 미소를 되찾을 수 없었다.

내가 그녀의 미소를 되찾은 비결은 단 하나.

"어머니에게 몸과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사용했소. 불가항력인 것도 있었지만...지금은 어머니도 기뻐하시지."

"그 방법이 도대체 뭐지?"

"남녀 사이의 사랑."

테미스는 굳었다.

"설마...레아와…?"

"뭐 문제라도?"

이럴 때일수록 뻔뻔하게 나가야한다.

마치 당연한 걸 했다는 얼굴로, 무지를 무기로 내세우며 나는 고개를 빳빳히 들었다.

"궁금하면 어머니 레아에게 물어보시오. 그대 또한 가이아 님의 자식이니, 영토에 들어가는 것 정도는 허락하실 터. 어머니 레아는 지금 그곳에 있소."

"...정말, 어머니와 했다고?"

"위대하신 생명의 어머니, 가이아 여신께서도 자신이 낳은 우라노스와 살을 섞어 생명을 창조하시었소. 이상할 게 뭐가 있소? 더욱이…."

나는 하늘을 가리켰다.

"그저 넣고 싸기만 할 뿐인 크로노스의 섹스와 나의 섹스는 다르오. 나의 섹스에는 사랑이 있소."

"사, 사랑…?"

"눈앞에서 보여주기라도 할까?"

마침 잘 됐다.

괜히 나중으로 시간을 끌 것도 없이, 지금 하데스를 불러 눈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여주면 될 터.

"그럼-"

사락, 사락, 사락.

뒤에서 옷을 벗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테미스가 검은 안대를 스스로 벗으며 눈을 크게 떴다.

테미스의 눈동자는 하이라이트가 없는 죽은 눈이었다.

컴플렉스 같은 건지, 검은 안대를 쓰고 다니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는 내 뒤에 다가온 여인을 향했다.

"오빠…."

"그래, 여기 반쯤 레아인 여자가 있군."

굳이 비유하자면, 푸른 머리칼의 소녀 시절 레아가 아닐까.

"거기서 직접 보시오. 내가 사랑으로 위로하는 걸."

"아, 흐으응...♡"

나는 테미스가 보는 앞에서 넵튠과 선 채로 박았다.

"......."

침묵하는 테미스의 다리가 안쪽으로 오므라들었다.

그녀는 내가 넵튠을 가버리게 만들 때까지 우리의 교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아앙…!!"

넵튠이 가버리고, 나는 넵튠을 어깨에 둘러멨다.

"가시오. 다시 온다면, 그때는 진정으로 범하겠소."

"아…."

사흘 뒤.

테미스는 크로노스의 눈을 피해, 레아를 올림포스로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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