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4화 〉 24. 합체 (10)
* * *
감각이 이상하다.
마치 정신만이 몸뚱이를 빠져 나와서 대기 중을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지, 드디어 머리가 돌아버린 건가.
정신적 피로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된 탓인지, 날짜 감각도 살짝 맛이 갔다. 오늘로 수련이 며칠 째더라.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검을 들고 눈앞의 백신아를 마주보고 있다.
묘하게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상할 정도로 증폭된 감각이 천지자연의 모든 것을 포착했다.
치직.
한 순간 시야에 노이즈 같은 것이 발생했다. 마치 고장난 TV처럼, 눈앞의 노이즈는 사라질 줄 모르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보통 이런 노이즈가 시야에 발생하는 이유는 하나 뿐이다. 뇌와 눈이 맛이 갔다는 것.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풍경 이외의 다른 것이 머릿속에서 이미지의 형태로 떠오르며, 강하게 뭉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마치 바로 조금 앞에 있는 미래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형용할 수 없는 감각에 사로잡힌 채 나는 백신아의 접근을 기다린다.
고통은 있다. 그리고 괴롭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주저 앉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음이 약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나는 언제나 마음 속으로 샤를로트의 후드를 그렸다. 그 순간 장작에 불이 붙는다. 쓰러지려던 오체에 다시 한 번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검을 쥔 손에 힘을 더한다.
충돌은 그 직후였다.
* * *
"……."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쓰러져 있었다.
검왕검 내부에 인공적으로 구축된 이 가상 세계의 하늘은 현실 세계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뺨에 닿는 온기, 불어오는 바람, 그 모든 것이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모든 체력을 소모하고 바닥에 쓰러진데 비해, 백신아는 아직도 기운이 남아 도는 것 같았다. 검을 어깨에 기댄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저의 전투 능력을 100점으로 잡았을 때, 검주의 전투 능력은 몇 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마력의 출력, 기술의 완성도, 반사 신경, 전투 감각, 그리고 멘탈까지. 검주가 가지고 계신 각 능력에 점수를 부여하고 그 수치를 모두 더하더라도 아마 50점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가만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백신아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내 생각도 거의 같았다.
아니, 사실 지금의 평가도 나를 꽤 후하게 쳐주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는 35점이나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검주에게 저는 제게 제대로 된 일격을 성공시키라는 시련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와 검주가 가지고 있는 전투 능력의 차이를 고려했을 때 단 1%의 성공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는 불가능한 시련이었어요."
백신아 뿐만이 아니라, 백신아가 내게 제시한 시련을 전해 들은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말했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시련이라고.
이것은 나 자신조차 인정하는 사실이다.
나는 시련을 통과할 가능성을 보고 이 싸움에 도전한 게 아니었다.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뒤집기 위해서 도전했다.
"승리할 가능성이 단 1% 라도 존재한다면 그 틈을 파고들어서 비집어 열면 됩니다. 하지만 승리할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싸움에서, 우리들 무인은 어떠한 방식으로 맞서야 하는가."
백신아가 검을 허리춤에 집어 넣는다. 최근 석 주 동안 백신아를 휘어감고 있던 차가운 기운이 사라져서, 온데간데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게 익숙한 부드러운 미소로 백신아는 쓰러진 내 앞에 무릎을 쪼그리고 앉았다.
"훌륭합니다, 검주. 검주는 제가 제시한 시련을 통과해서 이 싸움에 참가할 최소한의 자격을 획득하셨어요."
녀석의 뺨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길게 그어져 있다.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상처였다.
과도하게 뇌를 쓴 탓일까, 두통이 심해서 내 다리로 서 있기 어려웠다.
"뺨에 그은 한 줄을 제대로 된 일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제대로 된 일격은 아니죠. 하지만 그게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백신아가 오른팔을 들어 올린다. 손목을 덮고 있던 코트의 긴 소매가 찢어지고 그 안에서 희고 강인한 팔뚝이 모습을 보인다. 그 팔뚝에도 길쭉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 이외에도 여기저기, 제대로 된 일격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백신아의 팔과 다리에 칼에 베인 자국이 남아 있었다.
모두 내가 남긴 흔적이었다. 물론 한 번에 성공한 건 아니다. 고작 열세 개의 칼자국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수백 회의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제가 판단하기에, 이 정도면 제게 제대로 된 일격을 먹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검주의 실력으로 불가능한 업적이라는 점에는 크게 차이가 없어요."
"잘 모르겠어."
나는 신체 기능 및 뇌 기능의 과도한 사용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호흡에도 여유가 없다. 힘겹게 숨을 몰아쉰다.
"아직 잘 실감이 안 나거든. 도대체 내가 어떠한 식으로 네게 상처를 입힐 수 있었는지."
솔직한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 싸움에는 승산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백신아는 나의 상위호환이라고 볼 수 있다. 전투 감각부터 기교까지, 내가 유리한 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내게 남아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뿐이었다. 백신아의 칼끝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패턴을 분석한 뒤, 그 흐름을 읽어내는 것.
하지만 그조차 불가능했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무의식적에 선호하는 기술과 선호하지 않는 기술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흐름을 읽어내서 다음 공격을 예측할 수 있는 법인데 백신아에게는 그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휘두르는 주체가 인격체인 이상 선호하는 공격 수단과 그렇지 않은 공격 수단이 존재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다음 공격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런데 백신아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흐름 자체는 보이는데 다음 수단을 도무지 읽어낼 수 없다.
그렇다고 잘 다루지 못하는 공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백신아의 모든 검술은 저마다 최고 수준으로 단련되어 있어서, 파고들 틈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종류의 검술을 완벽한 숙련도로 습득하였고, 그 중에서 특별히 선호하거나 잘 쓰지 않는 검술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나는 완벽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지만, 백신아 앞에서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완벽 이외에 녀석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녀석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있었던 건지.
3주, 나는 거의 쉴 틈도 없이 가상 공간과 현실을 오가며 끊임없이 검을 휘둘렀다. 골격이 비명을 지르고 근섬유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와도 개의치 않았다.
논리도 뭣도 없었다. 그저 그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예감에 쫓겨 쉬지 않고 달려 나갔다.
그 결과, 조금 다르기는 해도 백신아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지만……, 솔직히 나 스스로도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물이다.
불현듯 스페트로가 언급했던 '광기'라는 표현이 머릿속에 밟힌다.
사람의 광기는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표현일까.
나는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백신아의 시련을 돌파하게 된 셈이니까.
"이해하지 못하시는 게 당연해요. 왜냐하면 지금의 제게 상처를 입힌 그 잠재력은 아직 검주의 힘이 아니거든요."
"아직 내 힘이 아니라고?"
"네, 지금까지 검주에겐 이런 경험이 없었을 거예요. 검주의 싸움은 예측과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져 왔으니까. 상대에 맞춰서 즉흥적으로 전술을 교체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지만, 그것도 모두 계산 후에 이뤄진 행동이셨죠."
백신아의 평가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검술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는 건 예측과 분석이다. 상황에 맞춰서 변주를 주거나, 변수를 창출하기 위해서 페이크를 거는 경우도 있지만 그 모든 행동이 충분히 생각한 후 행동으로 옮긴 결과였다.
감각이나 본능으로 싸우는 방식을 나는 싫어한다. 충분히 분석하고 숙고한 끝에 행동해도 모자랄 판에 감각이나 본능 같은 불확실한 요소에 몸을 내던지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형태로 시련을 통과한 것이 껄끄럽다.
"이러한 형태로 시련을 통과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죠? 그건 검주가 아직 어려서 그래요."
"그건 무슨 소리야?"
하지만 나의 고민을 백신아는 한 마디로 일축한다. 씩 웃으면서 바닥에 쓰러진 내 옆에 앉았다.
"아마 검주가 조금 전의 그 움직임을 다시 재현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을 거예요. 십중팔구는 실패하겠죠. 그럼 조금 전에 제게 상처를 입힌 그 일격은 정말로 우연히 만들어진 일격일까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결과적으로 그런 공격이 나온 건 우연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공격의 바탕에는 검주가 이제껏 쌓아올린 노력이 존재합니다.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일시적으로 검주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이 상승 작용을 발휘한 거예요."
백신아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서 뺨의 상처를 쓰윽 쓸어넘긴다. 상처에서 흐르고 있던 핏물이 한 번에 지워진다.
"검주도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승리를 포기하고 휘두른 공격이 제게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검주가 인정하는 최강의 검사는 그 정도로 만만한 상대인가요?"
"……."
"오늘 검주가 경험한 일은 몸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 경험하는 일이에요. 같은 전투, 같은 상황인데도 묘하게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발휘하게 될 때가 종종 발생하곤 하죠. 오늘 검주께서 보여주신 모습이 바로 전형적인 예입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전의 그 감각을 떠올린다.
뇌가 돌아가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주변 수십 킬로미터의 범위가 감각으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
그 순간의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내 육체가 스스로 움직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것은 결코 검주에게 없었던 힘이 새롭게 주어진 게 아닙니다. 검주 자신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뿐. 그리고 진정한 일류는 그 각성의 순간을 꾸준히 되새기면서 그 힘을 의식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노력하는 법이죠."
주먹에 조용히 힘을 준다.
힘을 끌어 올린 그 순간, 나는 의식이 확 맑아 지면서 조금 앞의 미래까지 읽어낸 듯한 감각을 느꼈다.
아마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흐름을 읽는 기술과 천변무궁류가 일시적으로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킨 탓이 아닐까 싶다.
모든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은 바로 앞의 미래를 읽어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아시겠죠? 지금 검주께서 해야 할일이 뭔지."
"어느 정도는."
지금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성과에 다리를 멈추고 있을 때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그 순간의 감각이 남아있는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그 감각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게 다가온 우연을 어느 때, 어느 순간에라도 사용할 수 있는 필연으로 바꾼다.
더 높은 경지를 향해.
"검주가 제게 일격을 성공 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주보다 윗줄에 있는 고수인 제가 보기에, 0을 1로 바꾸고…… 실낱 같은 성공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는 길이 몇 가지 있었죠."
"그 중 하나가 이거야?"
나는 쓰러진 몸을 상반신만 일으켜 세웠다. 가상 공간 속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 아마 현실의 몸도 높은 확률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네.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 한계를 넘어선 예는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검주를 이 공간에서 몇 번씩 살해함으로서 정신을 밀어 붙이고, 검주가 그 시련에 맞서기 위해서 힘을 폭발 시키는 걸 유도했죠."
하지만 이것도 큰 도박이었다고 백신아는 말한다.
내가 죽음을 반복하는 사이, 죽음에 익숙해 지기라도 했다면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인격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표정은 얼어 있었지만 내가 시련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쩌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 모양이다.
"리스크는 높았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이것이 검주의 힘을 일깨우는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주는……, 위기에 강한 사람이니까요."
녀석의 시선에서 강한 신뢰가 느껴진다.
백신아가 구김 없는 표정으로 씩 웃는다.
"죽음 속에서 검주의 힘이 일시적으로 눈을 뜨면서 0이 1로 변했고, 검주는 그 1의 가능성을 제대로 붙잡아 보였어요. 이 도박은 검주를 믿은 제 승리인 셈이죠."
팡, 소리가 날 정도로 백신아는 내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때렸다. 소리는 컸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역시, 검주는 제 자랑이에요."
늘 듣던 칭찬인데 오늘따라 조금 근질근질 하는 느낌이 있다.
아마 지금까지 거쳐온 수련 중 가장 크게 고생해서 그런 걸 거다.
이 3주간 내가 거쳐온 싸움은 지독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괴로운 싸움이었으니까.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불어 넣는다. 거짓된 세계의 지면을 딛고 일어선다.
죽음을 반복하며 질리도록 보아온 풍경임에도 오늘따라 느낌이 조금 다르다.
아마도, 내 마음 때문일 거다.
* * *
"아……, 후우……"
루이스가 천천히 숨을 토해냈다. 뜨거운 물은 오랜만이었다. 잠에 드는 시간을 제외하면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혹사된 근육이 느슨하게 이완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니르바나 사원에는 단 하나, 수행자들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준비된 온천이 있다. 지금 여탕을 이용하고 있는 건 루이스와 파비아 뿐이다.
파비아도 쉬는 날 없이 쭉 이어진 수행에 상당히 몸이 상했는지, 완전히 잠에 취한 얼굴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 온천욕을 마치고 루이스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허유가 예고한 날짜까지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온천에 들어오기 전에 최종점검을 마친 루이스는 머지 않아 찾아올 결전을 대비해서 조금 일찍 집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 한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추는 건 좋지 않다. 실전은 언제든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법이고, 갑자기 허유의 마음이 달라져서 조금 일찍 전투를 시작할 가능성도 없지 않으니까.
전체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지금 출발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도착해서 바로 싸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백신현과 다시 한 번 합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온천에 좀 더 들어가 있으려 하는 파비아를 안간힘을 다해서 끌어낸 뒤, 루이스는 돌아갈 채비를 끝마쳤다.
니르바나 사원은 하늘에 떠 있는 신비한 섬이다. 그리고 니르바나 사원에는 단 하나, 지상으로 통하는 입구가 존재한다.
빛을 발하는 입구를 앞에 두고, 가방을 어깨에 짊어진 루이스가 고개를 살짝 돌린다.
루이스는 다소 감상적인 기분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기분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니르바나 사원에서 보낸 3개월 동안 루이스는 많은 성과를 보았다.
하지만 마음이 느슨해지면 안 된다. 이곳에서 획득한 모든 성과를 한 데 모아서 부딪쳐도 모자랄 만큼 루이스의 적은 강대한 존재였다.
"그럼, 가볼까."
루이스는 빛을 내는 입구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귀향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