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16.5. 짐승의 발정기 (3)
* * *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틀림없다.
연금술사의 머리에, 그녀의 머리색과 같은 색깔의 붉은 귀가 달려 있었다. 앞으로 접혀 있는 그 모습은 강아지의 그것을 닮았다.
순간적으로 얼굴에 피가 몰리면서, 나는 그대로 코로 피를 쏟을 뻔 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연금술사도 연금술사지만, 나는 저게 도대체 뭐라고 이렇게까지 흥분하고 있는 거지.
점점 나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성벽에 대해서 자각해나가는 느낌이라 기분이 심히 이상하다.
무슨 꽃밭에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
라마즈 호흡을 몇 번 반복하다가 포기했다. 이런 걸로 진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서, 선생님. 그건 또 무슨 장난이에요?"
나는 애써 침착한 척을 하며 연금술사에게 사실확인을 요구했다.
의자에 한쪽 무릎을 세춘 상태로 앉아 있던 연금술사가 손끝으로 접혀 있던 귀를 주욱 잡아당기면서 대답한다.
"아, 이거. 파비아를 보니까 왠지 재미있어 보여서 가볍게 만들어본 거야. 난, 연금술사잖아."
그 직후, 연금술사의 머리에 붙어 있던 귀가 떨어졌다.
털의 질감이나 모양 같은 것은 실제 귀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그 꼴을 보니까 인공물이라는 걸 제대로 알 거 같다.
털하고 가죽을 엮어서 만든, 인형 같은 강아지 귀다.
맞다, 그랬지. 연금술사는, 연금술사였다.
최근 들어 내가 몸을 워낙 축내고 다닌 탓에 연금술사도 본업이 아니라 내 몸을 수리하고 고치는 일에 매달려 있었지만 그녀의 본업은 만물의 기본 구조를 통찰하고, 정해진 구조를 분해해서 재조립하는 일이다.
실제와 유사한 모양의 가짜를 만들어내는 건 어렵지 않다.
"신현이, 그리고 루이스도 왔네. 자, 파비아도 인사."
"아, 사제사제. 그리고 루이스 언니도, 안녕!"
바닥에 늘어져라 엎어져 있던 파비아가 네 발로 벌떡 일어서더니, 오른손을 들어서 손을 흔들었다.
나와 루이스는 떨떠름한 얼굴로 파비아의 인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스가 타이즈 위에 덧대어서 입는 반바지를 살짝 움켜쥐며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이 말하는대로 같이 왔는데요……. 그, 파비아는 어떻게 할 거예요?"
루이스의 시선이 파비아를 향해 슥 움직인다. 파비아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눈만 둥글게 뜨고 있다.
"아, 혹시 그거 때문에 절 부르신 건가? 파비아 데리고 좀 돌아다니라고?"
그것이 루이스가 이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연금술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루이스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맨발에 슬리퍼 한 짝 차림이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그러면 꼭 루이스 너만 따돌리는 기분이 들 거 같아서."
"그럼요?"
"루이스 너도, 같이 해야지."
"……파비아는 어쩌구요?"
"응. 파비아의 성교육도 겸할 거야. 저 아이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니까……, 한 번 제대로 알려줘야 할 거 같았거든."
"보, 보여주려고요?"
루이스도 당황했는지 말을 떠듬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루이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꽤 놀란 상태였다.
숨을 한 번 몰아쉰 후, 그녀에게 확인을 요구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파비아에게 너무 자극이 세지 않겠어요? 좀 완곡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나도 이 아이의 발정기가 약한 수준이면 그랬을 텐데."
연금술사가 떼어냈던 귀를 다시 그 자리에 붙이며 대답했다.
"생각보다 발정기가 강력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면 이 아이가 먼저 사고를 칠 거 같아."
"바, 발정기?"
루이스는 금시초문인 듯한 얼굴이다. 하지만 파비아의 종족 자체가 개과 수인인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쟤 땅콩을 어떻게 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이전에 보았던 '성숙한 파비아' 같은 경우 무인으로서 스스로의 본능을 잘 재어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파비아'는 조금 달라. 스스로를 거의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이대로 놔두면 아마 이상한 사고를 칠지도 몰라."
"그러니까 교육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응. 제대로 교육을 시키면 이 아이도 스스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내 질문에 연금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너 자신을 알라' 같은 건가.
파비아는 지금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그 상황에 대처하거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파비아의 교육은 필수적이다.
연금술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전부일까?
그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럴 리가 없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다.
"그게 다는 아니죠?"
"응."
"파비아 신경 쓰여서 그 짓을 못하게 돼서, 아예 파비아에게 사실을 가르쳐주고 알아서 피해 다니게 하려는 거 아닌가요?"
"응, 그 말이 맞아."
연금술사는 그다지 부끄러워하는 티도 내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최근 들어 꽤 욕구불만이거든. 쟤 때문에 신경 쓰여서 계속 못 하게 되는 건, 나한테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야."
어쩌면 그녀의 진짜 목적은 이쪽일지도 모른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안 그래도 저 아이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동물 훈련사 노릇까지 하고 있는데, 쟤가 뭐라고 내가 지금까지 너와 해오던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데? ……내가 잘못한 거야?"
"그런 건 아니에요. 뭐, 맞는 말이죠."
엄밀히 따져보면 연금술사는 딱히 뭘 얻은 것도 없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잔뜩 하고 있는 중이다.
검왕검의 내부 공간에서 이런저런 혜택을 얻고 있는 루이스나, 아예 새로운 힘을 얻게 된 나와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파비아에게 크게 화를 내지 않고 잘 돌봐준 것만 해도 그녀의 평소 성격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양보해준 거라고 볼 수 있다.
아마 나 때문에 참아주고 있는 것이다.
연금술사가 살짝 볼멘소리를 냈다.
"신현이 너는 내 편이지?"
"네, 누구 편이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선생님 편이죠. 선생님이 많이 답답해하시는 것도 이해하고요."
"그럼 문제 없네."
"파비아가 보는 앞에서 하는 게 좀 껄끄럽긴 하지만……, 선생님의 의향이 그러하니 저도 노력할 수밖에요."
"응. 그 대답을 듣고 싶었어. 착한 아이네."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나는 못 세운다, 못 세운다 하면서도 한 번도 못 세운 적은 없었다.
젊어서 그런 걸까. 그게 아니면 나 자신도 모를 뿐 은근히 내게 변태 기질이 있어서 그런 걸까.
내가 지금 이걸 자랑스러워 해야 하나?
연금술사가 내 쪽으로 다가와서 팔을 잡고 살짝 달라붙는다. 당연히 그녀의 가슴을 비롯한 부드러운 살집이 이리저리 접하게 된다.
"자, 신현이는 이걸로 됐고. 루이스 네 생각은?"
"……지금 쟤가 보는 앞에서…… 하자고요? 아무리 제가 좀 개방적인 성격이라지만 그건 좀…… 수치스러운데요……."
루이스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면서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을 냈다.
사실 루이스가 맞고, 내가 틀린 걸지도 모른다.
나도 어지간히 쾌락에 머리가 절여졌구나 싶다.
하지만 연금술사는 지극히 담백한 태도로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말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했어. 나는 나보다 네가 더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있을 거 같아서 널 부른 거지만…… 네가 싫다면 억지로 강요할 생각까진 없는 걸."
"그, 그런 걸 보통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부르는 거거든요……?"
루이스는 연금술사가 담백하게 나오자 오히려 전전긍긍하는 얼굴이다.
힘의 차이를 접어두고 보면, 이 두 사람의 역학관계는 생각보다 일방적이다. 연금술사가 루이스를 휘두르는 경우는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다.
"시, 신현이 너는 할 거야? 진짜로?"
어, 이번에는 화살이 내 쪽으로 돌아왔다.
루이스는 오른손으로 내 옷깃을 독수리처럼 콱 틀어쥐고 날 올려보고 있었다.
이 정도로 조급해하는 모습은 거의 못본 것 같다.
마치 아군을 찾는 듯한 시선이라서 나도 조금 마음이 약해질 거 같다.
"선생님도 선생님인데, 파비아의 발정기가 그 정도로 심하다면 얼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건 맞잖아. 내가 조금 부끄럽고 말지 뭐."
"으, 윽…… 너도 슬슬 선생님처럼 머리가 맛이 가기 시작한 거 아냐?"
루이스는 나를 원망하는 태도였다. 하지만 파비아의 발정기 문제가 심각하기는 한 모양이고, 그건 어느 정도 내가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다.
파비아를 그 지하에서 꺼내서 데려온 건 바로 나니까.
내가 구출해온 만큼 어느 정도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는 너도 이 자리에 남아서, 나하고 같이 부끄러움을 나눠가져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루이스의 내적 갈등이 심각한 모양이라, 나는 녀석의 선택을 재촉할 목적으로 살짝 등을 떠밀었다.
이건 감이지만 루이스도 왠지 그걸 내심 바라고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놈의 자존심인지 뭔지 때문에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살짝 도와주기로 했다.
"네 부끄러움을…… 나눠서 가져가 달라고……?"
"그야 나라고 안 부끄럽지는 않지, 당연히. 내가 뭐 선생님도 아니고."
"……."
연금술사가 나를 찌릿 노려본다.
지금의 말은 조금 불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연금술사에게 그런 식으로 날 노려볼 자격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그 정도의 수치심이 남아있다는 게 더 놀라울 지경이다.
연금술사에게도 한 번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뭐, 아무튼 그러니까…… 같이 있어주라. 너도 사실 너 혼자만 따로 떨어져 있으면 기분이 이상할 거 아냐."
"……으음."
루이스의 미간이 살짝 찌그러진다.
"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협력 좀 해 줄까……?"
아, 진짜 쉽네 얘.
* * *
"저까지 이런 걸 달아야 해요? 이상하지 않나……?"
루이스가 머리에 붙은 강아지 귀를 만지작거리며 우물거렸다.
머리카락의 색깔과 같은, 색이 진한 금발이었다.
"하지만 신현이는 내 머리에 달린 이걸 보고는, 코피가 터질 듯한 표정을 지었는걸. 보기보다 신현이 취향이 많이 매니악한 거 같아."
"윽."
나는 칼에 찔린 소리를 냈다.
표정을 억제한다고 억제했는데, 연금술사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순식간에 간파당했다.
도대체 무슨 원리인지, 연금술사의 머리에 붙은 귀가 접혔다 다시 펴지고 쫑긋거리면서 움직이고 있다.
뭘 어떤 식으로 만든 거야.
"신현이 너는 싸울 때보다 오히려 이런 때 감정이 더 잘 드러나는 거 같아. 첫 경험이 늦은 편이라서 그런 걸까?"
"그래요?"
그 말을 들은 직후, 루이스가 장난기가 동한 얼굴로 날 돌아섰다.
그리고 난 코피가 나올 뻔 했다.
머리 위로 쫑긋거리는 귀가 루이스와 상당히 어울린다. 물론, 루이스의 외모로 어울리지 않는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렵겠지만 그런 수준이 아니다.
루이스의 외모와 머리의 귀가 제대로 플러스 효과를 내서 파괴력이 몇 배는 증가한 듯한 느낌이다.
뭐야, 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패티시가 생긴 거지.
심장을 직격으로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라 나도 모르게 몇 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루이스는 내 반응이 만족스러운 건지 히히히 소리를 내서 웃고 있다.
10년은 어려진 얼굴이었다.
"그럼 일단…… 루이스 네가 나보다 더 욕구불만일 테니까. 너부터 시작해. 난 이 아이 옆에 붙어서 설명해줘야 하니까."
연금술사가 파비아 쪽으로 다가가서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시작.
그 단어에 파비아가 반응했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흥미로 가득한 시선이다.
과장 조금 보태서 마치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나는 소리 내서 헛기침을 한 번 토해낸 후, 하나 밖에 없는 팔로 루이스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자신만만하던 루이스가 몸을 흠칫 떨었다.
이런 때만 되면 루이스는 마치 숫처녀처럼 당황하곤 한다. 이미 여러 번 몸을 섞었는데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쪽으로는 무척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수치심을 엿바꿔먹은 듯한 연금술사하고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자,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있어봐, 백신현……."
붉은 얼굴의 루이스가 내쪽으로 손바닥을 보이며 나를 멈춰세웠다.
보통은 무시하고 밀어붙이면 루이스 쪽에서 알아서 포기한다. 이건 경험에서 나오는 판단이었다.
"있어봐, 있어보라니까……?!"
"왜?"
이제 와서 하기 싫어졌나?
하지만 루이스가 변덕은 심해도 한 번 내뱉은 소리를 도로 거두는 건 드문 일인데.
"할 거야. 하기는 할 건데……, 내, 내가 좀 주도해서 움직일 수 있게 해 줘."
"갑자기?"
"하지만 지금 너 왼팔도 없잖아……? 거기다가 보름 동안 누워있기까지 했고. 그런 애한테 몸을 쓰게 하기는 싫으니까……. 넌 가만히 누워 있고, 내가 움직이는 편이 좋을 거 같은데……."
말하는 게 워낙 지리멸렬해서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하나씩 따지고 보면 결국 날 생각해서 해주는 말 같다.
내가 성행위로 체력적 부담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사실 체력을 많이 쓰는 일인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결국, 나 대신 자기가 열심히 움직일 수 있게 협력을 해달라는 소리인데…….
나는 여기까지 생각한 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 말대로 할까."
가끔은 이러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거기다 파비아는 성별로 따지면 여자니까, 여자인 루이스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거 같고.
루이스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 조용히 턱을 들었다.
"응, 알았어. 시작, 시작할게……."
내 어깨를 양손으로 쥐고, 뒷꿈치를 들고.
그러고 나서 조용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 * *
"잘 봐둬, 파비아."
"가, 가우우우……"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연금술사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백신현의 바지 안쪽에서 튀어 나온 저 커다란 것이 수컷의 성기이며, 보통 저렇게까지 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와 마찬가지로, 음낭 또한 저 정도로 거대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개과 수인으로서 인간 이상의 놀라운 후각을 가지고 있는 파비아는 음경이 바지 바깥으로 노출된 순간 지금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냄새를 맡게 되었다.
코를 뚫고 한 순간에 뇌까지 전해졌다.
눈앞이 핑 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수컷의 음경을, 암컷의 여기에 삽입하는 거야. 하지만 서로 마른 상태에서는 마찰이 발생해서 많이 아프니까……. 조금씩 적셔서 투명한 액체가 나오게 해야 해."
"그, 그렇구나아……."
미처 다물지 못한 파비아의 입술 사이로 침이 주륵 흐른다.
그 정도로 행위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면 저런 식으로…… 침을 써서 적시는 방법도 있고. 지금 루이스처럼."
파비아의 시선이 스윽 움직인다.
넓은 침대에 백신현은 상반신만 들어올린 채 누워 있고, 루이스의 얼굴은 그 다리 사이에 묻혀 있다.
루이스의 풍만한 가슴이 백신현의 음경을 문지르는 중이었다.
하지만 루이스의 가슴으로도 다 감쌀 수 없을 정도로 백신현의 음경은 두껍다. 길고 두꺼운 음경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루이스도 거의 전신을 사용하듯이 움직여야 한다.
가슴을 손으로 쥔 채 음경을 문지르고, 고개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음경을 빨고 기둥을 햝아올린다.
"쮸읍……, 읏…… 뭐야……. 오랜만에 본 건 사실이지만…… 이거 뭔가…… 예전보다 더 커다란 듯한…… 베에, 쪼옥…… 쯥, 꿀꺽……."
파비아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머리가 몽롱해졌다.
모든 것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광경처럼 느껴졌다.
파비아가 루이스와 알고 지낸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나 성격에, 파비아는 조금 동경을 품고 있었다.
실제 나이를 무시하고 보면, 파비아의 눈에 보이는 루이스는 매우 강하고 존경스러운 언니 정도쯤 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그런 루이스가 지금, 상의를 풀어서 머리통만한 크기의 유방을 드러낸 후 백신현의 음경에 달라붙어 있다.
지금의 광경 그 자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연금술사는 저것이 교미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필요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파비아와 마주쳐온 모든 사람이 저런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바깥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는 저런 음란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나뒹굴고 있는 것일까.
파비아는 이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름을 느끼고 있었다.
오싹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루이스 너도…… 윽, 실력이 많이 늘어난 거 같은……"
백신현은 시도 때도 없이 들썩거리는 허리를 간신히 억제하고 있었다.
그 말에 루이스는 조금 기분이 좋아졌는지, 소리 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 난…… 쮸읍……, 천재니까……. 으응……"
루이스의 봉사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
가슴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때로는 음경을 양손으로 쥔 상태로 혀와 입술만 사용해서 자극하고, 음경의 구멍을 혀로 쑤셔대기도 한다.
루이스의 얼굴은 그때마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 뺨과 턱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하나씩 떼어내느라 고생이었다.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반복한 후, 마지막으로 다시 가슴을 쓰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크지는 않았다. 백신현과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열네 살 시절에는 껌딱지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납작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루이스 자신조차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풍만해지기 시작했다.
루이스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루이스는 이 커다란 가슴을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싸……, 줘. 잔뜩……. 쪼옥, 쪼옥, 쪼오오오옥……."
루이스가 입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귀두에 입술을 대고, 살짝 힘을 줘서 빨아당긴 순간 백신현의 허리가 크게 튕겨 오르면서 뭔가가 시작되었다.
파비아의 눈에 보이던 루이스의 뺨이 순식간에 가득 차고, 그때마다 목이 꿀꺽대면서 필사적으로 삼키기 위해 용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루이스가 더 삼키지 못하고 입술을 떼어낸 순간 그 자리에서 희고 끈적한 액체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꽤 멀리까지 날아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던 파비아의 뺨에도 튀었다.
그 순간이었다.
파비아의 무릎에서 저도 모르게 덜컥 힘이 풀리더니, 파비아는 더 이상 네 다리로 서 있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두개골을 열고 뇌에 직접 번개가 꽂힌 듯한 충격이 전신을 달린다.
"아……."
파비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