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150화 (150/287)

〈 150화 〉 17. 가면 검사 (7)

* * *

"최대한 실전에 가까운 형태로 붙어보자. 너희들의 실력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대충 상대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도."

마그누스가 오른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의 무기는 거의 그의 덩치만한 길이와 너비를 가진 대검이다. 날카로움은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무게와 강도를 가지고 있다.

힘과 체중을 실어서 찍어 부수는 것에 특화된 괴물을 죽이는 무기다.

"흡!!"

마그누스의 오른손 근육이 크게 팽창했다. 힘줄이 도드라지게 돌출된 오른팔에서 검자루로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유입되었다.

한꺼번에 유입된 마력에 의해 그의 대검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검붉은색의 핏물을 닮은 마력이 검신을 휘어감는다. 검신을 아예 다른 색으로 칠해버린 마력은 그 상태에서 고정되는 게 아니라 쉴 새 없이 표면 위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살아있는 생명처럼 움직였다.

비유하자면 그것은 수많은 비늘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용의 팔뚝이다.

수많은 비늘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면서 회전 톱날처럼 '베어 잡아뜯는' 효과를 발휘하는 구조 같았다.

이제까지의 마그누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기술이다.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수행 끝에 완성시킨 새로운 기술일까.

하지만 내 몸을 차지한 존재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검왕검을 수평으로 들었다.

칼끝에서 거성이 펼쳐진다.

푸른 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마력이 검신에 연장되는 새로운 칼날을 완성했다.

길고, 굵으며, 두꺼우면서도 날카롭다.

검 자체의 파괴력과 날카로움을 증폭시키는 천변무궁류의 제삼검이다.

서로 마주보는 한 쌍의 대검. 서로의 길이와 너비는 거의 대등.

하지만 승부는 부딪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럼 시작하지, '가면 검사' 양반."

「"오시죠."」

쿵!! 바닥을 세게 걷어찬 마그누스가 일 초를 수백 번 이상 쪼갠 짧은 시간 동안 10미터의 거리를 좁힌다.

지나치게 세게 걷어찬 탓에 그 자리의 타일은 물론, 그 뒤로 줄지어 붙어 있던 타일이 모조리 바닥에서 일어났다.

파도가 치는 것처럼 타일이 일제히 들썩이고, 그 상태에서 시간이 멈췄다.

정확히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빠르게 공방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초인의 세계에서 그들의 감각은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한 세계까지 가속된다.

일 초를 쪼개고 쪼갠 찰나에 마그누스의 대검이 정면에서 꽂힌다. 검의 무게가 이 정도로 무거워지고, 거기에 속도가 더해진 시점에서 잔재주는 필요 없다. 힘과 속도를 제대로 싣기만 해도 충분하다.

쿵!! 소리가 들렸을 때, 백신현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두 발로 바닥을 딛은 그 상태 그대로 쭉 밀려 나간다.

검에 실려 있는 무게는 거의 동등했지만 육체의 강화 정도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그누스의 강화 배수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면, 백신현의 신체는 고작해야 몇 배 수준에서 멈춰서 있다.

거기다 왼팔을 잃은 지금의 몸뚱이로는 검을 온전히 양손으로 쥘 수조차 없다.

드드드드드드득!! 신발 밑창이 울퉁불퉁하게 배치된 타일 위를 미끄러진다. 그때마다 타일이 들썩거리며 올라온다. 심하게 쓸린 타일은 이미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짓뭉게진 상태였다.

하지만 백신현의 몸뚱이는 절단되지도 않았고, 부서지지도 않았다.

몸이 밀려나가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검을 쥔 팔은 부러지지 않았고 충격을 버티는 허리도 꼿꼿하게 서 있다.

충격을 제대로 분산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어설픈 실력으로 받아냈다면 그대로 허리가 뒤로 접히고 말았을 테니까.

거성으로 강화한 검이 제대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짓이겨지는 걸 방지할 수 있었고, 인간의 한계까지 단련된 육체와 신의 영역에 도달한 기술이 모든 충격을 흘려보냈다.

마그누스는 물론이고 아마 현존하는 그 어떤 무술가도 흉내내지 못할 화경의 궁극이다.

부서진 타일은 충격을 흘려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다. 마그누스의 첫 공격이 끝난 직후 초고속으로 가속된 시간 속에서 굳어 있던 타일이 동시에 터져서 흩어졌다.

수많은 돌조각이 수류탄처럼 사방에 흩날렸다.

모래 먼지가 무진장 피어오른다.

"……윽."

피어오른 모래 먼지를 연금술사는 손을 들어 막아냈다. 그리고 다시 손을 내렸을 때, 그 자리에는 백신현도 마그누스도 없었다.

소리는 아주 멀리에서 들렸다.

아직 비무가 시작하고 불과 3초가 지나갔을 뿐이었다.

빈집촌의 수많은 건물과 골목을 무너트리며 비무가 계속된다. 전황은 일방적이다. 마그누스가 일 초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공격을 휘두르는 동안 가면 검사는 단 한 번도 반격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마그누스도 제대로 된 유효타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시선이 차갑게 검신을 훑는다.

'나의 공격력은 이전과 비교해서 더 무겁고 빨라졌다. 하지만 그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고 있어. 내가 강해진 만큼, 그 또한 실력을 높인 것이다.'

현재 마그누스의 신체 강도와 속도는 이 빈집촌에 존재하는 온갖 장애물들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벽에 닿으면 그 벽이 부서지고, 바닥을 내딛으면 바닥이 박살이 난다.

마치 바위에 부딪친 두부처럼 물러서 으깨지기 쉽다.

하지만 그 모든 공격과 속도가 지금의 가면 검사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마치 마음을 읽히고 있는 것 같다.

당시에는 무의미한 움직임으로 보였던 한 수가,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는 마그누스의 공격을 무디게 만드는 회심의 한 수로 작용하는 식이다.

'가면 검사가 한 번 검을 휘두를 때 나는 수십 번의 검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데도 합이 나눠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돼. 단순히 계산해도 순수한 기술과 안목에 있어서 나의 수십 배 이상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문자 그대로 '격'이 다르다.

마그누스는 물론이고 스페트로, 그리고 제1위의 특급 모험가조차도 이럴 수는 없다.

공방이 나눠질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힘과 속도에 한해 마그누스가 아득히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힘은 인간과 벌레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기술은 반대다. 마그누스와 가면 검사의 기술적 차이는 인간과 벌레, 그 이상이다.

마그누스는 강한 절망감을 느끼는 한편, 동시에 커다란 향상심을 느끼고 있었다.

달리 보면 이것은 마그누스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위대한 고수가 그에게 검을 한 수 가르쳐준다고도 볼 수 있다.

네가 지금 서 있는 경지가 끝이 아니다.

네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 자리는 그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검의 한계는 생각보다 아직 먼 곳에 있고, 아직도 나아갈 지평이 이만큼이나 남아 있다.

가면 검사, 검왕검 내부에 존재하는 세계 최강의 검사는 이전에 부딪쳤을 때와 비교해서 눈에 띄게 강해져 있었다.

마그누스는 이전에 백신아의 실력을 두고 '신의 경지'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그에게 있어선 그 경지조차 한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보라.

무?의 지평은 아득히 먼 곳까지 이어져 있다.

'이름을 붙이자면, 그야말로 검신??. 그 이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도다.'

콰직!! 마그누스의 검이 다시 한 번 거성과 충돌한다.

마그누스의 검은 충돌하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서로 다른 유동적인 움직임을 발생시키고 있다. 초고속으로 발생하는 진동이 검의 위력과 날카로움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최대한 무작위성을 부여하더라도 지속적인 위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정해진 패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푸르게 빛나는 검왕검의 칼날이 비늘의 틈새로 파고들었다.

그것은 비늘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빈틈.

역린??과 같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카득!! 검왕검을 아래에서 위로 걷어 올리듯이 휘두른다. 그저 그뿐인 행위에 마그누스의 검 표면을 뒤덮고 있던 마력의 4할이 순식간에 검신에서 뜯겨 나갔다.

마치 짐승의 가죽을 결대로 한 번에 뜯어내는 것처럼, 마그누스의 검을 보호하고 있던 마력이 일제히 뜯겨 나갔다.

강렬한 피드백이 마그누스의 두부를 강하게 찌른다.

"……커헉!!"

마그누스의 눈과 코에서 피가 흘러 넘쳤다. 혈액이 도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진 탓이다.

고통 속의 피드백을 뒤로 하고 마그누스가 눈을 부릅뜬다. 뜯겨나갔던 비늘이 한 순간에 수복되었다. 그의 감정 상태와 마력의 출력에 영향을 받았는지, 형태는 조금 거칠지면 휘몰아치는 힘의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위이이이이이잉!! 마치 전기톱처럼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렸다.

비늘의 진동 횟수는 너무 빨라서 헤아릴 수조차 없다.

제대로 닿기만 해도 접하는 모든 것을 찢을 수 있는 일격이었지만 가면 검사는 부드럽게 걷어냈다.

몇 개월 동안 절치부심해서 개발한 신 기술이 전투 시작 후 수십 초도 채 지나지 않아서 해체되는 순간이었다.

마그누스는 이 몇 개월 동안 충분히 강해졌지만, 백신아는 그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마그누스가 백신아의 검술을 지켜보고, 그로써 새로운 기술의 영역에 도달한 것처럼 백신아도 이 시대의 수많은 검술을 흡수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었다.

이전에 맞붙었던 비무에서는 아슬아슬하게 호각세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그누스의 공격은 어느 새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린 것처럼 눈에 띄게 느려져 있었다. 그에 비해서 가면 검사의 공격은 빠르고 자유롭다.

천변무궁류가 무시무시한 검술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방을 나눌수록 보이지 않는 마력의 흐름이 적의 팔다리를 그 자리에 붙들어 매고, 스스로의 검끝에는 힘과 속도를 더한다.

그 특성은 일전의 비무에서 경험해본 적이 있었지만, 다르다.

속도도 위력도 이전과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천변무궁류는 200년 전의 검술이고, 백신아는 200년 전에 제작된 가상 인격이다.

백신아가 지하에 묻혀 있던 200년 동안 발전한 인류의 전투 기술은 천변무궁류의 검사라고 해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분적으로는 틀림없이 천변무궁류보다 우수한 부분이 존재한다.

먼 과거의 검술은 200년의 시간을 넘어, 현대 격투기의 투법과 투로를 흡수한 것으로 보다 새로운 영역까지 진보해 있었다.

전투의 균형은 이제 완전히 가면 검사에게 쏠려 있었다. 마그누스는 언제부터인가 방어하는 것도 급급한 상태에 놓이고 말았다.

쿵!! 마그누스의 몸이 건물 세 개를 한 번에 관통하면서 나가 떨어졌다.

그 자체에 크게 데미지를 입지는 않았지만, 가면 검사의 공격은 그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가 건물 세 개를 통과하는 동안 거의 시간차를 두지 않고 따라붙어서 연거푸 검을 휘두른다.

"큭……!! 커억……!"

이때 마그누스는 수십, 수백 명의 검사에 둘러싸여 일방적으로 공격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전후좌우, 그 어디에도 틈이 없다.

모든 방향과 모든 각도에서 수많은 검이 시간차를 두지 않고 쏟아진다.

『이런 기술이었죠? 검주가, 검은 검사를 상대로 시도했던 검주의 독자적인 검술이.』

'그래, 맞아.'

이 기술은 마그누스가 겪어보지 못한 천변무궁류의 기술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의 천변무궁류에 없었던 기술을 백신현이 순간적인 발상으로 시도했고, 백신아가 그 뼈대에 살을 붙여 탄생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본 원리는 천변무궁류의 흐름을 타서 내지르는 연속 지르기. 그것과 동시에 몸이 이동하는 경로를 상공에서 보았을 때 오망성이 되도록 궤적을 그린다.

오망성은 대자연을 구성하는 성스러운 다섯 원소의 조화와 순환을 상징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물흐르듯 이어지는 대자연의 조화를 검술의 원리에 접목하여 안정성과 속도감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균등하게 꽂히는 초고속의 난무기.

이론 자체는 검은 검사와 맞붙었던 그때부터 완성되어 있었다.

그것을 실전에서 두어번 사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행을 통해 다듬어왔다.

제대로 된 기술로 실전에서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천변무궁류의 '기술'이라기엔 부족해요. 위력도, 속도도.』

'맞아. 급한 전투 상황에서 루이스의 기술을 흉내내서 만든 임시변통의 기술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런 '느낌'이 있다.

조금 더 빨라질 수 있을 거 같은데, 조금 더 날카로워질 수 있을 거 같은데.

충분히 여유가 있는데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

천변무궁류의 각 기술이 저마다 '극한'의 영역에 도달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이 기술은 제대로 된 천변무궁류의 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이 일격을 완성하는 것이 백신현의 주어진 과제가 될지도 모른다.

끼이이이이익!! 가면 검사가 신발 밑창을 바닥에 강하게 끌면서 감속했다.

그에게 주어져 있던 5분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 끝이 났다.

그리고 마그누스는 일방적으로 공격 당하고 있었지만, 쓰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

바닥에 대검을 꽂은 상태로 방어 자세를 굳힌 상태였다.

그의 대검에는 무수히 많은 흠집과 깎여나간 자국이 있었지만 부러트리는 데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아. 끝난…… 건가……."

물론 마그누스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머리는 마구잡이로 헝클어져 있고 눈동자는 인사불성에 가깝다.

그는 한참 동안 휘청거린 끝에 간신히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대단했어. 최후의 1분 동안은 진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끝을 내진 못했죠."

백신현은 다시 백신아에게 주도권을 넘겨 받은 후, 조금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육통과 인대의 당기는 정도가 좀 심하다.

"그래도 '가면 검사'가 이 정도로 상대를 요리해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네가 끝장을 봐도 충분하지 않겠냐. 너도 상당히 지친 모양이지만 나보다는 빠르게 회복했으니."

"뭐, 아마도요."

마그누스를 시간 내에 끝장내진 못했지만 조금 전까지의 마그누스는 상당히 인사불성인 상태였다.

백신현이 고통을 무시하고 파고들면, 파고들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은 마그누스가 회복한 상태라 시도할 수 없지만.

"하지만 몇 번을 겪어도 정말 경이로운 검술이다. 끝을 봤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새로운 경지에서 다채로운 공격을 보여주니 원……. 현대 격투기의 필두에 있는 입장으로서 조금 창피하구만. 거기다 지금 넌 외팔이 상태인데도."

마그누스는 최후반부에 거의 일방적으로 밀렸던 게 못내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표정이 개운치 않아 보인다.

백신현은 머리에 소복하게 쌓인 돌조각과 흙먼지를 손바닥으로 털어내면서 질문했다.

"마그누스 대장 생각은 어떻습니까? '가면 검사'하고 제1위 중, 어느 쪽이 더 강한 거 같아요?"

"……제1위의 성장 속도는 나와 비슷한 정도다. 내가 강해지는 만큼 녀석도 강해졌지. 그리고 나와 녀석의 실력 차이를 고려하고, 지금의 네가 외팔이인 점까지 생각하면……"

그리고 마그누스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나를 훑는다.

가볍게 던진 질문에 그는 상당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마그누스를 능가하는 두 고수 중 어느 쪽이 더 강한가, 그것은 마그누스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았다.

팔짱을 끼고 한참 동안 고민하던 마그누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딱 반반이라고 본다."

* * *

마그누스도 상당히 지쳤지만 나도 비슷한 정도로 소모된 상황이었다.

크게 다치거나 부러진 부분은 없었지만 둔중한 충격이 지속적으로 쌓인 것만으로도 몸이 상당히 피곤해져 있다.

그래도 둘 중에 조금이라도 체력이 남아있는 건 내 쪽이어서, 내가 마그누스를 부축하며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헤치고 나왔다.

빠르게 다가온 스텔라가 나 대신 마그누스를 부축했다. 하지만 연금술사와 비슷한 정도의 체구인 스텔라가 부축하기에 마그누스는 아무래도 너무 무거워 보여서 내가 힘을 보태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텔라를 살짝 돌아본 그때, 갑자기 연금술사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내 팔을 두손으로 꼭 쥐고 스텔라 쪽에서 떼어낸다. 그리고 내 앞에 서서 스텔라와 나를 완전히 분리시켰다.

그 움직임에서 흡사 모성애가 느껴질 만큼 크나큰 헌신성이 보여서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눈앞의 수류탄에게서 아이를 감싸는 어머니와 같은 기개가 느껴진다.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시지?

"신현아, 안 돼. '저런 거'하고 가까이 있으면 더러운 세균이 옮을 거야."

"네?"

그건 또 무슨.

연금술사는 표독스럽게 쏘아 붙이면서 내 오른팔에 팔싹 달라붙었다. 분위기 상 나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인 거 같다.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연금술사는 스텔라를 무슨 오물이라도 되고 있는 것처럼 보고 있었다.

물론 연금술사는 나를 상대로도 가끔씩 저런 눈빛을 보이는 사람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비교가 전혀 안 된다.

경멸로 점철된 시선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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