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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52화 (52/287)

〈 52화 〉 8. 나와 검주의 어사일럼(Asylum)

* * *

욕실에서 씻고 나온 후에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 시트와 이불을 빨았다. 이것도 은근히 중노동이다. 한 번 할 때마다 빨아줘야 하는데, 구석구석 씻어내지 않으면 나중에 냄새가 나니까.

나보다 조금 늦게 나온 루이스에겐 수납장에 들어있는 내 티셔츠를 빌려줬다. 물론, 루이스는 이런 반응이다.

"왜 연금술사 선생님의 공방에 네 셔츠가 있는 거야……."

"실험하다보면 여기에서 며칠씩 숙박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

변명이 아니었다.

난 연금술사와 일선을 넘기 전부터 이곳에 내 옷을 몇 벌씩 놓아두고 다녔으니까.

그녀가 진행하는 실험 중에는 '72시간 동안 5분 간격으로 쉬지 않고 반응을 체크해야 하는' 실험 같은 것도 있었기 때문에 며칠씩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했다.

예전에 내가 그녀와 나의 관계를 대학원생과 교수 같은 관계로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그녀의 연구 주제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제대로 잠을 자는 건 포기해야 한다.

루이스도 모험가 쪽에 집중하기 전까지는 연금술사와 실험을 여러 번 경험해본 적이 있으니까 이건 알고 있을 거다.

"……아, 하긴."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안색이 나빠졌다.

루이스는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옷을 세탁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은 여기에 있던 내 티셔츠 한 벌만 입고 있다.

사이즈가 안 맞아서 어깨 쪽이 흘러내릴 것 같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꽉 끼는 인상이다. 원인은 당연히 가슴에 있다. 큼지막한 가슴 때문에 티셔츠의 앞 부분이 들려서 커튼처럼 보인다. 배꼽도 살짝 드러난 것 같다.

빌린 바지도 사이즈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모로 노출도가 높다. 루이스도 그 사실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행동거지가 전체적으로 조심스럽다. 잘못하면 바지가 흘러내릴 수도 있으니까.

이불과 시트, 서로의 옷가지 등을 세탁한 뒤, 바깥의 빨래줄에 걸고 나서 공방으로 돌아왔다. 그때쯤 되어 서로의 마력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무사히 동기화가 끝난 것 같았다.

루이스가 내 가슴팍에 손을 얹은 채 조용히 눈을 감는다. 정확히 여기가 내 코어가 위치한 자리이다. 심장이 뛰는 자리 바로 옆에서 조용히 고동치고 있다.

"……네 마력하고 내 마력이 궁합은 좋은 거 같아. 상당히 잘 어우러진 느낌이야."

"나도 한 번 볼까."

내 오른손이 루이스의 가슴 아래쪽으로 파고들었다. 루이스의 코어는 이 자리에 있었다. 위치가 위치라서인지 꼭 단전 같은 느낌이다.

그곳을 검지와 중지로 가볍게 짚은 후, 눈을 감았다.

용암처럼 강대한 힘을 억누르고 있는 듯한 마력의 격류 속에서 나는 사라지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또 하나의 마력을 발견했다. 그것이 나의 마력이었다. 녹색과 붉은색이 혼합된 복합적인 마력의 성질이 나의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시작한다."

"응."

잠시 뒤, 우리가 눈을 떴을 때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새하얀 공간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와 루이스는 서로에게 가장 익숙한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면 옷에 전술 조끼 차림, 루이스는 타이즈 위에 경갑을 덧대 입은 옷차림이다.

평소에 늘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폭이 좁고 날이 긴 장검도 허리춤에 제대로 걸려 있다. 루이스는 조금 놀란 얼굴로 검을 뽑아낸다.

"현실하고 전혀 다를 게 없어……. 대단한데."

"지금은 네가 아직 처음이라서 그래. 이 세계에서 계속 검을 휘두르다 보면 머지 않아 현실과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이쪽 세계에서 수행한 경험으로 따지면 아무래도 내가 루이스보다 낫다. 그러니까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해줄 수 있었다. 이 세계에 오래 체류하면 체류할수록 현실과의 감각이 점점 어긋나기 시작하는 걸 체험하게 될 것이다.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 새하얀 가상 공간 속을 나아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루이스는 그 가상 공간 너머에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검은 코트를 어깨에 걸친, 영화 속 마피아 보스처럼 옷을 맞춰 입은 은발의 소녀.

그녀가 획 몸을 돌려서 이쪽으로 도도도 달려왔다.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아들 뻔 했지만, 내가 손을 뻗어서 만류했다.

소녀는 루이스의 앞에서 신발 밑창을 강하게 마찰시키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어서 오세요, 검주. 그리고 루이스 아씨!"

"루이스 아씨……? 뭐야, 그럼 혹시 너……"

루이스를 그런 식으로 호칭하는 사람은 하나 뿐이다. 그리고 루이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검지 손가락으로 자기보다 키가 작은 소녀를 가리키며 루이스가 바들바들 떨었다.

"루이스 아씨. 이런 식으로 뵙는 건 처음이죠?"

"배, 백신아?"

백신아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루이스의 손을 양손으로 꽉 잡았다. 이런 형태로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표정에도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무표정하게 있을 때는 차가운 분위기지만, 한 번 표정이 드러난 시점에서 신기한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이 박살난 상태였다. 생글생글 웃는 표정은 구김살 없는 아기 천사 같아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맑아지는 것 같다.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여인이지만, 입을 열고 있으면 천상 소녀나 다름 없었다. 고작해야 표정 변화 하나로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두 사람은 잠시간 회포를 푼 뒤(거의 일방적으로 백신아가 들이대는 형국이었지만), 처음 목적을 상기시키고 자세를 잡았다.

우리 두 사람을 차례로 돌아보던 백신아는 이렇게 단언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대로는 그 남자에게 이길 수 없을 거에요. 전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전 루이스 아씨가 수행하기 위해서 이곳에 들어오신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 그래……?"

"네네. 루이스 아씨는 좀 부끄러우셨을지도 모르지만요."

이 공간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는 현실에 비해서 두 배 정도 빠르다. 바깥에서의 1분이 여기에서는 2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수행에는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백발의 백신아가 등을 획 돌리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바로 그때, 눈앞의 공간이 비틀리면서 그 자리에 어느 중년 남성의 육체가 드러난다.

"……그건."

루이스가 눈을 찌푸렸다.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은 얼마 전에 우리 둘에게 무참한 패배를 선사했던 스페트로 가주의 모습이었음으로.

백신아가 그 남자의 뺨을 집게 손가락으로 잡아당기면서 설명했다.

"이건 제가 만든 그 남자의 가짜예요. 저희가 지금까지 얻은 전투 기록을 토대로 최대한 재현한 거죠."

보이드 때와 비슷한 경우였다.

그때 역시, 백신아는 보이드의 정보를 기초로 그의 분신을 만들어서 나와 맞서 싸우게 했었으니까.

하지만 루이스는 그 사실을 내게 말로 전해 들었을 뿐, 실제로 경험해본 적은 없었다. 조금 놀란 표정이다.

"그걸, 왜?"

"본격적으로 뭘 시작하기 전에, 두 분에게 지금부터 저희가 쓰러트려야 하는 '적'이 어느 정도의 상대인지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백신아의 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뒤, 녀석은 어느 세 우리 둘의 뒤로 돌아와서 한 손에 하나씩 나와 루이스의 손을 쥐고 있었다.

"일단, '저것'하고 먼저 싸워보세요. 본격적인 진행은 그 다음부터 하시죵."

백신아가 재차 손가락을 튕긴다.

초점이 없던 스페트로 가주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그 손에는 어느 세 창이 들려 있었다.

"……."

"아, 추가로 하나 더 말씀 드리자면, 저것도 '그 남자'의 실력을 밑바닥까지 긁어낸 것라고는 할 수 없을 거에요. 두 분에게는 조금 충격적인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그 남자는 적어도 하나에서 두 개 정도 비장의 수단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건 나와 루이스도 짐작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백신아와의 전투에서 크게 지친 상태에서조차 특급 모험가 둘을 순식간에 정리하는 말도 안 되는 전투 능력.

그 남자의 밑바닥은 나조차 알 수 없다.

백신아가 살짝 눈을 감았다.

"……하지만 전, 두 분이라면 이 소리를 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죠?"

"당연하지."

먼저 대답한 건 루이스 쪽이었다. 이를 바득 갈면서 허리춤의 검을 뽑아냈다. 폭이 좁은 장검은 루이스가 최근 3년 동안 계속 사용해온 애검이었다.

"겨우 그 정도로 포기할 거 같냐."

루이스가 재차 각오를 다진 그 순간, 스페트로 가주의 몸이 움직였다.

"아…… 으, 역시 아직은 안 되나."

당연히 깨졌다. 루이스와 내가 힘을 합친 상태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전투 능력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

백신아가 만들어낸 스페트로 가주에게 5분 동안 농락 당한 끝에 가볍게 나가떨어졌다.

"그래도 제 생각보다는 오래 버티신 거에요. 두 분, 생각보다 호흡이 아주 잘 맞으시는데요?"

우리 두 사람이 명백한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 다음에야 백신아가 앞으로 나섰다. 바닥에 엎어져서 꿈틀거리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의 사이로 나아가서 여전히 전투 태세를 취하고 있는 스페트로 가주의 맞은편에 선다.

백신아가 느릿하게 검을 뽑는다.

지금의 내 허리춤에 매달린 것과 같은 검왕검을 손에 쥐었다.

"지친 상태에서도 특급 모험가 중 두 사람을 가볍게 쓰러트리는 괴물 같은 인간이라고요. 그런 적을 상대로 그 정도로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하죠."

"……."

칭찬은 칭찬인데, 듣고 있으니까 되게 속이 거북해지는 칭찬이다.

처참하게 패배한 상태이기 때문일까. 오히려 더 배알이 꼴린다. 동정하듯 쏟아지는 칭찬이 내 영혼에 불을 붙였다. 혹시 그런 효과를 노린 거라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바닥에 쓰러진 루이스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물리적으로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이 깊었지만,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킨다.

백신아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스페트로 가주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해봐야 나와 비슷한 정도.

저것이 백신아의 디폴트 값이다. 녀석은 언제나 나와 비슷한 수준의 신체 능력밖에 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눈에 보이는 전투 능력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백신아는 환영처럼 수도 없이 내질러지는 스페트로 가주의 모든 공격을 피하고, 흘리고, 받아내면서 나와 루이스 이상으로 오랜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이곳의 백신아와 현실과 다른 점은 딱 하나 뿐이다.

5분의 시간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그 한 가지로 충분했다.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백신아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캉!!

백신아가 설명했던 것처럼 정확히 10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스페트로 가주의 허리가 절단되었다. 주인 잃은 하반신이 철푸덕 쓰러지고, 날아간 상반신이 연기처럼 흩어진다.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늘어나는 기분이다. 그건 루이스도 마찬가지인지, 백신아의 전투를 연신 헛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었다.

"세다……."

루이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백신아는 언젠가의 나처럼 검왕검을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면서 우리를 돌아봤다.

"뭐, 이런 식으로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싸울 수 있다면 아주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제가 현실에서 싸울 수 있는 시간은 불과 5분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검주는, 이 남자를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계시죠."

"그래, 맞아."

나는 최대한 놀란 티를 내지 않고 대답했다.

"천변무궁류의 오의, 초신성???을 쓸 수 있다면 최소한의 승산은 확보할 수 있겠지."

"……좋아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 * *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천변무궁류의 오의는 총 세 개가 존재합니다."

검을 양손으로 틀어쥔 백신아가 몸을 빙글 돌렸다. 검끝을 등뒤로 향한 상태에서,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여서 체중을 싣는다.

앞으로 달려 나가기 위한 돌격검의 자세다.

"그 중에서 현재 검주가 습득할 수 있는 건 범위계??? 오의인 초신성 뿐이에요."

"어째서야?"

루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백신아는 자세를 풀지 않고 대답했다.

"천변무궁류의 오의는 여러 개의 기술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조합해서 만들어지는 가장 최적의 조합을 의미하거든요. 현재 검주가 습득하신 천변무궁류의 기술은 유성과 혜성, 그리고 거성 뿐. 이 조합으로 쓸 수 있는 건 초신성 밖에 없어요."

스윽.

백신아의 다리가 앞으로 조금 미끄러진다.

"이 기술은 천변무궁류의 제삼검?三?, 거성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칼끝에 푸르게 빛나는 마력이 맺힌 순간 그것은 날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일반적인 강화 마법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으로 마력이 고밀도로 응축되었다.

이것이 거성.

천변무궁류의 제삼검이다.

"그 다음은 제이검 ?二?, 혜성?의 요결입니다. 혜성은 고밀도의 마력이 인력?力을 얻는 원리를 통해 대기 중의 마력을 끌어들여 신체를 강화하는 기법. 이 원리를 그대로 거성에 적용해서 대기 중의 마력을 있는 대로 칼날에 휘어 감는 것이죠."

날을 휘어감은 마력이 붉게 변질되었다. 푸르게 빛나는 마력 위에 붉은 마력이 코팅을 하듯 겹쳐진다.

고오오오오오오…….

이 시점에서 나와 루이스는 칼날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중으로 강화된 칼날은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은 마력을, 매우 높은 밀도로 응축하고 있었다.

밀도가 높다는 건, 검에 작용하는 압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압력이 작용해서 고밀도로 뭉친 물체는 어마어마한 열을 품게 된다.

어마어마한 압력이 작용하는 혹성의 핵이 수천 도의 열을 발산하는 것처럼.

지나친 열기는 칼날의 주변에 작용하는 풍경마저 일그러지게 만들었다. 마치 주변의 공간이 쪼그라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파괴력은 확보했지만, 이 정도의 고밀도의 마력을 유지한 채 몸을 움직이는 건 저라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마력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마지막에는 제일검?一?, 유성?의 요결이 필요해요."

백신아의 시선이 위로 향한다. 그 자리에는 녀석이 알아보기 쉽게 색으로 표시한 마력이 흐르는 기류가 보였다.

평소에는 천방지축에 제멋대로 움직이던 마력의 흐름이 천변무궁류의 요결에 의해서 정리되어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마력의 기류가 불고 있다.

천변무궁류의 제일검은 마력의 기류를 한 방향으로 집중시켜서 사용자의 몸을 탄환처럼 쏘아 보내는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그 속도를 최대한 이용해서 초고속의 참격기로만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마력의 기류는 사용자의 몸을 위로 쏘아 올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총열(Barrel)이었다. 고밀도의 마력은 힘을 푼 순간 곧바로 사방으로 흩어져야 정상이지만, 마력의 기류를 조작해서 한 방향으로 수렴되도록 유도하면 고밀도의 마력을 원하는 위치에 때려 박을 수 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앗!!!!"

백신아가 이를 갈면서 전신에 힘을 주었다. 고밀도의 마력을 휘어감은 검이 둔중하게 움직였다.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듯이 휘두른 참격의 끝에서 고밀도의 마력이 일직선으로 사출 되었다.

천변무궁류????

오의??

무無

초신성???

어마어마한 굉음이 발생했다. 발사 직후에 발생한 후폭풍만으로도 나와 루이스의 몸이 한참 멀리 있는 위치까지 나가떨어졌다.

"……!!"

그것은 섬광 같은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색채를 응축한 극채색의 오로라. 위아래로 펼쳐진 직경만 해도 수십 미터의 굵기를 가진 빛의 기둥이 칼끝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10초, 20초……, 30초 가까이 분출되던 마력의 선이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지만 볼 때마다 기겁하게 된다.

차라리 SF 영화에서 나오는 궤도 폭격에 가까웠다.

천변무궁류는 아?와 비아??의 경계를 무너트린 후, 천지자연의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는 마력을 휘두르는 유파.

그 본질이 지금의 일격에 담겨 있었다.

검을 앞으로 내지른 자세로 굳어 있던 백신아가 검을 옆으로 털면서 검집에 되돌린다.

"이 기술은 검주가 요구하신 조건에 딱 맞는 기술이에요. 천지자연의 마력을 그대로 끌어오기 때문에 검주께서 가지고 있는 마력양에 관계 없이 쓸 수 있고, 위력은 일격필살. 이거에 맞으면 스페트로 가주도 한 방에 쓰러트릴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조금 전의 그것은 명백히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차라리 현실에 존재하는 핵폭탄 같은 위력에 가까웠으니까.

"문제는 지금의 검주의 기량으로 이걸 습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건데……, 방법은 있으세요?"

"없어."

난 숨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

저 기술을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지만, 바라 보고만 있어도 그 난이도를 알 수 있다. 지금의 내가 감히 손댈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 아니었다.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입문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수련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비전도 없다.

하지만.

"하지만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은 있어. 조금 편법이긴 하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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