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16. 각성 (8)
* * *
"신현 씨. 안 그래도 루이스 씨 말을 듣고 철분 위주로 챙겨왔는데…… 혹시 싫어하는 음식은 있어?"
"크게 가리는 건 없지만…… 아, 이건 좀 빼 줘."
나는 바구니에서 가지를 닮은 굵직한 채소를 집어서 꺼냈다.
생긴 건 가지지만 식감이나 맛은 완전히 다르다. 몸에 좋다는 소리를 듣고 몇 번 먹어봤지만, 도저히 못 먹을 맛이었다.
샤를로트는 크게 개의치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날 보며 살짝 웃는다.
"신현 씨도 가리는 음식이 있구나. 신현 씨는 어른이니까, 그런 게 없을 줄 알았어."
"난 여기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잖아. 사실 여기 음식 자체가, 그다지 내 입에는 안 맞아."
근육을 키우려고 하다 보면 그만큼 먹게 되는 법이다.
훈련이 힘든 건 견딜 만 한데, 힘들고 쓰러질 거 같을 때 맛대가리 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삼켜서 넘기는 건 진짜 죽을 맛이다.
하지만 충분히 근육을 붙이고 벌크업을 하기 위해서는 운동하는 것 이상으로 잔뜩 먹어치울 수밖에 없다.
빠진 근육을 다시 채워 넣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다.
"아, 맞다. 신현 씨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나도 가끔씩 깜박깜박 하게 돼."
"지금이야 어느 정도 적응돼서 입맛도 바꿨지만 그래도 도저히 못 넘길 것 같은 음식이 몇 개 있더라고."
체질상 안 받는다고 해야 하나.
꾸역 꾸역 삼키면 못 먹을 건 아니지만, 목구멍에 닿는 순간 확 거부 반응이 느껴지는 게 몇 가지 있다.
사람이 살 때 제일 중요한 게 입맛이라더니, 10년 간 아주 뼈저리게 경험한 셈이다.
나는 쯧 하고 혀를 찼다.
"내 팔이 이 꼴만 아니었더라도, 네게 부탁하진 않았을 텐데."
"괜찮아, 신현 씨. 난 이런 형태로나마 신현 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거 같아서 마음이 편한걸."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애를 부려먹는 거 자체가 솔직히 좀 찜찜하다.
내가 하자 없는 놈은 아니더라도 샤를로트 앞에서는 모범적인 어른으로 있고 싶었는데, 그 계획이 산산히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내가 혼자서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고 해서 떨어져 나간 팔이 다시 달라 붙는 것도 아니고.
그 대신 샤를로트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대신 꺼내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아, 파비아는 따로 가리는 음식 없지?"
"가우우아."
"아, 그건 맞다는 소리야."
파비아가 사람 말을 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본인은 여전히 저런 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게 더 쉬운 모양이다. 할 말이 없거나 긍정의 의사를 드러낼 때는 늘 저런 소리를 낸다.
샤를로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목소리가 들리자 마자 표정을 찡그리는 파비아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파비아는 신현 씨를 싫어하니……? 신현 씨만 근처에 있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거 같아."
"가우우."
파비아는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흔들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샤를로트는 순간적으로 이해력이 쫓아가지 못했는지 눈만 깜박이고 있다.
사실 나도 그렇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끄덕이는 건 또 뭐야. 그러다가 또 도리도리 움직이는 건 뭐고.
파비아를 보고 있으면 진짜 어린애를 상대하는 기분이다.
샤를로트처럼 좀 어른스러운 애도 아니고, 완전 진짜배기 애.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수준의.
나는 오른팔로 내 이마를 꾹꾹 누르면서 대답했다.
"나를 싫어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꺼려하는 건 확실해. 내가 쟤를 쓰러트린 다음에 코어를 봉인했잖아. 그게 어마어마하게 아팠다네."
"파비아도 참. 그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가우우우."
파비아는 샤를로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게 많이 배신감이 느껴지는 모양. 입술을 삐쭉 내밀면서 뺨을 파비아의 맨다리에 부비고 있다. 샤를로트는 조금 따끔한지 다리를 움찔거렸다.
"됐어. 쟤가 뭐라고 하든, 난 그다지 신경 안 쓴다. 날 꺼려하는 애한테 억지로 잘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것도 다르게 보면, 괴롭힘이나 마찬가지고.
싫다는 애한테 다가가고 싶지는 않다. 사람이 살다 보면 안 맞는 사람도 있는 거고, 그런 사람하고 억지로 어울릴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뭐, 데면데면하게 아는 사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 그래도 난 두 사람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왜?"
"내가 보기엔, 둘 다 괜찮은 사람이니까."
샤를로트가 푸근하게 웃었다.
나는 어깨만 한 번 으쓱이고 말았다. 샤를로트도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억지로 시켜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는 눈치다.
"참, 그런데 신현 씨. 신아는 요즘 어때……?"
샤를로트의 관심은 이제 상자 안에 이중 삼중으로 봉인된 검왕검에게로 향했다.
부적으로 싸고, 그 위에 상자를 두 개 덮어서 봉인하고, 다시 한 번 부적을 덕지덕지 붙여서 봉인한 거라 따지고 보면 사중 봉인에 가깝다.
전혀 효과가 없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핑계 하에 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화해는 했어? 나도 대략적으로 전해 들은 거라서 잘 모르지만…… 신현 씨도, 그리고 신아도 많이 힘들었을 거 같아."
샤를로트에게는 갑자기 검왕검이 폭주를 하면서 내 팔을 잘라내야 했다는 식으로 전해진 것 같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고.
"화해는 했어. 근데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한 정신 상태가 아니라서 서로 몇 마디 안부만 묻고 끝나고 있지."
백신아만 이상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나도 정신적으로 그다지 견고하지는 못한 상황이라 벌어지는 문제다.
둘이 세트로 맛이 가서 회복을 못하고 있다.
나도, 그리고 백신아도.
검왕검에 접속하는 것 자체는 매일 하고 있지만, 크게 발전을 못하고 있다.
"……힘들겠다. 신현 씨도, 신아도."
샤를로트의 목소리가 조금 우울해졌다.
어린애한테 걱정을 끼친 것 같아서 부끄럽다.
* * *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파비아는 샤를로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서로의 신장 차이 때문에 샤를로트가 파비아에 깔려 있는 꼴에 가깝다. 샤를로트에 비해서 파비아는 키도 크고, 여성적인 부분도 상당히 발달한 몸을 하고 있었으니까.
파비아의 체중이 상당한 탓인지 샤를로트의 안색이 조금 좋지 않았다.
이 자리에 백신현은 없다. 그는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지금도 줄어든 근육을 다시 붙이기 위해서 몸을 쓰고 있었다.
공방 옆에 있는 자신의 집에 들어가서 운동 중이다.
샤를로트는 그의 행적에 관심이 있었지만, 파비아는 도무지 샤를로트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어촌 마을, 구르제스에서 파비아를 가장 열심히 돌봐준 사람이 샤를로트였던 탓일지도 모른다.
"샤를로트, 샤를로트."
파비아가 샤를로트의 얼굴에 뺨을 부비며 말을 걸었다. 샤를로트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어, 파비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에 궁금한 거 있었지? 궁금한 거."
"궁금한 거……? 아, 내가 신현 씨가 싫냐고 물어봤던 거……?"
"응응."
파비아의 머리가 위아래로 덜컥덜컥 흔들렸다.
조금 전에는 대답해주지 않았는데, 이제는 대답할 마음이 생긴 것 같다.
이 자리에 백신현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백신현이 있는 자리에서 솔직히 말하기에는 부끄러웠던 걸지도.
"솔직,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시, 싫은 건 아냐……."
파비아는 이 이야기가 주위로 새어나가게 하고 싶지 않은지, 샤를로트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 상태로 소곤소곤 말하고 있었다.
그 탓에 부정확한 발음 문제가 심해져서 알아듣기 어려워졌지만, 샤를로트는 마치 비밀 문서를 해독하는 듯한 심정으로 파비아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하지, 하지만…… 이제와서 그런 말 하기도 부끄러워서……. 그, 그리고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 하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친해질 수 있을 거 같지도 않고오……"
파비아의 말은 상당히 조용하고, 그러면서도 매우 빨랐다.
아직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많지 않은 탓일 거라고 샤를로트는 추측했다.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조금씩 고쳐질 문제였다.
샤를로트는 파비아의 말을 천천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곱씹은 후 파비아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만한 말을 하나씩 골라서 문장을 만들었다.
"파비아는 어떻게 하고 싶어……?"
"아,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테니까……. 펴,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정도는…… 되고 싶은데에……"
샤를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비아의 지인은 거의 모두 백신현과도 접점이 있는 이들이다.
백신현과 파비아가 오랜 인연이 될 거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파비아는 그런 사람과 계속 불편한 관계로 있는 걸 참기 어려워 하는 것 같았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럼 난……, 더더욱 파비아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 그렇게 한다고 안 좋은 사이가 고쳐지는 걸까……?"
"바로 고쳐지지는 않겠지……. 파비아가 사과를 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서로 안 좋았던 관계가 하루아침에 달라붙지는 않을 거야."
"그럼……"
"그래도 사과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사과라는 건…… 시작 같은 거거든. 네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거기에서 더 이상 사이가 틀어지지는 않을 거야."
"우……? 미안,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 결국……, 안 좋은 사이가 고쳐지는 건 아니잖아……?"
파비아가 귀를 쫑긋거리며 눈을 깜박였다.
샤를로트는 살짝 웃으면서 파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했듯이 사과는 시작 같은 거야. 너도 알고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하루 이틀만에 순식간에 변하지 않잖아? 아주 긴 시간을 거쳐가며, 조금씩 달라지는 게 사람의 감정이니까."
샤를로트는 파비아가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최대한 쉬운 말을 골라서 설명했다.
"네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달라진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그때마다 조금씩 틀어진 관계가 고쳐질 거야. 네가 보기에…… 신현 씨가 잘못을 사과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눈을 흘길 만큼 나쁜 사람으로 보이니?"
"……그건…… 아냐."
"그렇지? 그러니까…… 틀어진 관계를 고치고 싶다면 사과를 하고,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파비아도 신현 씨도 모두 괜찮은 사람이니까."
"……알았어. 샤를로트가 말하는대로, 한 번 해볼게!"
파비아가 해살대며 웃는다.
샤를로트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기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찾아왔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난 직후 문이 열리고, 백신현의 모습을 드러냈다.
파비아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 같지만 샤를로트는 순식간에 상황을 눈치채고 "앗" 소리를 냈다.
샤를로트의 얼굴이 확 붉어진다.
"드, 듣고 있었어?"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니고. 어쩌다보니까."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이었다. 백신현의 시선이 뭔가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조카의 재롱잔치를 보는 삼촌의 눈이다.
"아, 너!"
"어, 파비아."
하지만 눈치가 없는 파비아는 샤를로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발로 걸어서 백신현을 향해 다가간다.
"안녕!"
"어, 안녕."
"저번에 공격한 건 미안해!"
"어, 그래."
"다음에도 이야기하자!"
"그래."
파비아는 백신현의 대답을 들은 후, 흡족한 얼굴로 다시 샤를로트의 품으로 돌아왔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본인은 매우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백신현도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성격은 못 되는 탓에 그저 한 번 웃음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샤를로트의 옆으로 다가가서 슬쩍 놀리듯이 질문한다.
"샤를로트 너……, 몰랐는데. 말 되게 잘하네."
샤를로트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혼란스러운 상황인지 시선이 자꾸 여기저기로 쉴 세 없이 움직인다.
붉어진 양뺨을 손바닥으로 감싸쥐며 샤를로트가 간신히 대답했다.
"자, 잘 하기는…… 이런 말은 누구라도 해줄 수 있는 말이잖아……"
"못하는 어른도 많아. 난 지금 진심으로 널 칭찬하는 건데."
백신현은 샤를로트가 기특한 듯, 머리 위에 살짝 손을 얹었다. 샤를로트는 부끄러워하긴 했지만 그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한참 동안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몸을 베베 꼬고 있던 샤를로트는 간신히 흩어진 정신을 갈무리하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사실…… 있잖아."
"응."
"조금 전에 했던 말은…… 내 경험에서 나온 말이야."
"경험담?"
샤를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예전에 신현 씨가 아버님의 몸을 차지한 선대 스페트로를 쓰러트리고, 나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줬잖아."
"그랬지. 나만 싸운 건 아니지만."
"하지만…… 사실 그 뒤로도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었거든. 눈만 감으면 악몽을 꿀 정도로, 많이 힘들었었어."
샤를로트가 귀옆으로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검지 손가락으로 돌돌 말면서 시선을 움직였다.
"나를 괴롭히던 원흉은 제거됐고, 더 이상 두려움에 떨 필요도 없었지만……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게 아니잖아. 고통은 없어도, 고통을 느꼈던 나날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금의 나 또한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검은 존재는 쓰러졌고, 사저의 입으로도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답을 얻어냈다.
나를 괴롭히는 모든 문제는 석 주 전의 사투로 모두 끝을 맺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일을 잊지 못했고, 오늘도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루 하루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악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게 될 때마다…… 내가 괴로울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다시 떠올리게 될 때마다…… 악몽은 조금씩 흐릿해져갔어."
샤를로트가 나를 보며 살짝 웃었다.
"파비아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 오늘 신현 씨에게 사과를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두 사람 사이의 좋지 못한 감정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천천히 변해가기 시작할 거야. 그 끝에 언젠가는……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의 골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가게 되겠지……."
"……말 잘하네. 샤를로트."
백신현이 가볍게 내뱉은 말에 샤를로트는 또 다시 뺨을 붉혔다.
"아이 참, 너무 그러지 말아줘, 신현 씨. 나도 지금…… 엄청 부끄럽단 말이야……."
"아니, 진심이야. 지금 네가 했던 그 말."
백신현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나한테도 큰 도움이 됐거든."
"내가 신현 씨에게?"
"응. 나도 내적으로 좀 심각한 고민거리가 많이 있었는데."
"고민거리……?"
"그게 좀 풀린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샤를로트를 수녀원으로 돌려보낸 후, 다시 연금술사의 공방에 복귀했다.
그리고 검왕검을 가두고 있던 상자를 열어서 검자루를 다시 한 번 손에 쥐었다.
샤를로트가 말한 것처럼 그런 말은 누구나 해줄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지극히 당연하고, 쉬운 말이니까.
나도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소리를 내뱉었겠지.
하지만 그 말을 샤를로트의 입에서 들은 것만으로도 큰 응원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고 집중한 뒤 천천히 호흡한다.
왼팔의 고통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