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8. 나와 검주의 어사일럼(Asylum) (2)
* * *
조용히 기수식을 잡는다. 조금 전의 백신아와 마찬가지로, 검을 양손으로 움켜쥔 상태에서 칼끝을 등 뒤로 겨눈 자세.
천변무궁류의 제일검, 유성을 쓰기 위한 자세다.
유성을 쓰는데 있어 이 자세가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등 뒤에서 날아오는 마력의 기류를 타고 질주하면서 휘두르는 초고속의 참격기에는 이 자세가 가장 알맞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세는 천변무궁류의 필살검인 초신성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고밀도의 마력을 응축한 검을 온힘을 다해서 앞으로 휘둘러서 최고, 최속의 속도로 참격을 발사한다.
훙, 검을 휘두른다.
당연히 힘을 싣지 않았기 때문에 초신성은 커녕 유성조차 발생하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의 내 기량으로 초신성을 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초신성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성, 혜성, 거성의 요결을 동시에 실행해햐 하는데, 애초에 천변무궁류의 기본 요결조차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한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세 개는커녕 두 개의 요결도 제대로 섞어 쓰지 못하는 게 지금의 내 실력이니까.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의미에서 유성과 혜성을 섞어보거나, 거성과 혜성을 섞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현주소를 재확인했다.
갑작스럽게 내가 모르는 기술이 떠오르거나, 제멋대로 기술이 완성되는 등의 기적은 하나도 벌어지지 않았다.
나의 모든 것이, 내가 알고 있는 그 실력 그대로였다.
"……."
그 사실을 새삼 확인한 후 나는 가상 공간의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수백 미터 이상 떨어진 장소에서, 루이스와 백신아가 서로의 검을 부딪치고 있었다.
루이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아주 멀리 떨어진 위치인데도 여기까지 소리가 쿵쿵 울린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루이스는 백신아에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파르네제의 가전검술을 독자적으로 진화시킨 루이스의 검술은 천변무궁류 앞에서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칼등에 머리를 맞고 기절한 걸까. 백신아가 축 늘어진 루이스의 뒷덜미를 질질 끌고 왔다.
이 세계에서 겪는 고통이 현실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루이스가 도대체 얼마나 크게 충격을 입은 건지 대충 짐작이 갔다. 현실이었으면 머리통이 쪼개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루이스 아씨는 상대하는 맛이 있네요. 아직 젊은데도 공격이 상당히 매서워요. 루이스 아씨가 검왕의 시대에 있었더라면, 검왕도 천하제일인의 자리를 쉽게 얻어내지 못했을 겁니다."
루이스는 기절하길 잘한 거 같다. 눈 시퍼렇게 뜨고 있을 때 저런 소리를 들었다면 아마 속이 뒤집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루이스와 검을 부딪친 백신아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본인 딴에는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보다.
"그런데 검주는, 잘 되어 가고 계세요?"
"이론상으로는 잘 될 거 같은데, 역시 현실에서 감각을 조정해봐야 할 거 같아. 이론하고 실전은 다르니까."
싸움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몸이 회복되고 나면 어디 조용한 곳에 틀어박혀서, 실전 테스트라도 해볼까 생각 중이야."
"……아, 몸 얘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는데요."
"어, 뭔데?"
백신아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살짝 쑤시면서 소곤소곤 말을 걸었다. 눈은 어째선지 도끼눈이다.
"루이스 아씨하고 그렇게…… 왕창 하신 이유가, 몸이 다친 상태에서는 수련을 할 수 없으니까 여기에 있는 가상 공간에서 하자…… 라는 이유였잖아요."
"그랬었지. 그런데 그게 왜?"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조금 전까지 하시던 그게 더 몸에 안 좋을 거 같은데요……?"
할 말이 없었다. 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눈을 가늘인 상태로 기절한 루이스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살폈다. 의식이 없는 건 확실한 거 같다. 의식이 남아 있었다면 이렇게 얌전히 앉아 있진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혹시 모른다. 나는 루이스가 듣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그 정도면 살살 조절한 거야. 연금술사 선생님 때를 생각해봐."
"아…… 듣고 보니까 그러네요."
백신아가 헤죽헤죽 웃으면서 내 옆구리를 다시 팔꿈치로 쑤셔댔다. 부끄러움 같은 건 요만큼도 느끼지 못하는 얼굴이다.
"검주도 안 그렇게 생기셨으면서 아주 짐승이셔. 아니, 그 정도로 할 줄 아시는 분이 지금까지는 어떻게 그렇게 금욕적으로 살아오셨대요?"
"시끄러."
걷어차 주려고 하니까 백신아는 순식간에 저 멀리 떨어진 위치로 도망친 상태였다. 신체 스펙을 의도적으로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두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속도다.
"야, 그것보다도 내 말 좀 들어봐. 물론 초신성을 단기간에 습득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내 나름대로 생각한 수련법이 있는데…… 네 조언을 좀 듣고 싶어."
"뭔데요?"
녀석이 다시 깡총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새삼 파악하게 된 천변무궁류의 전체적인 인상과 원리, 초신성의 특성 따위를 분석한 결과를 설명했다.
백신아는 조금 놀란 얼굴로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의외로 요점은 다 파악하고 계시네요. 네, 맞아요. 정확히 이론을 설명하면 그런 느낌이니까요."
"내가 읽은 논문만 몇 갠데."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원리와 이론을 규명하는 건 연금술사 아래에서 지독히 오랫동안 해온 일이기 때문에 내 특기 분야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원리와 이론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해도 제대로 펼치기 어려울 정도로 천변무궁류가 까다로운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론을 완벽하게 알아도 감각이 없으면 입문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때로는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조차도 혼란스럽게 만들 정도로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기도 한다.
강한 건 인정하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진짜 더럽게 욕 나오는 유파다.
말 그대로 선택 받은 자들의 검술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서, 네가 보기엔 어때? 이 수련법은 가능성이 있어 보여?"
"괜찮아 보여요. 물론, 그걸 써도 단기간에 초신성을 익히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애초부터 그 정도는 기대도 안 했어.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초신성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천변무궁류에 원숙해진 상태에서도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백신아도 내 생각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정당당하게 될 때까지 맞붙어서 싸우는 건, 내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상당히 약삭빠른 데다 속임수나 꼼수도 즐겨 쓰는 성격이니까. 그런 걸 가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정공법으로 안 되면 편법을 쓴다. 길이 막혀 있으면 샛길로 돌아간다.
내 목표는 스페트로 가주보다 강해지는 게 아니라, 스페트로 가주를 쓰러트리는 거니까.
* * *
아주 어두운 밤이었다.
그리고 나는 연금술사의 공방에서 빠져 나온 상태로 도로변을 걷고 있었다.
준비를 하는 건 좋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장비는 내가 지내는 자취방에 남아 있었다. 그것을 좀 챙겨우기 위해서 도시 중심부로 들어왔다.
후드를 푹 눌러쓴 상태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주된 화제는 당연히 오늘 있었던 회동에 대한 것이다.
회동이 상당히 어중간한 형태로 끝나 버린 데다가 특급 모험가 세 명이 연달아서 나가떨어졌다는 소식도 바깥으로 흘러 나온 것 같았다.
역시,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게 숨긴다고 될 일도 아니니까.
내 생각에는 아마 특급 모험가가 실려간 병원에서 소식이 새어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리 입단속을 시켜도 병원의 간호사나 의사들은 민간인에 불과하니까.
"……."
……어, 진짜? 지금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알았는데. 특급 모험가들이 그 꼴이 되었다는 소식이 유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 3위의 특급 모험가가 또 성명을 발표한 것 같다.
그러니까 그, 스텔라인가 어쩌구하는 그 여자 말이다.
제 12위의 특급 모험가 스페트로 가주에게 무슨 일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고, 현재 그가 기거하고 있는 별장을 특급 모험가로 조직된 팀이 만나러 갈 거라고.
과연 그 말은 사실일까? 스텔라 그 사람은 정치질에도 능해 보이던데, 겉으로 말은 이렇게 해두고 지금쯤 벌써 수면 아래에서 스페트로 가주와 접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내게 그런 것까지 신경쓸 여유는 없다. 힘이 없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한정된다.
아무리 머리가 잘 돌아가고, 아무리 입을 잘 털어도 최소한의 힘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요전번에 스텔라와의 첫 만남 당시에도 그러지 않았나. 내가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그녀를 물러나게 한 건 마그누스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전투 능력이었다.
애초에, 스페트로 가주와 호각 이상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개고생하고 있지도 않았을 거다.
절대적인 힘을 향한 동경이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강해지고 싶다.
정말로.
하염 없이 걷던 도중 벌써 자취방에 도착했다. 미리 챙겨온 가방에 필요한 물건만 구비해서 쓸어담았다.
생각보다 가져가고 싶은 게 많다. 어쩌지, 그냥 여러 번 왔다 갔다 할까?
고민하는 와중에도 손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최대한 추릴 만큼 추린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캉, 캉.
오래된 복도에서 발소리가 울린다. 늦은 밤인데 도대체 누굴까? 이 시간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나?
대수롭지 않은 생각으로 자취방을 나선다. 문을 닫고 열쇠를 잠그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시선이 느껴진다.
"……."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위치에 누군가가 길을 막는 것처럼 서 있었다.
품이 넓은 우비 같은 걸 써서 성별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키는 무척 작았다. 아직 어린애…… 인 건가?
나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내 앞을 가로막은 그 사람의 오른손에는 길쭉한 창이 들려 있었다. 상당히 길이가 긴 창이다. 내가 들고 있어도 크게 보일 정도로 기다란 것을 저 작은 체구가 들고 있으니 기분이 매우 이상하다. 무척이나 언밸런스하다.
잠깐……, 그런데 이 마력. 어디에서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은……?
『검주!!』
"……!!"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나는 날카로운 느낌을 감지했다. 조금 늦게 백신아의 소리가 울렸다.
급하게 머리를 비틀었다. 그리고 그 직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내 귀밑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날아갔다.
조금 전까지 내 머리가 있던 위치를 어느 세 날카로운 창이 뚫고 지나간 상태였다.
'뭐야, 습격? 나를 노린 건가? 아니면 아무나 노리다가 재수 없이 내가 걸린 건가……?'
머릿속으로 온갖 가능성을 가늠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을 복도에 떨어트린 후, 칼을 뽑아서 바닥에 냅다 꽂았다.
그저 그뿐인 행위에 노후된 복도가 통째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복도의 아래쪽은 빈 공간이고, 보다 아래쪽에는 구형 아파트의 마당이 있을 뿐이다.
습격자의 밸런스가 무너졌다. 그리고 나는 무너지는 복도의 잔해를 세게 밟으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를 바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창은 매우 빠르게 내질러졌다. 달려드는 나를 향해 직선 궤도로 쏘아진 찌르기. 하지만 나는 그것을 검으로 쳐내거나 피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내가 겉옷으로 입고 있던 재킷을 세게 잡아당겨서 뜯어냈다.
어마어마한 근력에 의해 검은 재킷이 우악스럽게 찢어지고, 나는 그것을 보자기처럼 펼쳐서 창을 향해 휘둘렀다.
물론 이 재킷에 창의 관통력을 죽일 수 있는 효과는 없다. 이것은 정말로 평범한 재킷에 불과하다.
창끝에 재킷의 천이 접한 순간, 부드럽게 관통되었다.
거기까지는 예상했다. 그리고 창날이 완전히 재킷을 뚫고 나갔을 때 손목에 스냅을 줘서 창대를 휘어감았다.
"……!!"
습격자가 헛숨을 삼킨다. 창대가 휘어감긴 순간 힘을 줘서 재킷을 뜯어내려고 했지만, 나는 그 힘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팔을 움직였다.
재킷을 뜯어내려는 그 움직임에 힘을 더하는 것으로 옷이 더 찢어지지 않게 방지했다. 재킷은 조금 뜯어지긴 했지만, 창대에서 분리되지는 않았다.
재킷을 창대에 건 상태에서 레일을 타는 것처럼 보다 안쪽으로 쭉 들어갔다. 재킷은 어느 세 창대를 쥔 손까지 나아가 있었다. 그대로 덮어서 칭칭 감는다.
마치 수갑이나 케이블 타이처럼 손을 그 자리에 묶어버렸다.
"윽……! 아……!"
당연히 습격자는 이를 악물고 손에 마력을 집중해서 재킷을 찢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내 노림수였다. 손에 마력이 집중된 만큼 창에 할애한 마력이 약해졌다.
빠각!! 창대를 팔꿈치로 세게 내려쳐서 기역자로 꺾었다.
여기까지가 낙하하기 직전까지 벌어진 일이었다. 무너지는 복도, 그리고 그 잔해 속에서 헤엄치는 두 사람의 인영.
수많은 것들이 바닥에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고, 나는 그 중심지에서 습격자를 깔아뭉겐 채 등 뒤에서 구속하는 자세로 멈춰 있었다.
"도대체 뭐냐, 넌?"
"……."
절반은 나의 실력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창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 덕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창을 두고 냉병기 중 최강의 무기라고 칭송하지만, 그것은 전투에 마력이 더해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부족한 힘을, 부족한 속도를 마력으로 커버하는 현대 무술의 시선으로 본다면 창은 상당히 장단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병기였다.
바로 '집중'의 문제이다.
창이 가장 큰 위력을 낼 수 있는 지점은 당연히 매우 작고 좁은 창날 부분이다. 좁은 범위에 마력이 모이는 만큼 그 위력은 강력하다. 찌르기의 위력 하나는 검을 비롯한 그 어떤 무기도 쫓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창대는 어떨까.
창이 검에 비해서 우월한 부분은 당연히 창대에 의해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하게 긴 공격 범위이다. 하지만 이 창대가 마력을 사용하는 무학의 세계에선 오히려 단점이 된다.
마력을 창대에까지 분배하면 창날에 맺히는 위력이 약해지고, 그렇다고 창대에 마력을 할애하지 않자니 강도가 아쉽다.
안 그래도 창은 길이가 길기 때문에 강도 면에서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 무기이다. 휘어지기도 잘 휘어진다.
이러한 단점은 이미 선인?人들도 알고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 왔다.
창대의 절반 지점까지만 마력을 집중시켜서 강도의 강화를 노리거나, 창에 맺힌 마력의 분배를 시시각각 변환하면서 상황에 따라 맞춰 쓰는 등의 방식이 연구 되었지만 제대로 효과를 본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지금 내가 이 습격자에게 우위를 점한 것도 바로 그런 특성을 역이용한 것으로, 어지간한 수준의 창수에게는 거진 통하는 전투 방식이었다.
……물론 스페트로 가주쯤 되는 격외의 실력자에겐 이 방법도 안 먹힌다. 그 인간은 진짜 언터쳐블이니까.
"윽……!"
그때였다. 습격자가 몸부림을 치던 과정에서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있던 우비의 모자가 벗겨졌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드러난 습격자의 맨 얼굴은.
맨 얼굴은……………………
……뭐야?
"뭐야, 샤를로트……?"
"크……."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벗겨진 후드 아래로 드러난 습격자의 진짜 얼굴은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소녀, 샤를로트의 것이었기 때문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