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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110화 (110/287)

〈 110화 〉 13. 검왕을 찾아서 (11)

* * *

두 영웅이 부딪치고, 승패가 정해졌다.

쏟아지는 환호성 속에서 연금술사가 중얼거렸다.

"이겼네, 신현이."

"네."

"네가 보기엔 어때? 네 감상을, 듣고 싶은데."

연금술사가 루이스를 새삼 돌아보며 질문했다. 물론, 싸움이 돌아가는 수순은 그녀도 모두 지켜보고 있었지만 공방 사이에 숨겨진 의미까지는 읽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다르다. 홍 기룡에게도 뒤지지 않는 역대 최연소의 특급 모험가.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관객석에서도 싸움 속에 숨겨진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음, 꽤 볼만한 시합이었어요. 확실히 동양쪽 무술은 저희 쪽하고 좀 차이가 있네요."

루이스가 천천히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저희……, 서양쪽 무술은 주로 인간 이상의 크기와 힘을 가진 헤비급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발전해왔어요. 하지만 동양쪽 무술은 정반대. 인간형 크기의 적을 상대하는데 특화되어 있죠."

이 차이는 환경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물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출몰하지만, 그 특성은 환경에 따라 변동한다.

서양의 몬스터가 크고 단단하고, 무지막지한 무게와 힘을 가진 헤비급이라면 동양의 요마는 작고 교활하다.

이러한 차이가 풍토에 뿌리내린 무술에도 영향을 미친다.

루이스의 파르네제식 검술을 비롯한 '이쪽'의 무술이 파괴력 위주라면 교호류를 비롯한 '저쪽'의 무술은 순발력이 빠르고, 확실히 맞출 수 있는 기술을 위주로 수행한다.

서방으로 넘어온 후 어느 정도 현지의 감성을 접목했다지만 교호류의 근간은 동양 무술.

그 특성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이 정도는 선생님도 아시죠? 출신이 출신이니까."

"응. 그 정도는. 하지만 교호류가 대인전에 특화된 무술이라면 왜 신현이를 상대로 좀처럼 승기를 붙잡지 못한 걸까."

"그건 천변무궁류 자체가 어느 쪽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검술이기 때문이에요. 대인전부터 대괴수전까지 사각이 없죠. 신현이 자체도 원래 대인전을 잘 하는 편이고."

루이스가 검지를 들고 설명했다.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힘과 속도에서 너무 크게 차이가 났지만……, 홍 기룡은 신현이 같은 부류와 싸워본 경험이 거의 없는 데 비해, 신현이는 자기보다 강한 사람과의 전투를 질리도록 해왔으니까요. 거기에서 차이가 난 거죠."

그것은 단순한 경험의 차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홍 기룡은 40대의 중년인이다. 그저 수행을 쌓고, 승부를 겨뤄온 경험만 가정하면 오히려 백신현 이상이다.

하지만 대륙에서 한 줌 안에 드는 실력자인 그는 아무래도 대등한 실력자와의 승부를 거의 겨뤄보지 못했다.

이것은 홍 기룡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실력자들이 공통적으로 짊어지게 되는 문제점이다.

순수한 마력의 출력과 기술의 완성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목숨이 넘나드는 사투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점에 있어, 백신현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경험을 품고 있다.

그것이 승부를 가른 요인이다.

"그래도 홍 기룡은 꽤 잘 했어요. 신현이가 독에 취약하다는 걸 알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도 했고. 제가 상대했더라도, 쉽게 이기긴 어려웠을지도."

루이스는 담백하게 평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복잡해지기 전에 일어날까요."

"응, 그럴까."

연금술사가 옆자리에 앉은 파비아를 살짝 손으로 끌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나 있는 그녀의 왼쪽 손목에는 연금술사의 오른손과 이어지는 가죽 끈이 걸려 있다.

해신이 쓰러진 이후 파비아의 광증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하지만 아직 그녀의 상태는 개과의 수인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깝다.

지금은 얌전하지만 언제 또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할지 알 수 없다.

연금술사의 말은 잘 듣는 편이지만 그녀로서는 여전히 껄끄러울 따름이다.

"……크르르르."

바로 그때, 파비아의 입에서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낮고, 또한 음울한다. 사람의 감각에 미약하게나마 간섭하는 소리. 짐승의 울음소리다.

"파비아?"

연금술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돌아본다. 파비아는 좌석 위에 다리를 올려서 네 개의 다리로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 얼굴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수준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파비아는 드러난 이빨을 숨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적의를 드러냈다.

도대체 누구를 향해서?

파비아의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금술사와 연결된 손을 강하게 잡아당기면서 자신을 풀어달라는 듯 소리친다.

개과 수인인 파비아는 매우 높은 근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력이 봉인되어 있는 지금, 그녀의 힘은 연금술사의 마력으로 아슬아슬하게 붙잡아둘 수 있는 정도였다.

"……도대체, 왜……?"

연금술사는 두 손을 써서 버티고 있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체구가 작고 힘이 부족한 그녀는 마력으로 강화하더라도 한계가 있었다.

또한, 연금술사의 체중은 매우 가벼운 편이다. 힘을 써도 몸이 조금씩 끌려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그 꼴을 보다못한 루이스가 연금술사의 손목을 쥐고 말했다.

"아예 놓아버리세요."

"하지만……"

"개과 수인족은 감각이 날카로운 걸로 유명하죠. 파비아가 뭔가 느낀 걸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차라리…… 풀어준 다음에 쫓아가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혹시 루이스 너도 뭘 느낀 거야?"

"네, 영 꺼림찍한 느낌이 들어서요."

연금술사는 루이스의 대답을 듣고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새하얀 가운의 주머니에서 가위가 나왔다. 연금술사는 파비아와 자신의 손목 사이의 끈이 팽팽해지도록 각도를 조절한 후, 천천히 날을 가져갔다.

가죽 끈은 우스울 정도로 쉽게 찢어졌다. 그리고 자유를 획득한 그 순간 파비아의 몸이 날래게 움직여서 관객석 사이를 마구 누비면서 나아갔다.

마력은 쓰지 못하지만, 사족 보행의 이점을 살려서 빠르게 나아간다. 마치 날랜 고양이 같다.

루이스도 그 즉시 추적하기 시작했다. 왼손으로 연금술사를 허리에 낀 후, 특급 모험가의 신체 능력을 살려서 빠르게 따라간다.

파비아는 돔의 통로로 들어가서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네 다리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입에서는 소리가 나온다. "컹! 컹!" 그야말로, 표적을 추적하는 번견이다.

몇 개의 계단을 쉴 세 없이 내려가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루이스는 창문을 보지 않고도 지금의 위치를 추측했다.

'……이 정도로 내려왔으면, 거의 1층. 출전 선수에게 볼일이 있는 건가?'

아직 사람들의 이동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1층은 상당히 한적한 상태였다. 파비아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인다. 가면 갈수록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끝날 거 같지 않았던 파비아의 질주에도 끝은 있었다.

빠르게 달리던 파비아의 네 다리가 한 순간 정지했다. 거의 떨어지지 않고 쫓아가던 루이스의 다리도 함께 멈춘다.

파비아가 멈춰선 위치는 홍 기룡이 경기장으로 나갈 때 사용했던 1층의 통로였다.

홍 기룡도 그 자리에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루이스가 그것이 홍 기룡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도복의 색깔이 워낙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붉은 도복에 흰 바지. 백신현에게 밀려 넘어질 때까지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던 그의 복장이다.

홍 기룡을 얼굴이 아니라 복장으로 알아본 이유는 그의 얼굴이 분쇄되어 망가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부터 벽에 처박혀서 구겨지듯이 뭉게져 있었다.

호흡하는 걸 보면 생명은 붙어 있는 모양이지만 전투 능력은 완전히 상실한 것 같다.

홍 기룡을 벽에 처박아버린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존재였다.

실루엣은 인간이다. 그리고 허리춤에는 검이 보인다.

'검사……, 인 걸까.'

그 순간 루이스는 백신현이 경고했던 어느 존재의 소문을 상기시켰다.

백신현 자신도 올리비아에게 들은 소문이라고 말했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강자를 연파하고 다니는 정체불명의 고수가 있다고.

아직 특급 모험가가 표적으로 지목되었다는 정보는 없다.

하지만 조심해서 손해볼 건 없었기 때문에, 백신현도 미리 알아두라며 루이스에게 정보를 전달했었다.

"쿠와아아아악!!"

네 다리로 선 파비아가 머리카락을 곧추세우며 울부짖었다. 그 소리에 등을 돌리고 있던 검사가 이쪽으로 돌아선다.

깊이 눌러쓴 후드 아래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루이스……, 파르네제……"

그야말로 괴음?音.

성별여부는커녕 애초에 인간의 목소리가 맞는지부터 의문이 들 정도로 괴이한 목소리였다.

말 한 마디가 튀어나올 때마다 목소리가 수십 가닥으로 갈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급……, 모험가……"

"……."

덮어쓴 후드의 아래쪽에서 시뻘건 안광이 빛을 발한다. 그 위로 스물스물 흘러넘치는 투기, 살의.

루이스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연금술사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무릎을 굽히고 앉은 자세로 투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허리춤의 검을 향해 손이 움직인다.

투기와 투기가 불꽃을 튀기며 부딪치고, 이윽고 최고조에 이르려던 바로 그때.

문득 새까만 옷의 검사가 반 바퀴 옆으로 돌아섰다.

불현듯 불어온 바람이 루이스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그렇다, 바람.

마력의 바람이, 불어왔던 것이다.

천변무궁류?????

제일검?一?

빛이 비치지 않는 통로의 저편에서, 초록색 빛을 꼬리처럼 길게 끌며 백신현이 나타났다.

일점으로 집중시킨 마력의 기류 위에 올라타서 질주하는 초고속의 참격기.

천변무궁류의 제일검이 어둠을 베어 찢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도달하지 못했다. 참격이 닿기 직전, 검은 후드의 검사가 몸을 돌려서 검을 마주 후려쳤기 때문이다.

쿵!!

무형의 충격파가 퍼지면서 벽과 바닥과 천장에 수많은 균열이 내달린다.

루이스가 한 박자 늦게 소리쳤다.

"……백신현!"

"칫!!"

제일검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챈 직후, 백신현은 빠르게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렸다. 반 박자 늦게 휘둘러진 검은 검사의 검이 허공을 찢는다.

물러선 백신현은 그 즉시 벽과 천장을 발판으로 삼아서 삼차원으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정체불명의 검사를 뛰어 넘어서 루이스의 지척으로 내려앉는다.

"이상한 마력이 느껴져서 와 봤어. 저건 도대체 뭐지?"

"나도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아마 네가 저번에 말해줬던 그 '정체불명의 검사' 같은 느낌이 드는데."

두 사람은 순식간에 서로의 빈틈을 지켜줄 수 있는 자세로 돌아선 후, 정체불명의 검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저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이 분출하고 있던 투기가 몇 배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마력을 맞춰서 상승효과를 이루고 있다.

"……."

정체불명의 검사는 조금 전과 비교해서 수 배 이상 거대하게 보이는 두 남녀를 잠시 동안 바라본 후,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찾았다……"

"뭐?"

이해할 수 없는 한 마디.

그리고 그 직후 검은 검사는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복도의 벽.

그것은 공간을 나누는 역할 뿐만 아니라, 이 스타디움의 무게를 아래에서 지탱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벽의 두께는 놀랍도록 두껍다.

하지만 특급이라는 영역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에게는 그 두께와 강도조차도 대단치 않은 것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모래성 위를 걷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얼마든지, 몇 번이고, 어렵지 않게 파괴할 수 있다.

이때, 그 정체불명의 검사가 저지른 행동 또한 그와 같았다.

바로 오른쪽에 있는 벽을 부수면서 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행동이었지만 백신현과 루이스의 대응은 빨랐다. 빠르게 추적에 들어간다.

"……늦었나."

거의 시간 간격 없이 추적에 들어갔음에도 그 검사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콜로세움의 바깥까지는 수 개에서 십수 개에 발하는 벽이 있었지만 그 중 단 하나도 성한 것이 없었다.

칫, 하고 루이스가 혀를 찬다.

자리에서 일어난 연금술사도 백신현의 등뒤에 선다. 그녀도 상황을 파악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파비아도 잠잠해졌어. 아무래도, 놓친 게 맞는 거 같아."

백신현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는, 네 다리로 앉아서 코를 대고 킁킁 거리는 파비아의 모습이 있다.

아무래도 그 검사의 배후를 추적하기 위해서 코를 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소득이 없는 것 같다.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높은 후각을 가지고 있는 개과 수인이 추적하지 못한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나는 파비아의 모습을 일별한 뒤 고개를 다시 돌렸다.

정체불명의 검사가 부수고 나아간 벽. 그 반대쪽에 있는 벽에는 홍 기룡이 참혹한 모습으로 얼굴부터 처박혀 있었다.

마치 좁은 틈 사이로 구겨넣은 손수건 같다. 그의 전신이 꼬깃꼬깃 구겨져 있었지만, 아직 숨은 붙어있다. 생명이 느껴진다.

"루이스 너는 여기에서 선생님하고 같이 있어줘. 어쩌면 도망친 척하고 기습할지도 모르니까."

"알았어."

"난 이 사람을 의사에게 보내주고 올게."

홍 기룡은 거의 혼절한 상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마력을 순환시켜 생체의 주요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내가 따로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조금 멀리 떨어진 통로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중 선두에 있는 사람은 오늘의 친선비무를 개최한 장본인이다.

진?.

이른바 진 노인이라고 불리는 노인이 여러 명의 사람을 대동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

"이 친구가 마력이 느껴진다고 해서 찾아왔건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겐가?"

진 노인의 배후에는 덩치가 큰 흰 머리카락의 남자가 서 있었다.

척 봐도 홍 기룡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을 제외한 신체 능력 역시 우수한 것 같다.

나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한계 라인까지 빠듯하게 단련된 육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진 노인의 개인 경호원일 것이다.

나는 그 남자와 시선을 마주치고 암중에서 기세를 부딪치기 시작했다. 상당한 수준의 투기였다.

그 남자와 잠시 시선을 부딪친 후 몸을 돌려서 진 노인을 돌아보았다.

"홍 기룡 씨가 습격 당했습니다. 저희가 지금 막 습격자를 쫓아낸 참이예요."

"그렇구만. 자, 어서 옮기도록 하게."

진 노인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건지 대기실에 있던 의사까지 함께 자리에 끌고 나왔다.

노인의 지시가 떨어진 직후 그의 경호원과 의사가 움직여서 홍 기룡을 최대한 손상 없이 이송하기 시작했다.

벽에 구겨지다시피 박힌 그의 상태는 참혹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을 찡그리게 된다.

홍 기룡에게는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없었지만 바로 조금 전까지 웃는 얼굴로 경쟁을 하던 사이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백신현……, 이라고 했나? 총각의 이름이."

"그렇습니다."

"오늘의 친선비무는 잘 봤네. 설마 그 젊은 나이에 홍 기룡을 상대로 승리를 취할 수 있는 무술가가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거든. 역시 세상은 참으로 넓구만."

진 노인은 새삼스럽게 내 얼굴에 금칠을 한 뒤, 루이스를 한 번 보고 그 다음에는 연금술사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지? 혹시 셋이 이렇게 아는 사이인 겐가?"

진 노인이 우리 세 사람을 차례로 가리키며 질문했다. 그리고 시선은 다시 연금술사에게로 움직인다.

"아이샤 네가 어째서 이런 곳에……"

"일단."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 걸음 움직여서 마치 연금술사를 감싸듯이 위치를 옮긴다.

"이 도시에서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이 사건을 가만히 두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피해자가 나타나기 전에 어서 경찰에 사건을 알리고 수사를 시작해야 해요."

따지고 보면 나와 루이스는 모험가.

실제 형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개입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약은 약사에게.

그리고 사건은 경찰에게 알리는 게 정답이다.

나는 진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나중에 다 정리된 다음에 하시죠."

"……오오. 그래, 그럼 그렇게 할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노인의 경호원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진 노인도 자리에서 몸을 돌린다.

"오늘의 친선비무는 재미있었네.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기를 기대하겠네."

"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진 노인이 완전히 돌아선다.

그리고 그때, 노인의 경호원이 그의 등 뒤를 점하면서 나를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본다.

"……."

시선이 짧게 교차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진 노인과 경호원은 그대로 돌아서서, 두 번 다시 우리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된 다음에야 나도 시선을 돌려서 연금술사의 기색을 다시 살폈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

오히려 그녀는 진 노인보다도 내 쪽이 신경 쓰이는 듯 나를 올려보며 말을 걸었다.

"일단, 돌아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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