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 19.5. 인내의 끝 (2)
* * *
30분 전의 일이다.
파비아는 욕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
백신현과 연금술사, 두 사람 모두 파비아에겐 상당히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이다. 할 수 있다면 같이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파비아는 이미 몸을 깨끗하게 씻은 지 오래였고, 루이스도 욕실을 들여다보려는 파비아를 만류했다.
조금 불만스럽긴 했지만 파비아는 의외로 참을성이 강하다. 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하지 않는다. 대신 입술을 조금 삐죽거릴 뿐.
파비아는 망부석처럼 욕실 앞에 앉아서 두 사람이 나오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에 있는 어느 나라에는 주인이 올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렸다던 강아지의 전설이 있는데, 파비아의 자세도 딱 그런 모양새였다. 네 다리로 쪼그리고 앉아서,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은 나오지 않는다. 보통 몸을 씻을 때 이 정도로 오래 걸리는 걸까? 파비아는 맹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
그때, 닫혀 있던 욕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괴로워하는 듯한 신음 소리. 연금술사의 목소리였다.
처음에는 연금술사가 고통에 몸서리라도 치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지금 들려온 연금술사의 목소리를 예전에도 들어본 기억이 있다.
성욕에 무지해서, 발정기가 찾아왔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파비아에게 연금술사는 교육을 시도했다.
이것은 그때 들었던 목소리와 유사했다. 고통을 느끼는 신음하곤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욕실 안에서 새어나온 목소리에는 희미한 교성 같은 것이 섞여 있어서, 지금의 연금술사가 고통만을 느끼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호기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파비아는 아직 혼자서 상황을 판단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 고개를 돌려서 루이스의 얼굴을 본다. 루이스는 침대에 누워서 몸을 뒤로 돌린 자세였지만, 잠들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루, 루이스 언니이……? 혹시 자……?"
"……왜 그러니? 파비아."
루이스가 살짝 몸을 틀어서 파비아를 돌아본다. 지금의 루이스는 머리카락을 아래로 내려서 끝 부분을 묶은 채 어깨 위에 걸쳐놓은 상태다. 그러지 않으면 잠을 잘 때 아무래도 불편해서 안 된다.
가슴에 있는 커다란 두 덩어리 때문에 루이스는 엎드려서 자는 자세가 잘 맞지 않는다.
"그게, 욕실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거 같아서…… 그러는데……"
"……그거, 그냥 내버려 둬. 나오려면 아마 몇 시간은 걸릴 테니까."
"으, 으응……"
루이스는 순간적으로 살짝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너무나도 짧은 찰나에 벌어진 표정 변화라서 파비아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루이스는 이 상황 자체가 매우 익숙한 듯,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파비아는 달랐다. 욕실 안에 있는 건 파비아와 친밀한 두 사람이고, 무엇보다도 연금술사의 목소리가 신경 쓰였다.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아니면 잠시 같이 나가 있을까? 내가 먹을 거 사줄게."
"괘, 괜찮아……! 여기 있을게……"
"……그래? 그럼 나 혼자만 잠시 나가서 사올게. 오늘은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런가 조금 배가 고프다."
루이스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외출할 채비를 했다. 잠옷 위에 조금 두꺼운 코트 한 벌. 폭신한 촉감의 잠옷 바지는 초록색이고 코트는 흰색이었다.
한쪽 눈을 살짝 감으며 루이스는 호텔방을 나섰다. 파비아는 루이스의 뒷모습을 황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차마 루이스를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 루이스가 잠시 자리를 비켜주면 그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욕실의 문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탓이다.
귀를 기울인다. 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비명, 연금술사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괴로워하면서도 그 목소리는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파비아에게도 조금씩 이상한 변화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날씬한 배꼽 안쪽에 들어있는 보이지 않는 뭔가가 쿵쿵 울린다.
두꺼운 허벅지 사이에서 조금씩 가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허벅지를 서로 마찰시키게 된다.
이것과 비슷한 상황을 파비아는 한 달 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다. 가끔씩 찾아오는 발정기. 그때도 파비아는 허벅지 사이에서 정체모를 가려움을 느꼈고, 백신현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백신현은 없다. 욕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연금술사의 신음 사이로 백신현의 목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온다. 안에 쌀게요, 파비아는 얼마 없는 지식과 이전의 경험을 되살려서 그 단어의 의미를 끙끙거리며 해석했다.
"후, 후아아……"
파비아는 어느 새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그때마다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가려움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허벅지를 서로 부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발정기를 해소할 때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떠올린다. 하지만 파비아는 혼자서 발정기를 해소한 게 아니었다. 백신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마 해소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 사제에……"
헥, 헥, 하고 파비아의 호흡 소리가 점점 원초적인 형태로 변하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7:3 정도의 비율로 파비아의 인간성이 짐승의 본성을 누르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순식간에 인간성과 짐승의 본성의 비율이 역전되었다.
파비아가 천천히 다리를 벌린다. 긴 옷을 불편해하는 파비아는 잠옷도 헐렁하고 기장이 짧았다. 상의는 반팔 티셔츠, 하의는 짧은 핫팬츠. 백신현이 사준 옷이었다.
그녀의 물건 중에는 루이스가 사준 옷이나 연금술사가 직접 만들어준 옷이 많았다.
마치 자석의 극이 서로를 끌어당기듯 파비아의 손가락이 다리 사이로 움직였다. 파비아도 왜 자신의 손이 그 위치로 움직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참을 수 없는 간지럼을 쫓아내기 위해서 손가락을 쓰기 시작했다.
파비아의 다리 사이의 그 지점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어서 번들번들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털이 조금 무성하게 난, 위아래로 길게 찢어진 균열.
파비아는 그때, 백신현이 파비아의 다리 사이에 사용했던 손가락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떠듬떠듬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파비아의 경험은 부족하다.
하지만 그 부족한 손놀림으로도 절정할 수 있을 정도로 파비아의 성욕은 상당히 커진 상태였다. 파비아의 손가락이 초조하게 움직였다. 처음에는 어설펐던 손놀림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한다.
파비아의 손놀림이 능숙해진 건 아니다. 끝없이 솟구쳐오르는 성욕을 참지 못하고 점점 움직임이 조급해지고 있는 것 뿐.
그 어설픈 움직임조차 지금의 파비아에게는 강력한 자극이었다. 읏, 하는 소리와 함께 파비아가 고개를 뒤로 젓히며 하반신에서 물을 뿜었다.
"후……, 아……."
하지만 절정은 잠시 뿐. 파비아의 성욕은 전혀 줄어들지 않아서 스스로도 의아함을 느낄 지경이었다.
절정은 절정이지만 조금 다르다. 파비아가 처녀를 잃은 날, 그때 느꼈던 자극은 이 정도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절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갈증을 바닷물로 해소한 듯한 기분이었다. 마른 입술을 바닷물로 축이면 그 순간은 잠시 나아지더라도, 곧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금 전보다 더 커다란 갈증이 찾아오는 법이다.
지금의 파비아가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쾌락은 잠시 뿐. 파비아는 더더욱 강해진 가려움과 애달픈 감정에 손을 멈출 수 없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파비아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네 번의 절정을 거쳤지만, 그녀의 갈증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체온은 더 뜨거워졌고, 심장 박동은 빠르다. 파비아의 길쭉한 혓바닥은 이제 입술 사이로 아무렇게나 삐져 나와서 축 늘어져 있었다.
헥, 헥, 헥, 헥.
그러다 문득 파비아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파비아가 등지고 앉은 욕실의 문 안쪽에서 연금술사의 신음 소리가 새삼스럽게 들렸다.
"……."
머릿속에 먹구름이 낀 것 같았다. 헥, 헥, 헥, 헥, 파비아의 목소리는 이제 짐승의 그것과 같았다. 혀를 내민 채 조심스럽게 욕실의 문을 열었다. 욕실의 문은 재미있을 정도로 간단하게 열렸다.
그 자리에 연금술사와 백신현이 있었다. 연금술사의 상태는 처참했다. 임신한 것처럼 크게 부풀어오른 배. 그녀는 들린 상태로 박히고 있었다. 음경에 삽입된 상태로 허벅지를 붙잡혔다.
연금술사는 스스로의 다리 사이를 숨기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힘이 빠져 있었다. 사지는 축 늘어져 있고, 눈동자에서는 흰자가 보인다. 입술 사이로 노출된 혀는 군침을 뚝뚝 흘리는 중이었다.
이미 의식이 날아간 것 같았다.
"……아."
욕실의 문이 열린 순간, 파비아는 무심코 눈을 찡그려야 할 정도로 강렬한 냄새를 맡게 되었다. 농후하고, 짙고, 지독하고, 끈적하고, 고약하고, 그리고 자지. 정액. 자지. 정액.
파비아는 무심코 허리에서 힘이 빠진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서로 연결된 보지와 자지의 연결 지점이 보인다. 경계는 불명확하다. 정액과 애액이 거품을 부글부글 내면서 연결 지점을 숨기고 있었다.
두꺼운 음경이 연금술사의 균열을 찢어 발길 것처럼 크게 확장시켰다. 연금술사보다 조금 넓은 파비아의 균열에도 백신현의 음경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크기였다. 그런 것이 연금술사의 안에 사정 없이 처박혀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갔을까.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까지 들어갔지만 연금술사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환. 어마어마한 크기다. 그만큼 사정했는데도 아직 멀었다는 듯이 그 크기는 크고, 쿵쿵 울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파비아?"
완전히 혼절한 연금술사의 균열에서 음경이 쭈욱 뽑혀 나온다. 음경은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갔고, 또 앞으로 얼마나 더 나와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미 충분히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절반도 뽑히지 않은 상태였다.
두꺼운 귀두가 연금술사의 안쪽에서 뽑혀 나왔다. 연금술사는 그때, 허리를 뒤로 젓히면서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다. 그 짧은 사이에 얼마나 사정을 당했는지, 마치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균열 사이에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쿵, 하고 뇌에 충격이 직격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파비아의 팔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파비아는 이제 바닥에 떨어진 우유를 햝는 듯한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파비아의 시선이 다시 올라간다. 끝에서 정액을 뚝뚝 흘리는 음경, 자지. 헥, 헥헥, 헥헥헥. 이 시점에서 파비아는 완전히 본능에 지배 당한 상태였다. 몇 번을 자극해도 시원찮았던 다리 사이의 가려움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이제 파비아는 자지밖에 생각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음경을 쫓아서 시선을 움직이고, 두꺼운 귀두에 혀끝을 댄다. 성욕으로 들끓는 시선. 파비아의 혀와 입술이 게걸스럽게 움직인다.
이미 충분히 자극되어 있던 백신현의 음경은 오래 가지 않아서 사정했다. 하지만 그 기세가 남다르다. 한 달 간의 금욕으로 쌓아둔 정액이었다.
파비아는 한 방울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백신현의 엉덩이에 손을 감고 끊임없이 목을 움직였지만 한계는 있었다. 삼키지 못한 정액이 코와 입으로 나온다.
"쪼옥……, 쪼옥……. 샤제…… 샤제에…… 고추웃……"
날카로운 턱선을 타고 정액이 흐른다. 파비아는 입술 안에 정액을 가득 머금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백신현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꿀꺽, 꿀꺽, 꿀꺽, 여러 번에 걸쳐서 삼킨다.
"────♥♥♥♥♥!!"
그저 그뿐인 행위였다. 파비아는 이미 이제껏 스스로 균열을 괴롭히면서 도달했던 절정 이상의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파비아의 보지가 제멋대로 물을 뿜었다. 파비아의 동공은 분홍색으로 물들어서, 마치 색욕에 지배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 백신현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서, 배를 드러낸 자세로 파비아가 헥헥 거리며 손목을 굽힌다. 완전한 복종의 자세였다.
준비는 전혀 필요 없었다. 백신현은 엄지 손가락으로 파비아의 입술에 찐득하게 묻은 정액을 닦아낸 후, 뻐끔뻐끔 호흡하고 있는 듯한 보짓살 사이로 처박았다.
파비아가 흰자를 드러내면서 허리를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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