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181화 (181/287)

〈 181화 〉 20. 리벤지 (5)

* * *

"검왕검이?"

"응."

루이스가 고개를 돌린다. 그 행위는 마치, 검왕검 내부에 잠든 백신아와 시선을 맞추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검왕검, 신아도 무적은 아니야. 예전에 너도 기억나지? 내가 검왕검을 주웠을 때."

"아무도 뽑지 못해서 네가 가져왔다고 했었지."

"맞아.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검집을 마구 후려쳐서 아주 조그만 흠집을 냈었다는 것도. ……검왕검에는 스스로 수복하는 기능이 있어서, 금방 없어지고 말았지만."

아마 이쯤이었을 거야, 루이스는 검왕검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검집의 어느 지점을 검지 끝으로 가리켰다.

「아잉, 루이스 아씨. 간지러워용」

검지로 살짝 찔렸을 때, 백신아는 간지러움을 탔는지 몸을 비틀었다.

"그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게 하나 있지. 검왕검이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라는 것. 수복 기능이 붙어있다는 건 검왕검조차 부서질 수 있는 전투 상황을 고려했다는 소리잖아."

"그렇겠지."

"내가 걱정하는 건, 그런 출력을 획득했을 때 검왕검이 그 출력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야.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잖아. 천변무궁류의 필살검, 초신성을 검에 실었을 때…… 내 검은 그 출력을 도저히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지고 말았으니까."

쪼그린 루이스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가 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경우야. 검왕검에 숨겨진 힘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니까. 그러니까…… 너도 그냥 생각은 해두라고."

루이스가 양손을 움직였다. 두 손을 어깨 너비로 벌린 채, 보이지 않는 뭔가를 손에 쥐듯이 손가락을 둥글게 만다.

"왜, 무기로 예를 들어도. 복잡하게 이것저것 다 달아놓은 무기보다 단순한 무기가 더 강도가 높잖아? 기능이 하나 새로 붙을 때마다 내구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니까."

획, 획, 눈에 보이지 않는 봉을 휘두른다. 봉을 쥐지 않은 상태에서도 마치 봉이 그 자리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현실감이 느껴진다.

길쭉한 봉이 난데없이 모습을 바꾼다. 나무로 된 봉은 세 조각으로 분리되어서, 사슬로 연결된 삼절곤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루이스는 삼절곤을 세게 당겨서 가볍게 부숴버렸다.

봉과 삼절곤의 형태를 겸하는 그 무기는 사슬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그 특성상, 내부가 비어 있어서 강도에 하자가 발생한다.

쓸데없는 기능을 하나 추가하면서 내구도를 잃은 전형적인 예시였다.

"수준 높은 무기의 경우, 쇠를 담금질하는 과정에서 그 안에 미리 설계한 술식을 집어넣어서 강도와 마력 흡수율을 높이게 되어있어. 하지만 하나의 무기에 부여할 수 있는 술식에는 한계가 있지. '용량'이 존재한다고 해야 할까."

이 점이 수준이 높은 금속과 그렇지 못한 금속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뛰어난 금속일수록 흡수할 수 있는 술식의 개수가 많다.

그리고 검왕검의 제작에 사용된 금속 역시, 아마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금속 중 최고봉에 이르는 물건일 것이다.

검왕검에는 정말로 많은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내구성, 스스로 파손된 부위를 고치는 재생력, 사용자의 의식을 불러들일 수 있는 가상 공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총괄하는 가상 인격까지.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장장이 루키우스. 검왕검은 그가 남긴 최대최고의 걸작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이 점은 조금 다른 시선에서 돌아보면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검의 본질은 '내구도'와 '예리함'이다. 거의 모든 날붙이가 그 두 가지 요소에 집중해서 만들어진다. 특급 모험가의 무기 또한 그렇다.

쓸데없는 기능은 하나도 부여하지 않는다. 오직 내구도와 예리함에 집중해서 제작에 임한다.

특급의 출력에 견뎌내기 위해서.

물론 검왕검은 특급 모험가를 위해서 준비된 무기와 비교해도 아득히 높은 내구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정도로 검왕검을 이루는 금속의 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검의 '내구도'와 '예리함'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기능을 포함시킨 탓에 금속이 가지고 있는 포텐셜을 완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검왕검을 제작하는 데 쓰인 금속을 낭비 없이 쓰면 지금의 검왕검보다 더 날카롭고 단단한 검을 벼려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난,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어. 네 마력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천변무궁류가 휘두를 수 있는 힘의 크기도 비약적으로 커지기 시작할텐데…… 검왕검이 그때의 네 출력을 견뎌낼 수 있을까?"

루이스의 예리한 시선이 나를 관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가 스스로 코어를 건드려서 코어와 마력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천변무궁류의 원리에 따라 무한에 가까운 힘을 손에 쥔 그 순간…… 검왕검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 * *

"……."

루이스의 말은 어디까지나 '기우' 에 지나지 않는다.

출력이 갑자기 증폭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적절하게 힘 조절을 하면 그만인 문제니까.

하지만 세상 사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검왕검조차 감당하지 못할 출력으로 검을 휘둘러야 하는 순간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그때 검왕검에 무슨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과도하게 높은 전압에 노출된 기계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최종적으로 수명이 단축되는 것처럼.

그것과 같은 현상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나는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나?

고민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검왕검을 너무 맹목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검왕검에게도 한계는 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은 이길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마력은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위험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아예 시도조차 안 하는 건 언어도단. 그렇지 않나요? 검주」

"그 말이 맞아."

위험하다는 이유로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위험이라는 것은 예고 없이 다가오는 법이다. 또한 내가 검왕검과 접촉한 그 시점에서, 내가 회피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의 굴레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보이드도, 검은 검사도, 모두 같은 말을 입에 담았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그러한 절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언제 찾아올지 모를 거대한 적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불리한 싸움을 뒤집고,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내가 휘두르는 건 바로 그러한 종류의 기술이다.

"후우……"

호흡한다. 밤공기가 차다. 나는 근처의 공원에 나와 있었다. 내일 시험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바깥에 나오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직 기술의 완성은 멀지만, 대략적인 기초 이론이 정립되었다.

하루아침에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뼈대를 제작한 뒤 내 몸을 써서 시험하고, 조금 더 다듬은 뒤 다시 내 몸을 써서 시험한다.

그것을 반복할 때마다 기술은 조금씩 완성에 가까이 다가간다.

한 번에 완성되는 편리한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천변무궁류????? 제육검??"

밤하늘에 대고 검을 휘두른다.

붓을 대고 그린 듯, 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았다.

여러 가지 색을 품은 녹색의 마력광이 밤하늘 속에서 빛나는 반딧불이처럼 반짝였다.

"다중성???"

녹색 마력광은 마치 실처럼 가늘었다.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실은 늘어났다. 밤하늘의 어둠을, 녹색의 실이 조금씩 밝혀 나간다.

무수히 늘어난 실은 어느 새 고치처럼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이것이 천변무궁류의 제육검이다.

가느다란 마력을 무수히, 두텁게 엮어서 만들어 내는 절대방어.

이 코어를 만지는 기술은 제육검을 펼쳐둔 상태로 쓰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코어와 마력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게 한 순간에 끝나는 일은 아니니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코어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과정은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해방 과정이 이뤄지는 동안 나의 몸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천변무궁류의 제육검으로 몸을 지키며 쓰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이다.

제육검으로 몸을 감싼 상태에서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검 끈에서 분출된 마력은 나를 지키는 제육검의 벽에 막혀서 반사되었다.

반사된다. 반사된다. 반사된다.

칼 끝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은 제육검의 벽에 가로막힐 때마다 더 빨라졌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제육검으로 쌓아올린 벽은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가지 방향으로 난회전하면서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있다.

그 회전력이 마력에 간섭한다. 빨라진다.

이윽고 벽에 부딪친 마력이 내 가슴의 정중앙에서 아주 조금 오른쪽으로 쏠려 있는 부분. 코어가 있는 위치를 세게 때린 바로 그 순간.

아?와 비아?? 의 경계가 무너지고, 천지자연의 모든 마력이 나의 손끝에 걸렸다.

「아, 잠시만요 검주. 이거 살짝 수치가 이상한데」

"응?"

백신아의 입에서 매우 불길한 소리가 들려온 바로 그때, 나는 그 자리에서 폭발적으로 증폭된 마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하늘을 날았다.

착지는 기대도 못했다. 폭발에 의해서 하늘로 붕 떠오른 다음, 개구리처럼 얼굴부터 바닥에 꽂혔다.

바닥에 쓰러져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내 곁으로 연금술사가 다가왔다.

그녀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내게 벌어지는 현상을 관찰하고 있었다.

"실패네. 좀 더 이론을 다듬을 필요가 있을 거 같아."

"……그러게요."

드문 일은 아니었다. 원래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기술은 없는 법.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자, 일어날 수 있겠어?"

"네……."

그녀가 내민 손은 고사리처럼 작아서, 잘못 쥐면 그대로 으깨질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쥐고 몸을 일으킨다.

다행히 이런 고생에는 익숙하다. 아프기는 하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오오, 여기에 있었군. 아직 이 도시를 떠나지 않은 모양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손바닥으로 옷을 털고 있던 그때,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말라 비틀어진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다. 그 노인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나는 물론이고, 연금술사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이구나, 아이샤. 그리고 백신현 군."

그는 진 노인.

연금술사의 조부가 되는 사람이니까.

"아니면 가면 검사라고 불러야 할까?"

"……."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나와 가면 검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결론이다.

그는 어제 있었던 제1위와 마그누스의 모의전을 관람했던 사람 중 하나다.

가면 검사의 정체에 도달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내가 침묵하자, 진 노인이 꺽꺽 웃으면서 이죽거렸다.

"그것도 아니면…… 사위라고 불러주는 편이 마음에 드나?"

그의 흑요석 같은 눈빛이 나와 연금술사의 얼굴을 동시에 훑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