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11. 구르제스의 그림자 (6)
* * *
"소리가 들린다고? 어디어디."
루이스의 말을 듣고 나와 연금술사가 나란히 움직였다. 귀를 새로 열린 통로 쪽으로 향한 상태에서 쫑긋 세운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연금술사는 그렇다 쳐도 내가 듣지 못한다는 건 엄청나게 멀리에서 들려온 소리라는 뜻이다.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나보다 루이스가 보고 들을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으니까.
"그럼 이 통로가 생각보다 꽤 깊다는 뜻인가? 통로라서 소리도 많이 울릴 텐데 내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건."
"아마도? 한 번 들어가볼까?"
"난 전혀 감도 안 잡히는걸."
세 명이서 통로 안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씩 던져본다.
"일단 샤를로트가 올 때까지 잠시 기다린 후에 움직이자. 괜히 의욕만 앞서서 들어갔다가 된서리라도 맞으면 곤란하니까."
조금 흥분한 루이스를 가라앉히면서 시선은 여전히 통로 안쪽을 주시한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곳은 검왕검이 탄생한 미지의 보고. 특급 모험가 정도의 수준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숨어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루이스는 조용히 입술을 비틀면서 대답했다.
"그건 안될 거 같아."
"왜지?"
"발소리가 올라오고 있거든. 아래에서. 매우 빠르게."
"……네가 보기엔 어때? 한바탕할 거 같은 발소리냐?"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을 하면서 루이스에게 눈짓했다. 오른손은 이미 검자루를 향해 있었다.
루이스가 호쾌한 미소로 웃었다.
"아마도. 다다다다, 하고 올라오는 기세가 심상찮아."
녀석도 이미 검을 향해 손을 뻗은 상황. 연금술사를 한 걸음 물려놓은 뒤, 나와 루이스는 통로 안쪽을 계속 주시했다.
아, 이제 내 귀에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발소리는 매우 빨랐다. 소리로 보았을 때 앞으로 남은 거리는 대략 500m. 이제 400, 아니 300.
"온다……!!"
루이스가 힘 있게 소리친 순간, 통로의 저편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뿜어져 나왔다. 살짝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검에 탄력을 싣는다.
루이스의 검이 어둠 속에서 솟아나온 검을 튕겨내고, 내가 그 검의 주인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짧은 공방이 이어진 직후, 어둠 속에서 솟아오른 검은 하늘을 겨눈 채 솟아 있었고, 나의 검은 그 주인의 목덜미에 드리워져 있었다.
스페트로 정도의 괴물이 아니라면 우리 두 사람의 연계를 쉽게 뿌리칠 수 없다.
그 정도로 긴 세월을 함께 수행해왔다.
"윽……!"
이 정도로 순식간에 우위를 빼앗기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습격자는 오히려 당황한 얼굴이었다.
"……일단, 그쪽은 누구신지?"
나는 목덜미에 겨눈 칼날에 집중하면서 눈을 날카롭게 떴다. 짧은 공방이었지만, 상대의 공격도 꽤 날카로운 수준이었다.
일대일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크르르르."
그때, 사람의 입술에서 사람의 것이 아닌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라리 유인원이나 늑대의 것에 가까운, 짐승의 소리.
나는 순간적으로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 가까운 형태를 한 몬스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때가 꼬질고질하게 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으로 야성이 흘러넘치는 생김새이지만, 몇 번을 뜯어봐도 눈앞에 있는 것은 인간의 얼굴이었다.
옷도 아주 너덜너덜해서 옷이 아니라 중요 부분만을 가리는 누더기로 보일 지경이다.
"캬응!!"
그것이 갑자기 입을 벌려서 내 팔을 물어 뜯으려고 들기에, 나는 급하게 팔을 잡아뺀 다음 몸을 반 바퀴 회전시켜서 칼의 넓적한 면으로 그것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징,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그것의 동공에서 순식간에 의식이 사라져간다.
그 다음에는 추가로 턱에 주먹을 스치듯이 꽂았다. 턱끝을 아주 조금만 스치는 표면 한 장의 타격.
짐승의 모습을 취한 인간이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검을 도로 거둔 루이스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검을 어깨에 비스듬히 걸쳤다.
"뭐지? 왜 지하실에서 사람이 나오는 거야?"
"척 보기에는 오랫 동안 저 아래에서 감금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뭘까. 아니, 일단 묶어둘까."
등허리에 매단 가방에서 줄을 꺼낸다. 그걸로 혼절한 여자의 팔과 다리를 묶어서 구속했다.
그래, 처음에는 나도 긴가민가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여자였다. 머리카락이 산발인 데다가 어마어마한 양의 땟국물 때문에 성별을 구분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천변무궁류의 샤용자가 아니면 찾을 수 없는 문의 너머에서 나타난 여자.
수상한 냄새가 풍긴다.
"……진짜 냄새난다. 도대체 뭐야, 이 여자는."
연금술사가 코를 막고 장갑을 낀 손으로 여자의 뺨을 쿡쿡 찔러댔다. 그때마다 움찔거린다. 저러다 깨겠네. 연금술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뒤로 물러나게 했다.
"검도 지저분하네요. 손때가 타서 아주 반질반질하네."
루이스는 검을 휘두른 여자도 여자지만, 그 여자가 손에 쥔 검이 오히려 더 신경 쓰이는 모양새. 때가 잔뜩 껴서 불결한 검을 발끝으로 살살 건드려본다.
"자세한 건 좀 알아봐야 하겠지만, 저것도 꽤 명검 같은데? 검왕검까진 아니더라도."
"여기는 루키우스의 공방이니까. 검왕검의 시작품은 몇 개 있을지도."
연금술사의 흰 장갑은 때가 탄 여자를 몇 번 만진 것만으로도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것을 벗어서 쓰레기통에 집어 던진 후, 공학자로서의 의견을 입에 담는다.
"……으, 탐 나긴 하는데 그래도 저건 좀 그렇네요. 그냥 때가 좀 탄 정도라면 모르겠는데. 저건 완전 똥통에 들어갔다가 나온 비주얼이잖아……."
"그런가? 내가 보기엔 꽤 괜찮아 보이는데."
"야! 만지지마! 그거 병 걸린다!"
"농담은."
내가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어들자 루이스는 기겁을 하며 물러났다. 쟨 모험가라는 애가 왜 저렇게 깔끔을 떠는 건지.
아, 손잡이를 쥔 순간 뭔가 끈적한 게 달라 붙었다. 살짝 표정을 찌푸리면서 마력을 공급. 천변무궁류의 제삼검을 써 본다.
"음, 꽤 괜찮네. 지금 네가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저리 치워……."
허 참.
제삼검을 거둔 뒤 검을 바닥에 다시 내려놓았다. 손수건으로 손을 닦아낸 뒤, 난 바닥에 내려둔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성은 마력을 고밀도로 뭉쳐서 칼날에 싣는 거라서 은근히 무기를 타는 기술이거든. 순간적으로 특급 모험가 수준의 출력이 칼날에 주입되는 거라서 약해 빠진 검은 그 출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지고 말아."
하지만 이 검은 살짝 칼날이 흔들리긴 했어도, 거성의 마력 공급을 견뎌냈다. 사실 이 정도면 해도 루이스의 출력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다.
뭐, 루이스는 특급 모험가에게 맞는 무기가 아니라 검왕검에 버금가는 무기를 찾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거지만.
"됐어. 그건 진짜 무리야. 안 쓸래."
"쓸데없이 가리기는……"
"시끄러. 진짜 쓸 게 없으면 그때 쓸 거야."
루이스가 또 다시 볼멘 소리를 냈다.
그때쯤 되어서, 심부름을 나갔던 샤를로트가 문을 열고 돌아왔다.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왔는지, 얌전한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는 데다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다른 손수건을 하나 새로 꺼내서 건네줬다. 그리고 그 대신, 샤를로트가 가지고 온 가방을 받았다.
"하아…… 어, 근데 신현 씨. 내가 나가기 전하고 비교해서, 뭔가 많이 바뀐 거 같은 느낌이……?"
"뭐, 그렇지."
없던 문도 하나 생긴 데다가, 모르던 사람이 바닥에 결박된 채 묶여 있으니까.
샤를로트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한 뒤, 일단 나와 연금술사만 아래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이 시점에서 제일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건 학자인 연금술사와 그녀의 조수였던 나다. 그리고, 여기 결박되어 있는 여자를 감시해야 하는 사람도 따로 있어야 하니까.
그 역할을 루이스와 샤를로트에게 넘기기로 했다.
계단을 타고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전, 나는 루이스를 힐끔 돌아보며 말했다.
"그 검, 진짜로 한 번 시험해봐. 생각보다 꽤 쓸만해보였어."
"시끄러…… 아, 잠깐! 샤를로트! 그거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지지야!"
저쪽도 꽤 재미있어 보인다.
웃으면서 돌아선 후, 다시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로군. 보이드 때가 생각나는걸."
"아, 저도예요."
보이드의 비밀 공간 역시 특수한 수법을 쓰지 않으면 문이 나타나지 않는 구조였고, 문이 나타난 후에는 아래로 끝없이 계단이 이어지는 형태였다.
이곳의 구조에 기시감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보여도 보이드는 검왕검의 제작에 참여한 스탭 중 하나, 서로 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보이드의 비밀 공간이 그러했듯, 이곳의 계단도 매우 깊이 내려가는 구조였다. 그 끝에서 빛이 보였다. 그대로 발을 들여놓는다.
"책이 많네요. 여기에 있는 것도 검왕검을 제작하는데 쓰인 자료인가."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난장판인걸. 조금 전의 여자가 이렇게 해 놓은 건가?"
계단을 내려간 끝에는 제법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위쪽 이상으로 수많은 책이 수많은 책장을 빼곡하게 채웠다. 어쩌면 이곳이 바로 '진짜'인 걸지도 모른다.
여기저기에는 화학 실험에 쓰이는 도구 같은 것도 보인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청소도 되어 있지 않고 많이 어지러진 상태였는데, 이건 저 위에서 기절한 여자가 남긴 흔적이 아닐까 싶다.
"……근데 딱히 먹을 만한 건 안 보이네요. 그럼 저 여자는 어째서 살아있는 거지?"
그 여자의 옷 상태나 때가 탄 정도를 보면 꽤 오랜 시간 여기에 있었던 것 같은데. 따로 먹을 건 고사하고 마실 것도 안 보인다.
굶어 죽기 딱 좋을 거 같은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있지, 신현아."
"네, 부르셨어요?"
"이거 봐, 이거."
고개를 돌렸을 때, 연금술사는 손에 책을 하나 들고 있었다. 하지만 두꺼운 커버의 양장본인 다른 책과 비교해서 조금 싸 보인다.
개인이 쓰는 노트, 아니 일기장인가?
연금술사는 대뜸 첫 장을 넘겨서 내용을 확인하더니, 내게 내밀었다.
"'이 기록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광증에 집어 삼켜진 나를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일 것입니다'. 이렇게 쓰여 있어. 광증에 집어 삼켜졌다는 건 조금 전의 그 여자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십중팔구는 그렇겠는데요."
나는 연금술사와 가까운 거리에서 첫 문장을 다시 읽은 뒤, 눈을 찌푸렸다.
문장에 남아 있는 광증이라는 키워드가 나로 하여금 생경한 기분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면, 이거 날짜가 좀 이상해. 지금으로부터 대략 200년 전의 연도가 찍혀 있어."
"……검왕의 시대네요."
"응. 하지만, 여기에 쓰여 있는 연도대로라면 저 사람은 200년 간 여기에 갇혀 있었다는 뜻이 되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걸까? 나처럼 현자의 돌이라도 먹었나? 그럼 불가능하지도 않은데."
스스로의 경험에 비춰 판단을 내린 연금술사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검왕검을 만드는 과정에서 '형용할 수 없는 뭔가'를 목격하게 됐고, 그 이후부터 광증에 시달렸다고?"
"검왕과 루키우스는 견뎌낼 수 있었지만…… 나는 그들 정도로 강하지 못했기에 광기를 얻게 되었다, 라고 쓰여 있네요."
기록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런 것이었다.
이 기록을 남긴 화자 '나'는 검왕과 함께 활동하던 제자였고, '검왕을 위해서 준비된 검'을 만드는 계획에 흥미를 느끼고 제작 스태프로 지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검왕검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은 인간의 인지 영역을 초월한 '뭔가'를 목격했고, 그 이후로 뇌를 벌레에 파먹히는 듯한 광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검왕과 루키우스는 정신력으로 견뎌 냈지만, 화자는 견뎌내지 못했던 데다가…… 그 광증이 '해신'과 공명하기 시작하면서 나날이 심해졌기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를 이곳에 가둔 후, 훗날 찾아오는 사람에게 기록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 일기장을 남겼다.
"……해신하고 광증이 관계가 있는 걸까요? 공명 했다는 표현이 좀 신경 쓰이는데요."
"거기다가 우리는 '광증'이라는 단어를 최근에도 들어봤지. 샤를로트에게서 말이야."
"그렇죠. 이 어촌에서 태어난 샤를로트. 그리고 샤를로트가 품고 있던 광증…… 우연일까요?"
"좀 더 알아봐야겠지.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꼭 논리적인 이유가 붙는 건 아니거든. 세상에는 온갖 기막힌 우연이라는 게 존재하니까."
연금술사는 연장자답게 상당히 침착한 태도로 궁리했다.
"……해신이라."
* * *
"그게 진짜야? 샤를로트."
"응. 오는 길에 보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가 마을 사람들을 교회로 데려가고 있었어."
루이스는 기대감이 느껴지는 시선으로 샤를로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연금술사의 말을 듣고 심부름을 다녀온 샤를로트도 그 짧은 시간 동안 작은 모험을 경험한 모양이다.
샤를로트는 심부름을 다녀오던 중에 목격한 이 어촌 사람들의 괴상한 모습을 증언했다.
수상한 후드를 뒤집어 쓴 사제와, 그 뒤를 쫓는 몽롱한 시선의 어촌 사람들에 대해서.
"위험한 느낌이 들어서 흘끔 쳐다보기만 했는데…… 그 교회 안쪽에서 이렇게 생긴 석상 같은 게 보이는 거 있지……?"
샤를로트가 종이에 펜을 쥐고 슥슥 그려서 투박한 스케치를 하나 그려내었다. 선이 복잡해서 한 눈에 알아보긴 어려웠지만, 언뜻 보면 마치 거대한 뱀처럼 보였다.
"으음, 내가 보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사이비 같단 말이지. 하지만 남의 장사에 괜히 끼어들어봐야 재미도 못볼 거 같고."
"나 때는…… 도와줬었잖아?"
"그때는 어차피 스페트로를 막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고, 또 너는 내 마음에 들었으니까."
어차피 이건 경찰이 할 일이다.
루이스는 그런 생각으로 방관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뭐? 루이스 씨."
"잠시만."
의아한 얼굴로 눈을 뜨는 샤를로트를 잠시 자리에 앉혀둔 뒤, 루이스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
바깥이다.
바깥에서, 이상한 기척이 느껴지고 있다.
처음에는 사람이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명확한 의지를 가진 채 이쪽을 보고 있는 인간이 최소 여섯 명.
일개 양아치라고 판단하기도 어려운 것이, 저마다 루이스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꽤 수준 높은 마력을 방출하고 있었다.
그런 인간이 최소 여섯 명.
루이스가 검을 향해 손을 뻗은 그때,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어왔다.
"보이드 선생님! 보이드 선생님이십니까!"
루이스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문 바깥에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적'의 이름이 들려왔다. 간접적인 형태로나마 보이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샤를로트도 꽤 놀란 얼굴이었다.
"검왕회?王會에서 왔습니다!"
검왕회.
루이스가 그 이름을 조용히 곱씹었다.
검왕은 무예의 역사를 최소 몇백 년은 앞당겼다고 불리는 전설적인 존재이다.
그에게는 그의 진전을 이어 받기 위해서 모여든 제자들이 있었고, 그들의 역사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 해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검왕회도 그러한 집단 중 하나로, 이젠 실전된 검왕의 검술을 복원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삼는 연구회이다.
"……그러니까, 보이드하고 검왕회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는 건가?"
머릿속에서 대략적으로 생각을 정리한 루이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