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18. 전사의 자존심 (6)
* * *
마그누스의 힘은 모든 특급 모험가 중 제일이다.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을 때의 파괴력은 요하네스조차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외의 능력치에서 마그누스는 요하네스에게 뒤쳐지기 때문에, 그의 공격은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임팩트가 꽂히기 전에 교묘하게 각을 비틀어서 충격을 분산시킨다. 이것이 방어술의 기본이자 요체로 불리는 화경의 원리이다.
수준 이상의 경지에 오른 무술가라면 누구다 쓸 수 있는 기술이지만 요하네스의 화경은 그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영역에 도달해 있다.
마그누스의 일격에는 어중간한 화경 따위는 무시하고 부서버릴 수 있는 비정상적인 파괴력이 있다.
그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인 파괴력조차 흘려 보낼 수 있는, 비정상적인 수준의 화경이 필요하다.
요하네스의 화경이 무시무시한 경지에 도달한 데에는 마그누스의 영향이 크겠지. 틀림없다.
무예란 대적자의 존재에 의해서 처음으로 성립되는 것.
약자가 강자에게 맞서기 위해서 기술이 탄생했고, 그 기술에 맞서기 위해서 또 다른 기술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그누스의 일격이 요하네스의 화경을 부수기 위해서 전대미문의 파괴력을 손에 넣은 것처럼.
요하네스는 마그누스의 일격에 맞서기 위해서 전대미문의 화경에 도달했다.
콰직!!
"으음……!!"
화경을 위해서 들어올린 요하네스의 검이 부서지며 이가 빠졌다. 큰 데미지는 아니었지만 그 사실이 드러내는 사실은 명확했다.
명백히 요하네스의 화경에 마그누스의 일격이 우위를 점한 광경이었다.
요하네스의 몸이 뒤로 물러선다. 현재, 마그누스의 일격은 루이스의 조력에 의해서 재구축된 신체 강화 술식에 의해서 크게 강화되어 있는 상태다.
또한 체력의 소모를 고려하지 않고 근력을 무식하게 증폭시킨 지금, 마그누스의 파괴력은 이전과 비교해서 1.3배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요하네스의 화경이라도 완전히 걷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증폭된 파괴력, 그리고 요하네스의 검술에 특화된 파해식의 원리에 따라 꽂히는 마그누스의 대검은 한 번 꽂힐 때마다 요하네스의 검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쾅! 쾅! 쾅! 대검이 꽂힐 때마다 요하네스의 검이 부서지며 쇳조각이 흩날린다.
특히 요하네스의 검식 같은 경우 백신아가 실제로 맞붙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파해식을 짜는 게 쉬웠다. 요하네스의 온갖 병장 중에서 가장 상대하기 편한 무기다.
쾅!! 마그누스의 대각 올려베기가 요하네스의 검을 아래에서 후려쳤다. 그의 손아귀가 버텨내지 못한 것일까, 장검이 하늘에 떠오른다.
하지만 요하네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검은 오히려 제 위치를 찾았다는 듯 공중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도로 훈련된 어검술. 그것이었다.
어검술의 원리로 움직이는 검은 손으로 휘두를 때와 비교하면 움직임이 조금 단순하다. 하지만 그 점을 보완하고도 남을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마그누스는 어검술에 대한 대책도 당연히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검술은 어검술. 그의 전진이 아주 조금 늦춰진다.
요하네스의 손에는 이미 창이 들려 있었다. 그는 등뒤에 여러 개의 병장기를 짊어지고 있어서, 그 모든 무기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호……!!』
백신아가 실제로 붙어본 건 그의 검술 뿐. 하지만 요하네스의 창술은 조금 전에 선보인 검술 이상으로 빠르고 강맹했다.
그 움직임은 흑주대천살법을 비롯한 서방의 창술과 비교해서 조금 다르다.
창을 돌려서 튕겨내고, 감아서 누르고, 찌른다.
창을 돌려서 튕겨내고, 감아서 누르고, 찌른다.
그 움직임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파괴를 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단련하는 춤사위에 가까워보인다.
파괴력에 있어서 창은 모든 냉병기 중 최고로 치는 무기다. 고로 흑주대천살법을 비롯한 수많은 서방의 창술은 그 파괴력을 더 크게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하지만 요하네스의 창술은 조금 다르다.
창의 파괴력은 이미 입증되어 있다. 그러니까 파괴력에 과하게 투자하지 않는다.
억지로 힘을 싣지 않아도 창은 충분히 강한 무기다. 그러니까 그 이외의 부분. 환?과 변?에 집중해서 찌르기를 확실하게 명중시키는데 전념한다.
그 특성 탓에 요하네스의 창술은 방어에도 능하다. 창의 길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창을 길게 뻗어서 마그누스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제압한다.
혹은 공격이 끝난 직후 대검을 감아쳐서 공격을 더 이상 이어 나가지 못하고 봉쇄한다.
요하네스의 창이 버드나무처럼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마다 마그누스의 대검이 표적에서 빗나가서 헛친다.
쿵! 쾅! 쾅! 쿵! 힘의 방향이 비틀린 대검이 바닥에 꽂힌다. 그리고 그때마다 비무대에는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상처가 남았다.
하지만 요하네스도 함부로 파고들지 못한다. 마그누스의 대검은 요하네스의 창술에 맞서기 위해서 제작된 파해식의 원리로 움직이고 있다.
마그누스의 무식한 출력과 파해식의 조합이 절묘하게 요하네스의 찌르기를 차단했다.
그때마다 어검술의 원리로 날아든 요하네스의 검이 절묘하게 급소로 파고들었지만 마그누스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그 공격을 모조리 피해냈다.
나와 마그누스는 꿈에서도 생각이 날 정도로 철저하게 그의 공격에 대한 파해식을 짜냈다.
그렇게 쉽게 빈틈을 내주지 않는다.
"하아아압!!"
마그누스의 대검을 휘어감고 있던 붉은 광원이 일점에 집중된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요하네스의 창극이 절반 가까이 파괴되었다.
다시금 마그누스의 대검이 요하네스의 무기술을 능가했다. 하지만 검을 쓰던 요하네스를 상대할 때와 비교하면 부수는 게 조금 늦었다.
'가면 검사'로서 직접 겪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검의 파해식과 비교 했을 때 창의 파해식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 점이 만들어낸 오차였다.
하지만 효과는 있었다.
마그누스의 검은,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요하네스의 창을 넘어섰으니까.
"……쯧!"
요하네스가 창을 손에서 놓는다. 그 순간 그의 창 또한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자유로운 움직임에 도달했다. 검과 창, 수많은 병기 중에서도 최정상에 서 있는 쌍두마차가 벼락처럼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마그누스를 추적한다.
회피도 방어도 마땅치 않다. 요하네스의 어검술은 특급 모험가 제일이다.
그는 모든 종류의 무기술을 최정상 경지로 수련한 초일류, 지금의 이기어검과 이기어창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은 지나친 속도에 의해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형상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것은 벼락보다도 차라리 섬광에 가깝다.
나였다면 궤적을 예측해서 회피했을 것이다. 루이스였다면 하나씩 일일이 쳐 내서 떨어트렸겠지.
그리고 마그누스는 우리 두 사람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어검술을 깨트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콰직!! 마그누스가 비무대 바닥에 대검을 거꾸로 꽂았다. 그가 대검을 매개로 바닥에 마력을 전달한 그 순간, 그의 대검을 중심으로 수십 갈래로 찢어진 마력이 용틀임을 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마력이 뱀처럼 구불거리며 지하에서 비무대를 파괴했다. 하지만 그것은 공격을 위해서 준비된 일격이 아니었다. 비무대의 파괴는 어디까지나 부산물.
진짜 목적은 지하로 거미줄처럼 퍼져 나간 마력을 통해 지맥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다.
콰직! 콰직!! 콰직!!! 콰직!!!!
바닥에 꽂힌 상태에서 대검의 날이 점점 좌우로 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파괴력이나 강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가지고 있는 힘을 유지한 상태로 크기만 증폭되었을 뿐이다.
검기성강??成?
하지만 그 위력과 규모는 통상적인 검강과 비교하더라도 차이가 크다. 마그누스가 검을 뽑았다. 그의 검은 너비만 수 미터. 길이는 수십 미터에 이르러 있었다.
콰직!! 그가 오른발을 세게 내딛은 바로 그때 검강을 휘어감은 칼날이 수평으로 크게 휘둘러졌다.
이기어검과 이기어창의 원리로 움직이던 요하네스의 무기로는 대항할 수 없는 일격이다.
그 점을 요하네스는 처음 본 순간 눈치챘는지 마그누스를 향해 나아가던 검과 창의 궤적을 바꾸어서 다시 손에 쥐었다. 좌우의 검과 창에 강기가 맺힌다.
충돌은 그 직후에 있었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그누스와 요하네스의 충돌에 의해 발생한 충격파는 천공으로 솟아올라 하늘의 구름을 반으로 쪼갰다.
요하네스의 검과 창이 마그누스의 대검을 받아냈다. 하지만 요하네스는 그대로 쭉 밀려서 비무대의 끝까지 후퇴해 있었다.
마그누스의 검강은 아직 죽지 않았다. 더더욱 힘을 더해서 몰아붙인다.
콰직! 요하네스의 검과 창에 균열이 내달린다.
화경이고 뭐고 그런 것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 파괴적인 압력이었다.
"……!!"
요하네스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마그누스의 공격에 최적화된 방어 수단을 강구했다. 등에 짊어진 수많은 병기가 일제히 움직였다.
채찍이 스스로 날아서 마그누스의 발목을 휘어감고, 스스로 시위가 당겨진 활이 이기어시의 원리로 마그누스의 사각을 노렸다.
월도와 망치가 머리 위에서 일제히 쏟아졌다.
하지만 마그누스는 그때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공격을 회피하면서 검강을 지속했다. 콰직, 마그누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그만큼 요하네스의 몸이 밀렸다.
조금만 더.
마그누스의 입술이 달싹거리며 그런 말을 중얼거린 것 같았다. 실제로 요하네스는 상당히 힘이 부쳐 보였다.
장기전을 포기하고 단기전에 모든 걸 거는 형태로 특화시킨 것이 지금의 마그누스다. 요하네스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
"으오오오오오!!"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듯 마그누스가 핏기가 가진 입술로 사자후를 내질렀다. 마그누스는 아예 후속 라운드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부족해…….』
백신아가 짧은 탄식을 내질렀다.
"거기까지! 양자, 코너로!"
제1라운드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마그누스의 검강과 요하네스의 강기가 동시에 힘을 잃고 늘어졌다.
라운드 별로 할당되어 있는 시간은 불과 3분.
제한 시간이 마그누스에게 원수가 된 셈이다.
마그누스와 요하네스는 서로 대화를 나눌 틈도 없이 숨을 고르며 시합장 아래로 내려왔다. 루이스가 의자를 가져와서 그를 앉히고, 나는 그에게 물을 마시게 하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헉! 헉……!!"
"잘 했어요. 조금만 더 공격하면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시간이 요하네스를 살렸네요."
"……아니."
"말 하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야 합니다. 전략은 이대로 계속 가는 걸로 괜찮겠죠?"
마그누스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은 제한 시간이 요하네스를 살렸지만, 요하네스의 소모도 극심할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서 계속 공격하다면 승산은 분명히 있다.
『……검주.』
'왜 그래?'
그때, 백신아가 내게 말을 걸었다. 녀석은 마그누스가 아니라 요하네스 쪽에 관심이 생겼는지, 칼끝을 움직여서 의자에 앉은 채 휴식 중인 요하네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그냥 제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저 사람의 상태가 이상해요.』
'뭐라고?'
『마력의 질 자체가 달라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제한 시간이 살린 건 저 사람이 아니라 마그누스 씨 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백신아는 검왕검으로서 나 이상으로 예리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함부로 무시하기는 어렵다.
'자세히 말해줘.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그러니까…….』
백신아가 말꼬리를 길게 끌면서 의문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검은 존재'』
"……!!"
쉽게 잊지 못할 이름이 백신아의 입에서 나왔다.
『그 존재에게 검주가 침식 당했던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어두컴컴하고 지독한 마력이 저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마력을 잡아먹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그때의 트라우마를 떠오르는 건 백신아에게 있어서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지, 한숨을 길게 늘어트리면서 덧붙인다.
『위험하다 싶으면, 기권시킬 생각도 해 두세요. 어쩌면 이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문제가 될지도 몰라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