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 17.5. 한달 분량의 애정 (4)
* * *
"선생님, 일어나세요. 선생님."
"으응……?"
연금술사의 뺨에 검지를 대고 두어번 가볍게 찔러댔다. 그녀의 피부는 나이에 맞지 않게 상당히 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피부 관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인데도 이렇게 탄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살짝 누르면 손가락이 다시 튕겨 나오는 느낌이 든다.
어젯밤에도 열 번, 스무 번…… 하여튼 잔뜩 하면서 밤을 불태웠다.
잠옷 차림의 연금술사와 서로 엉킨 채, 서로 소리를 죽인 채로.
잘못 소리를 내면 파비아가 눈을 뜰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금술사는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흥분했던 것 같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필사적으로 신음 소리를 억제하면서도, 그녀의 안쪽은 더할나위 없이 세게 조이고 있었다.
여러 번의 절정을 끝마친 후 연금술사는 늘 그렇듯 모든 체력을 소모하고 기절하듯이 잠들었고, 나는 그녀의 얼굴을 네 시간 동안 관찰하고 있었다.
좀 더 할 수도 있었지만, 또 그러면 연금술사는 완전히 올빼미 생활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만다. 올라올 것 같은 성욕을 참으면서 적당히 조절했다.
실신하듯 의식이 끊어진 연금술사의 얼굴은 꼭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저 사랑스럽고 귀여운 얼굴에서 그녀의 괴짜 같은 성향이 수시로 터져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뺨을 여러 번 찌르고, 몸을 흔들어서 연금술사의 의식을 깨운다. 연금술사는 절대로 한 번에 눈을 뜨지 않는다. 여러 번에 걸쳐서 조금씩 각성시킬 필요가 있다.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침마다 연금술사를 깨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정된 직장이 없는 프리랜서라 그나마 다행이지, 그녀가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매일 아침마다 전쟁을 치뤘을 거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괴롭히다보면 짜증나서라도 연금술사는 눈을 뜨게 되어있다.
"……허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좀 더 자고 싶은데……"
수면 부족으로 눈을 찌푸린 채 연금술사가 천천히 눈꺼풀을 연다.
"안 돼요. 그래도 일어나셔야죠. 저 오늘 출장 가는데."
"……으음."
연금술사도 정신이 들었는지 눈꺼풀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에 눈을 뜨지는 못했지만 깨어날 생각은 들었나보다.
침대 시트와 이불, 그리고 연금술사의 잠옷은 땀과 체액. 그리고 그 외의 분비물 이것저것으로 젖어 있어서 세탁이 불가피했다.
일단 순서대로 하나씩 처리한다. 허리가 빠져서 걷지 못하는 연금술사를 안아서 욕조에 일단 담궈두고, 침대 시트와 이불은 빨래할 수 있게 손으로 돌리는 세탁기에 투입한다.
예전에 내가 구르제스에서 사용했던 수동 원심분리기와 비슷하게, 물을 넣고 손잡이를 마구 돌리면 돌아가는 타입의 세탁기다.
날씨는 겨울이라도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아침에 돌려서 바로 널어놓고 나가야지.
세탁기를 쓸 수 있게 준비만 해두고 다시 욕실로. 땀, 체액, 그 외 기타등등으로 몸이 젖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옷을 벗고 들어간다.
욕조에 두 다리를 모은 채 쪼그리고 앉아있던 연금술사가 새삼스럽다는 듯 내 몸을 살폈다.
"몸 좋네. 하지만 나는 역시 좀 마른 근육인 편이 취향일지도."
"전 그러면 안심이 안 되던데, 여자들은 다 그런 걸 좋아하나 보네요."
가면 검사로 활동하는 최근 한 달 간, 나는 잃어버린 근력을 대부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의 몸도 사실 혼수 상태에 빠지기 전과 비교하면 많이 마른 몸이다. 근육이 부족해서 그런가, 솔직히 많이 불안하다.
연금술사와 한 번 몸을 섞고 나면 씻는 것도 일이다. 얼굴, 머리, 옷 가릴 것 없이 죄다 정액으로 범벅이 되는데, 정액이 마른 자국은 씻는 것도 만만찮으니까.
따뜻한 물로 몸을 데운 연금술사를 앞에 앉혀두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올씩 손가락으로 슥슥 문지르면서 최대한 정액을 벗겨낸다.
붉은색 머리카락은 상당히 길었다. 제일 길쭉한 머리카락은 깊은 엉덩이 골에 몇 가닥 붙어있을 정도다.
연금술사의 머리카락을 좌우로 가르고 그녀의 등골에 주목한다. 겉으로 보면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이틀 연속으로 무리하다 보니 그녀는 허리가 많이 아픈 것 같았다.
내가 주무르면 좀 상태가 괜찮아질까? 오른손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가볍게 움켜쥔다. 허리가 가늘고 골반이 발달한 그녀의 몸은 완벽한 콜라병이다.
한손으로 쥐었을 뿐인데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잡혔다. 까끌까끌한 손가락에 놀랐는지 그녀가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그거……, 간지러워."
"좀 주물러 드리려구요. 허리가 많이 긴장된 거 같아서."
앉는 생활을 오래 하는 데다가 허리에 무리가 가는 자세나 행동을 자주 하기 때문에 연금술사의 허리는 상당히 굳어 있는 편이었다.
이제까지는 내가 그녀의 허리를 주무르거나 마사지 해주는 식으로 자주 케어를 해줬었는데, 왼팔이 날아간 이후로는 그러지도 못했다. 연금술사의 허리가 굳은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옆구리를 쥐고 등허리를 엄지 손가락으로 누른다. 허리의 굳은 정도가 제법 심하다. 살짝 아플 정도로 누른다.
"아……, 으……"
그런데 연금술사는 비명이 아니라 전혀 다른 소리를 냈다.
취향 한 번 끝내주는 여자다.
파비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굳은 부분에 엄지 손가락을 대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여러 번 힘을 가했다.
그리고 그때바타 연금술사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사지가 아니라 무슨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 또 커진 거 같은데."
그런 기분이 괜히 든 게 아니었다. 연금술사는 욕실 바닥에 뱀대가리처럼 축 늘어져 있던 내 음경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움찔거리며 떨리던 물건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중이었다.
몸을 돌려서 앉은 연금술사가 살짝 다리를 펴고, 목을 곧게 펴서 내게 입술을 맞췄다.
나도 그 키스에 발동이 걸렸다.
연금술사의 욕실에서 다시 한 번 그 짓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 번으로 끝냈다.
* * *
한바탕 그 짓을 한 뒤, 다시 씻고 나왔다.
그때쯤에는 파비아도 기상할 시간이 되어서, 아직 비몽사몽한 얼굴인 파비아와 함께 아침 산책을 나왔다.
파비아는 사족 보행으로 달릴 때도 상당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이족 보행의 속도도 만만치 않다. 뒷다리를 구성하는 근육의 질 자체가 다르다.
사족 보행으로 움직일 때와 비교하면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서, 오래 뛸 수는 없지만.
빈집촌을 나와서 아침을 맞이한 제피로스의 거리를 함께 달린다. 빈집촌에서는 파비아가 사족 보행으로 돌아다녀도 핀잔을 줄 사람이 없지만, 사람이 많은 제피로스의 거리는 조금 다르다.
파비아와 함께 달린다. 그러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침 운동 중인 루이스와 마주쳤다.
"오늘 오전 열 시까지, 제피로스 입구에서. 알지?"
"알아."
"빼먹은 물건 있는지 다시 살펴보고! 그럼 난 먼저 간다!"
루이스는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빠르게 사라졌다. 파비아는 루이스의 태도에 익숙해졌는지, 멀어지는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드는 중이다.
아직 오전 여덟 시다. 조금 더 돌아본 후 공방으로 돌아가서 씻고, 마지막으로 준비를 끝마치자.
슬슬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한 파비아를 살살 유도하면서 다시 움직인다.
다음에 도착한 장소는 샤를로트가 신세를 지고 있는 수녀원이었다. 아침 미사 중인지 마당에는 사람이 없다.
어차피 오늘 스케줄을 생각하면 샤를로트의 얼굴을 보고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어제 미리 수녀원에 들러서 샤를로트와 인사를 해 뒀다.
그럼 샤를로트의 얼굴을 볼 수 없는데도 내가 수녀원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수녀원의 주변을 살폈다. 카페나 과일 가게 등, 테이블이 놓여 있는 상점의 여기저기에 수녀원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
후, 하는 소리와 함께 흰 입김을 뿜어낸다.
수상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은 마그누스의 부하들이니까.
마그누스가 내게 의뢰를 부탁할 적에, 그는 두 가지를 보수로 제시했다.
특급 모험가의 출력을 감당할 수 있는 무기와 니르바나 사원의 입장권을 얻을 수 있게 조력해주겠다는 것이 보수였다.
나는 그 두 가지 조건 중, 무기를 구해주겠다는 제안을 거부하고 다른 걸 보수로 요구했다.
그것이 바로 여기에 있는 이들이다. 내가 없는 동안 샤를로트를 경호해줄 수 있는 경호인력의 배치.
스페트로 가문은 몇 달 동안의 개고생 끝에 간신히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아직도 그들을 노리는 적은 많다.
내가 없는 동안 샤를로트를 지켜줄 수 있는 보호자가 필요했다.
또한, 나는 이것과 별개로 샤를로트에게 위험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물건을 제작해서 쥐어주었다.
큰 보호 효과는 없지만 마력을 공급하면 그 즉시 연금술사의 공방으로 신호가 가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연금술사야 싸우는 데 크게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그녀와 함께 하는 파비아는 특급 수준의 출력을 가지고 있다. 파비아가 이 도시에 남아 주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위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한 건가? 한 달 동안 도시를 비우는 건 내게도 꽤 찝찝한 일이다.
수녀원에서 다시 공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실수한 게 있는지 천천히 곱씹어본다.
크게 문제는 없겠지……?
"그럼 다녀올게요."
"응, 매일 전화하고."
"전화하면 바로 달려올게요. 파비아, 내가 없는 동안 선생님을 잘 부탁해."
"응, 나한테 맡겨둬. 사제!"
캐리어 가방을 끌면서 연금술사의 공방을 나온다. 연금술사와 파비아에게 손을 흔들며 제피로스의 입구로 나갔다.
루이스는 나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있었다.
"왔어? 그럼 이제, 출발하자."
"그래."
현재 마그누스와 스텔라는 이 도시에 없다.
그들은 우리에게 의뢰를 부탁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후 곧바로 수도로 복귀한 상태다.
……왜 그 두 사람이 그렇게 같이 붙어 다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냥 사이가 좋아진 거겠지, 하고 생각하는 중이다.
아니 근데 마그누스 그 양반 유부남 아니었나?
마그누스 그 사람 가족들은 그 양반이 젊은 여자하고 돌아다니는 걸 봐도 전혀 신경이 안 쓰이는 거야?
남의 집안 사정이긴 하지만 한 번 생각하니까 괜히 신경이 쓰인다.
가족들이 아량이 넓어서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피로스를 나선다. 입구에는 이미 마그누스가 수배해두었던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를 타고 기차역이 있는 근처의 도시로 이동한 후, 열차를 타고 수도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수도까지 가는 열차는 비싼 대신에 무척 빨라서, 서둘러 걸으면 오늘 저녁 쯤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짐을 싣고 마차에 오른다.
"……."
수도에 가는 건 반년 만이다.
마지막 방문은, 면접에서 어처구니 없이 떨어졌던 상급 모험가 검정 시험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