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 12.5. 재충전 (3)
* * *
다리를 똑바로 펴고 섰다.
내가 똑바로 서면 루이스와 딱 머리 하나 정도의 차이가 난다. 루이스의 가슴은 내 명치와 복부 사이에 놓인다.
내 음경이 루이스의 가슴을 아래에서 찌르고 있었다. 루이스는 살짝 질린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럼, 시작할까."
루이스도 길게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지, 욕실 벽에 등을 기댄 상태로 살짝 다리를 벌렸다. 녀석의 아래쪽은 이미 질퍽하게 젖어 있었다. 그다지 건드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도 이 정도였다.
"시작하기도 전부터 젖어 있었던 거야?"
"……몰라."
루이스가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녀석의 얼굴 위에는 나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 루이스도 큰 편이지만 나는 조금 더 크고, 가까이서 붙으면 키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게 되니까.
왼손으로 루이스의 머리 옆의 벽을 짚는다.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서 루이스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조금 전에 해신하고 싸운 거 때문에 이런가? 그, 뭐냐.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몰리면 번식 본능이 높아진다고 하잖아."
"네 말대로라면 넌 싸울 때마다 커져야 하는데, 그런 건 아니잖아."
루이스가 눈을 찌푸리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루이스의 가슴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지금처럼 서로 가까이 붙은 상태에서는 가슴 아래에서 밀어 올리고 있는 음경을 보지 못한다.
같은 이유로 나도 루이스의 다리 사이의 위치를 제대로 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루이스의 배나 옆구리, 골반을 천천히 더듬으면서 오른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루이스의 비부를 찾아내는 건 아주 간단했다. 전체적으로 체온이 높아진 신체 중에서도 특히 뜨겁고 습기가 찬 부분이 바로 그 자리다.
검지 손가락 끝이 살짝 스친 순간, 루이스의 균열은 살아있는 것처럼 내 손가락을 잡아채서 붙잡았다.
어설프게 힘을 주면 뽑히지도 않는다. 나는 손가락을 끈끈하게 잡고 놓을 줄 모르는 루이스의 균열 속을 휘저으며 말했다.
"따로 더 건드릴 필요도 없겠다. 이대로, 바로 삽입해도 문제 없겠어."
"……빨리 끝나면 나야 좋지. 지금은 얼른 끝내고 가상 공간 속에서 수행이나 하고 싶은 기분이야."
루이스가 여전히 고개를 돌린 상태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내가 살짝 움직이면서 가슴 아래에 가려져 있던 음경이 시야에 들어오자,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으로 음경을 쫓고 있었다.
"……읏!"
그 사실을 들켰다는 것을 눈치챈 순간 루이스는 얼굴을 확 붉힌 상태로 나를 원수보듯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할 말이 없다는 건 알고 있는지 나를 걷어차거나 소리를 내지르는 등의 행위는 일체 하지 않았다.
이런 걸 보면 루이스도 확실히 성장하긴 했다.
10대 시절이었다면 여기에서 내 가슴팍을 주먹으로 투닥투닥 두들겼겠지.
루이스는 은근히 폭력적인 성향이 있으니까.
"넣는다."
"……잠시만."
이미 준비가 다 끝난 상태인데도, 루이스는 뭐가 부족한지 나를 잠시 만류하며 허둥지둥 손을 움직였다.
그러다가 루이스는 왼손을 들어서 자기 자신의 입을 스스로 막았다.
소리가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 루이스가 생각한 묘수인 것 같았다. 여기에 연금술사만 있다면 또 모를까. 샤를로트가 들으면 많이 곤란해지니까.
"……됐어. 이제 시작해."
손바닥을 열어서 살짝 소리를 낸 다음 다시 닫는다.
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이런 광경을 샤를로트에게 들키면 그때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변명해야 할까. 샤를로트는 변변찮은 성교육도 못 받은 것 같던데.
나는 루이스가 소리를 내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음경도 루이스가 볼 수 있는 위치에 항상 놔뒀다.
욕실 벽에 등을 기대고 허리를 살짝 앞으로 내민 루이스의 보짓살을 검지와 중지로 벌렸다. 아직 삽입하지도 않았는데 루이스의 비부는 물을 뚝뚝 흘리며 삽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전투 속을 헤쳐나왔기 때문일까. 오늘의 루이스는 이전과 비교해서 특히 빡빡하게 조여오는 편이었다. 붉고 두꺼운 귀두가 보짓살을 힘겹게 벌리고 나아간다.
루이스는 반사적으로 이를 세게 악물었는지,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입속에서 바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음 소리도 살짝 세어나왔다.
삽입된 시점부터 루이스는 압박감을 크게 느끼기 시작했는지, 말 한 마디를 내뱉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중노동인 것처럼 매섭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헥, 헥, 마치 뜨거운 햇빛에 노릇노릇하게 데워진 강아지 같다.
입을 가린 손바닥을 떼어내고, 한참 동안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고른 후,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눈에 훤히 보이는 허세를 부렸다.
"어, 어차피…… 내 안에 한 번만 싼다고 해서……, 내가 가상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자, 잔뜩 해서 내 안에 네 마력을 가득 품어야 하는 상황이야……. 그러니까……"
"빠르게 하라고? 네가 어떤 식으로 말하더라도?"
"여, 역시 나에 대해서 잘 아네에……. 그, 그 말이 맞아. 난, 이 일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싶거든……? 그걸 위해서라면 사소한 고통이나, 괴로움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
이때, 루이스는 지금의 행위를 고통과 괴로움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은 사실일까.
나는 문득 흥미가 동해서, 루이스의 입을 가리고 있던 손바닥을 쥐고, 옆으로 치워보았다.
루이스는 저항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인지 잘 되지 않았다.
손을 옆으로 치운 뒤, 표면에 드러난 루이스의 입가는 완전히 노곤노곤하게 푹 절어 있어서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엄지를 루이스의 입꼬리에 걸어서 살짝 당겨본다. 녹아내린 루이스의 표정은 미소를 닮아 있었다.
루이스는 당연히 불평했다.
"……푸하. 머 하눈 지시야……"
"아니, 재미있어 보여서."
"머어……?"
루이스가 불평하면서 내 엄지 손가락을 살짝살짝 물어댔다. 힘을 줘서 무는 건 아니고, 사소한 장난 같은 거다.
입꼬리에 걸어둔 엄지 손가락을 천천히 거둔 후, 나는 내 손바닥으로 루이스의 입을 막았다. 루이스에게 시키는 것보다는 내가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상태에서 나는 조용히 루이스의 귓전에 속삭였다.
"그럼 지금부터, 네가 해달라는대로 한다. 이런 식으로 네가 소리를 못 지르게 막은 상태에서…… 마구 허리를 쓸 거야. 그래도 괜찮겠지?"
"……."
순간적으로 그 광경을 상상했는지, 루이스가 흠짓대며 어깨를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루이스는 오히려 해 보라는 듯 날 깔보는 눈빛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시선은 상당히 사람을 흥분시키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도발적인 눈빛이라고 해야 할까.
한손으로 루이스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루이스의 가슴을 세게 눌렀다. 넓게 벌린 다섯 손가락 사이 사이로 가슴의 살점이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튕겨올리듯이 허리의 힘을 쓴 순간, 루이스의 동공이 위로 올라갔다.
"────♥♥♥♥♥!!!!"
말 그대로 음경이 으깨질 것 같은 조임이었다. 루이스의 안쪽은 흥분하면 흥분할수록, 자극하면 자극할수록 더 부드러워지고 더 강해졌다. 주름 하나 하나의 느낌이 저마다 제각각이다. 그것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쌓여 있던 모든 스트레스와 짜증을 토해내듯이 루이스를 향해 연신 허리를 부딪쳤다. 팡, 팡, 팡, 하고 허벅지와 허벅지가 부딪칠 때마다 투명한 물이 튀었다.
"……극!"
루이스는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 스스로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눈물이 맺힌 눈동자로 발광한다.
그때마다 조임은 더 강해져서, 잘못하면 내 것이 뿌리부터 뽑혀나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쭈우우우우욱 하고 당길 때마다 보짓살이 당겨진다.
퍽, 하고 안쪽을 세게 때릴 때마다 루이스는 소리 없는 환희와 함께 다섯 손가락을 바들바들 떨었다.
나는 크게 거리끼지 않고 질내사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사정하는 도중에도 쉬지 않고 허리를 움직여대면서 루이스의 부탁에 최대한 응했다.
사정하는 동안에는 나도 상당히 민감해져 있었기 때문에 한 순간 눈앞이 핑 돌았지만, 루이스의 상태는 나와 비교해도 많이 심각했다.
한참 동안 물에 빠져서 호흡 곤란이었던 사람이 금방 뭍에 올라온 것처럼 호흡이 거칠다.
하지만 나는 루이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허리를 쓰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루이스가 부탁했던대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루이스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될 때까지.
* * *
"오래 걸렸네. 두 사람 다."
"……네."
연금술사는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루이스에게 피임약을 건네줬다. 루이스는 안색이 상당히 안 좋은 상태였다.
인상을 쓰면서 피임약을 삼킨 루이스는 그대로 비적비적 등을 돌리고 걸어가서 자기 몫으로 준비되어 있는 침낭 위에 엎어졌다.
나도 많이 피곤하다. 길게 깨어 있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연금술사가 가볍게 눈짓했다.
"그럼 너희들도 다 끝났으니까. 나도 이제 잘까. 어제도 밤을 꼴딱 새서 살짝 졸린 상태야."
"안 기다리셔도 됐는데."
"그냥, 잘 기분이 안 들어서 그랬어. 그래도 저 애는 제 때 재웠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연금술사가 시선을 돌려서 샤를로트를 바라본다. 그 옆에는 쇠사슬로 된 목줄에 묶인 개과 수인 여자도 함께 있다.
자고 있는 표정만 보면 의외로 순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진가를 알고 있는 나는 아무래도 샤를로트와 파비아가 가까운 거리에서 자고 있는 게 신경이 쓰인다.
아무리 마력을 봉인시키긴 했다지만, 그래도 불안한 게 사람 마음이니까.
"신경 안 써도 괜찮아. 네가 건 마력 봉인은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으니까."
"알았어요."
연금술사가 내 등을 손바닥으로 두들기면서 재촉했다. 나와 연금술사도 하나씩 침낭을 골라서 누웠다.
세 명이서 나란히 누운 상태에서 루이스와 연금술사가 내 손을 하나씩 쥐었다. 검왕검 내부의 가상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서일까.
나는 조금 묘한 기분과 함께 천천히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검왕검의 내부에 진입한다.
무한하게 뻗은 새하얀 공간 속에서 나는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가상 세계인 이곳에서 현실의 고통은 모두 깔끔하게 사라져야 정상이지만, 아직도 환통처럼 허리 부근이 찌릿찌릿 떨리는 느낌이다.
루이스도 비슷한 상황인지 한동안 심호흡을 하면서 몸을 가다듬는 기색이었다. 허리를 연신 씨근거리고 있다. 저쪽도 상태는 좋지 않은가보다.
어느 정도 호흡을 가다듬은 후, 나는 새하얀 공간에서 백신아의 모습을 찾아다녔다.
이 가상 공간은 무척이나 넓은 데다가 특별히 눈에 띄는 표식 같은 게 없기 때문에 한 번 길을 잃으면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백신아는 언제나 같은 위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늘 하던대로 걸어가서 백신아를 찾는다.
"……뭐지?"
그런데 오늘은 좀 뭔가가 이상했다.
저 멀리에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백신아의 맞은편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이목구비도 정확하기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체적인 형상이 일그러져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나의 가슴 깊은 곳에 존재하는 전투 감각이 강한 거부 반응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천적이라도 마주친 것처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