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263화 (263/287)

〈 263화 〉 26. 개선 (7)

* * *

근처의 호텔을 찾아서 들어갔다.

내가 방을 잡고 결제하는 동안, 루이스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최연소 특급 모험가인 데다가 워낙 미인이다보니, 어중간한 변장으로는 외모를 숨기기도 어렵다.

모자를 눌러 쓰고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지금도, 사람들의 시선이 자석에 끌려가듯 루이스를 훔쳐보고 있다. 루이스라는 건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미인이라는 건 누구나 알아보았다.

호텔 방의 문이 닫히고 나서야, 루이스는 비로소 살겠다는 듯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었다.

얼굴이 붉다.

"유명하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닌가봐.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내 얼굴이 붉은 건, 너 때문이야."

루이스가 혀를 길게 뺐다.

"난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건 익숙하거든?"

"하긴, 너니까."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간 말이었다.

10년 전부터 루이스는 미인이었다. 아마 10년 뒤에도 미인이겠지.

그런 시선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거다.

"카운터 보는 사람이 날 알아보진 않았겠지?"

"글쎄, 못 알아봤을 거 같긴 한데."

얼굴도 머리카락도 완전히 숨겼으니까, 루이스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 보이긴 했겠지. 불륜 관계처럼 보였을 수도 있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루이스가 기성을 질렀다. 보다시피, 루이스는 지금 같은 화제에 약하다. 이젠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닌데, 이런 부분은 아직도 십대 시절과 별 차이가 없다.

"그야 네가 들어올 때 꼴을 봐. 누가 봐도 수상하게 보이지 않겠냐?"

"……그런 식으로 오해 받기 싫은데."

다리를 파닥파닥 흔들어 대면서 루이스가 투덜거렸다. 그 꼴을 보고 있으니까 속이 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역시, 루이스는 놀리는 맛이 있다.

"나 샤워 좀 할 건데, 넌 어쩔 거야?"

"그냥 앉아 있을래. 땀을 흘리지도 않았고."

신경이 쓰이긴 하는지 루이스는 손끝으로 옷깃을 잡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냄새가 심하지 않았는지,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루이스와 다르게 땀을 조금 흘렸고, 씻지도 못하고 바깥에 나온 탓에 조금 냄새가 날 것 같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잘 씻지도 못했고, 이 기회에 샤워가 좀 하고 싶었다.

수건을 하나 가지고 욕실에 들어간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렸는데, 루이스가 시선으로 이쪽을 쫓고 있었다.

살짝 웃어줬다. 그러자 루이스가 혀를 삐죽 내밀었다.

참, 알기 쉬운 여자였다.

* * *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루이스는 잠시 동안 그쪽을 주시하다가 침대 위에 쓰러졌다.

표정이 어둡다.

자괴감.

지금, 루이스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머리를 부여잡은 채, 그 자리에서 뒹굴뒹굴 구른다. 루이스의 얼굴은 상당히 붉어져 있었다. 헤아릴 수 없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의해서.

하지만 그 대상은 루이스 자신이다.

루이스는 자기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막 퇴원했을 뿐, 백신현은 아직 몸이 완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코어 뿐만 아니라 육체의 손상조차 회복하지 못했다.

그런 사람에게 배려하게 만든 자기 자신의 나약한 정신이 수치스러웠다.

백신현이 루이스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루이스 역시 백신현을 잘 알았다.

그가 굳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루이스를 호텔로 끌고 온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루이스의 투정을 풀어주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게 아니다. 앞서 말했듯, 루이스도 백신현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백신현이 보는 앞에서 속 보이는 불평불만을 토해냈다.

수치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진짜로 위로 받아야 하는 건 백신현 쪽이 아니었을까.

코어는 정지하고, 육체는 그 모양이 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통 속에서 신음하던 그였는데, 그에게 또 다시 부담을 주고 말았다.

멍청한 짓을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고, 무엇보다 거부하더라도 백신현이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한참 동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지간한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심각한 추태였다.

'내가 도대체 왜 그랬지.'

루이스는 몸을 반 바퀴 돌려서 침대에 엎드렸다. 한참 동안 앓는 소리를 내다가 축 늘어진다.

"그 사람 때문인가?"

이것은 올리비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 사람이 백신현에게 고민을 토로하고, 백신현이 성의껏 대답해주는 모습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짓을 저질렀다. 루이스는 그 점이 우스웠다. 두고 두고 후회할 일이 하나 생겨버렸다.

파비아가 석 달 동안 성욕을 풀지 못한 탓에 답답해 했던 것처럼, 루이스도 비슷한 상태였을지 모른다.

그 시간 동안 지독한 수행을 통해서 실력을 늘렸음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는 사실이 루이스를 더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았다.

그리고, 루이스는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오랜 세월 단련하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백신현과 같은 시기에 검을 쥐었더라면 결과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니르바나 사원에서 거쳐온 수련의 나날 속에서 루이스는 자신의 재능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더더욱 괴로웠다.

그 정도로 대단한 재능을 루이스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썩히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백신현에게 화풀이를 하는 건 번짓수가 잘못된 거잖아."

물론, 백신현 자신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이스의 생각은 다르다.

뭐든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이라지만, 루이스가 생각하기에 그 행위의 본질은 화풀이와 다를 것이 없었다.

올리비아와는 사정이 다르다. 루이스는 올리비아보다 훨씬 더 백신현의 성격에 자세하니까.

생각하면 할수록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난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이 멍청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 * *

등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백신현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 상황에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하나 뿐이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코피를 흘릴 뻔했다.

루이스가 타월 한 장 차림으로 욕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너 옷은 어쩌고 그러고 있냐?"

"나도 원래 옷 입고 들어오고 싶었거든? 하지만 젖으면 또 말리는 데 한 세월이잖아. 세 시간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러긴 좀…… 그렇지 않아?"

그녀는 그럭저럭 합리적인 이유를 들먹였다. 하지만 백신현은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고, 루이스 또한 백신현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은 일종의 의식이었다.

서로 자세한 건 따지지 말자고,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 속이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백신현은 루이스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마음 먹었다. 아주 가끔씩은, 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도와줄게. 너……, 혼자서 씻기 어려울 것 같거든."

"사실 몸이 아직 좀 저려서, 힘들긴 해."

백신현은 드물게도 강한 척을 그만두고 솔직하게 나왔다. 조금 전, 루이스와 나누었던 짧은 대화에서 백신현은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

가끔씩은 솔직하게 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루이스는 백신현의 등 뒤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른손으로 그의 어깨를 살짝 쥔다.

한 순간, 백신현의 몸이 움찔 떨렸다.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었던 탓인지 근육이 상당히 굳어 있었다. 일어날 수 있는 몸 상태가 된 이후부터 쭉 재활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통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오른팔 들어, 내가 닦아줄 테니까."

백신현은 외팔이였다. 그리고 그를 외팔이로 만든 건 여기에 있는 루이스다.

검왕검에 침식되는 걸 멈추기 위해서 내린 결단이었다.

애초에 팔을 자르라고 소리쳤던 건 백신현 본인이다. 그 정도의 극약처방 없이는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외팔이는 외팔이. 왼팔이 없는 만큼, 오른팔을 씻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어떤 식으로 씻어왔는지 궁금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백신현의 손목을 쥐고 다른 손으로 거품을 내며 문지른다.

루이스는 최대한 손을 넓게 펴서 손목을 쥐었지만, 쉽지 않았다. 키가 커서 날렵한 인상이지만 백신현의 몸뚱이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근육질이다. 팔뚝도, 그리고 손목도 상당히 두껍다.

그에 비하면 루이스의 팔뚝은 상당히 가늘다. 루이스 역시 상당히 단련된 육체임에도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피부 위로 새겨진 상처도 상당한 수다. 무수히 많은 긁히고 찢어진 상처, 화상을 입거나 갈려나간 흉터가 보인다.

팔뚝 뿐만 아니라 전신에 걸쳐 그런 상처가 보였다. 물론 얼굴에도. 오른쪽 옆구리부터 시작해서 뺨에 이르기까지, 백신현의 반신 가까이 붉게 벗겨진 흉터가 있었다.

그 흉터는 실제로 만져보면 상당히 딱딱하다.

당시 루이스는 니르바나 사원에 떠나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경위까진 모른다. 하지만 흉터의 크기나 모양을 보았을 때, 이것이 '한 번 으스러졌다가 다시 붙은 흉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흉터……, 지울 거지?"

"지울 거야. 좀 흉하잖아. 샤를로트도 이 흉터를 볼 때마다 표정이 자꾸 어두워지더라고."

"오래 걸릴까?"

"뭐……, 코어도 회복해야 하고, 팔도 다시 붙여야 하고. 어차피 한동안 현역으로 활동하긴 힘들어. 이 기회에 몰아서 다 치료해야지."

서로 보지 못한 기간이 꽤 되는 만큼, 대화는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호흡도 척척 맞았다. 미리 대사를 맞추고 나서는 연극처럼,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 느껴졌다.

이른바 조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이 짧은 사이에 피어났다.

대화가 오가는 동안 루이스는 백신현의 몸을 상당 부분 닦아냈다. 그 다음은 앞이었다. 이 이상 몸을 닦아내기 위해서, 백신현의 몸을 반 바퀴 돌릴 필요가 있었다.

부끄러웠다. 처녀는 오래 전에 졸업 했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는 건 조금 다른 문제니까.

그러나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옷을 벗고, 수건 한 장 두르고 욕실에 들어온 시점에서 이미 각오는 되어 있었다.

"백신현, 신현아. 몸 좀 돌려줄래? 앞도……, 닦아야 하잖아."

"그래, 알았어."

수치심을 느끼는 건 백신현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루이스의 출입을 허락한 시점에서 돌이킬 수는 없었다. 우물쭈물 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성미에 맞지 않다.

한 번 시작한 이상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다.

방향성은 다소 틀려먹었지만 한 번 시작하면 성실하게 임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다.

백신현이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 잠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윽."

뛴다. 달린다. 걷어찬다. 그런 역할에 특화된 두꺼운 두 허벅지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두꺼운데도 오히려 날렵하다는 느낌이 있다. 뽀죡하고 예리하다.

백신현이 몸을 일으킨 순간, 강인한 두 허벅지 사이로 큼지막한 고깃덩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루이스는 헛숨을 삼켰다.

그것은 너무나 길고, 두껍고, 무척이나 포악해보였다.

아직 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데…… 왜 저렇게 큰 거지……'

어마어마하게 두껍고, 어마어마하게 길다. 루이스는 순간적으로 찾아온 현기증에 휘청거렸다. 갑자기 머리에 피가 확 몰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백신현이 몸을 돌린다. 그 순간, 루이스는 뒤로 쓰러질 뻔했다.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루이스는 아직도, 저 정도로 거대한 것이 자신의 몸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삽입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왜 나는 저걸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아랫배가 꽉 조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백신현은 루이스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천천히 앉는다.

이것은 루이스의 짐작이지만, 아마 백신현도 루이스의 시선을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다. 루이스는 백신현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백신현은 아무 말도 없었다. 루이스는 그 행동에서 한 가지 의도를 느꼈다.

침이 꿀꺽 넘어간다.

'우……, 와……. 앉으니까……, 욕실 바닥에 닿았어……'

루이스는 눈을 질끈 감고 백신현 쪽으로 몸을 당겼다. 아직 닦아야 하는 부분이 많다.

거품을 묻힌 뒤, 흉터 자국으로 점철된 오른쪽 뺨에 손을 가져간다.

"따끔하지는 않아?"

"괜찮아. 오래 전에 아문 상처니까."

"알았어, 그럼……"

백신현의 앞머리에 손을 댔다. 그대로 뒤로 획 넘긴다. 차가운 인상을 가지고 있는 탓에 올백도 상당히 어울린다.

하지만 백신현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것 자체를 선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최근 일 년에 걸쳐 백신현을 꾸준하게 괴롭혀왔던 어느 남자를 떠올리게 될 것 같으니까.

먼저 얼굴을 닦은 뒤 손과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넓고 울퉁불퉁한 어깨와 완벽하게 단련된 상체가 시선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것도 근육이 다소 줄어든 상태이다. 한동안 와병 생활을 치른 탓이다.

처음부터 이런 몸은 아니었다. 루이스와 처음 마주쳤던 시절에는 꽤 마른 편이었다. 영양 공급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노예 검투사였으니까.

그때는 키도 루이스보다 작았다. 물론, 그 시절에는 여자가 남자보다 큰 것이 당연한 나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키가 역전된 것도 모자라 차이가 꽤 커졌다. 루이스도 큰 편인데, 20cm 가까이 차이가 난다.

루이스는 그 사실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넓은 어깨, 발달한 대흉근. 그리고 손과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복근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그때마다 사타구니 사이에 달려 있는 거대한 고깃덩이가 시선에 잡힌다.

불가항력이었다. 너무나도 크고 두꺼운 탓에, 보고 싶지 않아도 시선에 들어오게 되니까.

상처투성이의 복근. 특히 옆구리 부분의 흉터가 상당히 컸다. 날카로운 것에 찔린 후, 그대로 뜯긴 듯한 흉터인데. 실제로 그런 식으로 입은 상처였다.

스페트로와의 싸움에서 백신현은 보다 확실하게 공격을 명중시키기 위해서 스스로의 몸을 미끼로 썼다.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싸우지 않으면 승산을 장담할 수 없는 괴물이었으니까.

하지만 때때로, 스스로 상처 입는 선택을 큰 망설임 없이 고를 수 있는 그의 판단 능력이 서글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너……, 계속 그런 식으로 싸우면 오래 못살 걸."

"이제 큰 고비는 넘겼으니까, 이런 식으로 싸울 일은 좀 줄어들 거야."

"그 말, 지켜졌으면 좋겠다."

루이스의 손이 움찔했다. 상반신을 모두 닦아냈다. 그리고 루이스의 손은 이제 백신현의 사타구니 바로 위, 고깃덩이 앞에 멈춰 있었다.

"……."

닦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 부분은 특히 오염되기 쉬운 부위이니까. 하지만 막상 닦으려고 하니까 막막해진다. 크고, 두껍고, 앉은 자세에서는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다.

손으로 쥐어야 하는데, 어떻게 잡아야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커지지 않은 상태인데도 살짝 주저하게 된다.

고민 끝에, 왼손으로 살짝 잡았다. 아직 커지지 않은 상태인 탓에 음경은 상당히 물컹물컹했다. 잘 하면 쥘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루이스의 손바닥이 음경을 감싸쥔 그때, 갑자기 쿵 하고 음경에서 커다란 진동이 느껴졌다.

음경에 피가 몰리고 있었다. 물컹물컹했던 표면이 빠르게 굳는다. 뜨겁기도 상당히 뜨거웠다. 손바닥을 통해서 전해지는 온도가 범상치 않다.

"너 진짜……, 밝힌다니까."

"불가항력이었어."

키 차이 때문에 백신현은 루이스를 볼 때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릴 수밖에 없다. 싫어도 모양 좋은 윗가슴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거기다 루이스는 지금 타월 한 장 차림이니까.

한 사람의 남자로서, 수컷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루이스도 그 사실은 알고 있다. 말은 툴툴거려도 그다지 화가 나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오히려 흥분하지 않았더라면 더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잡기 어려워졌지만……, 팽팽해져서 닦기는 좀 쉬워진 것 같기도 하고."

손으로 쥐기 어려운 굵기인 데다가 미끌미끌해서 난이도가 더 높아졌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루이스는 왼손으로 음경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슬슬 문지르기 시작했다.

음경은 조금 지저분한 상태였다. 틈새까지 꼼꼼하게 닦아낸다. 움직임이 조금 거칠었지만 백신현의 음경은 거대한만큼 경도도 상당했다.

이따금씩 허리를 움찔 거리긴 해도 고통은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루이스도 음경에 오랫동안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손의 움직임이 분주하게 음경을 청소했다.

꼼꼼하게 닦아낸 뒤 물을 끼얹어서 마무리. 그런데 물을 끼얹은 뒤에도 귀두 부분이 번들번들했다.

"……이럴 것 같았어."

"너도 다 생각하고 들어온 거 아니야?"

백신현의 질문에 루이스는 침묵했다.

사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 루이스도 지금 상황을 예상했다.

옷을 벗고 들어온 건 그 때문이다.

루이스는 백신현의 질문에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상태로 행동에 들어간다. 양손을 모두 펼쳐서 음경의 귀두 부분을 잡아본다. 굵다. 그리고 뜨겁다. 어마어마한 생명력과 약동감이 느껴졌다.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혈관……, 굵어……. 고환도……, 뭐가 이렇게 큰 거지……"

큼지막한 귀두가 쉴 새 없이 꿈틀거린다. 그때마다 루이스는 무심코 침을 꿀꺽 삼키고 만다.

"그, 고추는 건 피가 모여서 딱딱해지는 거잖아. 이게……, 이 정도로 단단해질 정도로 피가 몰렸으면…… 머리나, 다른 부위에 도는 피가 적어지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건……, 마치…… 쇳덩이처럼……"

이게 다 커진 것도 아니었다. 아직 멀었다는 듯, 루이스의 손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더 굵고, 딱딱하게 굳는다.

날카로운 냄새가 루이스의 코를 찌른다. 물로 씻어낸 것이 바로 조금 전인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듯 귀두 끝에서 진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고약하게도 느낄 수 있는 냄새였다. 하지만 루이스는 달랐다. 무심코 허리에서 힘이 빠질 것 같은, 강렬한 쾌락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내가……, 왜 이러지……? 나도…… 너무 오래 참았나……?'

겨우 이 정도에, 루이스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호흡이 빨라지고 체온이 달아오른다. 루이스는 불과 음경을 양손으로 쥐었을 뿐이었다. 겨우 이 정도에, 루이스의 이성은 끝에서부터 조금씩 갉아먹히고 있었다.

"하아……, 하……, 으으……, 아……"

두근!! 심장이 크게 한 번 뛰었다. 하복부가 쉴 새 없이 저려오고, 의지와 관계 없이 허리가 움찔거린다.

루이스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귀두에 뺨을 부비고 있었다. 호흡이 점점 빨라진다. 뜨거운 숨이 귀두에 계속 쏟아진다.

시선은 위쪽으로, 백신현의 얼굴을 보고 있다. 날카로운 눈썹이 씨근거린다.

"너……, 이렇게 큰 물건을 달고 다닌다는 게 알려지면……, 위험할 것……, 같아……. 적이 자꾸 여기만 노리면…… 어떡해……"

손을 흔들고, 뺨을 부비면서 귀두를 문지른다. 그때마다 요도에서 투명한 액체가 울컥 울컥 흘러넘친다. 닦을 때마다 음경이 더러워진다. 신기한 현상이다.

기둥도 어마어마한 두께였지만 귀두는 더더욱 두꺼웠다. 붉게 달궈진 귀두 아래로 살아있는 실핏줄이 언뜻 보이는 것 같았다.

루이스는 음경에 봉사하는 행위에 꽤 필사적이다. 하지만 백신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루이스가 마치 음경에 아양을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환이 움찔거린다. 루이스의 몸이 크게 떨렸다.

위를 향해 휘어진 음경이 정액을 뿜었다. 한 번에 터져 나오는 양이 어마어마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 시간도 놀라울 정도로 길었다. 마치 고장난 수도꼭지 같았다.

"흐……!"

상당량의 정액이 루이스의 상반신 위로 쏟아졌다. 머리카락, 얼굴, 하지만 정액이 가장 많이 쏟아진 부위는 타월 위로 삐져나온 윗가슴이다. 새하얀 가슴 위로, 정액이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이때, 루이스는 상반신을 앞으로 굽히면서 필사적으로 소리를 참았다. 하지만 소리만 참는다고 해결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욕실에 꿇어 앉은 두 다리가 연신 진동하고 있었다.

심장을 뽑아서 그 소리를 귀로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 정도로 자기 자신의 심장 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루이스의 호흡 소리에 여유는 없다. 학, 학, 학, 학, 그것은 짐승의 소리를 닮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빠르고 필사적이다.

"윽……, 하아……!"

상반신에 힘을 주고 간신히 들어올린다. 음경은 여전히 딱딱했고,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루이스는 기둥을 다시 한 번 양손으로 쥐었다.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요도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토해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음경은 여전히 경도를 유지하고 있다. 조금 전보다 더 커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

루이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동공은 흐리멍텅하다. 그런데 색깔이 평소와 비교해서 조금 달라 보인다.

"……♥"

마치,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는 듯한……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