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11. 구르제스의 그림자 (4)
* * *
환상을 보여주는 술식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간단하다.
한 순간 시각과 청각으로 느끼는 것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마력을 느끼는 감각에는 여전히 근처에 연금술사의 존재를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오감을 속이는 환상이다.
……저항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이것이, 어쩌면 천변무궁류의 사용자를 위해서 준비된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원인은 조금 전에 내가 감지한 특이한 파형의 마력 때문이다.
조금 전의 그것은 내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타입의 파형이다.
마력의 흐름을 감지하기 위해서 비정상적일 정도로 감각을 단련한, 천변무궁류의 수행자가 아니라면 아예 존재조차 느낄 수 없다.
그것을 파악한 순간, 지금의 술식에 걸렸다. 저항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저항할 수 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체내의 마력의 흐름을 조정하면서 내 오감을 장악한 술식을 하나씩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전 같았으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들이대고 보았을 테지만, 이런 식으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난 이제 더 이상 홀몸도 아니고, 돌봐야 하는 아이도 있으니까.
눈을 감고, 잠시 집중한 후 체내의 마력의 흐름을 크게 요동치게 하면서 환상을 깨트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조금 전의 환상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리고 옆에는 연금술사가 날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갑자기 내 움직임이 굳어버리니까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백신현? 신현아?"
"네. 들려요."
"네가 갑자기 굳어버리니까, 나도 깜짝 놀랐어.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아, 그게 있잖아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인데……"
연금술사도 나와 천변무궁류의 특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깔려 있는 상태였다. 긴 설명 없이도 이해시키는 게 가능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게 네 선택이라면 나도 존중할게."
"보이드가 파둔 함정일 수도 있잖아요. 괜히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보이드의 경우, 천변무궁류를 무력화시키는 마력의 파형이나 검왕검을 기능 부진에 빠트리는 방법까지 알고 있었다.
사실상 검왕검의 제작에 참여한 스탭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그가 얼마 전까지 거주하고 있었다던 이 공간에 대해서도 조금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다.
"……신아 넌 어때? 혹시 뭐 느낀 거라도 있어?"
「어, 전혀요. 아무것도 못 느꼈어요.」
보이드의 본거지는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골목길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 원래부터 사람이 잘 다니지도 않는 어촌인 만큼 백신아도 부담 없이 소리를 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마력은 감지했고?"
「네네. 일반적인 마력하고 다른, 천변무궁류의 사용자만이 느낄 수 있는 마력의 파형은 감지했지만, 그 이외에는 별 느낌이 없었거든요.」
"아마 오감에 작용하는 형태의 술식이기 때문일거야. 네가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건 모두 마력을 사용한 응용이잖아. 진짜로 시각이나 청각을 담당하는 기관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대체 뭐였을까요? 괜히 호기심이 동하네요.」
"하지만 이미 열차는 지나갔어. 이제 와서 생각해봐야 늦었지."
살짝 후회되긴 하지만, 돌아볼 생각은 없다.
모두 나의 고민 끝에 내려진 선택이니까.
고개를 휘휘 저으며 지나간 버스를 떠나보낸 후, 벽에 손바닥을 접한 상태로 조용히 벽을 구성한 술식의 파해식을 구축해나간다.
30초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파악이 끝났다. 파해식에 들어간다.
꽤 빨라 보이는 속도지만, 내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검을 뽑아서 부수기만 해도 1초만에 끝날 일을 이렇게 끌고 말았으니까.
술식의 해석을 끝마치고, 파해를 완료한 순간 눈앞의 벽이 흐릿해지면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담백한 문이 나타나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고리를 살짝 쥐고, 돌린다. 문고리는 부드럽게 돌아갔다.
"……."
나는 여기까지 확인한 뒤, 문고리를 놓고 연금술사를 돌아봤다.
"일단 루이스하고 샤를로트도 데리고 올까요? 헛걸음 시키는 건 조금 미안하니까."
"뭐, 그 둘은 관광도 겸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잠시 내버려둬도 괜찮지 않을까."
"그럴 거라면 두 사람한테 찾았다고 얘기한 다음에 관광 시키는 게 낫죠. 어차피 조사하는 건 저희 두 사람으로 충분하잖아요."
물론 루이스도 연금술사하고 호흡을 맞춘 횟수가 꽤 되어서 조수 역할은 잘 하겠지만, 아무래도 횟수로만 따지면 내쪽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가 지식도 내가 더 많다.
솔직히 루이스가 빠져도 크게 조사에 힘이 부칠 거 같지는 않다.
연금술사도 동감하는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기색이었다.
"그게 좋을까……? 아냐, 그것도 괜찮아 보이지만. 지금은 됐어."
"왜요?"
"루이스 성격상 당연히 우리가 조사하는 동안 관광하러 다닐 거 같진 않고. 그럼 당연히 샤를로트도 딸려 오겠지. 그럼 이런 식으로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되잖아."
갑자기 뭔 소린가 싶었다.
"둘만의 시간……, 뭔데요 그게?"
"……이런 거."
연금술사의 눈매가 요염하게 휘었다. 오른손을 원통 같은 것을 쥐고 있는 듯한 모양새로 만든 뒤, 그것을 입가로 가져가서 혀를 살짝 내민다.
나도 모르게 혀를 차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 사람은 자제력이라는 게 없는 건가.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 성욕에 눈을 뜨면 이렇게 되는 건가.
일주일에 한 번씩만 하자던 약속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여기 바깥인데요."
"잘 안 보이는 골목길이고, 입만 쓸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아잇, 이 막장 인간이.
"됐어요. 하다가 루이스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루이스와 샤를로트도 이 부근에서 검왕검의 제작공방을 찾고 있다. 우리가 조금 일찍 도착하긴 했지만 그 녀석들도 아마 곧 도착할 것이다.
"아니, 루이스한테 들키는 건 차라리 낫지. 루이스가 오면 샤를로트도 같이 딸려올 텐데, 걔한테 들키면 어떻게 변명하려고 그래요? 애 교육에 나쁘다고요."
샤를로트가 순진한 얼굴로 지금 둘이서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보면, 그때 나는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 할까.
생각만 해도 전신에 소름이 쫙 돋는다.
안 된다. 아무리 내가 성욕에 눈을 뜨고 나서 유혹에 많이 약해졌다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
내가 거절하려는 기색이자 연금술사는 조금 실망한 듯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피. 신현이 넌 몇 년을 함께 한 나보다 이제 겨우 한 달 알고 지낸 그 아이 쪽이 더 중요한 거구나."
"그런 건 아니고요. 다 아시는 분이 갑자기 왜 이러세요?"
"그럼, 하면 되겠네. 네가 최근 들어 그 아이만 자꾸 신경 쓰고, 내 쪽은 살펴보지도 않는 거 같아서 솔직히 지금 그 말도 못 믿겠거든."
"……어, 그러니까 제 진심을 증명하고 싶다면, 하자는 겁니까?"
"응."
아, 이거 혹시 낚인 건가.
내가 상황을 파악하고 굳어있자, 연금술사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내쪽으로 다가왔다.
"어차피 신현이 너, 조루잖아. 한 번 정도는 빠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지금 뭐라고요?"
비교적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처리하려고 마음 먹은 바로 그때, 연금술사가 수위 높은 도발을 걸어왔다.
나도 잘 참아가면서 연금술사의 말을 넘기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알기 쉽게 비유하면 "너 게임 존나 못하잖아"라는 말을 들은 것과 비슷하다.
연금술사가 혀를 삐죽 내밀었다.
"내 말을 부정하고 싶다면, 네가 조루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뭐, 네가 싫다고 해도, 난 할 거지만."
연금술사가 손을 뻗어서 내 어깨를 잡은 뒤, 내 상반신을 앞으로 살짝 굽히게 했다.
키가 190전후인 나는, 160 전후인 연금술사와 비교해도 덩치 차이가 꽤 나는 편이다. 이렇게 굽힌 상태에서 연금술사가 까치발을 들지 않으면 입을 맞추기 어렵다.
입술을 맞추고, 혀를 섞었다.
이것만 해도 거의 1분은 되는 것 같았다.
입술을 맞추기 직전까지만 해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다.
「검주는 평생 연금술사 선생님한테 꼼짝 못하고 살 거 같아요.」
시끄러.
네가 그러니까 진짜로 그렇게 될 거 같잖아.
* * *
"……이런 환경이라 그런가? 평소보다 더 큰 거 같아."
연금술사는 내 앞에 쪼그리고 앉은 채, 바깥으로 드러난 내 음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 커지지는 않았다. 아무리 내가 한창 때라지만 이런 상황, 이런 환경에서 무작정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미친 놈은 아니다.
음경을 본 것만으로도 조금 흥분했는지, 그녀는 벌써 호흡이 거칠어진 상태였다.
난 얼굴을 찡그리면서 질문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저하고 같은 방을 쓰시지 그랬어요? 그때 방 고를 때는 가만히 계시더니."
"효율로 따졌을 때는 그게 맞잖아. 나보다도 루이스가 유용하게 가상 공간을 쓸 수 있으니까."
마치 음경에게 애정을 표현하듯이 그녀는 아직 부드러운 음경에 뺨을 대고 가볍게 문질렀다. 쪽, 하고 입술을 맞추기도 했다.
"그리고 누구 한 사람은 그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 나까지 가상 공간으로 들어가버리면 아무도 그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잖아."
"그건 그렇죠."
"물론 그 아이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지만, 너희들을 괜히 신경 쓰게 하긴 싫으니까."
그녀는 오른손에서 천천히 냉기를 뿜으면서 내 것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해면체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냉기를 쐬면 많이 쪼그라든다.
그렇게 쪼그라든 크기도 충분히 부담스러운 크기였지만, 연금술사는 충분하다는 듯 최대한 입을 크게 벌려서 내 것을 삼키기 시작했다.
꺽, 극, 꺽, 그녀의 입은 작았고, 그녀의 목구멍은 그것보다도 더 좁았다.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을 누르고, 찌그러트리고, 뭉게면서 어떻게든 밀어넣는다.
"……그윽, 거억……."
이 시점에서, 당연히 음경에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자극이 가해지고 있었다. 내가 원치 않더라도 피는 몰리게 되어있고, 그것이 냉기를 쐬서 줄어든 음경을 다시 부풀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을 비롯한 그 아래쪽이 눈에 띄게 부풀어오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잘못 움직이면 그녀가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행위를 한 적은 있었지만, 솔직히 좀 불안하다. 우드드득, 하면서 음경의 그녀의 몸을 부수면서 확장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윽, 쁘가아……"
하지만 연금술사 본인이 자신했듯, 그녀의 내구성은 확실히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내 허리와 엉덩이에 양팔을 둘러서 강하게 고정한 뒤 느릿하게나마 목을 써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기묘한 마찰이 느껴졌다. 질내의 움직임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더 위험하고, 스릴이 느껴지는 자극이다. 조금만 목을 잘못 써도 그녀를 망가트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나를 생경한 감각으로 이끌었다.
그녀의 목이 독자적인 의지를 가진 생물체처럼 꿈틀거렸다. 도대체 지금, 내 것은 그녀의 안쪽 어디까지 들어가 있는 것일까. 내 음경의 크기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잘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까지 들어갔다는 건 알겠지만, 도저히 그 이상은…….
"극! 우극! 쁘읍……! 가아……, 고오……!!"
연금술사가 목을 쓰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 상태에 적응한 걸까.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다르다. 그녀의 안쪽은 조금도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억지로, 무리해서 속도를 내는 것 같았다. 뿌드드득! 위험한 소리가 들린다. 말 그대로 일반적인 인간하고는 다른 강도를 가지고 있는 연금술사만이 할 수 있는, 위험한 이라마치오.
오싹 오싹 떨린다. 전투 속에서 느끼는 스릴과는 또 다른 형태의 카타르시스가 등허리를 타고 삐걱삐걱 올라온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루이스와 샤를로트가 나타나는 걸 걱정하던 나를 향한 그녀 나름의 대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연금술사 본인에게 말하면 아마 큰 실례가 되겠지만, 그녀의 애정 표현은 조금 삐뚤어진 부분이 있었다.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 방식이 조금 꼬여있다고 해야 할까.
마치 주인에게 직접 사냥해서 가져온 쥐 시체를 들이미는 고양이처럼.
"……크."
나는 연금술사가 조루라고 놀려대던 것이 무색하게, 얼마 가지 않아서 금세 한계에 도달했다. 그녀의 목구멍은 한 순간 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 정도로 기분 좋았다.
테니스공만한 고환이 위로 올라가고, 음경이 두꺼워지면서 정액이 올라온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안쪽을 세게 후려쳤다. 연금술사의 몸이 감전된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렸다.
"컥……! 컥……!!"
그것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고환에서 올라오면서 연금술사의 안쪽을 끊임없이 채웠다. 그녀의 안쪽은 순식간에 가득 차 버렸는지, 목구멍 아래로 꽂혔던 것이 다시 찰랑찰랑 올라오면서 귀두 끝에 걸렸다.
멈추지 않고 계속 사정한다.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었음에도 멈출 수 없었다.
"뿌흐…… 그흐……"
사정이 끝난 후, 느릿하게 뽑아낸다. 아주 천천히, 바닥에 쓸데없는 타액에나 정액 따위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조그만 머리통을 양손으로 잡고 두꺼운 귀두의 존재감을 의식하며 뽑는다. 연금술사의 목구멍은 이 와중에도 무척 바빴다. 혀와 몸을 꿈틀거리면서 최대한 음경에 달라붙은 타액과 정액을 수습한다.
"쪼옥……, 츄읍……, 정액……, 맛있……, 어……."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 연금술사는 끝까지 내 허리에 팔을 감은 채 혀를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든 타액과 정액이 그녀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떨어진 건 몇 방울이 고작이었다.
연금술사의 입술이 음경에서 멀어졌다. 음경을 살짝 비키는 형태로 나를 올려본 연금술사는 입가에 묻은 털까지 수습해서 입술 안으로 삼켰다.
"끄윽……, 푸하……."
살짝 트름을 한 뒤, 연금술사는 손수건을 꺼내서 내 것을 닦기 시작했다. 음경에 남은 잔여물 중 조금 덩어리가 진 정액은 혀로 낼름 햝은 다음에 손수건으로 닦으면 잘 지워졌다.
"음, 깨끗해졌다……. 어중간하게 끝내버린 탓에 오히려 더 여기가 애달파졌지만……, 오늘은 어른답게 이쯤에서 끝내야겠지."
"그 입으로 어른이라는 말이 나옵니까? 지금?"
어른은 개뿔. 할 거 다 해놓고 이러시네.
검지와 중지를 세워서 스스로 아랫배를 살짝 찌르는 연금술사의 모습에 살짝 진절머리가 났다. 자세히 보면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보인다.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새침한 얼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가운 단추는 좀 잠글까. 배가 튀어나온 게 살짝 티가 나."
볼록해진 배를 살짝 눌러대면서 연금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는지 비틀거린다. 부축하면서 일으킨다.
그녀는 검은 원피스 안에 얇은 캐미솔밖에 입지 않았기 때문에 체형의 변화가 옷위로도 도드라지게 잘 보인다.
배만 볼록 튀어나와있는 모습을 보면 이상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평생 가운을 여미고 다닌 적도 없는 사람이 이러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내가 주섬주섬 내린 속옷을 다시 올리고 바지 버클을 잠근 바로 그때, 멀리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 루이스 씨. 이쪽이야, 이쪽. 여기 같아."
"……아, 신현이하고 선생님 마력. 두 사람이 먼저 도착했나보다."
진짜 간발의 차이였다…….
* * *
"……킁킁.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거 같아……."
"이 동네 자체가 냄새가 특이하잖아. 여기는 골목길이니까 특히 냄새가 많이 고인 거겠지."
어떻게 잘 숨기기는 했지만, 냄새까진 역시 무리였나보다.
고개를 갸웃하는 샤를로트를 잘 속여넘긴 후, 눈앞의 문으로 시선을 주목시켰다.
"……냄새라."
아, 루이스는 눈치챈 거 같다. 날 오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잰 왜 나한테 그러냐. 만만한 게 난가.
하지만 눈치는 있으니까 모른 척 해 주겠지.
"우리도 금방 도착했어. 아직 문은 안 열어봤는데, 문고리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거 같아."
"그럼 더 지체할 필요가 없겠네."
루이스는 억지로 화제를 전환 시키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열어보자, 어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