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44화 (44/287)

〈 44화 〉 7. 나와 그녀와 그녀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 (4)

* * *

"……뭐야, 지금? 나만 느낀 거야?"

연금술사는 오스스 올라온 팔뚝의 소름을 진정시키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근처에서 조금 전의 그 불쾌한 느낌을 감지한 건 연금술사 한 사람밖에 없는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기 드문 특급 모험가의 비무를 기대하며 떠들썩하던 관객석이 지금은 상당히 조용하다.

큰 재해라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 * *

루이스와 스페트로 가주는 비무대의 중앙에서 서로를 보고 마주섰다. 키 차이는 거의 없었다. 서로를 동등한 시선으로 마주보며 상대의 투기를 가늠한다.

느낌이 이상했다.

작년에 스페트로 가주와 맞붙었을 때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모가 나 있고, 사람을 집어삼킬 듯한 웅장함이 느껴진다. 멀리서 보는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질적으로 강렬하다.

이건 정말로 스페트로 가주의 투기인가……? 마치 얼굴만 같은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두 사람의 앞에서 정장을 차려 입은 심판이 규칙을 설명하고 있다. 특급 모험가의 전투 사이에서도 최소한의 유불리를 파악하고, 상황을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실력 있는 1급 모험가가 심판 역할을 맡고 있었다.

"비무는 1라운드에 3분씩, 총 10번의 라운드를 거쳐서 이뤄집니다. 둘 중 하나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패배로 간주하고, 모든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그때는 판정으로 넘어가서 심판과 특급 모험가들의 재량에 의해서 승패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규칙을 다시 확인하는 의미에 가까웠다. 3분의 비무가 끝난 후 1분의 휴식이 주어지고, 이것을 10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반복해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 회동의 비무다.

두 사람의 특급 모험가가 룰을 다시 전해 듣는 동안, 비무대 외곽에서는 전투의 여파가 외부로 퍼지지 않도록 지키는 투명한 막이 설치되고 있었다.

이것은 다수의 1급 모험가를 동원해서 설치한 결계로, 온힘을 다한 특급 모험가의 공격으로도 쉽게 부술 수 없는 강력한 술식이다.

물론 연속해서 후려치면 위험하지만, 특급 모험가의 직접 공격이라면 몰라도 공격이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여파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결계다.

아마 백신아가 쓰는 유성이라면 모를까, 내가 쓰는 유성으로는 파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심판이 물러서면서 비무가 시작된다. 두 사람 중 선공은 스페트로 가주. 루이스는 스페트로 가주의 공격 방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방어 자세에 들어간다.

나도 알고 있는 초식이다. 스페트로식 비전창법???? 흑주영식살법?????의 공격형 제일식?一? 천랑살???이 흡사 환영 같은 속도로 쏘아졌……

"……아니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다. 천랑살과 비교하면 비슷하지만 조금 형태가 다르다. 조금 더 무겁고, 파괴력에 치중된 자세.

천랑살하고는 다르지만, 그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자세였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루이스도 창의 궤적을 보고 뒤늦게 눈치챘지만 '그 초식'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루이스에겐 아무런 정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대응을 늦게 만들었다. 창은 이미 지척이다.

"아."

루이스의 방어를 부수고 머리를 향해 창이 쭉 나아갔다.

피가 튀었다.

* * *

"……크, 으으으으……."

1라운드를 어찌어찌 끝마치고 루이스는 통로 쪽으로 돌아왔다. 겨우 3분간의 공방이었음에도 몸은 이미 기진맥진, 힘이 없다.

쓰러지다시피 넘어진 루이스를 통로의 벽에 몸을 기대게 하고, 수통을 뚜껑을 열어서 루이스의 입에 물린다.

루이스의 체력을 케어하면서, 한편으로는 루이스의 이마에 생긴 길게 찢어진 상처를 최대한 응급처치하기 시작했다.

그때, 루이스는 스페트로 가주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무겁고 날카로운 공격은 풍압만 해도 루이스의 마력 방어를 뚫고 들어갈 만큼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루이스의 이마를 얕게 찢고 피를 보게 만든 것이다.

루이스는 아직도 정신이 없는지 한참 동안 숨을 몰아치다가, 반쯤 패닉이 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무슨, 뭐야, 지금 그건? 그런 창술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흑주대천신공??大???이야."

"뭐?"

당황스런 기색의 루이스를 진정시키면서 내가 아는 지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스페트로식 비전창법의 가장 순수한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창법으로, 속도에 비중을 두고 있는 흑주영식살법과는 다르게 힘과 파괴에 특화되어 있는 또 하나의 절세신공이다.

단순한 위력이나 완성도만 두고 따지면 오히려 현재의 스페트로식 창술과 비교해도 훨씬 우위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흑주대천신공에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쓰면 쓸수록 사용자의 정신을 침식해서 살심?心을 나날이 증폭시켜나간다는 점이다.

스페트로 가문에서 광증을 품고 태어난 사람이 많은 이유도 바로 이 신공에서 유래한다.

지나치게 흑주대천신공을 남용한 계승자들의 핏줄이 광기를 품게 되면서, 그것이 대대로 광증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루이스는 여기까지 내 설명을 들은 뒤, 이해하기 어렵다는 눈으로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대충 무슨 무공인지는 알겠는데…… 신현이 너는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보이드한테 들었어."

"뭐?"

묻고 싶은 게 많은 얼굴이지만 지금은 일일이 설명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이유는 뒤로 하고 핵심만 잡아서 짚어줬다.

"전대 스페트로 가주가 남용하다가 광기의 길로 빠지게 한 마공??이 바로 흑주대천신공이야. ……어째서 가주님이 저걸 쓰고 있는 거지?"

나는 통로 바깥의 관객석을 살짝 흘겨봤다. 흑주대천신공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었지만, 그 때 당시 템페스트 드 스페트로를 말살하는 임무에 참여했던 마그누스의 기색이 조금 심상찮게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들 관심의 수준이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무튼, 지금의 가주님은 예전의 가주님과는 전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해진 상태야. 너도 잠시 붙었을 뿐인데 이미 그 꼴이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좀 아쉽더라도 기권……"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내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의향을 파악했는지, 루이스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난, 싫어. 그냥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야."

휴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 루이스의 목소리가 조금 급해진다.

"내가 보기에는 저 스페트로 가주가 되게 수상해 보여. 이건 그냥 내 느낌이지만…… 네가 스페트로 가문의 별장에서 겪은 일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고."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네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기권을 하라는 거야."

"아냐, 저 사람이 별장에서 벌어지는 수상쩍은 일과 직접적으로 엮여 있다면, 머지 않아서 우리와 충돌하게 될지도 몰라. 너도 사실 그 가능성은 고려하고 있지?"

"그건……, 그래, 네 말대로. 그게 맞아."

나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무인 나부랭이인 만큼, 다음에 벌어질 전투를 왠지 모르게 예견하는 '감각' 같은 게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스페트로 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거 같다.

틀림없이 부딪치게 될 거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무공을 몸으로 겪어가면서 어느 정도 정보를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고.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어느 때 죽을 걱정 없이 저 아저씨의 창술을 보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겠냐고?"

치, 하고 루이스는 혀를 삐죽 내밀면서 내게 불평하듯 말했다.

"너 말이야.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히…… 좀 오만해진 거 아니야?"

"내가 오만해졌다고?"

그야말로 금시초문인 소리다. 내가 무슨 오만하다는 거야. 언제나 내일을 대비해서 꿈속이고 바깥에서도 쉬지 않고 수행하고 있는 게 바로 나다.

그런데, 그런 나보고 갑자기 하는 소리가, 뭐라고?

오만하다니, 무슨 소리야……?

"친구가 다치지 않았음 하는 마음은 좋은 의도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무작정 감싸고 도는 게 좋은 일이 아니야. ……비무는 서로 살상을 일으키는 게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심하게 다치더라도 죽을 정도로 하지는 않는다고. 그건 너도 알잖아."

루이스는 휴식 끝에 조금씩 힘이 돌아오기 시작한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했다.

"얼마 전의 너였다면,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거야. 조금이라도 정보를 더 알아내지 않으면 너도 나도 크게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잖아. 여기에서는 내가 좀 다치더라도 정보를 얻어내야만 하는 국면이야. 틀림없이 나중에 후회한다고. '아, 그때 조금 더 정보를 뜯어냈어야 하는 건데'하고."

"……아, 그러니까 그런 소리잖아. 내가 힘이 좀 생기고, 먹고 살 만 해지니까 쓸데없이 마음에 여유를 갖추게 됐다고."

"맞아. 너 하나 고생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좋겠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 좀 부족하다고 생각해. 너는 물론이고 나까지 뼈빠지게 고생해야 뭔가 좀 길이 보일 거 같거든."

나 혼자서 고생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마음.

그것을 오만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솔직히 좀 의문이긴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오만함이라고 부르기에 마땅한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서 뼈 빠지게 고생해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미친듯이 고생해야 간신히 호전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친구 걱정할 여유가 있나.

상대는 보이드와 비교해서 최소 두 배 이상의 투기를 가진 미친 놈이 될 텐데.

"그래도 뭐, 일 좀 위험하게 돌아간다 싶으니까 바로 나한테 상담하는 거 보면 아직 말기까진 아닌 거 같고…… 살짝씩 그런 기미가 보인다는 거 뿐이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고."

루이스는 흐흡, 하고 무릎에 손을 얹고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어느 세 휴식 시간은 20초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난 팔이 부러지든 다리가 쪼개지든 어떻게든 버텨내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뜯어낼 생각을 하고 있는데,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힘이 빠진다고. ……이럴 때는 그런 식으로 힘 빠지는 말을 할 게 아니라, 이렇게 말해야 해. '잘 하고 와'라고."

나는 그 목소리에서 루이스가 가지고 있는 프로로서의 긍지를 느꼈다.

가능성이 1%라도 남아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프로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때때로 가혹해서, 아무리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 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은 이길 수 없다.

하지만 프로는 겨우 그 정도로 포기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없다면 패배하는 것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도해나가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과를 얻어낸다.

패배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간단하다. 루이스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어올 수 있도록 최대한 '알려 주는 것'.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급하게 전달할게. 난 보이드에게 들어서 흑주대천신공의 초식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어."

"그래야지. 이제야 좀 백신현 같네."

루이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20초 동안 나는 최근 이렇게 빠르게 입술을 움직여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흑주대천신공의 각종 초식에 대해서 전달했다. 살짝 주어진 시간을 오버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유도리있게 넘어가주는 게 관례다.

나는 루이스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잘 하고 와. 네 원수는 반드시 우리가 갚아준다."

"……."

루이스가 이쪽을 돌아보지 않고 살짝 주먹을 쥐었다.

특급 모험가의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 * *

기존의 스페트로 가문의 창술이 창이 가지고 있는 높은 위력을 믿고 최대한 빠르게 치고 빠지는 속도 특화였다면, 흑주대천싱공의 창술은 파괴력에 특화되어 있다. 완벽한 자세로 받아냈는데도 루이스의 몸이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타고난 재능과 내게 받은 정보로 루이스는 한 수 한 수를 필사적으로 버텨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한 번 부딪칠 때마다 딛고 있는 대지가 움푹 들어가고, 그때마다 루이스의 팔과 다리에 깔쭉깔쭉한 자상이 남는다. 하지만 루이스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루이스는 조금 전의 4라운드를 넘긴 직후, 이렇게 외치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백신현 너도 몸이 그 꼴이 될 때까지 지지 않고 맞서 싸웠는데, 그 정도도 못하면 특급 모험가 이름이 운다구. 어차피 연금술사 선생님이 고쳐주실거고."

연금술사가 들으면 뒷목을 잡을 것 같은 말을 입으로 중얼중얼 거리면서 루이스는 스페트로 가주의 공격에 맞서 싸워 나갔다. 10라운드까지 버텨냈다.

아니, 이겨냈다.

'하지만.'

생각외로 크지 않은 부상 정도를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버텨낸 루이스였지만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스페트로 가주는 온힘을 다해서 맞서 싸운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아마 루이스도 이런 생각을 머릿속으로는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입으로 내뱉어본들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꾹 참고 있었던 것 뿐.

그때였다.

지금까지 한 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창만 휘두르던 스페트로 가주가 갑자기 툭, 내뱉었다.

현재 그들의 위치는 내가 서 있는 통로 쪽에 가까운 구석이었기 때문에 그 목소리는 내게도 또렷하게 들렸다.

"검왕검에게 선택 받은 인물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왔는데, 아주 기대 이하야. 잘 해봐야 평범한 천재 수준인데, 검왕검의 안목은 이 정도인가?"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에 루이스의 움직임이 한 순간 얼어붙는다. 하지만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와중에도 내 머리는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검왕검, 검왕검…….

내가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뭔가 숨겨진 능력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다려봤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없는 것 같고, 이제 슬슬 마무리하지."

마무리.

그 의미를 눈치챈 루이스가 입맛을 다신 바로 그때, 퍼버벅, 하고 루이스의 팔과 다리와 몸통에 수많은 자상이 발생했다.

"……큭, 아앗?!"

통증과 격통에 신음하면서도 루이스는 최대한 정신줄을 붙잡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래도 쓰러졌어도 그 누구도 책망하지 않았을 텐데, 루이스는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듯 이를 바득 갈았다.

의식을 잃어서도 안 된다. 한 번에 당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중요도로 따지면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한 국면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스페트로 가주가 드러내는 정보야말로 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짜재기 정보일 테니까.

루이스가 회피할 줄은 몰랐던 건지, 그가 "호"하고 낮게 감탄했다.

"그걸 피한 건가. 그렇다면……"

루이스의 몸에는 수많은 자상이 발생해 있었지만, 깊이는 모두 얕다. 스페트로 가주의 분위기가 바뀐 직후 루이스가 급하게 몸을 물려서 데미지를 최소화한 것이다.

하지만 방금 전에 받아낸 찌르기가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진짜' 공격이 마구잡이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공격 하나 하나가 뿜어질 때마다 나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런 형태의 공격과 맞서 싸워온 나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공격 한 번, 한 번이 루이스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선死?이다.

한 번이라도 회피를 실수하면 죽는다. 한 번이라도 충격을 덜 흘리면 죽는다. 저 녀석은 루이스를 죽일 생각이다. 찌르기의 흐름으로부터 그러한 살의를 감지했다.

루이스는 정보와 상처를 하나씩 교환하고 있었다. 상처가 하나 길게 찢어질 때마다 나는 새로운 정보를 획득했다.

그리고 나는 확신했다.

저 남자는, 스페트로 가주가 아니다.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근거를 댈 수 없는, 그저 무인으로서의 직감에 불과했지만 아마 나는 오래 가지 않아서 지금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루이스가 하고 있는 일이니까.

"……크윽!!"

루이스도 그걸 알고 있을 거다. 정보가, 조금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루이스는 이를 악물며 스페트로 가주의 검을 튕겨내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불과 3초도 되지 않아서 깨달았다.

"꽤 따라오는군. 그럼 이제부터는 이 기술을 받아보거라."

"───!!"

그 직후, 나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먼 곳으로 튕겨 나가는 루이스의 모습을 발견했다. 흡사 탄환처럼 지면 위를 미끄러지듯 쫙 날아간다. 속도는 수십 미터를 주파하면서도 전혀 줄지 않았다.

그러다 몸뚱이가 비무대와 관객석을 가르는 투명한 막에 충돌했다. 콰직콰직콰직콰직!! 투명한 막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격렬하게 요동치면서 루이스의 몸에 발생한 모든 충격을 흡수했다.

그 일격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루이스는 낙법을 취할 겨를도 없이 머리부터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스페트로 가주는 이미 루이스를 향해 창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 * *

"……."

스페트로 가주는 눈을 찌푸리면서 창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창 너머, 창끝을 가로막고 있는 한 자루의 검을 바라보는 중이다.

거물은 거물이구나 싶었다. 그 짧은 찰나에 상황을 파악하고 몸을 돌려서, 내 공격을 받아냈으니까.

녹색의 마력 입자가 분분히 흩어진다.

나는 스페트로 가주는 바라보지도 않고,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루이스를 향해 말했다.

"신현이 너……"

"왜 끼어들었냐고 말하지는 마라. 누가 봐도 사람 하나 잡을 것 같은 상황이라서 끼어든 거니까."

캉, 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무대 주변을 구체처럼 감싸고 있던 투명한 막이 부서지는 소리가 뒤늦게 들렸다.

스페트로 가주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아, 그렇군. 소녀가 아니라, 네 쪽이었나? 이 강맹한 투기……, 틀림없어. 검왕검이군."

"애먼 사람 붙잡고 뭐하는 짓이야? 보아하니 너도 보이드처럼 이게 목적인 거 같은데, 그럼 번짓수가 틀렸어. ───검왕검은, 이쪽이라고."

나는 허리를 써서 창을 튕겨낸 후, 나 아닌 자에게 몸의 주도권을 넘겼다. 전신에서 칼날 같은 투기가 발산된다.

몸의 주도권이 완벽히 넘어간 직후, 검을 휘어감고 있던 마력의 색채가 크게 변질되었다. 찰흙처럼 쉴 세 없이 꿈틀거리며 모습을 바꿔가던 마력은 이윽고 매우 명확한 형태로 모양을 잡았다.

푸르게 빛나는 마력이 칼날의 크기를 연장시키듯 상하로, 좌우로 두껍고 길게 펼쳐진다.

이미 나의 검은 더 이상 장검조차 아니었다. 그것은 마그누스조차 쉽게 다루지 못할 정도로 크고, 두껍고, 무거운 참룡검???.

쿵!!!!

천변무궁류의 제삼검?三?, 거성巨?이 스페트로 가주의 창대를 위로 쳐올리며 맹렬하게 뻗어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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