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4 개전, 티타노마키아 (10) '제우스'
진정한 강간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나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하나는 일방적으로 범하는 것.
사실 이쪽이 사전적 의미를 생각하면 강간이 맞다.
상대의 의사를 거스르고 강제로 간음하는 행위.
그것이 강간이다.
하지만 나는 강간을 혐오한다.
왜냐?
강간으로 상처를 입은 이를 보았기 때문에.
레아.
그녀는 크로노스에 의해 강간당한 피해자였다.
원치않는 부부관계에서 강간을 당해야만 했고,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잃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
크로노스가 레아를 취하는 과정에는 레아에 대한, 여자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었다.
강간에 무슨 배려인가 싶지만, 크로노스가 한 행위는 범하는 정도를 넘어 육체로 폭력을 행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자가 가버리든 말든, 일단 냅다 자지를 박고 개처럼 쑤셔박으며 자기가 만족하면 싸는 그런 행위는 결코 바라지 않는다.
자고로 섹스에는 사랑이 필요한 법이라고 나는 배웠다.
사랑없이 넣고 싸기만 하는 행위는 공허했다.
'지지고 볶아도 여친이랑 하는 섹스가 더 좋았어.'
사창가의 창녀와 10번을 하는 것보다 거지같지만 그래도 귀여운 여자친구와 3번을 하는 게 더 쾌감이 높았다.
창녀가 허리를 놀릴 때는 진심이 없다.
섹스를 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와 사랑이 없다면, 그냥 공허한 좆질에 불과한 행위다.
그러므로 나는 사랑이 가득한 강간을 보여줄 것이다.
크로노스와 같은 강간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증거로....
"아아악...!"
에피메테우스는 뒤로 내 자지를 넣느라 고생을 했다.
나는 적시기도 전에 냅다 자지를 삼키는 에피메테우스의 감각에 살짝 짜증이 일었다.
'비처녀!'
처녀 특유의 주저가 없다.
만약 처녀였다면 타르타로스가 걸려있었다고 해도 더욱 주저했겠지만, 에피메테우스는 망설임 없이 보지로 자지를 삼켰다.
쓰으윽.
"아악.... 너무, 너무 커...!"
젖지도 않은 자지를 넣는 것도 힘든데 나의 자지를 삼키는 게 어디 쉽겠는가?
나는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데메테르에게 손가락을 튕겼다.
이미 예전에 이와 비슷한 상황, 그러니까 체위를 체험해 본 데메테르는 내가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다.
구구구.
바닥에서 매끄러운 대리석이 솟구쳤다.
광활한 평야처럼 반듯한 돌판은 정확히 내 등 뒤에 안착했다.
그리고 아래에는 내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게 보드라운 흙더미가 자리잡았다.
돌소파.
'별이 다섯 개!'
나는 느긋하게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에피메테우스는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허리를 내렸고,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검지로 찌르며 그녀를 재촉했다.
"뭐하는 것이냐. 언제까지 나를 이렇게 기다리게 할 거지? 설마 저들을 타르타로스로 보내고 싶어하는 건가? 아니면...그렇구나! 지원군이 오는 것이냐? 그렇다면 내가 당장 저놈들을 지옥에ㅡ"
푸ㅡ욱!
"끄, 으응...!!"
에피메테우스는 단숨에 내 자지를 집어삼켰다.
몸을 억지로 아래로 떨어뜨리며, 그녀는 단숨에 내 자지를 자궁구까지 삼켰다.
"아, 아아...!"
"조금 답답하군."
드레스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현재 에피메테우스는 내 자지 위에 붕 떠있다.
자지가 자궁구를 찔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보지는 내 자지를 온전히 삼키지 못했다.
드레스 아래 실루엣으로 보이는 약간의 그림자가 현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하악, 하아.... 너무, 너무 길어...!"
에피메테우스의 아래로 손가락 두 마디 가량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내 자지를.
"으, 흐으윽...!"
에피메테우스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덕분에 나는 진짜로 여자를 강간한다는 느낌이 들어 감회가 새로웠다.
이세계 전생은 현대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룰이 아니던가!
전생에 내가 사람을 강간한 적이 있나?
당연히 없다.
섹스는 좋아해도 괜히 여친을 강제로 덮쳤다가 헤어지자고 뺨을 맞거나 데이트 폭력이니 뭐니 신고당할까봐 걱정하는 쫄보라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성행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강간이 가능하다.
내가 여자를 내 마음대로 범하더라도 그 누구도 감히 내게 불평불만을 드러내지 못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시대에서 내가 최고의 신이니, 내 자지가 곧 법률이 되는 셈.
"에피메테우스, 어떠냐? 내 자지는? 크고 두꺼워서 좋지? 응?"
"내, 내가 사실대로 말하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거면서...!"
"괜찮다. 그럴 일 없다. 솔직하게 말해봐라. 응? 어떤 기분이냐?"
"기분이 더러운 게 당연하잖아...! 원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범해지는데!"
그렇다.
에피메테우스는 나와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게 강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것 참 안 됐군. 하지만 너는 패장이다. 네 부하들을 살리고 싶다면, 네 동료들을 살리고 싶다면 나를 가게 해야지. 응?"
"크으윽...!"
찌걱, 찌걱.
에피메테우스는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린 채 몸을 이리저리 좌우로 비틀기 시작했다.
나름 애써 요염하게 몸을 비트는 게 영 경험이 없어보여서 더 자지를 발깃하게 만들었다.
성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여자가 몸으로 부하들을 구한다니.
마치 사로잡힌 여기사와 같은 상황이라 이것도 나름 기분이....
'아닌가? 차라리 걸레라면 테크닉이라도 좋았겠지.'
헤라처럼 태생이 섹스하기 위해 태어난 보지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자지에 얕은 자극만 주는 건 매너 위반이다.
물을 끓이는 데 손이 데이지도 않는 약불로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딸치는 게 더 빨리 싸겠는데.'
이래서야 차라리 입보지로 물고 빠는 게 더 자극이 심할 것 같다.
스틱스 강에 맹세를 하기 전에 먼저 시간을 걸었어야 했다.
이때까지 나를 가버리게 하지 못하면 타임아웃.
이제와서 그런 조건을 추가하는 건 뭔가 조루의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으니, 나는 미약한 자극이나마 즐기며 에피메테우스가 좀 더 분발하기만을 기다렸다.
어찌됐든, 그녀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능욕하는 효과는 충분했다.
"오오...."
바닥에 머리가 박힌 티탄 신들의 눈은 온통 나와 에피메테우스가 연결된 부위에 집중되어 있었다.
야동을 보더라도 삽입이 이루어지는 곳을 집중적으로 촬영하기 마련.
특히 남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야동이라면 더더욱 적나라한 부위에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모자이크도 없는 상황에서, 천 한 장으로 가려진 너머로 적나라한 섹스가 이루어진다?
그것도 여자가 위에서 올라타서 스스로 허리를 흔드는 기승위로?
'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지.'
강간이라고는 그냥 의사도 묻지 않고 박고 박고 박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놈들이 어디 자기 섹파를 상대로 이런 걸 해봤겠는가?
"어이, 좀 더 흔들어봐라."
"으, 으으...!"
표독스러운 눈으로 하기 싫다는 눈빛을 맹렬히 뿜어내고 있지만, 정작 보지로는 자지를 삼키며 정액을 뿜어내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
"구해야 해.... 안 그러면 진짜로 타르타로스로 갈 거야...!"
심지어 그 노력의 이유는 포로가 된 티탄 신들을 구하기 위함이니, 이 얼마나 갸륵한 일인가!
"햐으응...!"
"어? 야, 혹시 갔냐?"
"아, 안 갔어...!"
에피메테우스는 고개를 떨구었다.
사락거리는 머리칼 사이로 시뻘게진 피부가 보였다.
"갔네. 크으, 내가 허리를 흔들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버리다니."
"아, 아니야...! 아니라고...!"
에피메테우스는 열심히 부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다.
지금.
나는 단 한 번도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올림포스 전체에 울릴 정도로 큰 씹질 소리는 분명 내 자지와 부딪히는 보지에서 울리는 것이다.
즉, 에피메테우스 본인의 것이다.
"아, 하아아...."
에피메테우스는 야릇한 미소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이제부터 가게 만들테니까...!"
찌걱, 찌걱, 찌걱!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스스로' 떡방아를 찍기 시작했다.
* * *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제우스 님의 우월함을, 유피테르 님의 상냥함을 모든 이들에게 알리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맞아요. 여자들이랑 섹스를 하는 거죠. 수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하는 건 제우스 님이 강해지는 근간이지만, 그게 다른 남자들의 분노와 시기를 살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걸 바꾸는 거죠."
"네? 제우스 님이 다른 여자랑 하는 게 질투가 나지 않냐고요? 후후, 아내로서 내조는 기본이잖아요? 제우스 님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오히려 그분을 돕는 게 아내된 도리죠."
"그러니까 저는 제우스 님을 위해 세상을 바꿀 거예요."
"제우스 님에게 범해지는 여자는 강간당했다는 것에 슬픔이 아니라, 자신이 감히 제우스 님과 살을 섞었다는 것에 영광과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거예요."
"뭐...어차피 제우스 님에게 박히면 정절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되겠지만."
"문제는 남자들이죠."
"자기가 찜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혹은 자신이 이전에 꽁냥거리던 여자가 있는데 제우스 님에게 범해졌다고 생각해보세요.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바로 이해되죠? 당신이 사랑하던 제우스가 딴 여자랑 섹스를 하면서, 그 여자가 부럽고 질투가 난 적 없나요?"
"그래요. 남자들 또한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저는 제우스 님을 향한 그 악의와 시기를 선망으로 바꿔보겠어요."
"여자들이 제우스 님과 살을 섞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처럼, 남자들 또한 제우스 님에게 여자가 범해지는 것을 보며 흥분하게 만드는 거죠."
"그래요."
"제우스 님이 여자를 취하는 것은 당연. 그게 처녀든, 유부녀든 마찬가지. 제우스 님의 정액을 받는 것은...모든 이들에게 축복으로 남을 거예요."
"그러니 생각을 바꾸게 만들 필요가 있어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고 싶은 여자도 이렇게 제우스 님에게 빠지게 되었는데, 하기 싫은 여자도 제우스 님에게 자지로 사랑에 빠진다면 어떨까 하고."
"그래요."
"강간을 당해서 몸만 유린당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빼앗기게 된다면?"
"티탄 그 누구도 얻지 못한 강간 당한 여자의 마음을 오직 제우스 님만이 얻을 수 있다면?"
"제우스 님은 진정한 의미로 모든 신들의, 특히 남자 신들의 칭송을 받을 거예요."
"그것이 제우스 님이 주신-이 올림포스에서 최고신으로 오르는 길. 이 메티스가 그린 미래."
"그것이, 크로노스와는 다른 강간. 여자의 몸만 유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마저 취하는 진정한 강간."
"그것이 바로...."
"제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