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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157화 (157/287)

〈 157화 〉 17.5. 한달 분량의 애정 (2)

* * *

"신현아, 잠깐만."

한참 동안 입술을 맞대고 서로 혀를 굴리던 중, 갑자기 연금술사가 입술을 떼어냈다.

입술을 떼어내고 천천히 호흡을 고르던 연금술사의 시선이 바닥에서 잠든 파비아를 바라보고 있다.

"저 아이가 일어나면 곤란하니까, 조금 위치를 옮길까."

"그럴까요."

"왜 웃는 거야?"

"좀, 의외다 싶어서요. 파비아한테 이 정도로 잘해주는 게."

배려, 인내. 연금술사와 수십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위치에 있는 단어들이다.

그런 그녀가 파비아에게 이 정도로 잘 해주는 게 아무래도 낯설다.

평소에 보지 못한 연금술사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 기분이라 조금 재미있다.

"하지만 저 아이가 깨어나면 귀찮아지는 걸. 처음부터 깨우지 않는 게 제일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 뿌리에 있는 파비아를 향한 배려심이다.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 미소는 10초도 채 가지 못했다. 연금술사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더니, 내 옷깃을 잡고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호텔이라도 찾아갈 생각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공방 바깥으로 나가서 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있는 골목에서 연금술사가 멈춰섰다.

벽에 등을 기댄 채 나를 올려본다. 겨울이라서 벽이 좀 차가울 텐데, 그녀는 차갑게 느껴지지도 않는 걸까.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에서 해 볼까."

"또 그, 매너리즘 때문이에요?"

"응. 언제나 기분은 좋지만, 가끔씩은 다른 방식으로도 해보고 싶거든.'

어이없는 이유다.

성행위를 앞에 둔 연금술사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야하고, 적극적이다. 일반적인 도덕심이나 수치심은 추호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때마다 쾌락의 늪에 기꺼이 뛰어드는 나도 여러모로 뇌가 맛탱이가 가 버린 것 같다.

그녀의 모든 요구가 우습고 어이없게 느껴질 지언정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 또한 순조롭게 타락해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연금술사의 머리 옆에 있는 벽에 손바닥을 대고 그녀의 모습을 살핀다. 올해 겨울은 따뜻해서 그다지 방어력이 높아 보이는 복장은 아니다.

늘 입고 다니는 검은 원피스에, 흰 가운. 하지만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다. 겨울에 맞춰서 두꺼운 옷감을 쓴 비슷하지만 다른 옷이다.

살색 허벅지는 카키색 스타킹으로 지키는 중이고, 목에는 검은 머플러.

겨울의 추위에 맞서는 연금술사의 고민이 엿보이는 차림새다.

다시 한 번 그녀와 시선을 맞춘 후 입술을 가져갔다.

차가운 공기에 그녀의 뺨은 조금 차가워져 있었다. 하지만 입술은 따뜻했다.

이번에는 혀를 쓰지 않고 입술만 몇 번 부딪쳤다. 연금술사는 고통을 동반하는 행위를 즐기는 편이지만, 그런 것만 하면 쉽게 질린다. 부드러운 자극과 거친 자극을 반복해주면 좀 더 반응이 좋아진다.

연금술사가 다시 입술을 떼어냈다.

"날씨가 차가워서 그런가. 평소보다 입맞춤이 훨씬 더 각별하게 느껴져."

"전 좀 추운데요."

"그럼…… 좀 더 가까이 붙어서, 서로 체온을 높여야겠지."

연금술사가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그녀의 원피스 치마는 무척이나 짧아서, 손끝으로 살짝만 들춰 올려도 검은 속옷을 발견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연금술사는 좌우 골반에 끈으로 묶어서 고정하는 방식의 속옷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나하고 본격적으로 몸을 섞기 시작하면서부터 속옷이 달라졌다.

카키색 스타킹은 딱 허벅지까지 덮을 수 있는 길이였다. 그런 탓에 치마와 스타킹 사이의, 살색으로 드러난 부분이 조금 있다.

연금술사의 살색 같은 건 질리도록 보아왔는데, 이 부분이 왜 이렇게 흥분되는 건지 모르겠다.

스타킹에 눌려서 살짝 삐져나온 살이 너무나도 음란하게 느껴졌다.

연금술사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묻지도 않은 질문에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스타킹은 오랜만에 신어 보는데, 이게 생각보다 좀 편해. 난 골반이 크고 허벅지가 두꺼운 편이라 오래 걷다 보면 허벅지끼리 서로 쓸리면서 따끔할 때가 있는데…… 스타킹을 신으면 괜찮으니까."

"아, 그럴 때가 있죠. 확실히."

나도 운동으로 벌크업한 탓에 허벅지가 두꺼운 편이다. 그녀가 말했듯 오래 걷거나 뛰다 보면 피부가 쓸려서 따끔할 때가 있다.

그녀와 나 사이에 있는 몇 안 되는 공감대였다.

"그런데 스타킹을 신을 거면 루이스처럼 아예 팬티 스타킹인 쪽이 따뜻하고 좋지 않나요?"

"그걸 신으면 루이스하고 겹치잖아. 그건 좀 싫어."

연금술사에게는 그 점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 듯 싶다.

쓸데없는 요소에 구애되는 게 그녀답다면 그녀답다.

연금술사의 속옷 끈에 손을 대고 잡아당겼다.

마치 마법처럼 그녀의 속옷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한 달 동안 너 없이 버틸 생각하니까 조금 눈앞이 깜깜해."

"이거 때문에요?"

"응. 이런 걸 몰랐을 때라면 모를까, 한 번 알게 되니까……. 날이 갈수록 성욕이 높아지는 듯한 느낌."

연금술사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나의 음경은 아직 커지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은 바지 위로도 알아볼 수 있다. 내 음경을 쳐다볼 때마다 연금술사의 호흡이 빨라진다. 헥, 헥, 헥, 헥, 마치 발정기의 짐승 같다.

"한 달 동안 참으면, 머리가 돌아버릴지도 몰라. 네 얼굴을 보는 순간 그대로 밀어 넘어트릴지도."

연금술사의 말이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 연금술사처럼 대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한 달 동안 참는 게 조금 힘들 거 같다.

성욕이 높아지고 있는 건 연금술사 뿐만이 아니니까.

"여차하면 성욕을 억제하는 약이라도 써볼 생각이야."

"위험하지 않아요? 그런 약은."

성욕에 간섭하는 물건이면 틀림없이 호르몬에 간섭하는 물건일텐데.

"위험해. 효과가 끝나면 억제하고 있던 성욕이 한 번에 넘쳐흐르거든."

그렇겠지, 연금술사가 쓰는 약 중에서 대가 없이 효과를 발휘하는 물건은 하나도 없다.

저번에 그 뭐야, 쾌감을 순간적으로 억제하던 약을 먹었다가 연금술사가 어떤 꼴이 되었더라.

눈이 뒤집어진 상태로 몇 번이나 물을 뿜어댔던 걸로 기억한다.

코피까지 흘리면서.

"하지만 효과가 끊어지기 전에 다시 복용하면 크게 문제는 없어. ……네가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거니까."

그거 전형적인 마약 중독 증세 아닌가.

나도 그레이 존의 인간이지만 연금술사는 조금 더 색이 짙다.

그레이와 블랙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인간이다.

내가 고민에 빠진 바로 그때, 연금술사의 오른손이 바지 아래에 잠들어 있는 내 음경에 손을 얹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내가 한 달 동안 버틸 수 있게 잔뜩 해줬으면 좋겠어. 설령 내가 기절을 하거나, 울거나, 울부짖어도…… 멈추지 말아줘."

조그만 손바닥과 맞닿아 있던 음경이 움찔했다.

연금술사도 살짝 놀랐다.

음경이 커지고 있었다.

* * *

"가……, 악……! 앗, 앗앗아아아아아아아!!"

연금술사의 비부는 손가락으로 괴롭히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젖어 있었다. 형식 뿐인 가벼운 애무를 여러 번 거친 후, 곧바로 준비가 끝난 균열에 삽입했다.

체위는 후배위. 연금술사의 머플러를 오른손으로 잡고, 살짝 살짝 잡아당기면서 마구 허리를 흔들었다.

내가 연금술사의 체구를 고려하지 않으면 늘 이런 꼴이 된다. 양 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져서 붕 떠오르고, 최대한 발을 쭉 펴서 흔들어도 발끝이 스치지도 않는다.

그녀의 체구가 150대 중후반인데 비해, 나의 체구는 190에 달하는 수준이다.

연금술사는 딱 평균이거나 평균보다 작은 수준이지만 내가 지나치게 덩치가 큰 탓에 이런 불균형이 이뤄진다.

지금까지는 내가 그녀의 체구를 배려해서 움직였지만, 오늘의 그녀는 내게 요구하는 게 많았다. 지금의 체위도 연금술사의 리퀘스트였다. 머플러를 잡아당기면서, 뒤에서 개처럼 박아달라고.

연금술사는 내가 머플러를 잡아 당길 때마다 켁, 켁, 소리를 냈다. 머플러의 재질이 부드러워서 심하게 목이 조이지는 않는 것 같지만,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움찔한다.

지금의 나는 오른손밖에 쓰지 못하는 외팔이다. 사실상 그녀의 체중 대부분을 머플러 한 장으로 지탱하는 셈이다.

"걱! 악! 겍! 기익……! 옷, 옷옷아아아아아!?"

최근 들어, 어쩌면 그녀는 고통에서 기쁨을 느끼는 특이한 취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녀의 안쪽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조여왔고, 한 번 허리를 뺄 때마다 안타까운 듯이 보짓살이 따라 올라왔다.

흰 가운을 벗어던진 그녀는 긴팔 원피스 차림이다. 하지만 역시, 이 원피스도 등 부분이 살벌하게 패여 있어서 그녀의 가느다란 등골이 그대로 보인다. 땀으로 젖은 몸에 햇빛이 반사되어서 눈부시게 빛난다.

머플러로 살짝 잡아 당길 때마다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당겨졌다.

팡, 팡팡, 팡팡팡. 연금술사는 골반이 발달한 체형인데다가 앉는 활동 위주이기 때문에 엉덩이에 살집이 있었다.

내 허벅지가 연금술사의 엉덩이에 부딪칠 때마다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아래에서 위로, 대각으로 찔러 올렸다.

"────♥♥♥♥♥♥!!"

연금술사는 게거품을 부글거리며 절정했다.

무서울 정도로 보짓살이 조여온다. 체구가 조그만 연금술사는 조임도 무시무시했다. 물리적으로 내 음경을 으깨어 버릴 것처럼 마구 밀어댄다.

힘을 줘서 잡아뺀다.

내 것을 강하게 조이고 있다는 건 연금술사가 받고 있는 자극도 어마어마하다는 의미이다. 드드드드득!! 그런 소리가 음경과 보짓살 사이에서 들려온 것 같았다. 연금술사는 그때마다 다채로운 형태와 목소리로 절정했다.

힘을 들여서 빼고, 다시 힘을 들여서 쑤셔넣는다. 삽입은 뽑아낼 때보다 힘들었다. 머플러를 잡아당기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연금술사의 허리가 뒤로 끌려오면서 연금술사는 괴로운 소리를 냈다.

드그그그극…… 삽입할 때도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까지 안쪽을 망가트리면서 진입하는 듯한 감각.

그것을 몇 번씩 반복했다.

팡, 팡팡, 팡팡팡.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연금술사의 절정은 그때마다 반복되었다. 첫 절정에는 허리를 뒤로 젓히고, 시간차를 잠시 두고 이어진 다음 절정에서는 허리를 오른쪽으로 비튼다.

그럴 때마다 머플러를 잡아당겨서 연금술사의 움직임을 구속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그녀는 거의 맛이 간 듯한 표정을 짓게 된다.

"히, 아……, 걱, 긱, 나, 나앗……!"

나를 돌아보는 동공에서 눈물이 흐른다. 눈, 코, 입술,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물이 한꺼번에 흘러내리면서 연금술사의 얼굴이 엉망이 되었다.

"안에 쌀게요."

"히……!!"

연금술사가 쾌락으로 젖은 비명과 함께 허리를 비틀었다.

허리를 최대한 길게 뺀다. 음경에 강하게 접착한 연금술사의 내용물이 통째로 딸려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호흡을 한 번, 그리고 단숨에 처박았다.

연금술사의 팔다리가 재미있을 정도로 격렬하게 진동했다. 감전 당한 것처럼 근육의 긴장된 정도가 이상하다.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듯, 한참 동안 부들부들 떨던 연금술사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내 엉덩이 근육이 긴장되면서 고환에서 정액이 올라온다.

요도를 타고 올라오는 정액의 양이 심상치 않다. 음경이 조금 더 굵어지고, 확장되었다.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듯 체력이 바닥난 연금술사의 몸이 다시 한 번 경련했다. 요도를 타고 올라온 정액이 그녀의 안쪽을 세차게 때릴 적에는 목이 쉬어라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그녀는 끊임없이 주입되는 정액을 버티지 못하고 힘이 빠진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핫, 오오……, 힉, 정액, 안 멈춰…… 윽, 겍, 가악……"

연금술사의 배가 끊임없이 주입된 정액에 의해 크게 확장되었다.

축 늘어진 다리는, 그래도 바닥에 닿지 못했다.

검은 머플러를 손에 감고 연금술사의 상반신을 살짝 당긴다. 그녀의 몸은 너무나도 가벼워서 힘을 크게 주지 않아도 간단하게 잡아당길 수 있었다.

"……읏, 아아아아……"

끌려올 때도 그녀는 달콤한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고통은 추호도 찾을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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