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7.5. 나와 그녀의 (진짜) 건전하지 못한 관계 (5)
* * *
"오───♥ 오───♥"
지금까지는 애써 시선을 피해 왔었지만, 사실 한 번쯤은 꽉 움켜쥐고 싶었다.
열네 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루이스는 이 정도로 육감적인 몸을 가진 소녀가 아니었다.
그런 것이 언제부터인가 매우 크고 탐스럽게 변해 있었고, 언제부터인가 시선을 제대로 맞출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침대 시트 위에 엎드린 루이스. 그녀의 가슴은 등 뒤에서도 좌우로 삐져 나온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크고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백신현은 엎드린 루이스의 등 뒤에서 그녀의 가슴을 세게 틀어쥔 채 문지르고 있었다. 딱딱하게 발기한 유두를 한 번 쥐어짤 때마다 루이스는 언어가 되지 못한 소리를 내질렀다.
느린 속도로 허리를 뒤로 물린다. 루이스의 보짓살이 빨판처럼 끌려 나온다.
음경은 상당히 길게 뽑혀 나왔는데도 아직 절반 가까이가 루이스의 질내에 남아 있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처박는다. 질내의 가장 깊은 곳보다도 더 안쪽에 존재하는 어느 지점에 쇳덩이 같은 귀두가 꽂힌다.
루이스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절정하고 있었다.
"힉, 오, 옥?! 아, 아기익, 악, 오? 오───!"
위치가 변한다. 루이스는 백신현의 몸통에 다리를 강하게 휘어감은 채, 앉은 자세로 허리를 튕기고 있었다. 서로 마주본 채 밀착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백신현의 몸에 접한 상태였다.
큼지막한 가슴도, 임산부처럼 부푼 배도, 모두 찰싹 달라붙은 채 위아래로 흔들린다.
"츄……, 쯉……, 꺄흐, 베───"
루이스의 입술은 백신현의 목덜미에 묻혀 있었다. 혀로 햝고, 살짝 깨물고, 입술에 힘을 줘서 흔적을 남긴다. 이미 수많은 흔적이 목에 남아 있다.
"안에 싼다."
"긱!? 아?!!?"
루이스의 허리가 뒤로 젓혀졌다.
밀착해있던 거리가 조금 멀어졌다. 백신현은 손을 앞으로 뻗어서 루이스의 가슴을 거의 뭉게듯이 움켜쥐었다. 그때, 루이스는 비부에서 물을 뿜고 있었다.
힘이 쭉 빠졌다. 루이스는 그대로 뒤로 쓰러질 것처럼 넘어갔지만, 그녀는 제대로 쓰러질 수도 없었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까지 삽입된 음경은 기둥이나 꼬챙이처럼 루이스의 몸을 고정해서, 실신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백신현이 손을 둘러서 루이스의 허리를 다시 꼿꼿하게 펴지도록 조작했다.
"윽?!"
루이스의 시야가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지나치게 강렬한 자극이 뇌의 인식을 비틀어버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중독된 사람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눈앞에서 별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것 같은 환각이 보였다.
얼마 가지 않아 루이스는 이것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전형적인 산소부족증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아.'
루이스는 어쩌면, 자신이 이 자리에서 완전히 끝장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 *
"……야, 루이스."
"……."
대답이 없다. 하지만 자고 있는 건 아니다. 함께 덮은 이불을 최대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 상태에서, 두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보니까 머리통이 진짜 작긴 작다. 두손을 쓰니까 얼굴이 완벽하게 숨겨질 정도니까. 하지만 붉게 물든 귀까지는 숨기지 못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보면 하나마나다.
내게 뒤통수를 보인 머리통을 관찰한다. 루이스는 이때까지도 여전히 머리카락을 오른쪽으로 틀어묶은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풀어 헤칠 여유도 없었다. 서로 짐승처럼 몸을 섞고, 섞고, 또 다시 섞어댔다. 그런 식으로 천천히 서로의 마력을 서로의 코어에 느릿하게 휘어감아 나갔다.
어느 정도 부드럽게 진행된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섬세함이나 부드러움 따위의 덕목을 모두 무시한 채 무작정 서로의 마력을 섞는 행위에만 집중을 했다.
연금술사과 비교했을 때 루이스의 강인함이 아득히 높은 수준인 데다가, 나 역시 이전에 비해 마력을 다루는 솜씨가 훨씬 능숙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잠시 쉬어가면서 서로의 마력을 어느 정도 안정시키기만 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 행위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느 세 해가 저물고 있다.
참 오래도 했다.
"야, 루이스. 넌 배 안 고파?"
"……."
여전히 대답은 없다. 의식이 있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이러니까 조금 당황스럽다. 그게 그렇게 부끄러웠나.
하지만 나는 루이스와 무척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이런 상태의 루이스를 자극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다.
크흠, 하고 나는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쓴 채 등을 돌린 루이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근데 루이스 너 있잖아. 아까 전에, 갑자기 가슴을 쓰기 시작하던데."
"……."
그때 일이 떠올랐는지 루이스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모로 누운 자세인데도 가슴은 늘어지지 않고 등 옆으로 살짝 삐져나와 있었다. 참 어마어마한 크기다.
"은근히 적극적으로 나오는 게, 너 생각보다 꽤 밝히는 편……"
"으아아!"
효과는 확실했다. 루이스는 내 말이 채 끊어지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베개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내 머리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힘이 거의 실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일단 얻어맞은 뒤 반격에 들어가는' 전투 방식에 익숙한 나는 이런 때 가장 쓸모있는 방어 자세를 습득하고 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차라리 맨주먹으로 때리느니만 못한 수준의 배게 공격이었다.
한참 동안 루이스의 밑에 깔린 채 맞아주던 도중, 갑자기 공격이 뚝 끊어진 걸 눈치챘다.
"……우."
배게를 올려든 자세 그대로 루이스가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아니, 사실 루이스의 얼굴은 달아오른 귀와 눈을 제외하면 보이지도 않는다. 가슴팍에서 솟아오른 두 개의 커다란 덩어리가 내 시야를 가리고 있었으니까.
머리 위로 들어올린 배게를 옆으로 내팽겨쳐든 뒤, 루이스가 가슴을 아래에서 받치는 듯한 자세로 팔짱을 꼈다.
언제 몸에 둘렀는지, 루이스는 새하얀 이불을 드레스처럼 몸에 칭칭 감고 있었다.
루이스가 짐승처럼 갸릉거렸다.
"……그, 그 얘기 한 번만 더 하면 가만 안 둔다……. 진짜야……."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얼굴은 이 이상 붉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붉고, 눈가의 그 자리에는 또 다시 같은 눈물이 맺혔다.
나는 항복의 표시로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스가 갸르릉거리면서 내 위에서 비켰다.
"교환한 마력이 동기화 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거 같은데, 일단 밥이나 좀 먹자. 체력을 썼더니 배고파."
"……그 전에 난 좀, 씻고 싶어……."
"어차피 밥 먹으러 나가려면 나도 좀 씻어야 해."
"……,"
루이스가 붉어진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몸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옆에 내려놓은 후 루이스는 욕실의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었다. 상반신을 벽에 기댄 상태에서 양 무릎을 세우고 앉는다.
몸을 씻는 건 좋지만, 루이스의 뱃속에는 이미 상당히 많은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 이것을 먼저 빼내지 않으면 씻어봐야 의미가 없다.
루이스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린 상태에서 검지와 중지를 써서 균열을 최대한 벌렸다. 최대한 벌렸다고 벌리는데도 그렇게 틈이 넓어 보이지 않았다. 이 안에 내 것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 거짓말 같다.
"……빠, 빤히 쳐다보지 말라고……."
"아, 미안."
나는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 뒤 검지와 중지를 써서 루이스의 배꼽 부분을 살짝 눌렀다. "흐읏?!" 그뿐인 행위에 루이스는 무척이나 야한 목소리를 냈다.
이런 경험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나는 쓸데없는 시도로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루이스가 놀라지 않게 왼손으로 어깨를 붙잡은 상태에서 조용히 정액을 밀어내나간다.
균열에서 울컥대며 흘러나온 정액은 반숙 계란처럼 고형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으……, 아……"
루이스의 균열에서 정액이 아닌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턱을 살짝 위로 든 루이스는 무언가를 애원하듯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정액이 주입된 시간 이상으로 오랜 시간을 소모해서 루이스의 뱃속을 채우고 있던 내용물을 최대한 배출시켰다.
힘이 풀렸는지 루이스는 다리를 벌린 상태 그대로 실금하고 말았다.
"……으. 계속해서……, 창피하게……"
루이스의 드센 성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수치스러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금조차 자신의 의지로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루이스는 상당히 민감한 상태였다. 모든 내용물을 배출한 그 자리에 물을 떠서 부었다. 내용물이 하나씩 물속으로 흘러갔다.
흐리멍텅한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는 루이스. 녀석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계까지 부풀어있었던 자신의 배를 위아래로 문지르면서 입을 열었다.
"피임약…… 괜찮은 거겠지……"
"지금까지는 모두 괜찮았어."
"……하지만, 아직도 이 안에는 남아 있다고. 뱃속이 출렁출렁거려."
루이스는 임신이 걱정인 것 같았다.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나도 지금까지 정액을 쏟아내면서 "이거 진짜 괜찮은 건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뭐, 애가 생기면 그때는 그때고.
이미 실컷 싸질러놓은 상태에서 그런 걸 걱정하는 것도 좀 웃기다. 그게 싫으면 아예 하지를 말았어야 했으니까.
영 불안해하는 루이스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안심시킨 후, 서로 등을 돌린 채 각자 몸을 씻기 시작했다. 루이스의 행동이 어울리지 않게 허우적대는 모양새인 건 틀림없이 지금의 상황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도 조금 긴장된다. 흘끔 돌아돈 루이스의 뒷모습은 그때마다 내 것을 움찔 떨리게 만들었다. 아, 안 돼. 겨우 가라앉혔는데 또 커지겠다.
바로 그때 루이스가 내 등에 자신의 등을 기대어 왔다. 자신의 체중 대부분을 등에 실은 상태로 내 이름을 부른다.
"……있잖아, 백신현……"
"왜?"
"……아니, 그냥, 그냥 불러봤어……."
뭐야, 싱겁기는.
루이스답지 않은 행동에 헛웃음이 나왔다. 하긴 조금 전까지 그런 짓을 하고 있었는데,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한 건가.
"……있잖아. 백신현."
"왜?"
또다.
나는 내 머리 위로 뜨거운 물을 끼얹으며 대답했다.
"샤를로트 걔가, 나하고 좀 닮기는 했지?"
"너? 아, 어릴 적의 너하곤 꽤 닮았지."
이름이 나온 순간 어렵지 않게 머릿속으로 샤틀로트의 얼굴을 그려낸다. 라임색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은 예쁘장한 소녀. 그 아이는 딱 10년 전의 루이스를 닮은 얼굴을 하고 있다.
부잣집의 영애라는 점이나,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고 있었다는 점도 같다.
물론 차이점도 많다. 눈동자 색도 다르고, 무엇보다도 루이스는 엄청나게 기가 센 성격이었다. 겁에 질린 토끼처럼 벌벌 떠는 샤를로트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걔 자체가 착하고 예쁘장해서 도와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더 신경 쓰이는 것도 맞아."
"그래……?"
난 루이스가 질문하지 않았는데도 고해성사를 하듯 홀로 입을 열었다.
루이스와 샤를로트는 많은 것이 닮았다. 부잣집의 영애라는 점이나,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고난 재능 때문에 어른들의 사정에 끼어서 된서리를 얻어맞고 있다는 점까지.
그런 건 싫다. 다 큰 어른들이 어린애 가지고 도대체 뭣 하는 짓이야, 지금.
그러니까 샤를로트를 도와주고 싶다.
지금은 도와주기는커녕 나까지 휘말려서 죽을 판이라 잠시 후퇴한 상태이긴 하지만.
다음 번에는, 반드시.
"……난 다 씻었는데, 넌 어때?"
루이스에 비해서 난 비교적 씻을 곳이 많지 않았다. 당연히 같이 시작해도 속도는 내쪽이 훨씬 빨랐다.
힐끔 돌아본 루이스는 나를 쫓아내려는 듯 오른손을 팔랑거렸다.
"난 아직 많이 남았어. 욕조에 몸도 좀 담그고 싶고. 아, 네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 얼른 나가. 애초에 네가 신경쓰여서 제대로 씻지 못한 거라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갑자기 넘어지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
"……시끄러."
루이스가 갸르릉 울어댔다.
내 딴에는 배려한다고 한 행동인데, 역효과였나?
얼른 안 나가면 루이스가 바가지를 집어 던질 것 같은 얼굴이라서 나도 도망치듯이 욕실을 빠져나갔다.
* * *
"으……"
백신현이 욕실의 문을 열고 나간 직후, 루이스는 사지에서 힘을 쭉 빼고 그 자리에서 축 늘어졌다. 이런 모습은 백신현 앞에서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다. 이미 못볼 꼴을 잔뜩 보여준 판에 이런 걸 따지는 것도 이상하지만, 루이스는 원래 이런 소녀였다.
잠시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축 늘어져 있었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 사이가 아프고, 아무튼 여기저기가 전체적으로 심하게 욱신댔다. 루이스의 입술이 앞으로 삐죽 나온다.
한참 동안 앉아 있던 루이스는 민감해진 몸을 조금씩 진정시켜가며 몸을 일으켰다. 무심코 루이스가 바라본 방향에는 얼굴과 상반신을 비추는 네모난 거울이 달려 있었다.
물기가 맺혀서 흐리게 된 것을 손바닥으로 닦아낸 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빤히 노려본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고 나서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는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몇 가지 요소가 추가되어 있었다.
일단, 무척이나 야하게 보였다.
"……."
한참 동안 거울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다양한 표정을 연습하던 루이스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허리까지 길게 내려온 금발을 좌우의 손으로 절반씩 쥐었다. 그 상태에서 손을 머리 옆으로 가져가서 양갈래처럼 보이게 모양을 맞춰봤다.
이전의 루이스는 머리카락을 이런 식으로 묶고 다녔었다. 그러니까, 10년 전에는 말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성격도 더러우면서 세상 물정까지 모르던 한심한 영애에 불과했다.
1분 정도 그 상태를 지속하다 그만뒀다.
루이스가 입술을 삐죽였다.
"……에이,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이젠 안 어울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