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 〉 21.5. 개와 공주 (4)
* * *
"……으, 하아……"
루이스가 천천히 바닥에 주저 앉는다. 루이스는 백신현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입술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서 몇 번씩 절정했다.
백신현이 입맞춤에 능숙한 덕도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루이스의 느끼는 정도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루이스도 지금껏 몸을 여러 번 겹치는 과정에서 감도가 많이 높아진 것이 아닐까 싶다.
자리에 주저 앉은 루이스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음경에 삽입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 꼴이다. 백신현은 음경은커녕 손가락조차 쑤셔넣지 않았다.
입술을 맞추며 가슴을 조금 문지른 것만으로도 이 꼴이었다. 루이스는 자신의 몸이 백신현에 의해서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느끼고 있다.
바닥에 주저 앉은 루이스는 백신현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 고개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도 백신현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백신현과 루이스의 사이에 굵은 음경이 꼿꼿하게 서서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
루이스는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백신현의 음경 이외의 다른 것을 모르는 그녀가 보기에도, 그의 크기는 너무 지나치게 컸다. 좌우로는 루이스의 얼굴보다 두껍고, 길이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음경을 실제로 본 건 처녀를 잃었을 당시이지만, 루이스는 아주 오래 전부터 백신현과 알고 지내왔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바지 위로 도드라진 음경의 형태를 발견하게 될 때가 이따금씩 있었다.
과거, 백신현과 루이스는 잠시 동거까지 했던 사이다. 그때는 루이스도 가문을 뛰쳐 나온 직후라 돈이 없었고, 백신현은 노예 검투장을 박살내고 나온 터라 돈에 쪼들리는 빈털털이였다.
당장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동거는 아주 유효한 수단이었다. 둘이 같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돈을 빠르게 모을 수 있었으니까.
둘이서 함께 지낸 원룸은 거실이 하나, 침실이 하나인 좁은 구조였고, 구 사람은 같은 침대 위에서 쪽잠을 자며 돈을 벌었다.
'……어릴 적부터, 이 녀석은 엄청 컸었지.'
서로 최대한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긴 했지만 겨우 열네 살이었던 두 남녀가 동거하고 있는 시점에서 온갖 애로사항이 꽃필 수밖에 없다.
아마 이건 백신현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하지만, 옷 위로 드러나는 성기나 근육 따위가 흘끔흘끔 보여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많았다.
그 시절의 백신현은 지금처럼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니라 노예 검투사로 굶고 다니면서 간신히 붙인 마른 근육 체형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하반신만은 컸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바지 위로 드러나는 형태 같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이것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비밀이지만, 그때 백신현의 몸을 보면서 달아오른 몸을 달래는 날도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열넷의 루이스는 지금처럼 어른스럽지 못했으니까.
정말로 가끔, 아주 가끔이었다.
루이스는 이쪽으로 다소 보수적인 면이 있어, 스스로의 몸을 달래는 행위도 거의 하지 않았다. 썩어도 유서 깊은 가문의 영애였으니까.
과거의 루이스가 지금의 루이스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하지만 지금의 루이스가 과거의 루이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 뿐이다.
이런 것도 의외로 나쁘지 않다고.
루이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허리를 곧추 세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루이스의 스스로의 몸이 이 정도로 예민한 몸뚱이였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서 간신히 알았다.
루이스는 파비아보다도 큰 키다. 하지만 여전히 백신현에 비하면 눈높이가 낮다. 마력을 타고 나지 못한 백신현은, 그래도 신체적 조건에 있어서는 상당히 축복을 받은 편이라 골격이 크고 근육도 잘 붙는 체질이었다.
"백신현, 입술……. 이리로……"
"응."
백신현의 목에 두팔을 걸고 발뒷꿈치를 들어 간신히 높이를 맞춘다. 사실 이래도 조금 부족하다. 루이스는 거의 백신현에게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파비아와 루이스의 출력은 비슷하지만, 기술적인 수준에 있어서 루이스는 파비아보다 훨씬 높은 영역에 있다. 기술이 높다는 것은 즉 감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의미이다.
상대방의 불수의근의 움직임이나 맥박을 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감각과 계산 능력이 발달한 루이스는 지금의 백신현이 거의 회복된 상황이라는 사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는 파비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개과 수인인 그 특성상, 파비아는 제대로 단련하면 루이스 이상의 감각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파비아는 감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쓰는 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루이스처럼 백신현의 신체 상태를 알아보기 어렵다. 백신현을 걱정해서, 가슴 깊은 곳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성욕을 억지로 누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한 실수가 나온 건 파비아의 능력 부족이지만, 루이스는 파비아의 그런 면이 싫지 않았다.
그 어느 때, 어느 순간이라도, 스스로의 욕구를 억누르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은 빛나는 법이다. 파비아의 태도에는 손익계산이 존재하지 않는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의 루이스에게는 없는 것이다.
백신현에게 순수한 애정을 보이는 그 태도도 그렇다. 루이스는 스스로가 솔직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백신현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심을 숨기게 된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진 편이다. 과거의 루이스는, 지금와서 생각하면 이불을 수십 번을 걷어차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조금 괴짜 같은 부분이 있었다.
백신현이 루이스에게 실망하지 않은 이유는 그 또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 앞에서 본심을 숨기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백신현은 루이스의 심리를 읽는 데 능숙했다. 원래 눈치도 빠르고, 두뇌회전도 빠른 남자이니까.
지금의 백신현은 루이스의 솔직하지 못한 성격을 오히려 매력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루이스 입장에서는 기뻐해야 할지 짜증을 내야 할지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때, 루이스는 말 없이 백신현에게 입술을 맞춘다. 백신현의 혀는 확실히 능숙하게 움직이지만 루이스도 지지 않는다. 정확히는 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루이스는 천재다. 그리고 루이스의 재능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되었다. 백신현과 비교해서 크게 뒤쳐지는 경험을 재능과 음란한 몸뚱이를 써서 따라 잡는다.
지고 싶지 않았다. 설령 상대가 백신현이라도 마찬가지. 아니, 상대가 백신현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고 싶지 않다.
루이스는 이제 스스로의 몸을 쓰는 법을 안다. 백신현의 목에 팔을 두르고 가슴을 바짝 밀어붙여서 그를 압박한다.
백신현은 루이스의 풍만한 가슴을 마음에 들어했다. 오래 전부터 그랬었지. 납작했던 루이스의 몸이 조금씩 성장해나갈 때마다 저도 모르게 시선을 가슴으로 향하다가도, 멀리 틀어버리는 꼴을 여러 번 보았다.
"쪽……, 츄읍, 꿀꺽……. 어때……, 나도 많이 늘었지……?"
"……응."
솔직히 말해서, 여자 입장에서 보면 풍만한 가슴이라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이다. 그런 루이스가 스스로의 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유는 단 하나, 가슴이 흔들릴 때마다 풍랑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요동치는 백신현의 동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런 척하면서도 백신현은 은근히 밝히는 인격이다. 남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점이 있다는 건 이해한다.
루이스가 백신현의 몸에 가까이 닿아 있는 만큼, 루이스의 몸에도 백신현이 가까이 닿아 있었다.
백신현의 몸이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가까이 붙어 있으면 그 사실을 더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 흉터로 쌓아올린 육체다. 하지만 과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나치게 근육을 높이면 오히려 지속력은 떨어진다. 백신현의 몸은 근력과 체력을 황금비로 조화시킨 완성된 몸이었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루이스의 취향에 맞는 몸이 되어 있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마른 몸이었을 때도 좋았지만, 지금의 몸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음경. 음경의 존재감이 상당히 크다. 어릴 적에도 컸는데, 지금은 더 크다.
지금은 서로의 몸이 밀착한 상태라 음경도 루이스의 몸에 바짝 붙어 있는데, 루이스는 이게 음경인 줄 모르고 봤다면 무슨 돌덩이인 줄 알았을 거다.
루이스의 복부에 달라붙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래에서 가슴을 찌르고 있을 지경이니까.
아직도 이것이 자신의 몸에 삽입되어서, 몇 번씩이나 왕복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당연히 아프다. 원래 이러한 크기의 음경은 인간의 몸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고통이 어느 지점을 넘어선 그 순간부터 루이스는 허리부터 뇌가 일직선으로 관통되는 듯한 절정을 느끼곤 했다.
꿀꺽,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을 삼키고 말았다. 파비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녀도 꽤 성욕에 굶주린 상태였다.
내가 원래부터 이랬던가. 루이스는 백신현의 체온과 습기에 몽롱해진 머리로 생각했다. 원래부터 이러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처녀를 잃은 그 날부터 루이스의 내면에서 뭔가가 달라졌다.
루이스에게도 망설임은 있다. 진짜 이래도 되는 걸까. 삼 개월 후에는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루이스도 패배하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원래 그녀는 제법 네거티브한 성격이다. 그러한 성격이 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성장과정을 경험했다.
지체 높은 영애에서 한 순간에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그 자리에서 다시 백신현과 함께 바득바득 기어 올라온 인생이니까.
그러한 탓일까. 루이스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드의 몸을 차지한 그 괴물 같은 존재의 힘을 떠올리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있어. 그것도 두 가지나."
"……."
백신현이 입술을 떼어낸 후, 루이스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러니까 지금은 내 욕구를 해소하는데 잠시 어울려줘. 어차피 난 한 번 세우면, 쉽게 가라앉히지도 못해."
그의 성욕은 어마어마한 편이다. 루이스도 그 사실은 질리도록 알고 있다.
조금 전에 그녀가 말했듯, 백신현은 루이스가 멈춰달라고 외쳐도 멈춰주지 않을 만큼 성욕에 솔직한 편이니까.
자존심이 높은 루이스이지만, 그녀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 몇 가지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백신현이 루이스보다 두뇌가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온갖 방면에 재능이 출중한 루이스조차도 백신현의 두뇌 회전을 쫓아가진 못한다. 원래부터 머리가 좋은 편이었던 데다가 온갖 고난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그 능력은 더욱 더 날카롭게 단련되었다.
루이스의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걱정과 같은 것이 백신현의 머릿속에도 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신현은 루이스와 비교해서 상당히 여유로워 보인다.
허세일 가능성은 있다. 백신현은 거짓말에 매우 능숙해서 불수의근을 탐색하는 루이스의 능력으로도 진실과 허세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루이스보다 머리가 좋은 백신현의 입에서 괜찮다고 말이 나왔다.
그 시점에서 루이스의 모든 걱정은 모두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더 머리가 좋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결론이다. 백신현의 말이 잘못 되었을 가능성은 낮다.
백신현의 오른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백신현은 알몸보다 타월이라도 감고 있는 쪽을 더 마음에 들어 하는지, 음경이 흥분에 차서 꺼떡이고 있었다.
루이스의 허벅지를 오른손으로 쥔다. 천천히 들어 올린다. 그녀의 허벅지는 자동문처럼 매우 가볍게 열렸다.
삽입이 목전이다.
루이스가 조용히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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