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프롤로그
하늘을 맑고 푸르다.
매번 똑같은 하늘이지만, 매일매일이 다르다.
"당연하겠지. 매일 침대에 들이는 여자를 갈아치우니."
"크흠."
마누라가 옆에서 핀잔을 한다.
수십 년이 지나도,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미모를 가진 이 여인은 나의 공식적인 '유일'한 부인이다.
"그래도 어제는 이틀 연속으로 같이 자지 않았소?"
"지랄. 간밤에 녹초로 만들어놓고 슬쩍 다른 침대에 찾아간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크흠. 나는 그저 주신(主神)으로서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오."
"그게 아무 여자나 강간하고 다니는 거냐고!"
짝.
등짝을 맞았다.
아프지는 않지만, 분명 등에 붉은 손자국이 날 것이다.
"건방진."
나는 한 번 더 내 등을 때리려는 아내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침대에 엎어지게 만들며 위에서 덮쳤다.
"무엄하도다. 곧 신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야하는데, 이래서야 어찌 내가 등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시끄러워...!"
"시끄러운 건 계속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는 네 보지겠지?"
"읏...!"
아내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불로 가리고 있지만, 내 코는 숨길 수 없다.
"어젯밤에 그렇게 떡을 쳤어도 또 치고 싶은가?"
"......."
아내는 말없이 나를 흘기기만했다.
입으로는 온갖 쌍욕을 내뱉으며 나를 싫어하고 내가 범하는 여인을 질투하지만, 어디서든 몸 만큼은 솔직한 여자였다.
"나도 마찬가지다, 부인. 내가 괜히 오직 그대만을 아내로 인정하겠나?"
처녀부터 지금까지 오직 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여자이며, 하늘과 땅-지하에 이르기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기에 나는 이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단 한 명도 부인으로 들이지 않았다.
"...지랄. 따먹은 여자가 스틱스 강을 채우고도 남겠구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아내는 입술을 삐죽이며 나를 다시 흘겼고, 나는 아내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으로 그녀를 달랬다.
"흥, 그런다고 용서해줄 것 같아? 너, 내가 자꾸 섹스만 하면 다 용서해주는 줄 아는, 오호옥?!"
찌걱.
나는 냅다 자지를 때려박았다.
아내가 몸을 피하기도 전에, 이불을 옆으로 들추고 바로 자지를 아내의 안으로 쑤셔넣었다.
그리고 아내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존나 시끄럽네. 확 첩을 들여봐? 응?"
콰득.
아내는 입으로 내 손을 깨물려고했다.
눈에 서슬프런 독기는 허리를 튕길 때마다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고, 그녀의 얼굴에는 점차 열기가 가득 남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야지. 응? 세상 모든 여신들 중에서 내가 오직 너만을 아내로 들였다는 것이 뭘 의미하겠어? 다시 한 번 스틱스 강에 맹세를 할까? 너에 대한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
"그, 그치마안...."
아내는, 헤라는 내 등을 끌어안았다.
자신이 손바닥으로 때렸던 곳을 손으로 달래며, 그녀는 울먹거리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흐끅, 또 다른 년들 따먹으러 갈 거잖아...!"
"그럼 네가 혼자서 내 자지를 감당할 수 있어야지."
"응호옥...♥"
헤라는 단숨에 눈이 뒤집혔다.
가정과 사랑의 여신이기에, 그녀는 사랑으로 박아주면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따, 딴 년한테 박으면 그 년 죽어...! 차, 차라리 따먹을 거면 나한테 박으란 말이야...!"
...그 때문에 다소 질투심이 강해 문제가 생기곤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다.
충분한 허용범위다.
"헤라."
나는 아내의 눈물을 엄지로 쓸었다.
"미안. 내 좆이 좀 많이 바빠서."
푹푹푹푹!
결국 헤라는 기절했고, 내 자지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었다.
"...부족해."
헤라는 기절했다.
그녀는 내 자지를, 성욕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니 다른 여인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잘못이 있다면 헤라가 약해서 그런 것 뿐.
"...씁."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거울을 둘러봤다.
찬란한 금발.
번개를 담아놓은 듯한 푸른 눈동자.
구릿빛으로 다부진 근육질의 몸.
하지만 등에는 헤라가 손톱으로 할퀸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섹스를 하다가 여자가 할퀸 자국이고, 쇄골에는 헤라가 남긴 키스마크가 한가득 남아있었다.
"...이거 좀 쪽팔리겠는데."
정기 회의 시간인데 다소 늦겠다.
누군가 내 등을 보게 된다면 분명 잔소리를 할 터.
'근데 뭐 지들이 한 소리 해봐야 어쩔 거야.'
내가 주신이고, 내가 올림포스의 대장인데.
'티탄 족들한테 따먹힐 뻔 한 거 구해준 것도 나고, 기간토마키아를 승리로 이끈 것도 나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다들 지금쯤 티탄들이 돌리는 임신 공장에서 티탄과 여신의 혼혈아들을 낳고 있었을 것이다.
나를 죽일 수 있는 자는 오직 단 한 명.
그마저도 실제로 존재하는지 안하는지 모른다.
감히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하는 회의.
회의라고 하지만, 그냥 정기적으로 얼굴보고 인사하는 자리다.
"그래, 지들이 뭐 어쩌겠어."
헤라와 다를 바가 있나.
올림포스 12신 모두 나한테 범해진 여신들인데.
스륵.
나는 구름 위에 올라탔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나의 자지는 피뢰침처럼 우뚝 서있다.
"오늘은 또 누구를 따먹어볼까."
나.
제우스.
하늘의 지배자이며, 올림푸스의 주인이며, 그리고....
번식의 신.
.
금발 태닝 제우스가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