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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167화 (167/287)

〈 167화 〉 18. 전사의 자존심 (8)

* * *

그의 행동은 아무리 봐도 도가 지나쳤다.

마그누스의 카운터를 회피한 그 시점에서, 요하네스는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그를 무력화시키는 게 가능했다. 칼의 넓적한 부분으로 후려치거나 손잡이로 때리거나, 당장 떠오르는 방법만 해도 네다섯 개는 떠오른다.

그런데 요하네스는 지금, 아예 마그누스의 숨통을 끊으려고 들었다.

내가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마그누스는 아마 죽었다. 그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내가 그 자리에 끼어든 직후 그의 몸이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충분할 텐데요."

천변무궁류의 제일검은 요하네스의 찌르기보다 빠르게 끼어 들었다. 그의 검을 후려쳐서 밀어낸 후, 빈틈이 드러난 목에 검을 겨눈다.

"당신은 도가 너무 지나쳤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텐데, 도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으."

그때, 갑자기 요하네스의 몸이 흔들렸다. 강한 두통을 느끼는 듯, 그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다.

도대체 뭐지? 내가 의문을 느낀 그때, 요하네스는 목에 드리워졌던 나의 검을 회피하는 경로로 빠져 나가서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냥 막으면 힘의 차이로 쭉 밀려 나갈 것이다. 나는 찰나지간에 바닥에 검을 꽂고 천변무궁류의 제삼검을 펼쳤다. 길고, 단단하고, 두꺼워진 칼날이 요하네스의 공격을 받아낸다.

카가가가가각!! 나는 바닥을 깎아내며 밀려 나가면서도, 심하게 밀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공방으로 요하네스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챘다.

그런가. 그런 거였나.

"어째서 1위에서 물러나려는 건지,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좀 알겠네요."

나는 고개를 가볍게 까닥이며 대답했다.

"광증??…… 입니까?"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다. 하지만 1라운드가 끝난 그 순간부터 요하네스의 상태가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 추측이지만 아마도 요하네스는 수련을 하던 중, 스스로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경지에 도전하려다 화를 입은 것 같았다.

비슷한 케이스를 알고 있어서 분석이 쉬웠다.

지금의 요하네스는, 그 어촌에서 나와 처음으로 마주쳤던 파비아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했으니까.

느껴지는 마력의 파장도 유사하다.

우연일까, 그게 아니면 그를 잠식한 광기가 파비아와 비슷한 경위로 스며들게 된 것일까.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아마 전투가 일정 시간 이상 이어지면, 광기와 암기에 침식되어서 마력의 성질이 점점 바뀌기 시작하는 거겠지.

어쩌면 그가 지하 격투장에서 '가면 검사'를 상대로 기권을 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작용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전투가 끝난 후에도 상당히 멀쩡한 얼굴이었는데……, 그 후로 시간이 흐르면서 증상이 더 심각해진 걸까?

요하네스가 특급 모험가를 은퇴하려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마그누스는 알고 있었을까? 태도를 보면 알고 있었던 거 같긴 한데, 그건 나중에 가서 물어보면 될 일이다.

혹시 알고 있었다면, 진짜 무식하기 그지없다.

제삼검을 해제한다.

나는 검을 아래로 늘어트린 채 말했다.

"그만두세요. 지금의 당신을 움직이고 있는 의지는 당신 자신의 의지가 아닙니다. 그쪽이 더 싸울 생각이라면…… 이쪽도 당신을 두들겨 패서 정신을 차리게 할 수밖에 없어요."

"……크."

요하네스는 아직 광증에 완전히 침식되지 않았는지, 왼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의 눈동자 위로 희미한 광기가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다.

"크으으으……, 오오오오오오옷!!"

요하네스의 병기가 어검술의 원리로 나의 주변을 포위했다. 하나 하나가 나를 즉사시켜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공격과는 다르게 나의 기량으로는 도저히 걷어낼 수 없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검왕검에 깃들어 있는 최강검사의 혼이 내 전신에 스며들기까지는 찰나의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한때, 가면 검사라는 이름을 쓰던 최강의 검사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을 이동한 뒤,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버리는 것만으로 모든 공격을 회피해냈다.

회피가 성공한 직후 요하네스의 병기들은 다시 궤적을 바꾸어 전혀 다른 방향에서 파고들었다. 그것을 또 다시 피한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힘을 들이지 않고 회피한다.

회피가 반복될 때마다 그 움직임은 점점 간결해졌고, 어느 새 그것은 무?…… 라기보다는 무?. 춤을 추는 듯한 움직임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백신아는 마그누스와 다르다. 마그누스가 특히 지금의 요하네스에게 크게 밀렸던 이유는 그의 전투 방식 자체가 힘과 속도를 우격다짐으로 밀어 붙이는 부류였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전사는 더 강한 힘과 속도를 가진 적을 만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물론 수준 차이가 나면 감당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그와 같은 부류가 더 심하게 밀린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기교파는 다르다.

지금의 요하네스의 한계를 우리는 알고 있었다.

백신아는 이제 그 자리에 서서, 어검술을 회피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모든 공격이 나의 신형을 꿰뚫었지만 그 중 유효타는 하나도 없었다.

아지랑이를 두들기는 것처럼 모든 공격이 빗나가고 있었다.

『"유감이지만, 안 통합니다."』

백신아가 조용히 이죽거렸다.

『"기교와 바꿔서 얻어낸 힘과 속도로는…… 천 년이 지나도 저를 붙잡을 수 없을 거예요."』

이미 우리는 현재의 요하네스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알고 있었다.

확실히 그의 힘과 속도는 빨라졌다. 하지만 그 힘과 속도가 오히려 요하네스의 진짜 장점을 무디게 하고 있다.

마그누스처럼 힘으로 몰아 붙이는 상대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철저한 기교파인 백신아에게는 원래 써서는 안 되는 기술이다.

빡, 빡!!

검왕검이 요하네스의 이마와 어깨를 한 번씩 후려쳤다. 강화된 그의 신체는 검으로 두들겨도 베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데미지는 있었다. 요하네스의 이마가 깨지고 어깨에도 생채기가 나타났다.

백신아는 비웃는 듯한 목소리였다.

『"솔직히 말해서……, 전 예전의 당신이 훨씬 더 까다로웠어요"』

요하네스는 검을 휘둘렀지만 이미 백신아는 충분히 흐름에 올라탄 상태였다. 요하네스의 찌르기를 회피하면서 카운터로 정수리, 오른쪽 어깨, 왼쪽 옆구리를 연달아서 후려치는 삼단 베기가 들어갔다.

콰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요하네스의 몸이 뒤로 쭉 밀려나간다.

『"그때의 파비아 아씨와 같군요. 정신을 차릴 때까지 두들겨 팰 수밖에 없겠어요."』

백신아의 발끝이 느긋하게 바닥을 쓸었다. 검을 쥔 오른손을 포함한 반신半?이 활시위처럼 뒤로 당겨진다.

자세에 목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전신의 탄성을 이용한 크게 휘두르는 자세다.

"……."

요하네스는 어검술의 원리로 떠 있던 창을 낚아채고, 대신 검을 손에서 놓았다. 검이 두둥실 떠오르면서 그의 주변에 다섯 가지의 병장이 배치되었다.

베기에는 찌르기. 그렇게 판단한 것일까.

요하네스는 창의 위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자세로 몸을 고정시킨 후, 전신에서 강맹한 투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분사된 투기는 어검술의 원리로 떠 있던 무기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무기들을 휘어감고 있던 투기가 배로 늘었다.

그리고 그 투기가 다시 요하네스에게 영향을 끼친다.

일종의 공명??이었다.

본체와 무기, 무기와 본체.

뗄레야 떨어질 수 없는 두 주체가 서로 공명하면서 위력을 높여 나간다.

파직! 파직파직파직파직!!

공명에 의해 강화된 투기는 주변의 사물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가 서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두고, 원의 형태로 조용한 파괴가 퍼져 나간다.

파괴의 여파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바닥의 돌조각이 가루가 되어서 흩어진다.

"……크."

짧은 신음 소리.

그 직후 요하네스의 몸이 앞으로 날았다.

공중에 떠오른 다섯 병기는 그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발사 되었다. 그 하나 하나가 그리는 궤적과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서로 다른 타이밍에 쏘아 보내는 것으로 반격을 방해하기 위해서다.

월도가 나의 신형을 관통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신기루를 관통한 것처럼 검이 허무하게 빗나갔다.

채찍은 횡으로 크게 휘둘러지면서 넓게 퍼지는 범위 공격에 들어갔다. 몸을 버드나무처럼 뒤로 젓히면서 유연하게 회피한다.

망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형태의 공격이었다. 한 걸음 움직이기만 해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화살의 이기어시는 벼락처럼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연속 공격을 해 왔다. 검왕검으로 쳐서 떨어트렸다.

검은 그 자리에서 전후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종횡무진 회전하면서 검기를 발사했다. 하나 하나가 스치는 순간 내 사지를 찢어버릴 공격이다. 수천 가지로 발사된 검기가 나의 회피 경로를 모조리 가로막았다.

이 경우,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검기가 도달하기 전에 나아가는 것 뿐.

키이이이이이잉!! 천변무궁류의 제일검의 원리에 따라 내 몸이 앞으로 날았다. 모든 공격은 조금 늦게 내가 있던 위치를 파괴했다.

그들이 찢어발긴 것은 내가 그 자리에 남겨두고 온 잔상에 불과했다.

나는 지금, 요하네스의 지척에 있다.

검을 휘두른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요하네스의 상반신이 탈력되더니, 뒤로 크게 젓혀지면서 아슬아슬하게 제일검의 공격 범위를 벗어났다.

백신아에게는 상성이 좋지 않았지만, 그의 힘과 속도는 마그누스조차 가볍게 능가하는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작정하고 회피하기 시작하면 이쪽도 맞추기 어렵다.

제일검이 무심하게 허공을 찢는다.

요하네스는 이 일격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상반신을 뒤로 크게 젓혀서 스웨이백 상태가 된 그의 몸이 허릿심에 의해 다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 요하네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창을 한손으로 쥔 채 전신의 탄력을 이용해서 내지르는 초고속의 찌르기.

공격을 크게 헛친 백신아에게, 그것을 회피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니다. 요하네스의 창이 내질러지기 직전, 백신아의 배후에서 다섯 개의 병기가 어검술의 원리로 발사되었다.

"…………………………!?"

그들의 표적은 요하네스였다. 콰콰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위로 쏟아져서, 어마어마한 폭음을 발생시켰다.

『"천변무궁류?????…… 제오검?五?"』

흐름을 장악하는 검극이 도도하게 흐른다.

『"위성??"』

요하네스에게 상처는 없다.

천변무궁류의 제오검은 마법, 화살 등을 포함한 원거리 공격의 제어권을 빼앗아서 그대로 적에게 되돌려주는 반격기이다. 하지만 그 속도는 천변무궁류의 사용자의 출력에 의해 결정된다.

어중간한 위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요하네스의 움직임이 아주 조금 정지한 그 순간, 다시 한 번 검왕검을 제일검의 이치에 따라 휘둘렀다.

"큭!!"

요하네스가 다급하게 창을 내질렀다.

격돌은 그 직후에 있었다.

* * *

검과 창이 부딪친 그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무자비하게 퍼져 나갔다.

나와 요하네스는 서로의 무기를 맞댄 채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

시선과 시선이 교차한다.

공중에서 한참 동안 시선이 부딪친 끝에 요하네스가 먼저 창극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신세를 졌구려."

그의 시선에서 이제 광기는 보이지 않았다.

천변무궁류의 일격이 그의 몸을 차지했던 광기를 밀어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금의 그 검술……, 틀림없군……."

또렷하게 뜨인 요하네스의 시선이 나의 얼굴을 살핀다.

"그대였는가. '가면 검사'."

『"……."』

백신아는 입을 다문 채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내리면서 말했다.

『"그 질문에는 대답해드릴 수 없겠네요."』

"검술을 보면 확실하지. 그대는 틀림없이 가면 검사요. 설마…… 마그누스를 돕고 있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요하네스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대와는 이야기 해야 할 것이 많겠군."

『"지금은 좀 곤란해요. 치료해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알고 있소. 거기에 쓰러진 마그누스는…… 내가 부축해서 의무실로 옮기도록 하지. 오늘의 일은 나의 과신과, 마그누스의 고집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니."

쓰러진 마그누스는 전투에 휘말리지 않게 루이스가 보호하고 있었다.

요하네스는 쓰러진 마그누스의 몸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심판에게 부탁해서 대략적인 상황 정리를 부탁한 뒤,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마그누스와 함께 통로 바깥으로 사라진다.

정적이 지배한 콜로세움의 중심에 내가 서 있었다.

루이스도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내 손목을 잡아서 잡아 끌었다.

"우리도 의무실에 가자. 너도 겉에만 멀쩡하지, 속은 많이 부서졌을 거 아냐."

"……아, 그래."

그 순간 백신아가 내게 다시 육체의 제어권을 되돌렸다.

무거운 탈력감이 전신에 퍼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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