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7. 나와 그녀와 그녀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 (5)
* * *
천변무궁류?????
제삼검?三?
청
거성巨成
검을 휘어감고 있던 마력이 상하좌우로 넓게 팽창했다. 날에 덧대어지는 방식으로 펼쳐진 마력은 장검의 길이를 쭉 늘리고, 좌우의 폭을 크게 넓어지게 만들었다.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장검이 아니었다.
크고, 무겁고, 강대하고, 폭력적인, 전설 속에 나오는 용의 머리도 찢어발길 수 있을 것처럼 거대한 참룡검???.
제 2위의 특급 모험가, 거완의 마그누스는 자신의 몸뚱이만한 크기의 검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데, 현재 백신아의 크기는 그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크게 부풀어오른 상태였다.
크기가 커진 만큼 무게감과 강도가 늘었다. 푸른 마력으로 진동하는 칼날은 금방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은 패력力을 아슬아슬하게 눌러놓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콰직, 하고 오른발로 내딛은 바닥의 타일이 부서진다. 그 정도로 강한 힘을 품은 채 내달리는 일보一?였고, 근력과 속도와 원심력이 완벽 이상의 조화를 이루며 대각으로 휘둘러졌다.
스페트로 가주는 창끝에 마력을 한계까지 응축시켜서 대각베기에 맞섰다.
쿵!!
검과 창이 부딪친 순간 일대에 있는 모든 타일이 산산히 부서져갔다. 보이지 않는 힘에 밀려나간 것처럼 타일들이 일제히 들고 올라오면서 사방으로 흩어져나간다.
여파는 관객석까지도 미쳤다.
어쩌면 조금 전의 격돌에 의해서 고막을 다친 사람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
바득, 하고 이를 갈면서 백신현의 몸이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스페트로 가주는 그 판단에 조소하면서 연달아 창을 내지른다.
순수한 이동 속도와 순발력을 따졌을 때, 지금의 백신현은 도저히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조차 처음 보는 수법으로 검의 위력을 강화시켜서 순수한 파괴력은 동등한 영역에 올라서긴 했지만 그 이외의 모든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등을 돌리는 실책을 스페트로 가주는 놓치지 않았다. 백신현이 몸을 반 바퀴 돌리는 동안 그의 창은 수십 번 넘게 내질러졌다.
"……뭐지?"
하지만 바로 그때, 그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목격했다. 분명히 앞으로 곧게 내질렀을 수십 번의 찌르기가 단 하나의 정타도 맞추지 못하고 사방으로 빗겨나가 있었다.
수많은 찌르기는 백신현의 뺨을 찢고, 머리카락을 깎아내고, 옷깃을 잘라냈지만, 제대로 된 상처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조리 빗나갔다. 신기루처럼 모두 무시하고 회전한다.
스페트로 가주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앞에서도 팔을 멈추지 않았다. 백신현의 검이 그의 지척에 다다를 때까지 그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수백 번의 찌르기를 내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통하지 않는다. 쯧, 하고 혀를 차면서 스페트로 가주는 창을 꺾어서 닥쳐오는 검을 받아냈다. 다시 한 번 충격이 퍼진다.
마치 세계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인 천변무궁류의 제삼검?三?.
거성巨?이다.
천변무궁류의 제일검?一?이 초고속의 참격이고, 천변무궁류의 제이검?二?이 극한의 신체 강화라면, 천변무궁류의 제삼검?三?은 검의 크기를 높이고, 무게감과 위력을 더하는 기법이다.
신체 능력 전반을 비롯한 전체적인 전투 능력을 균형 있게 증폭시켜주는 것이 혜성?이라고 치면, 거성巨?은 오직 파괴력 하나에만 특화되어 있다.
안정적인 신체 능력 증폭 기술인 혜성이 아니라 거성을 선택한 이유는, 그 정도로 스페트로 가주의 창끝에 맺혀 있는 힘이 강맹했기 때문이다. 혜성 정도로는 누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품은 창이다.
조금 더 극단적이고, 조금 더 파괴력에 집중되어 있는 기술을 선택한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바로 천변무궁류의 제삼검?三?이었다.
혜성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
스페트로 가주는 그 정도의 상대였다.
"……."
하지만 강적의 존재에 감탄하고 있는 건 스페트로 가주도 마찬가지다. 힘, 속도, 파괴력, 순발력, 모든 면에서 압도하고 있는데도 정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스페트로 가주조차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압도적인 기교.
으레 특급 모험가라고 불리는 놈들조차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서로의 힘과 속도가 동등한 수준이었다면 스페트로 가주라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존재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오늘 처음으로 알았다.
흑주대천신공??大???
혈견나선질주血?????
스페트로 가주의 손에 잡힌 창끝에서 매서운 마력이 몰아쳤다.
그것은 창끝에 맺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아주 작은 크기에 불과했지만, 창을 앞으로 내지른 바로 그 순간 넓게 확장되면서 백신현의 몸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었다.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쏘아지는 그 형태로부터 백신현은 아주 거대하고 강력한 공업용 드릴의 모습을 연상했다.
소용돌이의 크기가 지나치게 커다란 탓에 아래쪽 부분이 지면에 닿고 있었는데, 그 정도의 간섭으로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다는 듯 마구잡이로 질주하고 있다. 지면째로 깎아내면서 날아온다.
거성의 위력으로도 쉽게 부술 수 없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백신현이 발을 튕기면서 몸을 가볍게 뒤로 날린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보다 빠르다. 백신현이 한 걸음 물러났을 때, 그것은 이미 코앞까지 닥쳐왔다.
쿵!!
물러서면서 검을 휘두른다. 검의 위력이 한계까지 증폭되어 있었기 때문에 검째로 팔이 깎여나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오른손, 팔꿈치, 어깨, 머리 순으로 찌르르 떨려왔다. 가공할 만한 위력이다.
그 상태에서, 백신현은 팔을 떨쳐내지 않고 그대로 힘을 준 채 버티고 있었다. 힘을 주고 발목을 비튼다. 카각!! 소용돌이의 틈새로 칼날이 파고들었다. 그 상태에서 공격의 마력파장과 동조, 빠르게 기술의 원리를 파악해나간다.
카가가가가가가각!!!!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조금 전에 백신현은 그 공격을 공업용 드릴와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소리는 그야말로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를 아주 포악적으로 변형시킨 것에 가까웠다.
짐승의 울음소리를 길게 늘려서 재생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오래 가지 않아서 공격의 흐름이 변했다. 소용돌이의 궤적이 틀어졌다.
검을 깎아내기 위해서 질주했던 소용돌이는 언제부터인가 그 검에 휘어감긴 채, 스페트로 가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흐!"
스페트로 가주가 낮게 감탄했다. 공격을 무화無化시키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그 궤적을 아예 틀어 버려서 역으로 되돌려보내는 신기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소용돌이가 방향을 틀어서 스페트로 가주를 향해 쏘아진다. 그는 연달아서 세 발의 혈견나선질주를 발사해서 받아쳤다.
처음 한 발로 돌아온 혈견나선질주를 받아치고 나머지 두 발이 추가로 날아온다. 좌우에서, 살아있는 뱀처럼 복잡한 궤적을 그리면서 엄습한다.
캉! 쿵!
둘 중 하나를 후려쳐서 궤적을 비튼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소용돌이를 부딪치게 해서 상쇄시켰다.
처음에 비해서 매우 간단하게 받아쳤다. 이미 한 번 받아낸 공격이기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는 쉬이 튕겨낼 수 있었다.
백신아에게 같은 공격은 여러 번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조금 전의 루이스와의 전투에서도 느꼈던 점이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마치 흑주대천신공에 대해서 미리 알고 대응책을 마련해서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미리 알고 있었던 건가? 스페트로 가문 내에서도 아주 엄중하게 숨겨져 있는 비전에 대해서?
자세한 경로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미리 파악하고 있던 정보에 더불어 루이스가 몸을 축내가며 획득한 실전의 정보가 더해져서 나온 결과물인 건 확실하다.
거의 대부분의 기법이 해석된 상태라는 것이 느껴진다.
스페트로 가주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그는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이러한 강적과 맞서 싸우는 것은 그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맞서 싸워온 그 어떤 적수도 일대일의 전투에서 그보다 뛰어나진 않았었으니까.
현 시점에서 1위와 2위로 꼽히는 놈들과도 붙어 보았지만, 지금은 몰라도 20년 전의 그들은 별볼 일 없는 놈들이었다. 지금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아직 맞붙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설령 현재의 그들이라고 해도 눈앞의 상대보다 강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탓, 스페트로 가주가 몸을 뒤로 물리면서 창을 회전시키기 시작한다. 어차피 대부분의 기술은 루이스와의 비무에서 어느 정도 노출한 상태였다. 눈치볼 필요 없이, 지금부터 시작되는 모든 공격에 최대한의 힘과 위력을 실어서 내지르기로 판단했다.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백신현의 다리가 순간적으로 멈춘다. 현재, 스페트로 가주의 창끝에 맺힌 소용돌이는 조금 전과 비교해서 열 배 이상의 두께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단숨에 쏘아진다. 쏘아진 소용돌이는 백신현은 물론이고 그 등 뒤에 있는 모든 사물을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크고 강렬했다.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요격에 들어갈 뿐.
하지만 공격을 받아치기 위해서 검을 휘두른 바로 그때, 눈앞에서 소용돌이가 갈라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나 하나의 크기가 조금 전의 혈견나선질주와 동등한 것이 총 아홉 개로 찢어져서 백신현의 전후상하좌우에서 일제히 달려들었다.
고대에는 머리가 아홉 개인 사악한 악룡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것을 연상케하는 모습이었다.
흑주대천신공??大???
혈견나선질주血?????
구룡맹과九???
그것은 매우 빠르고 날카로웠으며, 또한 숫자도 많았다. 그 하나 하나가 달려드는 궤적도 완벽했다. 절대로 피할 수도 받아낼 수도 없는 일격이 무참하게 백신현의 사지를 찢어버렸다.
하지만 손맛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소용돌이가 뭔가를 '찢은' 느낌은 드는데, 그게 사람 같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
그리고 스페트로 가주는 다급한 기색으로 고개를 들고 머리 위로 창을 휘둘렀다. 그 창끝이 아슬아슬하게 푸르게 빛나는 칼날과 충돌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백신현은 이미 그의 머리 위로 날아 들어와서 검을 내려찍고 있었다.
그것을 늦지 않게 쳐낸 뒤 다시 한 번 찌르기에 들어간다. 창끝이 피할 곳 없는 공중에서 백신현의 가슴팍을 꿰뚫었지만, 이번에도 손맛은 없다. 이상했다. 창을 찔러 넣기 전까지만 해도 틀림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
스페트로 가주는 어쩌면 이것이 백신현이 꺼낸 또 하나의 기술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천변무궁류?????
제사검?四?
흑?
삼렬성三??
그리고 백신현은 스페트로 가주의 시선이 위로 향한 틈을 타서 몸을 낮춘 상태로 그의 지척에 접근해있었다.
칼날은 조금 전과 다른 색채로 빛나고 있었다.
검은색, 또는 묵빛으로 빛나는 그 칼끝은 스페트로 가주가 매우 잘 알고 있는 누군가를…… 보이드의 마력을 아주 많이 닮아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보이드는 검왕검을 제작하는데 참가했던 스태프 중 한 사람이었고, 검왕 역시 그와 기술적 교류를 가지고 있었다.
보이드가 가진 대표적인 술식은 당연히 '분신 술식'이다.
즉, 삼렬성의 효과도 그와 같았다.
연속해서 쓸 수 있는 건 최대 두 번까지.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질량이 있는 분신을 남겨서 페이크를 걸고, 그 틈을 파고들어서 적을 찌른다.
천변무궁류?????
제일검?一?
하얀 유성白?
매섭게 쏘아진 질풍이, 백신현의 몸을 앞으로 밀어보냈다.
* * *
"……."
마그누스는 관객석에서 일련의 모든 전투를 주시하고 있었다.
제 2위의 특급 모험가로 알려진 그로서도 쫓아가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수준이 높은 전투였다. 아마 그와 1위를 제외한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저러한 수준의 전투에 따라가진 못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마그누스 정도쯤 되는 실력자라면 당장 저 싸움에 끼어든다 하더라도 호각 이상으로 맞서 싸울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건 그가 힘부터 속도, 마력, 기술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압도적인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그누스가 보기에 지금의 스페트로 가주는 힘과 속도가 그와 비교해서 조금 쳐지는 편이었지만, 전투 기술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보다 뛰어난 경지에 있는 것 같았다. 스페트로 가주에게 저 정도의 능력이 있었던가? 그건 그도 잘 모르곘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할 수준까진 아니었다. 어떤 이유로 얻어낸 힘인지는 알 수 없어도 지금의 스페트로 가주가 가지고 있는 힘과 속도, 그리고 기술적 능력을 고려하면 지금의 강함은 오히려 적절한 수준의 강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백신현 쪽이다.
마그누스가 보기에 현재 그의 힘과 속도는 일반적인 모험가와 비교해서 크게 뛰어나보이지 않았다.
물론 후천적인 단련으로 획득한 신체 능력이 매우 높은 효율로 강화 마법을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마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신체 능력은 불보듯 뻔한 수준이다.
압도적인 차이.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벽 앞에서, 양자의 싸움이 호각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백신현이 휘두르고 있는 검에 스며든 기교가 실로 헤아릴 수 없는 머나먼 영역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설령 특급 모험가의 이름을 얻은 이들이라고 해도 쫓아갈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마추어들의 비유에 불과하지만, 통상적으로 1급 모험가를 두고 사람들은 '인간의 한계 영역'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특급 모험가는 '인간조차 초월한 영역'이라고 표현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현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백신현의 '기교'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인간의 한계 영역을 뛰어 넘고, 인간조차 초월한 영역마저 넘어선 그 영역을, 도대체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까.
잠시 동안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헤메이던 그는 문득, "아"하고 소리를 냈다.
인간조차 초월한 영역을 넘어서는 경지라면 하나밖에 없다.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라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