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7.5. 나와 그녀의 (진짜) 건전하지 못한 관계
* * *
"애초에 배상의 기준이 뭔지도 애매하다."
마그누스의 거대한 어깨가 움찔거렸다.
"신현이 저 녀석이 막을 부수고 침입한 거야 문제라고 치더라도, 그때 신현이가 난입하지 않았더라면 루이스는 죽거나, 어쩌면 죽음에 준하는 큰 부상을 입게 되었을 거다. 그런데 막이 부서지는 그 순간까지 그 누구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지."
그는 스텔라를 포함한 네 명의 특급 모험가를 유유히 지나치면서 내 앞에 멈춰섰다.
"나는 움직이려다 신현이를 보고 멈춘 거지만…… 이것도 듣는 사람 입장에선 변명일테지. 뭐, 아무튼."
마그누스가 스텔라를 조용히 노려본다. 스텔라도 경험과 실력이 풍부한 마법사이지만 명백히 기세에서 밀리는 눈치였다.
"특급 모험가는 평시에는 자유인이지만, 전시에는 기사단장 급으로 취급되는 최중요 국가급 전력이다. 만약 그때 신현이가 끼어들어서 루이스를 구하지 않았다면 나나 자네를 비롯한 현장에 있던 특급 모험가 전원이 문책을 받았을 거야."
"……그건."
"애초에 자네도 진지하게 신현이에게 배상을 요구하려는 건 아니겠지. 어차피 신현이에게 배상 능력이 없다는 건 알고 있을 테니까. 그것을 미끼로, 신현이를 끌어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그 말을 들은 순간 내게 부축 받고 있던 루이스가 획 고개를 들었다. 어찌나 기세가 흉폭한지 한 순간 스텔라도 당황했다.
루이스가 흉신악살 같은 얼굴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이놈은, 아무한테도 안 줘……"
그러다가 옆구리가 쑤시는지 "아으"하면서 손으로 움켜쥐고 신음한다.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얘 혼자서 흥분하고 난리일까.
요전번에 올리비아 때도 그렇고, 얘는 내가 그렇게 쉽게 홀라당 넘어갈 정도로 쉬운 놈으로 보이는 건가.
"애초에 말입니다."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그때마다 전신이 얼얼했다. 아, 진짜, 목 쓰기 싫었는데.
"제 실력을 보고도 굳이 이런 식으로 척을 지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요."
"무슨 소리입니까?"
"간단히 말해서, 보시면 아시잖아요? 제가 당신보다 더 강해요."
스텔라가 침묵했다.
본인도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만, 난 이미 확신하고 있다.
백신아의 힘은 스텔라보다 확실하게 높은 영역에 있었다. 마그누스까지는 어려울지 몰라도, 제 3위까지는 거뜬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은 알고 있다.
눈이 옹이구멍이 아닌 이상에야 모를 리가 없지. 그 싸움을 조금 전까지 보고 있었을 텐데.
"그런데 굳이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걸고…… 굳이 나쁜 관계로 시작하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그러다가 제가 당신을 적대하게 되면 그때는 어쩔 생각입니까? 한 판 붙어보는 거면 저도 딱히 거절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나는 어깨로 부축하고 있던 루이스를 바닥에 살짝 내려놓은 뒤, 검을 뽑아서 손에 쥐었다.
다 빠진 힘과 없는 집중력을 끌어모아서 다시 한 번 천변무궁류의 제삼검에 들어간다. 파괴를 응축하고 있는 듯한 푸른색 검광?光이 어둠이 짙게 깔린 통로를 밝힌다.
백신아가 쓸 때와 비교하면 크기도 작고 색채도 흐릿하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밀도로 마력이 뭉쳐 있다.
스텔라의 주변에 서 있던 특급 모험가들이 눈을 찌푸린다.
"아니면 뭐, 제가 지친 틈을 타서 일단 힘으로 눌러놓고 생각해볼 심산이었습니까? 그렇다면 한 번 해보시죠. 아무리 지쳤다지만, 쉽게 당하진 않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반쯤은 허세였다. 이미 내 몸은 스페트로 가주의 공격을 쉴 세 없이 받아낸 후유증으로 성한 곳 하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사실 지금도 거의 근성으로 서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통한다.
전체적으로 마력이 부족한 나는, 그렇기 때문에 마력의 크기만으로는 상태를 확실하게 알아보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급 모험가가 가지고 있는 마력에 비하면 내 마력은 말 그대로 1할도 되지 않는 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커다란 단위의 힘을 다루다보니 나처럼 미약한 영역은 오히려 가늠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들은 내 마력이 전체에서 절반 정도 빠져나가더라도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
"……."
스텔라는 빠르게 상황을 분석하는 눈치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도 나지만, 나 이상으로 마그누스의 기색을 살피고 있었다.
나만 있었다면 조금 무리수를 써서라도 붙어볼 생각이 있었던 것 같지만, 옆에 마그누스가 있으니까 부담감을 느끼는 모양.
그리고 그녀의 행동에 쐐기를 박듯 마그누스가 등에 짊어진 대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떤가? 배상이라면 내가 대신 하겠네. 관객석에서 발생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도 내 쪽에서 처리하지. 원래 신현이가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설 생각이었으니까, 이것도 내가 대신 갚아주는 편이 옳다고 본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는 이미 오픈핑거 글러브를 낀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세게 말아쥔 상태였다.
여기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
쯧, 하고 소리를 내면서 스텔라가 먼저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좋아요. 저로서는 누가 됐든 배상만 제대로 해주면 되는 문제니까."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뻔뻔하게 거짓말하기는.
나는 그 한 마디를 듣고 지금까지 잘만 해오던 포커페이스를 무너트릴 뻔 했다.
스텔라가 돌아서자 그녀가 선동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특급 모험가들도 슬금슬금 몸을 빼려는 기색이었다.
나는 그들의 등을 바라보며 이렇게 툭 내뱉었다.
"저도 저지만, 스페트로 가주님도 많이 수상해보였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의 실력은 1년 전의 그…… 아니, 불과 3개월 전의 그와 비교해도 말이 안 되는 수준으로 늘어나 있었으니까요."
스텔라는 등을 돌린 상태로 조용히 대답했다.
사실 눈이 옹이구멍이 아닌 이상에는 모를 수가 없는 일이다. 나도 나지만, 스페트로 가주도 만만찮게 수상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나는 거성巨?을 유지한 채 스텔라를 노려봤다.
"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그 사람을 습격해서 죽이거나 제압해두는 편이 좋을 겁니다. 전 그래도 말이 통하는 축에 들지만 그쪽은 말이 아예 안 통할 테니까요. 저와 붙으면서 힘이 빠진 지금이 절호의 찬스에요."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그쪽에도 사람들이 갔습니다. 제 4위의 특급 모험가를 비롯한 세 명의 특급이……"
바로 그때였다.
쿵, 하는 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오는가 싶더니 나를 제외한 전원의 시선이 비무대의 반대쪽…… 스페트로 가주가 사라진 통로를 향해 움직였다.
잠시 동안 그 방향을 주시하던 스텔라가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
* * *
나와 루이스는 돔 내부에 존재하는 의무실에 도착했다.
부축해서 데려온 루이스를 먼저 침대에 눕히고 나도 침대에 털썩 쓰러진다.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역시 몸 상태가 심상찮았다. 가만히 있는데도 몸 여기저기에서 소리가 울린다.
"참패였어……."
처음에는 누구의 목소리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 목소리였다.
내 입에서 멋대로 흘러나온 말이다.
"분하드아……."
다음은 누구의 목소리인가 싶었는데, 루이스의 목소리였다.
턱을 몸쪽으로 바짝 당긴 상태에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 그러다 서로 마주쳤다. 서로의 눈동자에 서로의 얼굴이 비치는 게 보였다.
루이스도 루이스지만 내 얼굴도 참 가관이었다.
하지만 그럴 만 하다. 처참하게 깨진 데다가, 상대방의 동정을 빌어서 살아남은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나는 스페트로 가주가 백신아와의 싸움에서 상당히 소모되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상당히 소모된 상태의 스페트로 가주조차 보통 괴물이 아니었다.
……그 비무대의 반대편, 스페트로 가주가 지나갔던 통로에서 나는 처참하게 박살난 세 명의 특급 모험가의 모습을 발견했다.
물론 단순한 수치로 비교했을 때, 3위와 4위의 차이는 상당히 큰 편이다. 같은 특급 모험가 사이에서도 실력의 차이는 명확하게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그 자리에 있던 게 마그누스나 회동에 불참한 제 1위의 특급 모험가였다면 그 정도로 처참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특급은 특급이다. 제 4위의 특급 모험가는 보이드와 호각이거나 그 이상의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그를 포함한 세 명의 특급 모험가를 그 짧은 시간에 뭉게버리다니.
조금 힘이 빠진다.
나는 정말로 그의 동정심을 사서 살아남은 거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두 다리가 끊어지지 않는 한 다시 일어나서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후들리는 다리를 이끌고 그 현장에 나가서 얻은 것도 있다.
"뭉게져서 병원으로 실려간 세 사람의 특급 모험가 중 하나는, 스페트로 가주가 쓰러트린 것이 아냐……."
"……맞아. 틀림없어."
천장을 보고 하는 말에 루이스가 대답했다.
창술.
그리고 똑같은 흑주대천신공??大???을 사용하긴 했지만, 실력 있는 모험가라면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사람의 부상 상태만이 유별나게 차이가 났다.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우리 정도쯤 되면 확연히 구분이 날 정도로 상처의 흔적이 이상했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이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무?가 지나간 자리에도 흔적은 남는다.
숙련된 무인은 공격의 흔적으로부터 그 사용자의 대체적인 연원을 훑어볼 수 있다.
그리고 세 사람의 특급 모험가 중 제일 급이 낮은 11위의 특급 모험가에 남은 흔적이 유독 특이했다.
나는 검지를 들어서 내가 파악한 사실을 하나씩 차례로 제시했다.
"일단 여성이야. 키는 대략 145cm 전후, 그리고 마력의 크기로 보았을 때 실제 나이도 상당히 어릴 가능성이 높아."
"……."
내 말을 듣고 있던 루이스가 작게 신음 소리를 냈다. 짚이는 것이 있는 얼굴이다.
사실 나도 그렇다.
이상의 조건을 판명한 그 시점에서 나는 어느 소녀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으니까.
"……근데 말야. 난 스페트로 가문하고 관련이 있으면서 딱 그 정도의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을 단 한 사람밖에 모르거든."
"나도 그래."
이 시점에서 나와 루이스는 완전히 같은 얼굴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라임색의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은, 나와 정확히 열 살 차이가 나는 소녀.
샤를로트의 얼굴을.
"도대체 그 집안은 뭐지?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루이스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머리를 감싸쥐고 한참을 끙끙거리더니, 이내 "카후"하고 정체불명의 울음 소리를 내질렀다.
"모르겠다……. 분하고 짜증나……."
녀석 답지 않은, 깊고 짙은 좌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도 말로 표현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사실 비슷한 상황이다. 루이스가 몸으로 떼워가면서 정보를 얻어내고, 백신아가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면서 상반신을 일으키려고 했을 때.
"아주 젊은 놈들 둘이서 청승이란 청승은 다 떨고 있네."
갑자기 의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연금술사가 나타났다.
아마 조금 전까지는 관객석에서 우리들의 전투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루이스의 상태를 고려해서, 의무실로 직접 찾아온 거겠지.
"너희 답지 않게, 별 일인걸. 그렇게 심하게 좌절하는 모습은 거의 못본 거 같은데."
"……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마법사인 연금술사 선생님은 알 수 없는, 무인으로서의 충격 같은 게."
"말하는 꼴이 아주 가관이네. 강한 건 알겠지만, 그 정도로……?"
"그렇다고 얌전히 포기하고 앉아있을 거라는 소리는 안 했거든요? 살짝 지친 거 뿐이에요."
나는 아픈 몸 상태에도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여기저기가 뚜득 소리를 내면서 울린다.
"단적으로 말해서, 승산이 없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보이드와 루이스를 통해서 어느 정도 정보를 획득한 신아는 기교적인 면에서 그 남자를 완전히 누르고 있었으니까요. 아마 신아에게 1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것도 추측이고, 실전은 훨씬 더 가혹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있다.
그건 백신아가 스페트로 가주보다 더 뛰어난 무인이라는 것.
"그건 불가능하다며? 신아 걔한테도 몇 번이나 확답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옆에 누워있던 루이스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질문했다. 그래, 그건 맞다. 백신아가 나의 몸을 차지해서 다룰 수 있는 시간은 오직 5분 뿐. 이것만큼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 시간을 늘리는 게 불가능하다면, 이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유용하게 써서 승리를 붙잡을 수밖에 없다.
"연금술사 선생님. 제가 보이드를 상대로 어떻게 이겼는지, 예전에 말해드린 적이 있었죠?"
"응, 들었어. 보이드의 술식 때문에 신아와 몸을 바꾸는 방법이 막혀서 아주 고생했었다고 했었잖아."
"맞아요. 그 전에 있었던 나쟈와의 싸움이나 보이드와의 1차전도 그렇지만, 보통은 제가 먼저 싸우고, 제가 한계에 달하면 신아가 제 몸을 차지하는 식으로 승리를 얻어왔었죠."
내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
백신아는 일단 내 몸을 차지하면 내 팔이 부러져 있든 다리가 꺾여 있든 전혀 개의치 않고 최고의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내가 한계에 달한 상태에서 전투를 계속 지속할 수 있게끔 '보조 배터리' 느낌으로 신아를 이용해 왔던 건데.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반대로 해볼 생각이에요."
"반대……?"
「반대요……? 그러니까, 제가 먼저 싸우고 그 다음에 검주에게 바톤 터치를 하는 식으로……?」
잠자코 있던 백신아도 영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궁금증 가득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래, 조금 준비는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스페트로 가주를 상대로도 어느 정도의 승산을 챙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게 다 보이드 그 자식에게서 흑주대천신공에 대한 정보를 얻고, 루이스 네가 몸으로 뛰어서 실감나는 전투 기록을 남겨준 덕이지."
물론, 신아 덕도 있고.
"……거기까지 생각이 다 되어 있었으면서, 왜 그렇게 축 늘어져 있었던 거야?"
루이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상대방이 해도 해도 너무 강하니까 조금 질린 거지. 방법이 있다고 무조건 이긴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나는 조용히 대꾸한 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백신아. 내가 지금 천변무궁류를 어디까지 익혔더라?"
「현재 제삼검까지 익히셨어요. 순서대로라면 제사검, 삼렬성인데……」
"내가 보기엔 배우는 순서를 조금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 지금은 삼렬성을 익힌다고 해결될 국면이 아닌 거 같거든."
보이드와의 싸움 이후, 난 백신아에게 부탁해서 앞으로 내가 배우게 될 천변무궁류의 모든 기술을 한 번씩 구경해본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내가 생각하기에, 다음 싸움에서 필요한 천변무궁류의 기술은 단 하나 뿐.
"천변무궁류의 오의, 초신성???. 일단 그걸 최우선적으로 배우고 싶어."
* * *
"……그런데 그걸 배운다고 치자. 수행은 어쩌려고? 너 지금 몸 상태 개판이잖아."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지만, 그거야 그렇지."
최소 하루는 꼬박 누워서 연금술사의 케어를 받아야 하는 상태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뭐, 괜찮다.
"일단 회복될 때까지는 검왕검 안에 들어있는 가상 공간에서 좀 수련을 할 생각이야. 아니, 지금까지도 늘 그런 식이었어."
"뭐야 그건……? 좀 더 자세히 말해봐."
잠들어 있을 때는 가상 세계에서 수행하고, 눈을 떴을 때는 그 세계에서 획득한 감각을 현실에 적용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보이드와의 싸움 이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불공평하네……. 야, 나는 거기 못 들어가는 거야?"
"못 들어가지 않나? 일단 검왕검에 선택 받은 나 외에는 들일 수 없을 거 같……"
「아, 가능해요. 이론상으로는.」
……뭐야, 진짜로?
"오, 진짜? 그럼 나도 들여보내줘. 신현이 저놈이 혼자서만 수행하는 꼴은 내가 못 보지. 나도 단기간에 실력을 늘려서 복수전을……"
「근데 루이스 아씨는 안 돼요. 연금술사 선생님은 몰라도.」
"왜?"
이번에는 연금술사의 질문이었다. 루이스는 안 되지만 자신은 허용이 되는 이유, 그것을 영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야, 연금술사 선생님은 검주하고 지금까지 왕창 하셨잖아요.」
"……그렇지."
지나치게 노골적인 말에 연금술사도 답지 않게 대답이 조금 늦었다. 백신아는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겠지만 그런 순수함이 비수처럼 꽂힐 때가 있다.
「현재 연금술사 선생님의 코어에는 검주의 마력이 상당 부분 섞여 들어가 있는 상태죠. 그래서 연금술사 선생님이라면 바로 제 안으로 들일 수가 있어요.」
"자, 잠깐만. 그거 조금 묘하게 들리는데……"
백신아의 말에서 불길함이 느껴졌는지 루이스가 말을 더듬으면서 황급히 질문했다.
"그러니까, 저기. 내가 그 가상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검주랑 몸을 섞으셔서 마력을 교환하면 되지 않을까요?」
루이스의 얼굴이 벌레 씹은 것처럼 구겨졌다.
물론, 나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