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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283화 (283/287)

〈 283화 〉 공백기 : 파비아 편 (2)

* * *

커튼을 치고 몸을 돌린다.

파비아는 침대에 앉은 채 다리를 오무린 자세였다. 뺨은 붉고, 표정은 상기되어 있다. 체온이 높아진 것일까.

시선이 살짝 기대감으로 젖어 있다. 파비아는 그런 속마음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곁으로 다가간 후 엄지로 입술을 살짝 쓰다듬었다. 파비아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피하려고 하진 않았다.

갈색 머리카락을 귓바퀴 뒤로 살짝 넘긴 후 파비아의 조그만 입술에 얼굴을 가져갔다. 파비아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입술이 접했다.

"으……"

파비아의 입술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워서, 달궈진 쇠를 떠올리게 했다.

살짝 접한 후 떨어진다. 그때 파비아가 양손으로 내 상의를 꽉 잡았다. 독수리가 먹잇감을 취한 것처럼 콱 틀어쥔 자세였다.

"하아아아……"

파비아가 뜨거운 숨을 천천히 토해낸다. 눈을 반쯤 감은 채 내 얼굴을 훑는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한 시선이다. 아니, 그것보다는 술에 취한 사람 같다고 해야 하나.

"사제는……, 어땠어……?"

"무슨 말이야?"

"나는……, 솔직히 참기 힘들었거든……. 그런데 자꾸……, 자꾸자꾸 일이 터져서……, 답답해도 꾹 참았어……"

조그만 머리통이 내 상반신에 파고든다. 파비아는 고개를 숙인 채 연신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끓는 물이 뿜는 증기 같았다. 새하얀 입김이 보이는 것 같다.

파비아의 허리가 쉴 새 없이 꿈틀거린다.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사실 나도 비슷해.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참기는 했지만, 솔직히 쉽지는 않았어."

차마 부끄러운 나머지, 그런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속으로 정말로 많은 번뇌를 억제하고 있었다.

"진짜로……? 사제도 나하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파비아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응시했다. 도대체 그녀의 눈에 나는 어떠한 인간으로 비치고 있는 것일까. 나는 포커페이스가 조금 능한 것 뿐인데.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파비아가 기습적으로 내 입술을 빼앗았다. 혀를 길게 내밀어서 입술 사이에 파고든다.

"쯉……, 하아……"

애초부터 능숙한 편은 아니었던 데다가 공백기도 있었던 탓일까. 움직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당히 저돌적이고 적극적이다. 내 머리를 꽉 잡고 정열적으로 혀를 섞어댄다.

굶주린 짐승이 며칠만에 고기를 뜯는 듯한 기세였다. 침이 사정없이 뚝뚝 흐른다. 게걸스럽게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파비아가 어떤 심정으로 성욕을 참았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기세에 비해서 기술은 좀 부족하다.

사저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생각이 없다. 오른손으로 파비아의 허리를 잡아서 고정했다. 왼손은 그녀의 뒤통수에 붙였다. "으!?" 파비아는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쪽……!? 으……, 히……"

혀를 내밀어서 입술 안쪽을 구석구석 탐한다. 파비아는 순간적으로 허리의 힘이 빠졌는지 크게 휘청거렸다. 내가 오른손으로 받치지 않았더라면 침대 위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파비아는 물러나려 했지만 나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파비아는 호흡이 달렸는지 컥컥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놓아주지 않았다.

애초에 파비아도 진심으로 멀어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입술이 떨어진다. 하지만 입술이 멀어지는 와중에도 아쉬움을 느꼈는지, 나와 파비아는 여전히 혀를 내민 상태였다.

"베……"

파비아는 눈을 반쯤 감은 상태였다.

나는 파비아의 옷에 손을 대려 했다. 하지만 파비아가 내 손을 잡으며 거부 의사를 보였다. 젖은 눈동자로 띄엄 띄엄 발음한다.

"사제에……, 나…… 이거……, 입은 상태로 하고 싶은데……"

"어째서?"

파비아가 흰 원피스의 옷자락을 움켜쥐며 말했다. 이 원피스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여전히 백신아를 의식하고 있는 건가?

내가 고개를 까딱거렸을 때, 파비아가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부여잡으며 시선을 맞췄다.

"이 옷 있잖아……. 내가 처음으로 골라서 산 옷이야……."

"그 원피스가?"

"으응……. 선생님이 나한테 직접 옷을 사보라고 해서……, 그래서 고른 건데에……, 사제가 어울린다고 해줬으니까……"

파비아가 몸을 비비적거리면서 생글생글 웃는다. 이 여자를 보고 있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고민이나 근심거리 같은 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파비아의 의중은 알았다.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유였다.

"이히히헤헤."

말하면서도 조금 부끄러웠나보다. 웃음 소리가 이상하다.

파비아가 스스로 흰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잡고 살짝 들어올린다. 치마 속에 숨겨진 속옷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색깔은 검은색이었고, 무늬는 화려했다. 보여주는 용도로 입는 속옷 같았다.

"이것도……, 내가 고른 거…… 어때에? 사제……?"

"어울려. 무척 야하고."

"히히, 사제는 좋아해줄 줄 알았어……"

검은 속옷은 안쪽에서 젖어 있었다. 습기와 열기를 머금은 탓에 사타구니에 찰싹 붙어있다. 두툼한 보짓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속옷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나는 파비아의 목덜미를 살짝 물면서 손을 아래로 내렸다. 속옷 위로 비부를 가볍게 누른다. 파비아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울었다.

파비아의 비부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젖어 있었다. 이 이상 젖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혀를 조금 섞은 것 뿐이었는데도 자극이 충분했던 것일까.

속옷 위로 비부를 꾹꾹 누른다. 파비아는 그때마다 개처럼 헐떡였다. "힉, 으, 헤에, 하…… 으……" 턱을 높이 들어올린 채 가느다란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비부를 괴롭힐 때마다 파비아는 점점 제 힘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었다. 내 오른팔에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간신히 버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파비아는 거의 애원하다시피 하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흠뻣 젖은 눈이 밤중의 호수처럼 일렁인다.

"사제에……, 나……, 이제…… 응……?"

파비아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내 사타구니 사이, 바지 아래에서 조금씩 부풀고 있는 고깃덩이를 바라본다. 시선은 상당히 노골적이어서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건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비아의 어깨를 밀어서 침대 위로 넘어트렸다.

* * *

"아……, 흐……"

파비아가 눈을 깜박거렸다. 백신현이 바지와 속옷을 내린 순간, 음경은 거의 튀어 나오다시피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커다란 건 알고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삽입한 경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건……

'역…… 시, 흉악하게 커다래……'

파비아가 침을 꿀꺽 삼킨다. 인간의 크기가 아니었다. 길고, 두껍고, 흉악하고 울퉁불퉁하여서 제대로 삽입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삽입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목격한 탓일까. 파비아는 크기에 질리고 온도에 기겁한 나머지, 현기증으로 쓰러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까지 와서 파비아는 덜컥 두려움을 느꼈다.

저렇게 크고 두꺼운 것이 제대로 몸 안에 들어올 수는 있을까?

"파비아."

"아, 사제……. 나, 잠시만……"

그의 오른손이 파비아의 허벅지에 올라왔다. 파비아는 눈에 띄게 몸을 흠칫 떨면서 몸을 물렸지만, 아직 그의 손이 닿는 범위였다. 오히려 그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거리를 좁혔다. 파비아는 도망칠 수 없었다.

허벅지에 올라온 손이 피부를 문지르면서 올라온다. 검지가 속옷에 걸렸다. 파비아의 저항을 요령 있게 억누르면서 아래로 내린다.

파비아의 비부는 김을 뿜어낼 정도로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젖은 정도도 상당했다. 투명한 액체로 번들거릴 지경이다.

속옷을 벗긴 후 다시 허벅지를 잡고 들었다. 다른 손으로는 음경을 쥐고 비부에 붙인다. 비부와 음경이 접촉한 순간 파비아는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으……, 사제에……"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파비아의 입술을 막았다. 음경을 꽉 눌러서 미끄러지지 않게 힘을 준다.

그대로 삽입한다.

"───!!!!"

파비아는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입술로 틀어막지 않았더라면 더 커다란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절반 정도 삽입한 상태에서 입술을 떼어냈다.

"힉……! 아……, 윽……, 익……! 하…… 앗?!"

파비아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은 크게 떴지만 동공은 수축했고, 벌어진 입술이 쉴 새 없이 헐떡인다.

높이 들린 턱은 내려올 줄을 몰랐다. 길게 뽑혀나온 혀가 좌우로 꿈틀거린다.

하지만 파비아의 질내는 전혀 달랐다. 거의 4개월 만의 삽입이었기 때문일까. 처녀 시절 이상으로 조여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벼운 현기증이 느껴질 지경이다.

백신현에게도 여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절반을 삽입했을 뿐이다. 파비아의 질내는 게걸스럽게 음경을 요구했다. 안쪽에서 잡아 당기고 있는 것 같다.

파비아를 짓누른 상태로 음경을 움직인다. 파비아의 안쪽은 이미 가득 찬 상태였다. 개의치 않고 계속 삽입한다.

"긱……!"

파비아는 눈을 크게 뜬 채 눈물을 흘렸다. 음경이 억지로 전진해 나갈 때마다 열린 동공이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악……! 게흑……! 거헉……!?"

자극이 과했던 탓일까. 갑자기 비부에서 물을 뿜으며 허리를 뒤로 젓혔다. 질내는 한 순간 시야가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으로 조였다.

하지만 음경은 아직도 덜 삽입되었다. 거의 발광하다시피 벌벌 떨리는 몸뚱이를 콱 틀어쥔 채 계속 밀어 넣는다.

음경이 뿌리까지 삽입 되었을 때 파비아는 다시 한 번 물을 뿜었다. 체력이 다한 것인지 그대로 축 늘어진다.

눈은 좌우 모두 뜨여 있었지만 양쪽이 뜨인 정도가 서로 달랐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겍……, 기익……"

눈은 뜨여 있었지만 기절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눈은 뜨여 있지만 초점이 없고, 입술 사이로 튀어 나온 혀는 다시 들어갈 줄을 몰랐다.

축 늘어진 허리를 강하게 틀어쥔다.

음경을 쭉 뽑아냈다. 그 순간 파비아의 의식도 다시 각성했다. 찬물을 머리에 끼얹은 것처럼 눈이 크게 뜨인다.

"흑……!?"

파비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지나친 자극 탓일까. 파비아는 혀가 꼬여서 제대로 된 발음을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움직인다."

"……."

대답이 바로 돌아오진 않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 그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살짝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음경을 요구했다.

쯔걱……, 음경이 쭉 뽑혀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파비아에게는 이것도 위험했다. 음경의 형태부터 혈관 하나 하나의 모양까지 똑똑하게 인식되었다.

길들이는 듯한 감각이었다. 4개월 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질내에 다시 한 번 음경의 모양을 기억 시킨다. 마치 소유물에 이름을 쓰는 것처럼.

"으응……, 아아아아……"

흉악한 음경은 상당히 섬세한 움직임을 보였다.

천천히 움직이면서 파비아의 질내에 존재하는 약점을 하나씩 하나씩 순서대로 후벼판다. 그때마다 파비아는 머릿속에 번개가 내려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마다 파비아의 질내는 조금씩 예전의 형태로 돌아갔다. 기억하고 있던 백신현의 형태로.

"흑……, 아……, 으으……"

흉악안 크기의 음경이 질내를 후벼팔 때마다 파비아는 날카로운 절정을 경험했다. 절정과 절정 사이에 있던 텀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흥……, 흐응……, 아앙……, 아아아앙……"

음경이 한 번 왕복할 때마다 한 번. 그리고 입술을 빼앗길 때마다 다시 한 번. 파비아의 절정은 끝이 없었다. 하복부는 쉴 새 없이 물을 뿜었다.

파비아의 허리가 쉴 새 없이 튀어 오른다.

그리고 그녀의 질내가 완전히 음경의 형태를 기억한 그때, 백신현이 본격적으로 허리를 쓰기 시작했다.

"옥?! 오오오오옥?!! 옥, 오오오오옥?!"

지금까지의 움직임은 장난에 불과했다는 듯, 무식하게 후벼판다. 하복부에서 시작된 쾌락이 뇌를 무차별적으로 찌른다. 뇌를 손으로 쥐고 좌우로 흔드는 것 같았다.

파비아가 고개를 뒤로 젓힌다. 코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감당할 수 있는 쾌락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크기였다.

"갔, 사제 잠……, 거헉, 겍, 오혹, 히익……!!"

질내가 자지를 쥐어짜내버릴 듯한 기세로 휘어감겨온다. 파비아는 거의 개처럼 헐떡였다. 상당한 두통을 느끼는 듯 표정이 지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무시하고 뽑아낸다. 그리고 다시 박는다.

"게흑, 사, 살려……"

파비아의 발버둥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었다.

큼지막한 고환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였다.

아직 다 커진 것이 아니었다는 듯 음경이 질내를 다시 한 번 더 확장시키면서 부풀어올랐다.

그녀는 짓밟힌 개구리 같은 소리를 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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