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91화 (91/287)

〈 91화 〉 12. 해신?? (6)

* * *

"이쪽 골목길로 돌아가자."

"이쪽? 이쪽에 뭐가 있더라?"

고개를 갸웃하는 루이스의 팔을 잡아 끌고 옆의 골목길로 빠진다. 우리 두 사람의 뒤를 밟던 놈들이 서둘러서 쫓아오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이 좁은 골목길로 들어선 순간, 바로 체술을 써서 그들의 몸을 구속했다.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쓰러지게 한 후, 뒤에서 팔을 꺾어서 제압.

이들은 애초부터 프로도 아니었는지, 팔에서 느껴지는 근력이 별볼일 없었다. 오히려 힘 조절을 하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완벽하게 제압한 상태에서 그들이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벗겼다. 그 아래에서 나타난 것은 붉게 충혈된 눈과 괴이할 정도로 도드라진 혈관. 푸석푸석해진 피부.

이 사람도, 마약 중독자였다.

"루이스. 그쪽은?"

"이쪽도 마찬가지야. 이쪽도, 마약 중독자네."

루이스도 쓰러트린 사람의 후드를 벗겨서 상태를 확인했다. 그쪽도 마찬가지. 마약 중독자의 대략적인 특징을 전신으로 내보이고 있다.

아마 이들을 중독시킨 마약은 내가 원심분리기로 검출해낸 그 물건이겠지.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마약에 홀려 있는 상태인 것 같다. 발광하는 정도가 보통이 아니다.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심문을 해봐야 나올 것도 없겠지. 나는 그들의 후드를 뒤져보면서 신상을 증명할 수 있는 물건이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몸을 일으켰다.

"루이스. 내 생각에는."

"최대한 빠르게 호텔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내 말이 맞지?"

"……아, 그래."

나는 말하다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해야 할 말을 루이스에게 가로채인 탓이다.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린 후, 나는 루이스를 돌아보며 질문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일단, 지금의 미행이 허술하기 그지없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팔짱을 낀 루이스가 오른손의 검지를 펼치면서 대답했다.

"특급 모험가의 전력은 매년 있는 비무에서 공개되고 있지.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특급 모험가가 상식을 초월한 괴물들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런데, 지금 우리를 쫓아온 미행은 특급을 위해서 준비된 미행이라고 보기에는……

"

루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물론 특급 모험가의 능력은 지나치게 상식을 넘어선 영역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세히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 사이에서도 특급 모험가는 격이 다른 초인으로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인데, 특급을 상대로 겨우 이 정도의 미행을 붙인 것이 오히려 수상하게 느껴졌다.

루이스는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미행의 수준이 너무 떨어지니까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일부러 이런 수준의 미행을 붙인 이유가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야."

즉, 미행이 목적이 아니라 미행을 통해서 우리들의 시선을 돌리는 것이 진짜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시선을 돌린 후에 '놈들'이 할 만한 행동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당연히, 나와 루이스에게 해코지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보가 필요한데 우리 둘은 외지인인 탓에 이곳에 남겨둔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두 사람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단서는 단 하나. 우리가 지금 짐을 놓아두고 있는 호텔의 방이 될 수밖에 없다.

해신교는 정말로 이 마을에서 지배자처럼 활동하고 있었다. 우리가 체크인한 호텔과 방 호수를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최대한 빠르게 호텔로 복귀해서 그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때리고 두들겨봐야 아무런 정보도 토해내지 못할 것 같은 미행 따위에게 관심을 쏟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여기가 시가지라서 어느 정도 힘을 조절하고 있는 것뿐. 우리가 작정하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말이나 열차라고 해도 쫓아올 수 없다.

걸어온 길을 그대로 돌아가서 호텔로 복귀한 후, 호텔 로비가 아니라 입구 쪽의 모퉁이에 숨었다.

우리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숙소에 복귀했다. 아직 호텔의 짐에 해신교의 마수가 도달하진 못했겠지.

눈에 보이지 않는 위치에 숨어서, 해신교가 호텔로 들어서는 게 보이면 그때 바로 기습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해신교 사람들을 따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호텔로 들어오는 사람을 일일이 두들겨팰 수는 없잖아."

나와 함께 모퉁이에 숨은 루이스가 현실적인 불안 요소를 지적했다. 나는 모퉁이의 벽에 기댄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신교의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다면 구분이 쉬울 테지만, 평상복을 입고 돌아다닐 가능성도 낮진 않겠지."

"그러니까 말야."

"그러니까, 들어오는 사람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호텔 주인의 행동을 관찰해야 해. 해신교가 찾아오면 평범한 손님을 대할 때와는 다른 태도를 취할 테니까."

"음, 일단 그런 방침으로 가볼까."

루이스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 모퉁이에 숨은 우리들의 눈앞으로 내가 잘 아는 소녀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밝은 톤의 티셔츠에 헐렁한 반바지, 양갈래로 묶은 벌꿀색 머리카락.

샤를로트다. 녀석이 거의 자신의 몸통 만한 크기의 가방을 어깨에 메고 우리들의 앞을 뒤뚱거리며 지나쳤다.

연금술사의 심부름으로 호텔에 다시 찾아오게 된 걸까. 루이스의 발걸음을 보아하니 무거운 물건은 아닌 것 같다.

조그만 샤를로트가 호텔 로비로 들어선 그때, 또 다른 한 무리가 우리들의 앞을 지나쳤다.

"……백신현."

"아, 나도 느꼈어."

그 순간 나와 루이스는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묘한 느낌을 받았다. 정확히는 그들의 걸음걸이가 수상했다.

옷을 걸쳐 입은 건 영락 없는 일반인인데, 발걸음에서 묘하게 숙련된 티가 느껴졌다. 의도적으로 기척을 죽이고 있는 것 같다.

한 사람도 아니고 일행 모두에게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사실을 파악한 나와 루이스가 시선을 마주쳤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드잡이질을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호텔 주인하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지 지켜보고 나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호텔 로비에서 주인하고 조용히 마스터 키를 교환하는 걸 본 순간 우리는 소리 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

기다리고 있던 놈들이 드디어 찾아왔다.

그들이 계단을 통해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뒷모습을 확인한 뒤, 우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로비로 들어서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한 호텔 주인은 거의 졸도할 것 같은 얼굴이 되어 있었다.

너무나 속 보이는 변화라서 루이스는 그만 "풉"하고 소리를 내면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는 그의 옆을 지나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 얼굴, 외워뒀어요."

"힉……"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주춤거리는 호텔 주인을 뒤로 하고 우리도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층계를 밟는 게 아니라 벽이나 천장 따위를 마구 걷어차면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최단 루트를 구축한다.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나아가는 루이스의 모습은 마치 벼락 같았다.

위층으로 올라가자 쭉 뻗은 복도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끝에서 수상한 남자들을 막아서듯이 서 있는 샤를로트의 모습을 발견했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우리들의 방에 무슨 수를 쓰려는 남자들을 보고 샤를로트가 참견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당장이라도 우리들의 방을 열어서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그 남자들의 눈에 샤를로트는 눈에 가시나 다름 없었고.

그들 중 하나가 기어이 샤를로트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내 안에 있는 인내심을 깔끔하게 놓아버렸다. 검집의 잠금쇠를 풀고 득달 같이 검왕검을 해방. 아예 그들을 조각조각 뜯어버릴 기세로 검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내가 그 검을 휘두르기보다도 먼저 샤를로트의 오른손이 벼락처럼 움직였다.

왼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있는 샤를로트는 왼팔을 자유롭게 쓰기 조금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하지만 오른손만으로도 충분했다.

부드러운 보법으로 남자의 주먹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낸 후, 그 손목을 잡고 꺾어서 힘의 방향을 가볍게 틀어버렸다.

그 자리에서 한 바퀴 회전한 남자의 몸이 엎어치기를 당한 사람처럼 바닥에 꽂힌다.

"헉……?!"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을 앞에 두고 남자들의 움직임이 굳는다.

샤를로트는 쓰러진 남자의 머리를 밟아서 기절시킨 후, 나머지 두 사람을 처치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공격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손을 썼다.

놀라서 굳어버린 두 남자의 얼굴에 발차기를 꽂아서 한 번에 의식을 날려 버렸다.

"와, 신현 씨. 루이스 씨."

샤를로트는 우리들의 등장이 상당히 의외였는지, 조금 전에 남자를 후려친 손을 조물거리며 입을 벌렸다.

나도 샤를로트의 이미지가 너무 여리다 보니까 깜박하고 있었는데, 샤를로트도 보통 아이가 아니었다.

샤를로트 또한 명문 무가인 스페트로 가문에서 긴 세월을 수련해온 무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두 사람의 방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혹시 아는 사람들이야?"

"아니,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럼 내가 이 사람들이 문을 못 열게 막은 건…… 잘 한 일이지?"

"그래, 잘 했어. 샤를로트."

거의 엎드려 절 받기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은지 샤를로트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샤를로트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준 뒤, 바닥에 쓰러져서 꿈틀거리고 있는 남자들의 뒷덜미를 쥐고 1층으로 내려갔다. 호텔 지배인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사신처럼 계단을 내려오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래지다 못해 거의 희게 질린 호텔 지배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것들, 경찰 불러서 옮기세요. 마스터키를 훔쳐서 저희 방에 들어오려고 했거든요."

나는 멍하니 서 있는 호텔 지배인의 얼굴에 두꺼운 열쇠를 집어 던졌다. 저것이 이 호텔의 마스터키였다. 조금 전에 호텔 지배인이 이 남자들에게 몰래 넘겨주는 걸 봤다.

"어, 어, 아, 알겠습니다. 도둑,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호텔 지배인은 우리들의 등쌀에 밀려 반강제적으로 경찰들에게 도둑을 신고했다.

신고를 듣고 출동한 경찰들이 세 남자를 끌고 간 이후 난 은근한 눈으로 호텔 지배인을 바라봤다.

내 나름대로 지어본 부드러운 표정인데, 그에게는 오히려 역효과였던 것 같다. 질식할 것 같은 얼굴로 금붕어처럼 뻐끔대고 있다.

"그, 그럼 저는 이만……"

"잠깐만요."

내 부름에 호텔 지배인은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바들댔다. 그가 떠듬거리면서 고개를 돌린다.

난 웃으면서 말했다.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지배인이 허겁지겁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위경련이라도 온 모양이다.

그의 뒷모습을 웃는 얼굴로 바라본 뒤 일단 호텔방으로 다시 모였다. 창문과 문을 철저하게 잠근 뒤 본론에 들어간다.

"신현 씨.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건 아냐. 아, 그리고 샤를로트 너는 내가 데려다줄게. 가는 길에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신현 씨가 나하고 같이?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샤를로트가 살짝 내 옷깃을 쥐면서 웃었다.

나는 그것을 부드러운 눈으로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루이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루이스."

"어, 왜?"

"넌 여기를 지키고 있다가 내가 돌아오면 같이 움직이자."

"돌아온 다음에는 뭘 어쩌려고?"

루이스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을 했다. 난 차가운 눈으로 대답했다.

"이 소식이 해신교에 전해지면 녀석들도 우리가 평범한 수단으로 처치할 수 없는 놈들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미행도 안 되고, 침입도 실패했다.

이젠 진짜 동원할 수 있는 수단 자체가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수단'을 동원해서 우리를 제거하려 들겠지."

"해신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겠네. 인간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시도해봤으니까."

"그래.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수단'은 반드시 눈에 띄는 법이야."

평범하지 않은 수단이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그 수단을 동원하는데 리스크가 크거나, 수단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단점이 없다면 아낄 이유가 없다.

'평범하지 않은 수단'이 그런 식으로 불리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평범하지 않은 수단의 뒤를 쫓아가다 보면 해신에 도달할 수 있겠지. ……그리고, 해신과 맞서 싸워서 쓰러트린다."

난 주먹을 가볍게 쥐면서 말했다.

"그걸로 이 일은 끝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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