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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210화 (210/287)

〈 210화 〉 22. 전원 집합 (6)

* * *

"신현 씨도 참, 금남의 구역에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는데."

샤를로트가 곤란한 듯한 목소리로 내게 핀잔을 준다. 하지만 표정은 전혀 핀잔을 주는 얼굴이 아니다.

내가 이러한 형태로 샤를로트의 방을 찾는 것이 오늘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수녀원의 기숙사에는 외부인의 침입을 방해하는 술식은 있지만, 천변무궁류의 앞에서 그러한 형태의 기술은 크게 의미가 없다.

코어를 회복하고 마력을 다시 다룰 수 있게 된 김에, 오랜만에 샤를로트 얼굴이나 한 번 보려고 찾아왔다.

샤를로트가 창문을 완전히 열어주자, 나는 그쪽으로 슬며시 들어갔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해서 착지한다. 샤를로트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창문을 닫고 잠근 뒤, 커튼까지 쳐버렸다.

수녀원 부지로 들어오기 전에 종이 치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 저녁 기도 시간일 거다.

샤를로트는 나를 잠시 침대에 앉혀 놓은 후,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양손을 서로 깍지를 끼고 기도에 들어간다.

금발의 샤를로트는 그림으로 그린 듯한 수녀의 모습이었다. 진짜 수녀보다도 더 수녀처럼 보인다.

조용하고, 얌전하고, 어른스럽다.

기도를 끝마친 샤를로트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돌려서 내 옆자리에 앉는다.

"신현 씨, 몸은 이제 괜찮아?"

"응, 회복된 김에 널 보러 온 거야."

"무리 하는 건 아니지……? 그래도 찾아와줘서 고마워. 신현 씨."

샤를로트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면서 나와 시선을 맞춘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여러 가지 감정이 스며들어 있다. 굳이 이 시간에 찾아와준 나를 향한 고마움, 나와 함께 있음으로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 그리고 내가 혹시 무리하는 건 아닐지 걱정하는 마음까지.

샤를로트의 마음씀씀이가 시선을 통해서 전해져 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신현 씨, 조금 전에 내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다고 했지? 혹시, 우리 가문에 무슨 문제라고 벌어진 거야?"

"그런 건 아냐. 네 개인한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찾아왔어."

샤를로트는 내 질문을 그녀의 가문과 관련된 질문으로 추측한 것 같지만, 완전히 잘못 짚었다.

애초에 내가 스페트로 가문에게 궁금한 일이 있었다면 올리비아나 란즈 가주를 찾아가고 말지, 굳이 샤를로트에게까지 찾아와서 물어보진 않았을 거다. 어린애에게 괴로운 선택을 강요할 바에야 차라리 정면 돌파가 낫다.

"내게……?"

"응. 내가 최근 들어서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인들의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샤를로트 너도 무인이잖아."

"그건……, 응. 신현 씨 말이 맞아."

샤를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샤를로트는 내가 저녁에 찾아올 때마다 내게 지도를 받고 있고, 수녀원에서 교육하는 퇴마 훈련에도 열성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창을 쥘 수 없는 체질이라 스페트로 가문의 진전을 계승할 수는 없지만, 샤를로트가 걷는 무의 길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의외로 수녀원에서 가르치는 퇴마술의 수준이 꽤 높다.

수녀원을 비롯한 교회 세력은 무기술의 도입에도 매우 적극적이라서 샤를로트도 여기에서 스페트로 가문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무기들을 만져볼 기회를 얻었다.

신성한 퇴마 권총이나 신성한 퇴마 전기톱, 신성한 퇴마 화염 방사기 같은 무기들이다.

예전에 권총 두 자루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형을 연습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럼, 신현 씨의 질문은……?"

"음, 그게 말이야. 샤를로트."

나는 샤를로트와 시선을 맞춘 채 질문했다.

"네가 생각하는 무의 본질에 대해서 듣고 싶어."

"무의……, 본질……?"

"그래, 네가 무의 길을 추구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사실 나는 아직 내가 추구하는 무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을 잡지 못했거든. 정확히 말하면 감은 오는데 그걸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고 해야 하나."

"……."

샤를로트가 입을 다물었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나는 잠시 입을 다문 후 샤를로트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보충 설명에 들어갔다.

"길을 걷더라도 끝이 보여야 명확하게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잖아. 직감에 의지해서 무작정 나아가는 것과 목적을 정한 뒤 나아가는 건 서로 다르니까."

"아……, 그렇지만 신현 씨는 아직 자신의 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짐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맞아. 그래서 고민하는 중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 풍진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서, 내게 있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나 자신의 긍지와 명예를 위해서, 혹은 단순히 무가 좋기 때문에.

그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섞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무인으로서 무를 수행함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수행으로 다듬은 무?를 최종적으로 나는 어떠한 형태로 완성할 것인가?

최고를 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가 추구하는 무?의 최고의 형태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저 강해지는 것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원한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 난 지금 여기에 있다.

나는 샤를로트를 찾아오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었던 다른 무인들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제1위인 요하네스부터 시작해서 올리비아까지. 샤를로트는 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는 눈치였다.

모든 이야기를 경청한 샤를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다들 저마다의 기준으로 무의 본질에 대해서 결론 내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수련하고 있는 거구나……"

"맞아. 무의 본질이란, 다르게 말하면 그 사람이 생각하는 '최고의 무'라는 의미야. 스스로가 생각하는 무의 본질에 충실한 형태로 무를 발전 시켜 나가는 셈이니까."

마그누스는 대검으로 최고가 되기 위해서 대검의 힘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무의 길을 개척했다.

요하네스는 무 그 자체를 즐기는 성향을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종류의 무기와 유파를 습득해서 활용하는 방향으로 무의 길을 개척했다.

나의 질문에 대답한 모든 이들이 그러했다.

저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무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다.

스스로 추구하는 무의 길을 나아간다.

그런데 나는 이 점에 대해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천변무궁류는 수행을 거듭함에 따라 점점 더 선택지가 넓어지는 자유롭기 그지없는 무예.

점토처럼 그 어떤 모양이라도 될 수 있다.

한 없이 무한에 가까운 가변성을 가진 천변무궁류 속에서 나는 도대체 어떠한 무를 추구해야 하는 것인가.

나의 고민은 그러한 것이었다.

"……있잖아. 신현 씨."

"응, 왜 그래?"

"신현 씨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부탁?"

"응. 바람이 좀 쐬고 싶어져서."

샤를로트가 커다란 눈동자를 깜박이며 말했다.

"잠시……, 나를 바깥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나는 이 수녀원의 경비 상태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창문을 열었다.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샤를로트의 몸을 가볍게 안아 들었다.

현재 시각, 오후 7시 10분.

완전히 해가 저물어서 어둠이 드리워진 밤하늘을 향해 그대로 달려 나갔다.

수녀원의 부지를 빠져 나온 후, 샤를로트와 함께 인적이 없는 공원에 도착했다. 샤를로트가 부탁한 장소였다. 잠시, 밤바람을 쐬면서 걷고 싶다고.

"샤를로트 너도 은근히 불량수녀네. 이거 무단 외출 아니야?"

"그렇지만…… 오늘따라 신현 씨하고 같이 걷고 싶은 기분이었거든."

살짝 놀렸는데 상당히 진지한 대답이 들려왔다.

밤의 어둠 속에서 날 올려다보는 샤를로트의 얼굴이 조금 어른스럽게 보인다.

샤를로트가 슬며시 내 손등에 자신의 손등을 부딪쳤다. 살짝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움켜쥔다.

손가락을 하나씩 엮어서, 깍지를 끼게 만들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샤를로트도 성장 과정이 조금 특이한 탓에, 란즈 가주가 아니라 오히려 내게 부성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거부하기 힘들었다. 나도 샤를로트를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으니까.

샤를로트와 나란히 걷는다. 인기척이 없는 조용한 공원인 탓에 묘한 정적이 느껴진다.

"있잖아, 신현 씨. 조금 전의 질문에 대해서 대답해도 될까?"

"응. 듣고 싶어."

"내가 추구하는 무의 본질은…… 지키는 거야."

"지키는 것?"

"응. 신현 씨도 알고 있겠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이 그다지 정상적인 환경은 아니었잖아. 그러한 환경 속에서, 나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힘을, 그리고 나아가서 내게 있어 중요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어."

말하면서도 조금 부끄러운지, 귀 옆으로 길게 늘어진 금발을 검지에 빙글빙글 감으면서 고개를 돌린다.

샤를로트는 원래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고 있었지만, 수녀복을 입고 있을 때는 생머리다. 내가 고슴도치 부모라서 그런가, 솔직히 어느 쪽도 상당히 어울린다.

"그러니까…… 아마 최종적으로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부상 여부에 개의치 않고 항상 일정한 수준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의 무?로 완성되지 않을까 싶어. 리스크가 큰 기술은 아마 최대한 피하게 될 거 같고."

스스로가 추구하는 무의 본질은 그 결과물에도 영향을 끼친다.

샤를로트는 스스로가 추구하는 무의 본질에 따라서, 최종적으로 완성하게 될 무의 경지를 그리고 있다.

"신현 씨, 도움이 됐을까……?"

"응. 도움이 됐어. 내가 추구하는 무도 아마 너와 비슷한 것이 될 테니까."

스스로의 몸을 지키고, 중요한 사람을 지킨다. 나 또한 그러한 길을 추구하고 있다.

마그누스, 요하네스 때와 같다.

그들이 추구하는 무의 본질은 내가 추구하는 무의 본질하고도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다.

물론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샤를로트의 대답을 듣게 됨으로써 나 자신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손을 쥔 샤를로트가 슬며시 눈치를 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까. 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샤를로트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이 예상이 간다.

살짝 놀려줄 생각으로, 샤를로트의 말을 슬며시 가로챘다.

"저기, 신현 씨……"

"한 수 겨뤄달라고?"

"어? 어? 응, 그래. 응, 그걸…… 부탁하려고 했어."

"알았어. 겨뤄줄게."

"고마워, 신현 씨."

샤를로트가 살짝 웃는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 내가 그들에게 무의 본질을 요구한 것이, 그들의 의욕에 불을 지피는 것일까.

물론 내가 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좋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추구하는 무의 본질에 관심이 있고,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입으로 대화하는 것보다 직접 붙어보는 게 더 좋으니까.

천천히 샤를로트와 손을 떼어냈다. 서로 얽혀 있던 손을 떼어낼 적에, 샤를로트는 묘한 미련 같은 걸 드러냈다.

지금의 샤를로트에게는 무기가 없다. 그렇다면 이쪽도, 무기 없이 맨손으로 맞서 싸워 주는 게 예의일 거다.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샤를로트와 서로 마주본 뒤, 무사로서 예를 표하며 자세를 잡았다.

샤를로트의 선공으로 대련이 시작되었다.

* * *

수녀원은 밤 아홉 시에 마지막으로 점호를 한다. 그 전까지는 샤를로트도 복귀해야 했다.

다시 한 번 경계를 넘어서, 창문으로 샤를로트의 개인실에 들어간다. 먼지를 조금 뒤집어쓴 탓에 샤를로트의 수녀복이 버석거리고 있었지만, 샤를로트는 그걸 크게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럼, 내일 또 올게."

"응, 고마워 신현 씨."

샤를로트와 인사를 나눈 후, 들어왔던 창문으로 다시 나간다.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 길목으로 빠져 나온 후, 자연스럽게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섞인다.

주머니에 살짝 손을 넣은 채, 거리를 걷는다.

『다들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확실하네요.』

'그러게, 이러니까 꼭 나만 따돌림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올리비아는 물론이고 파비아나 샤를로트조차도 스스로 추구하는 무의 본질에 충실하게 살고 있다.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나 뿐인 것 같았다.

어째서일까. 나도 십 년 넘게 칼을 잡아온 놈이라, 경력이 부족한 편은 아닌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검왕검을 향해 마음 속으로 말을 걸었다.

'신아 너는 어때?'

『네?』

'다른 사람들이 추구하는 무의 본질에 대해서는 들었어. 그런데…… 아직 네게는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는 것 같아서.'

『…….』

백신아가 침묵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무인보다도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을 최강무적의 검사치고는 상당히 보기 드문 침묵이었다.

'네가 추구하는 무의 본질을 알고 싶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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