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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59화 (59/287)

〈 59화 〉 8. 나와 검주의 어사일럼(Asylum) (8)

* * *

체육관의 끝에 스페트로 가주가 조용히 서 있었다.

물론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스페트로 가주가 아닌 다른 인격이다. 검은색의 헐렁한 무복을 걸치고 어깨에 길쭉한 창 한 자루를 비스듬히 짊어진 남자.

눈높이는 거의 비슷하다.

"그렇군. 신창은 너를 찾아간 것인가."

"신창이라는 게 샤를로트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 그게 맞아. 광증을 최대한 피해 없이 제압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더군."

"네게 하는 말이 아니다."

"뭐라고……?"

표정이 찡그려진다. 그리고 그때, 나는 스페트로의 시선이 내가 아니라 내 허리춤에 매여 있는 검에 쏠려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놈은, 스페르토는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다.

오직 검왕검에 집중되어 있을 뿐.

"너 같은 것에는 관심 없어. 얼른 검왕검에게 몸을 넘겨라. 지금의 네게 있어 너의 가치는 검왕검을 싸울 수 있게 해주는 장식에 지나지 않아."

"……."

주먹을 세게 틀어쥔 후, 잠시 그 자리에서 팔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힘을 풀었다.

아, 그래, 저런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다. 현재 나 자신의 총합적인 전투 능력은 1급의 최상위에서 특급 최하위의 사이에 있으니까.

한때 최강의 특급 모험가였던 남자의 눈에는 차지 않을 법도 하겠지.

일단 그 현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 현실에 그대로 안주하고 있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자신만만한 얼굴을 뭉게버리고 싶다.

다시 한 번 주먹을 쥐었다.

강하게, 강하게, 붕대를 감아서 고정한 것처럼 견고하고 단단하게.

"좋아. 그게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 주지."

검을 뽑았다. 그 직후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마력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가공할 만한 힘이 스며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순간, 이 몸의 주도권은 검왕검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래, 그 모습이 보고 싶었다……. 지금의 나조차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머나먼 영역의 기교. 신의 영역에 도달한 기술."

스페트로가 창을 양손으로 고쳐든 자세로 기수식을 취했다. 그 순간 놈의 양 어깨에서 시꺼먼 마력이 장중하게 흐르면서 주위의 공기를 짓눌렀다.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농도 짙은 마력이 흩뿌려진다.

"너 따위의 그릇에 담기에는 아까워……."

"나 따위라……?"

놈의 시선에 흐릿한 광기가 맺힌다.

어쩌면 흑주대천신공의 광증이란, 놈 자신이 처음부터 품고 있던 광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꽤 오래 고민했지만…… 이제 결심이 섰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비루한 그릇을 찔러 죽여버리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마."

대답할 가치도 없었다.

바로 다음 순간, 나의 몸은 스페트로의 코앞으로 짓쳐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후!!"

천변무궁류의 제일검?一?이 유성?의 속도로 창끝에 부딪친 순간, 스페트로의 몸이 뒤로 물러나면서 기함을 토했다.

* * *

기교적인 부분에 있어서 검왕검은 최강이다.

아마 그 이상의 기교를 가지고 있는 존재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검왕검을 제작한 검왕 뿐인데, 검왕검의 기교 자체가 검왕 자신의 심득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검왕검의 실력 자체가 검왕의 실력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검왕검은 최강이다.

기교적인 부분에서는 스페트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그가 거쳐온 그 어떤 존재보다도 우월했다.

아마 스페트로 자신도 검왕검의 기량을 쫓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평생 수행을 거듭해도 부족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아깝다.

카득!!

초고속으로 몰아친 유성을 창끝으로 퉁겨낸다. 창을 타고 전해지는 감촉이 가볍다. 천하제일의 기교를 가진 검왕검의 일격이라기엔 지나치게 가볍다.

검왕검의 모든 문제점은 바로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는 백신현의 부족함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그것은 모든 면에서 검왕검의 기량을 구속하고 있다. 힘도, 속도도, 마력까지도 검왕검의 기술과 비교하면 차이가 명확하다. 아마 지금의 검왕검은 본래 가지고 있는 기량의 1할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흑주대천신공??大????

스페트로의 입술이 작게 비틀리더니 흑주대천신공의 절기가 운용되기 시작했다. 그의 창끝에 마력이 집중되면서 창날 부분만이 크게 확장되었다. 그 길이는 십수 미터에 달하고 두께는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 정도쯤 됐다.

그런 것을 양손으로 거머쥐고 있으면서도 스페트로는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못했다. 콰직! 그의 다리가 돌로 된 바닥을 부수면서 강하게 앞으로 내딛는다.

"……."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뿐이었다. 천변무궁류의 유성이 연이어 세 번이나 발해졌다. 쿵!! 처음 날아간 일격이 창끝을 멈추고, 쾅!! 이격으로 꺾고, 꺽!! 삼격으로 마무리한다.

기술이 파괴된 충격에 스페트로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강렬하고 뜨겁고 날카롭다.

기술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뒤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스페트로는 자신의 기량만으로 검왕검을 꺾을 수가 없었다.

검끝은 날카로우면서도 복잡했다. 일견 무의미해보이는 그 움직임 하나 하나에 도대체 얼마만큼의 복잡한 원리가 스며들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야말로 신의 영역.

스페트로조차 평생 쫓아갈 수 없는 경지가 눈앞에 있음을 알았다.

검왕검이 싸우고 있는 동안에는 스페트로라 할지라도 승리를 취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직 기술 하나만을 가지고 모든 차이를 무마하고 있다.

밀어붙이고 밀어붙여도 무너트릴 수 없다.

말하자면 그것은 거칠게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 홀로 우뚝 선 돌이다. 아무리 강하고 빠르게 몰아쳐도, 수로 누르거나 물속에 섞여 있는 불순물 따위로 세게 후려쳐도 꺾이지 않고 뽑히지 않는, 깊게 박힌 돌이다.

잘못 들어가면 오히려 이쪽의 주먹이 깨질 것 같은 그러한 형태의 방어였다.

"역시 대단해……. 이 정도로 서로의 차이가 크게 나는데도 몰아 붙이기는커녕 오히려 밀리고 있군."

조금 전의 공격은 그저 예열 단계에 불과했다는 듯, 그의 창이 다시 한 번 수십 배 가까이 크게 변화했다.

굵기만 1미터, 길이는 수십 미터에 준하는, 차라리 공성 병기에 가까운 물건을 한손으로 가볍게 내지르면서 스페트로가 소리쳤다.

"아무리 나라도 시간 안에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 덜 떨어진 '거치대'만 없었다면 말이다!!"

회피는 늦었다. 검이 푸르게 빛나면서 제삼검?三?에 돌입했다. 날이 상하좌우로 길게 팽창하면서 백신현의 몸을 지키는 방패가 되었다.

소리───.

마치 폭탄이나 낙뢰가 터진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거성巨?의 전개가 늦지 않았기 때문에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격돌한 순간의 충격파만으로도 체육관은 버텨내지 못했다. 순식간에 천장과 함께 절반 가까이 되는 부분이 송두리째 뽑혀 나갔다.

백신현은 흩날리는 잔해 속에서 붕 떠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스페트로는 그 잔해 속을 발판 대신 딛고 날아오르면서 백신현을 추격하고 있었다. 창은 어느 새 본래의 크기로 돌아온 상태였다.

공중에 뜬 채, 하늘과 마주보고 있는 백신현의 허리를 노린다. 위에서 아래로 솟구치는 대각 찌르기. 하지만 백신현은 공중에서 검을 휘두르면서 몸을 빙글 돌렸다.

쿵!!

쾌속으로 질주한 일참이 일섬과 부딪쳐 번갯불을 일으킨다.

스페트로의 창은 격돌 직후 빠르게 물러났다. 그리고 또 다른 잔해를 딛고, 또 딛으면서 공중에서 궤적을 수정. 전혀 다른 방향에서 뛰어든다.

창과 검이 재차 충돌했다. 방어는 늦지 않았지만, 창이 꽂힌 그 자리로부터 피어난 무형의 충격파가 검을 통과해서 그 뒤에 있는 잔해에 꽂혔다. 나무와 돌로 된 잔해가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되었다.

스페트로가 다시 빠진다. 공중의 잔해는 아직도 한참 남아있다. 빠지고, 잔해를 딛고, 다시 내달려서, 백신현의 사각에서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는다.

지나치게 속도가 빠른 탓에 스페트로의 모습이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다. 그는 이제 그저 한 줄기의 섬광에 불과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잔상이 남았고, 그 잔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그가 또 다시 다른 방향에서 닥쳐왔다.

그리고 그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또 다시 움직인다.

"……!!"

잔상이 '선'의 형태로 남는다.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무수한 연격에 의해, '선'의 형태로 남은 잔상이 길게 이어진다.

한 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보면 마치 백신현을 중심으로 거대한 구체가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실체는 무수한 잔상이 겹쳐지고 겹쳐진 탓에 기괴한 환상을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쏟아지는 공격은 1초에 수십 회.

그것이 약 20초에 걸쳐서 쉬지 않고 이어졌다.

하지만 그 중 단 하나의 공격도 백신현의 몸에 제대로 된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모든 공격이 빗겨지거나 받아낸 후 넘겨졌다.

그리고 21초째에 들어가서 백신현의 반격이 시작됐다. 콰직, 하고 스페트로의 옆구리에 칼이 꽂힌다. 창대로 받아내서 몸이 두동강 나는 것은 피했지만, 충격은 고스란히 내장으로 전달됐다.

위장이 눌리고 간장이 충격을 받으면서 횡경막이 압박되었다.

"흐읍……!!"

하지만 역시 위력이 부족했다. 그는 패여 있는 자국이 남은 창대를 휘둘러서 백신현의 몸을 바닥으로 집어던진 후, 중력에 붙잡혀서 추락하는 잔해를 차례로 딛으면서 하늘 높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스페트로의 몸이 순식간에 수십 미터 상공에 도달했다. 하늘에 뜬 상태에서, 머리 위로 들어올린 창의 크기가 폭발적으로 증폭되었다. 빠직! 빠직! 빠직! 빠직! 공간 그 자체가 충격을 받고 있는 듯, 듣기 싫은 소리가 연쇄적으로 울려펴진다.

흑주대천신공??大????

초량낙화??花

직경 수십미터의 두께를 가진 창날이 대지를 겨누었다.

그대로 떨어진다.

천변무궁류의 기술은 유성이나 혜성 등, 별의 움직임에서 유래한 것이 많은데, 지금의 기술은 그야말로 소행성小行?의 낙하를 떠오르게 했다.

바닥에 내던져졌던 백신현의 몸이 빠르게 자세를 잡는다. 이 시점, 이 순간에서 저 공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바로 정면에서 후려치는 방법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맞선다.

자세를 잡고, 거성을 전개. 검의 위력을 극한까지 증폭시킨다. 그 상태에서 공격이 낙하할 때까지 기다린 후, 타이밍을 맞춰서 검을 휘둘렀다.

어마어마한 굉음이 발생했다.

원형의 충격파가 넓은 범위에 흩뿌려졌다.

그것은 주변에 아직 남아 있던 잔해를 모조리 가루로 만들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근처의 구름이나 천지자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대의 구름이 싸그리 날아갔다.

그나마 형태만이라도 보존하고 있던 별장의 모든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지금의 소리는 틀림없이 이 주변을 넘어서 도시 전체에 굉음의 형태로 울려 퍼졌을 것이다.

기긱……, 기기기긱…….

그리고 그 충격의 중심지, 격돌의 근원에서 검과 창이 서로 밀어내며 기분 나쁜 소리를 울려대고 있었다.

검은 꺾이지 않았지만 창끝도 부서지지 않았다.

바로 그때, 정확히 호각의 상태에서 난데없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창끝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더, 쿵!! 창끝에서 시작된 균열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검과 창이 서로 접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충격이 전달되고 있다.

'그렇군……. 촌경의 원리인가……?'

촌경이라는 것은 운동 에너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밀착된 간격에서 힘을 발하는 요령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대한 창끝은 백신현을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고 있다. 검과 창이 밀착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창에 타격을 주기가 어렵다.

하지만 잠시라도 검을 창에서 떼어내면 그 순간 짓눌릴 것이다.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지금의 상황이기 때문에 촌경의 요령이 빛을 발한다.

전신의 마력이 준동한다. 부서진 대지를 딛고 선 백신현의 다리 근육이 부풀어오르면서 힘이 발생했고, 그것이 빠르게 가속하면서 전신을 타고 상승했다. 가속된 운동 에너지가 칼끝에 집약되었다.

쿵!!

이번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큰 타격이 들어갔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검과 창이 밀착한 상태에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연달아 촌경을 때려 박는다.

쿵!! 쿵!! 쿵!! 쿵!!

거대한 바위를 때려 부수기 위한 착암기처럼.

쉬지 않고.

쿵!!!!

이윽고 크게 증폭되었던 창끝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그 충격은 창대까지 퍼져 나갔다. 마력으로 증폭한 모든 허상이 사라진 후, 스페트로의 손에는 제일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간 한 자루의 창이 남아 있었다.

"……기가……, 막히는군."

스페트로가 춤추듯 대지에 내려선다.

"조금 전의 그것은 흑주대천신공의 비기 중 하나인 초량낙화라고 한다. 설마 그것을, 순수하게 기술만으로 깨부술 줄이야……. 역시 대단해……."

충격으로 손이 벌벌 떨린다.

오의가 파괴된 탓에 발생한 리바운드가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으……."

스페트로의 말이 끝난 순간 백신현의 몸이 휘청, 하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검왕검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이 났다는 의미였다.

"역시 너 따위에게 검왕검은 아까운 물건이다."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지체 없이 뻗어 나간 창끝이 백신현의 가슴을 찔러들어갔다.

* * *

……나쟈 때였나.

아니, 나쟈를 쓰러트리고 나서, 그 다음에 내 뒤통수를 치겠다고 모여든 모험가들을 상대할 때였군. 그때, 네가 내게 말했었지.

평소였으면 조금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내 덕에 마력이 예민해진 상태라서 그걸 쉽게 다룰 수 있었고, 그 덕에 3초면 끝낼 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잖아.

그 발상을 반대로 해보는 건 어떨까?

아, 그러니까, 이런 말이야.

전투가 시작할 때부터 네가 내 몸을 가지고 마력의 기류를 조종해서, '그 놈'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나'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흐름을 만들어놓는 거지.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면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그 녀석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잖아.

네가 5분이 걸쳐서 그런 '환경'을 조성해둔 뒤, 선수를 교대해서 그 다음에는 내가 싸운다.

네 생각은 어때?

"솔직히 말해서, 좀 불안한데요."

그래? 역시 어렵나?

"아뇨, 그, 저기, 5분 정도 있으면 이론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요……. 애초에 천변무궁류의 '마력의 흐름을 제어하는 기술'도 '적의 흐름을 제어하는 기술'의 연장선이고……. 검주도 비슷한 거 쓸 줄 아시잖아요."

그렇긴 하지. 보이드와의 일차전 때는 그런 식으로 싸워서 거의 이길 뻔 했었고.

그럼 뭐가 불안한데?

"상대가 너무 강해서 그렇죠. 5분 동안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조금 불안해서……"

너치고 별일이네. 네가 훨씬 강한데.

"그치만 요전번에는 결국 저도 이기지 못했잖아요. 시간 제한이든 뭐든, 거기에서 그 자식이 검주를 살려주지 않았다면 거기에서 다 끝장이었어요."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야.

"그런가요?"

당연하지.

난 검왕검 자체를 좀 껄끄럽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다른 건 몰라도 너의 솜씨 하나는 믿고 있어.

오히려 난…… 네가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내가 문제지.

네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내가 그 흐름을 지속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 마력의 흐름은 지극히 까다롭고 복잡하지.

내 실수 몇 번에 네가 5분 동안 낑낑거리면서 만들어놓온 흐름이 무너질 수도 있는 거잖아.

"……그것도, 문제는 문제죠."

하지만 어찌됐든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됐어.

나도 열심히 준비할게. 그러니까.

둘이서 함께, 전 최강의 특급 모험가를 무너트리러 가 보자고.

* * *

캉!!

날아든 창끝을 강하게 후려친다.

"………………………………무슨."

녀석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숫제 시체가 다시 일어나는 꼴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이다.

아니, 그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

그에게 있어 나는 발에 채이는 돌맹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으니까.

팔과 다리에 질풍이 맴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힘과 속도가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

검을 다루는 사람이라 하여 검사??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나는 이 거대한 힘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고, 이 거대한 힘에 모든 것을 맡기지도 않을 것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요. 지금부터는, 모두 검주에게 맡기겠습니다.』

'맡겨둬. 네가 만들어준 기회를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겠어.'

나는 검왕검?王?의 검주.

이 거대한 힘은, 오직 나 자신의 의지로 펼쳐질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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