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 21.5. 개와 공주 (3)
* * *
"……."
파비아가 턱을 타고 흐르는 침을 황급히 닦아냈다.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었다. 백신현의 음경은 그 크기 탓에, 보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시야에 잡힐 수밖에 없다.
음경을 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아예 턱을 들어서 시선을 천장에 두는 방법 이외에 없다.
정확히 말해서, 음경은 아직 축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 백신현의 음경은 두께도 두께지만 길이도 몹시 길어서, 지금처럼 욕실 의자에 앉으면 귀두가 바닥에 접하게 된다.
그 음경에 아주 조금 힘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바닥을 보고 있던 음경이 살짝 올라왔다. 음경의 힘줄이 도드라져 보인다.
백신현은 스스로도 조금 수치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으면서 시선을 들었다.
"음, 먼저 나가 있을래? 난 한 번 이렇게 되면 가라앉히는데 조금 시간이 걸려서."
그 말을 듣고 파비아는 흠칫했다.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킨 것 같다.
루이스도 이제 눈치챘다. 백신현의 뒤에서 오른쪽 어깨를 손으로 쥐고, 조심스럽게 상반신을 등에 밀착시킨다. 그 순간 백신현이 움찔했다. 부드러운 감촉이 등에 접한 순간 부드러운 감촉이 뇌를 뚫고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자극은 그대로 하반신에 이어졌다.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던 음경이 살짝 올라왔다. 그리고 파비아는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던 중이었다.
음경이 완전히 일어섰다. 그리고 파비아는 또 다시 잠시 말을 잊어버렸다. 몇 번을 보았지만, 늘 보아도 헛숨을 삼키게 되는 크기였다.
이미 충분히 해소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잊고 있었던 발정기가 다시 찾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파비아는 또 다시 스스로 뺨을 손바닥으로 두드린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파비아에게도 성관계는 상당히 몸에 부담이 되는 행위였다. 그리고 그건 아마 백신현에게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된다. 본인은 그다지 힘들어하는 얼굴이 아니지만, 백신현이 그런 걸 쉽게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라는 건 파비아도 이제 알고 있다.
파비아의 사제는 참을성이 높고, 인내심도 대단한 남자였다. 괴로워하는 티를 쉽게 내지 않는다.
지금, 파비아는 진심으로 사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욕구보다 사제의 건강을 우선했다.
비록 음경을 보면서 군침을 흘리고,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지만, 파비아의 결심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이런 때, 백신현의 눈치는 매우 빠르다. 파비아의 심리가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그리고 파비아는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백신현의 몸상태는 파비아가 생각하는 수준으로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아프지도 않은데 멋대로 욕실에 침입해 들어와서 참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백신현은 파비아가 드러내는 순수한 호의에 꽤 약한 편이다. 파비아를 거부하지 못하고 욕실에 들여보낸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백신현이 보기에, 파비아는 이미 발정한 상태였다. 물론 본인은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필사적이다. 하지만 시선의 방향, 피부의 붉어진 정도, 쉴 새 없이 꿈틀거리는 입꼬리로 파비아의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파비아는 사제를 생각하고 있지만, 사제 역시 사저를 생각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백신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수치심을 느끼는 와중에도 행동력은 여전했다.
"……!!"
파비아가 흠칫 몸을 떨었지만, 좁은 욕실에 도망칠 장소는 없었다.
더 도망치지 못하도록 백신현이 파비아의 어깨를 잡는다. 힘이 세다. 하지만 마력을 쓰면 빠져나가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백신현의 힘은 마력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도 어마어마한 것이어서, 파비아도 살짝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인간보다 우수한 신체 능력을 가진 개과 수인의 입장에서 느끼기에도 그렇다.
부상의 후유증이 느껴지지 않는 악력이었다.
파비아가 도망칠 틈을 주지 않겠다. 백신현은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대로 파비아의 몸에 찰싹 붙어서 입술을 빼앗았다. 파비아의 귀와 꼬리에 힘이 꽉 들어갔다. 위를 보면서 쫑긋 솟아오른다.
"───?!!!?"
백신현은 입맞춤에도 매우 능숙했다. 이쪽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백신현의 경험은 파비아보다도 훨씬 많다. 파비아는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백신현의 혀에 농락 당했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전신에 힘이 꽉 들어간다.
콜록, 켈룩, 파비아는 입술이 완전히 틀어막힌 탓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버둥거렸다. 코로 호흡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부끄러움으로 혼란에 빠진 탓이었다.
파비아의 어깨를 쥐고 있던 오른손이 천천히 움직여서 조그만 턱을 쥔다. 파비아도 체구가 커다란 편이지만, 백신현의 몸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아 보인다. 실제 키로 비교해도 20cm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백신현의 신장은 190cm 대니까.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싫지 않다. 몸이 거의 밀착하듯이 서로 맞닿아 있어서, 파비아는 이 와중에도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백신현은 근육이 상당히 발달한 체형이었다. 개과 수인인 파비아와 마찬가지로 대사가 높은 탓에 체온도 꽤 뜨거운 편.
파비아는 어째서 가슴이 뛰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백신현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특히 음경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굵고, 길고, 뜨겁고, 단단한 것이 파비아의 복부부터 시작해서 가슴까지 누르고 있었다. 쿵쿵, 고동이 울린다. 파비아는 이제 그것이 자기 자신의 고동인지 아니면 음경의 고동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입술이 떨어진다. 파비아는 멀어지는 입술이 아쉬워 혀를 길게 쭉 뻗고 있었다. 개과 수인인 파비아의 혀는 꽤 길쭉한 편이라서, 순수한 인간과의 차이점을 볼 수 있었다.
"파비아,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신경 안 써도 괜찮아. 난 진짜로 멀쩡하거든. 그리고 나도 솔직히, 혼자서 해결하는 것보다는 너나 루이스가 도와주는 편이 좋아."
백신현이 다시 한 번 파비아의 어깨를 살짝 쥐었다. 강한 힘이 느껴졌다. 마력을 쓰지 않은 몸으로 이러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의 근력 단련이 필요하다.
코어의 기능이 잠시 정지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의 백신현에게서 부상의 후유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치만…… 사제, 괜히 날 신경 써주고 있는 거 아니야?"
파비아는 눈치가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백신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백신현은 파비아와 다르게 매우 눈치가 좋은 성격이었다.
머리 회전도 빨라서, 파비아의 말을 듣지 않아도 다음 말을 짐작하고 파비아의 바람을 이뤄주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백신현은 파비아가 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순간, 파비아도 정신이 확 들었다.
정신 차려야 해, 파비아. 속으로 중얼거린다. 얕보이고 있다는 자각은 있지만 파비아는 사저고, 백신현은 사제다. 그리고 사제는 그저께 큰 부상을 당한 상태다.
파비아는 사제를 크게 아끼고 있다. 그러니까, 사제의 몸에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행위를 굳이 하고 싶지는 않다.
음경의 감촉에 머리가 띵하고, 진한 냄새에 의식이 날아갈 것 같았지만 그 생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파비아의 몸뚱이는 이미 백신현의 몸에 중독이 되었는지 스스로의 의지와 관계 없이 벌벌 떨리고 있었지만, 파비아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그 대답을 들었을 때, 백신현은 살짝 웃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파비아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백신현이 오른손으로 파비아의 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 파비아의 가슴은 타월 아래에 숨겨져 있었지만, 타월 한 장으로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조그만 크기가 아니었다. 타월 위로 가슴을 움켜쥐면서 다시 한 번 입술을 맞춘다.
"사저, 나 자꾸 힘들게 할 거야?"
파비아에게 그 목소리는 마치 선전포고처럼 들렸다.
백신현의 손길에는 힘이 넘쳤다.
그녀에게는 거부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 * *
"하아아아……"
파비아는 이미 녹아내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백신현은 혀를 쓰는 데 매우 능숙했다. 고작 입 맞춤 몇 번에 닫혀 있던 허벅지가 열리고, 파비아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간신히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하지만 백신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음경은 10분 가까이 꼿꼿하게 서서, 파비아의 가슴을 아래에서 찌르고 있었다.
파비아는 입맞춤만으로도 이미 젖어 있었다. 바로 삽입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때 갑자기 백신현이 고개를 돌렸다. 이쪽을 빤히 쳐다보던 루이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루이스는 백신현이 고개를 돌릴 거라고는 생각치도 않았는지,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딸꾹질 소리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루이스의 반응은 언제나 같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뒤, 팔짱을 끼면서 오히려 성을 내기 시작한다.
"뭐, 뭔데! 한창 뜨겁게 하고 있더니 갑자기 왜 고개를 돌리고 그래? 하던대로, 그, 파비아하고 계속 하면 되잖아?!"
백신현도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루이스에게 등을 보일 때마다 계속 꽂히는 시선 탓에, 도저히 신경이 쓰여서 어쩔 수 없었다.
루이스는 조금 전부터 안 그런 척 하면서 백신현의 등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루이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루이스는 그 사실을 지적하면 오히려 화를 낸다. 조금 피곤한 성격이지만, 그녀를 잘 아는 백신현의 시선에서 보면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너도 보고 있지만 말고, 같이 하는 건 어때?"
"……."
백신현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루이스를 권유했다. 파비아도 눈을 뜨고 루이스를 보고 있다. 하지만 역시 그녀는 피곤한 성격이다. 얌전히 고개만 끄덕이면 될 것을, 팔짱을 끼고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서 또 다시 흥 소리를 낸다.
"네, 네가 그러고 싶다면 마, 마음대로 하면 되잖아……? 어차피 내가 싫다고 해도 안 들어줄 거면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백신현도 살짝 찔리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루이스의 주도로 시작하지만 중간부터는 백신현이 주도권을 잡고 휘두르기 시작하니까.
그리고 백신현은 루이스가 싫다고 외칠 때, 순순히 멈춰준 기억이 없었다.
루이스의 심술에도 이유는 있었던 셈이다.
백신현이 찔리는 표정으로 주춤거리자 루이스는 거 보라는 듯 콧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 자신만만한 표정은 3분도 가지 못했다.
그녀의 말처럼 백신현은 루이스가 싫다고 외쳐도 물러서지 않았고, 함부로 백신현을 자극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음경은 커녕, 손을 쓸 필요조차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