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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102화 (102/287)

〈 102화 〉 13. 검왕을 찾아서 (3)

* * *

나의 전체적인 기량은 특급 모험가에게 아직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천변무궁류가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공격력은 충분한 준비 과정이 뒷받침된다면 특급 모험가, 아니 그 너머에 있는 상대에게도 닿을 수 있다.

리우 추이의 검은 우직하고 곧다. 빈틈을 거의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전투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확정성을 상당수 제거할 수 있다.

천변무궁류를 모르던 시절의 내가 추구하던 것도 바로 저러한 형태의 검술이었다.

특수한 오의나 한 번에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기책이 아니라, 극한까지 안정감을 추구한 끝에 도달하는 경지.

리우 추이가 펼친 검술 속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은 초일류의 기품이 스며들어 있었다.

나의 검술이 천변무궁류만 아니었더라도 아마 이렇게 쉽게 돌파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힘과 속도에 기세가 더해지는 천변무궁류의 원리가 리우 추이의 검술을 압도했다.

충분한 준비 끝에 발해진 검술은 그가 펼친 모든 방어술을 뛰어 넘으며 나아갔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초록색 마력 입자가 궤적처럼 남는다.

다음 순간, 나의 검은 이미 그의 목에 드리워져 있었다.

"이……, 럴수가……"

"더 해보시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리우 추이는 이내 빠져나갈 길이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듯 천천히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제가 졌습니다……"

패배를 인정하고 리우 추이가 검을 아래로 내린다. 그의 전의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나도 그의 목에서 검을 거두었다.

그는 패배의 분함을 삭히고 있는지 고개를 떨어트린 채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심호흡을 한 끝에 그의 기세가 천천히 줄어들었다. 그는 이제 투지가 아니라 호기심을 품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제가 패배한 건 패배한 거지만, 조금 전의 그 검술은 도대체 정체를 알 수가 없군요. 명백히 백신현 님이 발휘할 수 있는 출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 같았습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그렇겠죠."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리우 추이는 천변무궁류의 요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헛손질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의 최대 출력을 내가 가지고 있는 마력 총량으로 유추해서 계산했지만, 애초에 그 전제 조건부터가 잘못됐다.

천변무궁류의 근원은 나 자신의 마력이 아니라 천지자연에서 끌어온 마력이다.

나 자신의 마력량을 보고 출력을 가늠한들 정확한 수치가 나올 리가 없다.

"……그것이, 검왕검의 내부에 숨겨져 있던 검왕 최후의 깨달음입니까?"

리우 추이는 이미 감을 잡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가 다루는 검술은 검왕이 말년에 남긴 것으로,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수준이 높은 무술이다.

그러나 천변무궁류는 그의 검술을 상대로 상성상 우위를 점하고 있었을 뿐더러, 그 위력조차 명백히 리우 추이의 검술을 압도하고 있었다.

리우 추이가 이상하게 느끼는 건 당연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검술의 이름은?"

"천변무궁류."

"천변……, 무궁류……"

리우 추이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그 이름을 곱씹었다. 천변무궁류가 보여준 한 수가 그의 마음을 움찔하게 만든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 어떤 서책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보이드는 알고 있던 거 같은데요."

"보이드……"

보이드는 검왕검의 제작에도 참여한 그 시대의 생존자였다.

그는 천변무궁류나 검왕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리우 추이를 비롯한 검왕회에는 그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았다.

검왕이 의도적으로 서책에는 정보를 남기지 않은 걸까.

검왕의 발자취를 쫓고 있다는 점에선 서로 마찬가지인데 보이드와 검왕회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서로 어긋나 있다.

그 점에서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 * *

리우 추이의 배웅을 받으며 검왕회를 나온 후, 조금 전에 체크인했던 호텔로 돌아왔다.

나는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전투를 머릿속으로 복기하기 시작한다.

내가 이기기는 했지만 100점 만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하자가 있는 전투였다고 생각한다.

상성에서 내가 우위에 있었던 만큼 조금만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다면 좀 더 무난하게 누를 수도 있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유성으로 마무리한 흐름에는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검주의 검술에 조금 안일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어. 아마 이 부분하고 이 부분, 그리고 이 부분이겠지."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풍경을 백신아와 공유했다. 내가 스스로 제시한 문제점을 백신아는 하나씩 차례로 음미한 뒤 조금 감탄했다는 듯이 탄성을 내질렀다.

「네, 그 말이 맞습니다. 나날이 보는 눈이 높아지시네요.」

백신아와 복기를 끝낸 후에는 검을 비스듬하게 세워놓고 혼자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손에는 검이 없지만 마치 검을 쥔 것처럼 손을 오무리며 휘두르고, 휘두르고, 휘두른다.

「검주, 거기서 팔을 살짝 아래로 내리세요. 무게 균형이 무너져서 빈틈이 나올 수도 있어요.」

"알았어."

헛점이 나올 때마다 백신아에게 지적을 받으면서 고쳐 나간다.

가상 공간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은 가상 공간이 아니라 현실에서 몸을 움직이고 싶은 기분이다. 전투 속에서 흥분된 몸을 주체할 수 없다.

"신아 너는 그 검술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는 거지?"

나는 다리를 벌린 채 마보 자세를 취하면서 백신아에게 질문했다. 그 순간 벽에 기대두었던 검왕검이 움찔 떨리더니 옆으로 쭉 쓰러진다.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깜짝 놀란 모양이다.

「……으, 죄송하지만. 전혀요.」

"너무 죄스러워할 필요 없어. 네가 모르면 내가 찾아내면 되니까."

검왕은 이 세상에 정말로 많은 흔적을 남겨놓고 떠났다. 그것을 하나씩 찾아가다보면 뭔가 보이는 게 있겠지.

백신아에게 모든 것을 맡길 생각은 없다.

백신아는 이미 내게 많은 것을 주었으니까.

몸을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어느 정도 힘을 쓴 다음에는 조금 전에 시장에서 장을 봐온 물건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한다.

거창하게 요리를 할 생각은 없고, 구워서 먹을 수 있는 것 위주로 골라왔다.

모두 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들이다. 닭가슴살을 으적으적 씹어 삼키고 브로콜리를 물어 뜯는다.

지금의 내 키는 190cm. 체중은 105kg. 이 정도 체중이 되면 줄어들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소식하는 정도로는 지금의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내가 쓰는 신체 강화 마법은 단련된 신체가 아니면 버틸 수도 없을 정도로 강력한 부담이 결린다.

최근 들어 조금씩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먹기 싫어도 열심히 씹어서 목구멍으로 구겨 넣는다.

요즘은 몸을 쓰는 것보다 먹는 게 더 힘들다.

지금이야 퇴원하고 시간이 좀 지나서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지만 퇴원 직후에는 줄어든 체중을 회복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고생했었다.

한계까지 체력을 다 쓰면 속에서 뭘 받지를 않는데, 그 상황에서도 체중을 붙이기 위해서 계속 먹어야 했으니까.

그렇다고 체중 조절을 게을리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그 수많은 괴물들을 상대로 천변무궁류 없이도 합을 나눌 수 있는 건 모두 이 육체가 버텨주고 있었기 때문이니까.

꾸역꾸역 집어 삼키고 나서, 다시 몸을 쓰기 시작한다. 몸을 쓰고, 섭취하고, 몸을 쓰고, 섭취하고. 그러다가 토하고.

그러면서 아주 조금씩, 육체를 무?에 특화된 체질로 바꾸어 나간다.

평범한 쇳덩이를 수도 없이 불에 달구고 두들긴 끝에 한 자루의 검으로 벼려내는 것처럼.

"후우……"

벽에 붙어있는 거울을 마주보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는다.

천변무궁류의 기술은 고작 몇 밀리미터의 사소한 오차에도 실패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고 까다로운 검법이다.

자세를 교정하는 건 단 하루도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일과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신체와 기술을 단련한 후, 몸을 씻고 침대로 들어갔다.

육체의 단련은 끝났다.

이제는, 정신의 단련을 시작할 차례이다.

눈을 감은 순간 정신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르면서 어디론가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 것 같다.

한 번 눈을 감고 다시 떴을 때, 내 눈앞에는 새하얀 가상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 저편에서 백신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수고 많으셨어용, 검주. 오늘도 강해지고 싶어서 환장하는 듯한 그 태도가 참 보기 좋네요."

백신아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흰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트린 백신아는 나와 비교하면 머리가 두 개 정도 조그만 체구이다.

녀석은 내 옆으로 슬쩍 다가오더니 입술을 물결무늬로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가끔씩은 너무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검주는 재미 있으신 거 같으니까 아주 말도 안 할게요."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상당히 재미있어."

나도 힘든 때가 없는 건 아니다.

그 이상으로 나날이 몸에 쌓여 나가는 힘이 고통을 잊게 해줄 뿐.

아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미주도 이것만큼 달콤할 수는 없을 것이다.

* * *

마차를 빌려서 구르제스로 돌아왔다. 다시 찾아온 검왕검의 제작 공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공방에 들어가서 안쪽을 둘러보던 중 연금술사가 망부석처럼 앉아 있던 책상에서 쪽지가 보였다.

필체만 봐도 연금술사의 글씨였다. 그 아래에는 조막만한 글씨로 샤를로트의 글씨도 있다.

"……."

구르제스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곳에 있는 샤를로트의 친가를 방문하고 오겠다는 내용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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