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12.5. 재충전 (2)
* * *
"나하고 같이 들어가."
"아니 그게 무슨."
하고 대답하기도 전에 루이스에게 손을 잡혀서 그대로 끌려 들어갔다. 루이스가 작정하고 마력을 쓰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완력으로는 답이 없다.
열린 문 바깥에서 연금술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여전히 담담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라서,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그냥 눈에 훤히 보였다.
"수건하고 갈아입을 옷은 여기에 놔둘게. 그리고, 할 때는 너무 시끄럽게 하지 않도록 주의. 저기에서 지금 애들이 자고 있으니까."
연금술사가 슬쩍 눈짓했다.
그쪽에는 고양이처럼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샤를로트의 모습이 있다.
"아니, 그런 거 안 할 건데요."
지금은 나도 루이스도 완전히 힘이 다 빠져서, 성욕이고 나발이고 올라오지도 않는 상황이다. 아무리 젊다고는 해도 한계라는 게 있다.
얼른 씻고 땅바닥이든 어디든 드러누워서 그대로 축 늘어지고 싶은 기분이다. 그건 루이스도 마찬가지인지. 옆에서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있다.
"솔직히 못 믿겠어. 난 너희들을 잘 아니까."
연금술사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코웃음만 쳤다.
그러니까, 지금은 진짜로 힘이 다 빠져서 성욕이고 나발이고 그런 게 없는 상황이라니까.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성욕은 얼어죽을.
더 이상 대화를 해봐야 나아질 게 없을 거 같았다. 한숨만 한 번 쉬고 욕실의 문을 닫는다. 그리고 한 번 젖었다가 마른 옷을 주섬주섬 벗기 시작했다.
옷감이 피부에 완전히 달라붙어서 벗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야 수선하면 다시 입겠지만, 루이스 넌 그거 진짜 버려야겠다."
"뭐어. 애초부터 오래 입는 옷은 아니니까. 크게 상관은 없는데."
겉에 입는 가죽 경갑은 그렇다 치더라도, 피부 위에 바로 입는 타이즈 쪽은 바로 버려야 할 것 같았다.
타이즈는 한 번 올이 나가면 그대로 쭉 찢어지는 옷이기 때문에 허벅지나 배 부분의 뜯겨 나간 정도가 상당히 대단했다.
가죽 경갑을 벗고 소매가 없는 타이즈를 거의 뜯어내다시피 몸에서 떼어낸다. 그 아래에서 무늬 없는 속옷이 나타난다.
검은색 타이즈와 색을 맞춘, 무늬가 없는 검은색의 속옷이었다.
"후우……"
아무래도 그 크기상 루이스는 땀이 많이 찰 수밖에 없다. 땀이 고인 가슴골에서 김이 피어오를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흰 피부인 루이스의 신체 중에서 가슴 부분만이 유독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가슴이 서로 밀착한 탓에 열기가 빠져 나가기 어려운 환경이라 그런 것처럼 보였다.
"……뭘 빤히 쳐다보는 거야."
아차, 쳐다보는 게 들켰다.
상반신만 속옷 차림인 루이스가 양팔로 가슴을 숨기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크기가 크기인지라 잘 되지 않았다.
"그러지 말고 너도 어서 벗어. 그래야 공평하잖아."
"그래, 뭐. 그래야지."
서로 등을 돌려서 젖은 옷을 다 떼어낸 뒤, 욕실에서 쓰는 낮은 의자에 앉는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루이스가 이 상황을 더 신경 쓰고 있는지 전체적으로 엉거주춤한 자세다.
미리 받은 물을 머리 위로 끼얹어서 소금기만 먼저 어느 정도 씻어낸 후, 거품을 내서 씻기 시작했다.
"아, 지친다. 이래서 바다에서 싸우기 싫다니까. 덥고, 찝찝하고. 뒷처리가 쉬운 건 그나마 장점이지만."
나는 루이스와 서로 등을 맞댄 채 팔을 문지르면서 소금기를 씻어내고 있었다.
그냥 혼자서 한탄하는 말 같아서 대꾸는 안 하고 있었는데, 루이스가 뒤통수를 내 등에 살짝 부딪치면서 투덜거렸다.
"뭐야, 왜 대답이 없어. 너 들으라고 한 말이었는데."
"나도 좀 지쳤거든. 네 기분까지 일일이 신경 써주기가 아무래도 좀 힘들다."
"너어……."
담백하게 대답했더니 루이스가 또 다시 뒤통수로 내 등에 부딪쳤다. 루이스와 나의 키 차이는 20cm. 머리 하나 정도 차이다.
루이스가 작다기보다는, 내가 좀 키가 큰 편이라서 이렇게 된 거지만.
170cm면 여차치고는 제법 큰 키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루이스가 나보다 키가 컸었다.
내가 어느 시점부터 쑥쑥 자라기 시작하면서 역전된 거지.
"지금 나 완전 힘 다 빠졌단 말이야. 너까지 그러면 기운 내기 어렵다구."
"네 기운이야 쉬고 있으면 알아서 회복될 건데,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하냐. 받들어 모시기라도 해야 하냐."
"잘 아네. 받들어 모시기."
"나도 쓰러지기 직전이라서 오늘은 좀 무리다. 다음에 부탁해."
인내심이나 배려심 같은 것도 다 체력에서 나오는 거다.
그리고 체력이 완전히 바닥을 찍은 지금의 나는 인내심이나 배려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에이, 등이나 씻어줘. 그 다음에는 나도 해줄 테니까."
"알았어. 그 정도야 뭐."
잠시 일어나서 루이스의 등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앉았다. 아무래도 남자와 비교해서 여자의 체지방이 꽤 많은 편이기 때문에 상당히 단련된 육체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했다.
등을 덮을 정도로 길게 내려온 금발을 옆으로 살짝 치운 후, 루이스의 등에 살짝 손바닥을 붙였다.
겉은 부드럽지만 살짝 누르면 근육이 유연하게 움직여서 내 손을 튕겨낸다. 실전 속에서 완성시킨 몸이다.
묘하게 중독적인 감촉이다. 하지만 계속 조물대고 있으니까 루이스가 역정을 냈다. 등을 돌린 상태로 투덜거린다.
"으, 빨리 하라고. 그래야 어서 씻고 쉬지."
"알았어."
딴짓 하던 걸 그만두고 나도 본격적으로 손을 쓰기 시작했다. 애초에 씻을 것도 많지 않았지만, 꼼꼼하게 구석구석까지 신경 써서 닦아준다.
마지막으로 물을 끼얹어서 마무리. 루이스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푸흐흐 하고 소리를 냈다.
무슨 의미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루이스가 내 팔뚝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이제 내 차례야."
"알았어."
등을 돌리고 앉는다. 루이스는 살짝 의자를 당겨서 나와의 거리를 좁힌 후, 손을 써서 내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
살짝 간지럽다. 나도 모르게 등을 움찔거렸다.
"아, 이거 울퉁불퉁해서 만지는 재미가 있다. 흉터가 있는 부분도 감촉이 재밌고."
루이스는 한 순간도 입을 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일처리는 확실했다. 목덜미부터 등까지 빠르게 훑고 내려가면서 손이 쉽게 닿지 않는 부분까지도 철저하게 닦아준다.
"……음, 근데 있잖아. 백신현."
"어, 왜?"
한참 동안 분주하게 움직이던 루이스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슬쩍 돌리자, 루이스가 머리를 앞으로 숙여서 이마를 내 등에 맞췄다.
"오늘은 참 힘든 하루였잖아."
"그랬지. 해신도 평균적인 특급 재해의 수준을 넘어선 괴물 같았고."
완성판 나쟈와의 비교는 못하겠지만, 루이스도 고전하는 걸 보면 해신의 수준도 꽤 높이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난, 좀 힘들다고 해서 가상 세계에서의 수행을 거를 생각이 없거든."
"아, 그렇군. 넌 조금 전에 마력을 바닥까지 다 써버렸으니까."
"……그, 그렇지."
루이스가 딸꾹질 소리를 냈다.
많이 부끄러웠나보다.
검왕검 속의 가상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의 마력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루이스는 이번 전투에서 모든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서 써버렸기 때문에 코어에 나의 마력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왕검 속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와 재차 몸을 섞어서 마력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
"……그, 물론 못할 거 같으면 안 해도 상관은 없고. 너도 많이 지쳤다면서."
"아니, 괜찮아. 할 수 있을 거 같아."
"좀 전엔 피곤하다면서……!?"
루이스가 살짝 놀랐다.
아니, 하지만, 남자들은 젓가락 들 힘만 있어도 그 짓을 한다는 말도 있잖아.
실제로 루이스에게 그 말을 들은 시점부터 하반신이 움찔 대기 시작했다고.
이젠 연금술사가 나를 두고 말했던 '은근히 밝히는 놈'이라는 평가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까지의 내가 그렇게 금욕적일 수 있었던 건 그저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 뿐이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네가 이러는데 피하는 건 남색가나 성불구자밖에 없을 걸."
"……그, 그런가. 그건 그렇겠지. 나야 뭐, 얼굴도 예쁘고! 모, 몸도 이 정도는 되니까!"
얜 사실을 말해도 재수 없이 들리지.
저것도 재능인가.
……근데 결국 연금술사가 말한 것처럼 여기에서 그 짓을 하게 됐다.
뭔가 연금술사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져버리기 힘들었다.
"커지지 않은 걸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인 거 같은데……."
몸을 돌려서 루이스와 마주본다. 루이스는 침을 꿀꺽 삼킨 채 내 음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이스가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는 바지 안에서 커진 상태로 바깥으로 나오기만 했었으니까…… 이런 상태로 루이스에게 보이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아직 커지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큰 건가……. 너 허벅지 잘못 맞으면 엄청 아프겠다."
"……뭐."
내가 짧게 대답한 이유는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쓰라린 기억이다.
"일단…… 일어서서 해 볼까……? 쪼그려서 하면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 거 같아. 우리 둘 모두 덩치가 있는 편이니까. 거기다가 네 건 앉아서 하면 바닥에 닿는 모양이고……"
손을 맞잡은 상태로 함께 일어난다. 내 눈높이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조금 엉거주춤하게 있던 음경이 중력에 잡혀서 길게 늘어진다.
"우와……"
루이스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루이스가 놀란 것처럼, 나도 루이스의 가슴에 놀라고 있었다.
그저 커다랗기만 한 게 아니라 모양이 몹시 아름답게 잘 잡혀 있었다. 보기만 해도 몸의 중심으로 피가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음경이 똑바로 일어섰다. 지면하고 평행하게 떠 있는 음경은 정확히 루이스의 배꼽이 있는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거리가 가깝기 때문인지 귀두 끝이 살짝 배꼽에 접한다. 그대로 꾸욱 꾸욱 눌린다.
"……입술, 이리 줘."
"응."
루이스의 요청에 따라 다리를 살짝 굽혀서 높이를 맞춘다. 루이스도 살짝 다리를 들었다.
키 차이가 아주 심한 편은 아니라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입술을 붙이고 혀를 세게 엮는다. 분홍색 살덩어리가 다양한 방향으로 겹쳐지고, 뒤엉키면서 거대한 한 덩이가 된 것처럼 움직였다.
"쮸윽…… 푸하. 너, 실력이 예전보다 늘어난 거 같은데……?"
"넌 아직도 어색하네."
"보통은……, 어색하지……!"
루이스가 다시 역정을 내며 입술을 부딪쳐 왔다. 혀와 혀를 엮는다. 둘 사이의 거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에 따라, 나와 루이스도 많은 부분을 서로의 몸에 밀착하고 있었다. 루이스의 풍만한 가슴이 내 가슴팍에 부딪쳐서 모양이 무너지고, 정말로 많은 감촉이 한 순간에 느껴졌다.
아마 루이스도 비슷할 거라고 본다. 나의 음경은 루이스의 배에 딱 달라붙은 상태였으니까.
루이스가 불현듯 허벅지를 부비적거렸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로의 입술을 떼어낸 후, 나는 살짝 자세를 낮춰서 루이스의 가슴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루이스는 잠시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크게 저항하지 않고 내게 가슴을 허용했다.
나는 키가 커다란 만큼 손바닥의 면적도 상당히 넓은 편이었는데도 루이스의 가슴을 한손으로 쥐기가 어려웠다.
"윽……, 응……"
검지와 중지 사이에 유두를 놓고 좌우에서 부들부들 누른다. 루이스는 그때마다 소리를 냈다. 꼭 무슨 악기 같다.
하지만 루이스도 마냥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는지, 왼손으로 내 어깨를 단단하게 쥔 상태에서 오른손을 아래로 내렸다.
음경을 한손으로 쥐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거, 되게 뜨겁네……. 아니, 그때도 이 정도로 뜨거웠었나……?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영 가물가물해……"
루이스는 연금술사와 비교해도 이쪽에 약한 면모를 보였다.
천재의 인간적인 부분을 본 것 같아서 조금 묘한 기분이다.
두 사람 중 먼저 한계에 도달한 건 내 쪽이었다. 허리가 들썩이는 걸 보고 루이스도 아차 싶었는지 급하게 손바닥으로 내 귀두 부분을 틀어막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읏……!!"
빠른 기세로 치고 올라온 정액은 순식간에 루이스의 손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루이스의 가슴, 배, 사타구니 사이로 쏟아졌다.
한 번 나오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토해내면서 루이스의 피부를 치덕치덕 더럽힌다.
긴 사정이 한 번 끝났을 때, 루이스의 배를 비롯한 그 아래 부분에는 정액이 묻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양이 묻어 있었다. 새하얗고 탁한 액체가 루이스의 허벅지 사이에 걸려서 아래로 길게 늘어진다.
"……찝찝하네."
루이스는 백탁액으로 범벅이 된 오른손을 들어올려서 내게 보란 듯이 드러냈다.
정액이 특히 많이 묻은 검지를 자신의 입술 사이에 집어넣은 후, 살짝 힘을 줘서 빨았다.
"맛 없어."
혀를 삐죽 내민 루이스가 진저리를 치며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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